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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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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71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2.23 19:45
조회
133
추천
3
글자
12쪽

23화 또띠아

DUMMY

23화 또띠아


주헌의 기지? 덕분에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난 수인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물론 주헌의 거짓말로 시작된 거라는 사실은 엘로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아까 하셨던 말씀이 이거였군요. 비서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눈치가 보여서 환호성을 내지름에도 딱히 주헌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헤일로가 워커와 엘로가 잠시 제품 관련으로 얘기하기 위해 자리를 뜨자마자 주헌의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눈물을 훔쳤다.


“아휴... 뭘 이런 걸로 은혜는요. 그냥 아까 드셨던 또띠아 만드는 법만 알려주세요. 드시는 것 보니까. 맛있어 보이더라구요.”


주헌은 헤일로가 또띠아를 먹는 걸 보며 느낀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레시피는 필수적이었다.


“예? 또띠아요?”


“네.”


“레시피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걸로 괜찮으세요?”


“어휴. 여부가 있겠습니까.”


똥치우는 건 이제 끝났으니 치즈폭탄에서 피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나 치즈 먹기 싫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배려하면서 피하는 법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이 바로 피할 수 없다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헤일로는 별 것도 아닌 또띠아 레시피를 요구한 주헌을 오해했다.


‘어쩜, 저렇게 겸손할 수가...’


“그럼, 오늘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도 가능하구요.”


지금 당장이라는 주헌은 기쁨의 몸서리를 치며 ‘가요! 가요!’라고 외쳤다.



***


헤일로의 집.


헤일로는 엘로의 또래처럼 보였는데 나이를 물어보니 엘로보다는 1살이 많았다. 엘로와는 다르게 이미 결혼까지해서 귀여운 아내와 같이 지내고 있었다.


“여보, 왔어요? 어! 근데 비서님은 왜?”


“비서님이 또띠아 레시피를 배우고 싶다셔서. 당신이 만든 또띠아가 맛있어 보였데.”


“어머, 내가 무슨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야! 당신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사람 옆에 두고 뭐하는 짓인지, 헤일로와 그의 아내를 미묘한 분위기를 내더니 엉겨 붙으며 스킨쉽을 했다.


“큿흠...”


계속 두면 눈꼴 시린 짓까지 할 것 같아 주헌은 헛기침을 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바로 또띠아 만드는 법 알려드릴게요.”


얼굴이 시뻘게진 헤일로의 아내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주방으로 달려갔다.


“미란다~ 빨리 뛰면 넘어져~”


‘내가 왜 나도 못한 연애질을 보고 있어야 하지?’


주헌은 공방의 일을 중지시킨 것이 내심 후회됐다.


그래도 연애 지옥보다는 치즈 지옥을 탈출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주헌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읏쌰!”


미란다가 커다란 쟁반에 재료들을 올려 한켠에 올려뒀다.


주헌은 바로 미란다의 옆으로 다가가 재료를 확인했는데, 재료는 밀가루와 버터, 우유, 계란으로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제 또띠아 만드는 법 알려드릴게요.”

헤일로의 아내는 먼저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한 숟갈 넣고는 녹였다.


“자, 이제 버터를 녹였으니까. 밀가루에 계란을 풀어주고 녹인버터와 함께 뜨거운 물을 조금 넣어줘요.”


둥근 나무 그릇에 재료들을 다 집어 넣은 미란다는 뒤집개 같이 생긴 것으로 이리저리 반죽을 휘저었다.


다양한 재료가 섞인 밀가루는 점점 단단해지더니 주헌이 알고 있던 반죽의 형태가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이제 반죽을 30분 정도 숙성을 시키면 거의 다 끝났어요.”


미란다는 둥근 나무 그릇 위에 쟁반을 올려놓고는 식탁에 앉아있는 헤일로에게 향했다.


주헌은 멀뚱히 서 있다가 그녀를 따라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미란다가 헤일로의 무릎 위에 앉더니 그의 목에 팔을 두른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주헌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미란다~”


“헤일로~”


‘씨펄.’


주헌이 헛기침을 해도 서로 볼따구를 만지거나 배를 꼬집으며 ‘귀여워’같은 말을 남발하는 꼴을 더 이상 보기 싫었던 주헌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어휴 별꼴이네... 아니, 사람이 앞에 있는데. 쯧”


박차고 나온 주헌은 괜히 헤일로의 집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툭툭-


“응?”


갑자기 느껴지는 이질감에 뒤를 도니, 엘로의 동생인 엘든이 주헌의 옷깃을 당기고 있다.


엘로는 제일 장남이었고 장녀로 엘라, 셋째 엘리, 넷째 엘론이 있고 엘든은 제일 막내로 6살에 불과했다.

“엘든 너 혼자서 뭐해?”


“삼츈 놀쟈.”


겨울 날씨에 콧물 자국을 남기며 순수하게 놀자고 말하는 엘든을 보자, 헤일로 부부에게 느꼈던 부부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뭐하고 놀까? 비행기 태워줄까?”


“비행기?”


주헌은 엘든의 안아 들었다.


“슈우웅~ 날아간다~”


꺄르르-


엘든은 이 놀이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즐거워했다. 주헌 역시 그런 엘든의 표정을 보며 힐링을 느끼는데...


그건 얼마 가지 않아서 지옥으로 변했다.


“후우... 후... 간다 슈우웅~”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힘들어서 엘든을 내려주면 엘든은 금세 울먹거리면서 몸에 들러 붙었다. 몇 번은 귀여워서 계속 받아줬는데... 주헌은 슬슬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자, 이제 그만하자.”


처음에는 귀여운 모습에 다정한 말투였지만, 슬슬 몸이 힘드니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싫어! 비행기! 비행기!”


이젠 허리도 아프고, 애들 들어 올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무릎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만~”


“우으..우으...우에엥!”


엘든은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는 울기시작했다. 손과 발을 경련하듯 움직이면서 고래고래 고함까지 치는데, 드문드문 지나가던 수인들이 주헌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삼촌 힘들어... 그러니까 내일 놀자. 내일.”


“우에엑 우에엥 아아악!”


주헌은 애 키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며 다섯이나 키운 엘로의 부모님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체력을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 그렇다면 새로운 놀이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조용하면서도 체력이 소모되지 않을 놀이가...


주헌은 순간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나뭇가지가 눈에 띄었다.


“엘든. 우리 새로운 놀이 할까? 비행기보다 훨씬 재밌는 거”


“우에엑! 우에? 우으으... 웅!”


몸부림치며 울던 엘든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헌은 곧장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흙바닥에 커다랗게 네모를 그렸다.

그러고는 가로세로로 19줄씩 만들었다.


주헌이 생각한 것은 바로 오목.

오목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다. 체력이 소모되지도 않고 시간을 끌면서 30분 넘게 할 수도 있다.


주헌은 바둑판을 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엘든에게 오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오목이라는 걸 할 거야.”


“오목?”


“상하좌우 대각선으로 동그라미 5개를 만들면 되는 거야. 이렇게”


주헌은 동그라미 다섯 개를 바둑판 그림 옆에다 그렸다. 6살인 엘든이 이해할 수 있게 상하좌우, 대각 형태의 5개를 모두 그려 보여줬다.


엘든은 재미없어 보였는지 다시 뒤로 누우려고 하는데.


“엘든이 이기면 비행기 맨날 태워줄게!”


“할래! 할래!”


“그럼, 내가 먼저한다. 한명씩 번갈아 가면서 동그라미를 그려넣는 거야 알겠지? 같은 동그라미를 그리면 헷갈리니까 삼촌은 이런 식으로 색칠할게~”


“웅!”


주헌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눈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엘든을 바라봤다.


결과는?


당연히 주헌의 승리.


이제 막 설명을 들은 6살짜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못된 주헌의 계략일 뿐.


엘든은 질 때마다 씩씩거리며 눈을 부라렸다.


“아이구, 이걸 어째... 엘든이 졌으니까 비행기는 앞으로 없는 걸로 해야겠다.”


이제 모든 게 만사 해결이라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주헌, 하지만 엘든은 포기할 생각이 없나보다.


“뎌 해! 댜시 해!”


“흠. 좋아! 대신에 엘든이 지면 바로 집에 가는 거다. 알겠지?”


엘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또 이겼죠? 엘든 또 졌죠? 아이고, 재미없다. 재미없어~”


휴대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곳에 오래 있다 보니 오랜만의 놀이에 꽤 즐거웠던 주헌은 6살짜리 꼬마를 상대로 승리에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엘든은 그 모습에 씩씩대며 다시 한번 붙자고 했고, 주헌은 당연히 자신이 이길 걸 알기 때문에 엘든이 요구하는 것은 다 받아주면서 이길 때마다 엘든을 놀렸다.

“또 졌쥬? 엘든은 조금 더 맘마 먹고 오세요~”


주헌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비꼬듯이 말했다.


“우아앙! 삼츈 미워!”


계속 진 엘든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주헌의 얼굴에 집어 던지더니, 도망치듯 집으로 뛰어갔다.


“아야... 좀 심했나?”


지나가던 수인들이 주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덜컥-


“방금 애 우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미란다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주헌은 다시 기분이 우울해졌다.


‘했구만... 했어...’


“아, 비서님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숙성이 다 됐을 테니, 나머지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후우... 아이고 날이 덥네.”


날이 더울 일이 있나... 겨울인데.


“예. 빨리 만들죠.”


주헌은 바로 헤일로네 주방으로 부리나케 들어갔다. 그런데 식탁에 앉아있는 헤일로가 허리를 두드리며 곡소리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후우...윽”


“당신 괜찮아요? 무리한 거 아니에요?”


그 잠깐 사이에 뭘 무리했다는 걸까?


“크흠. 요즘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 봐. 허리가 아프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허리를 두드리며 곡소리 내지 않았는가?

주헌은 그들의 대화마다 의문을 던졌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비서님. 이제 레시피 알려드릴게요.”


미란다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숨을 고르고는 쟁반을 들어 반죽을 꺼냈다.


“자, 이렇게 숙성된 반죽은 얇게 펴주면 돼요.”


방망이 같은 것을 이용해 반죽을 얇고 넓게 펼쳐낸 미란다는 달궈진 프라이팬에 얇게 편 반죽을 올려 가열하고 중간중간 뒤집어 주는 걸 반복했다.


“이제 다 익었어요. 또띠아 레시피 별거 없죠?”


“예... 아니, 아뇨! 보니까 어렵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가볼게요.”


“예? 드시고 가세요. 반죽도 일부러 많이 준비했는데.”


주헌은 당장 이 부부의 집에서 나가고 싶었다. 모태솔로인 것도 서러운데 꽁냥대는 모습을 보기 싫은 뿐더러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밖에 나간 그 잠깐 사이에 둘이 뭔갈 했다는 거다.


손님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상성욕자도 아니고...


“아니요. 신혼부부 옆에 계속 있는 게 민폐죠.”


그래도 주헌은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 밖으론 절대 꺼내지 않았다... 어찌보면 신혼이고 사랑이 넘칠 때인 건 맞으니.


“아니, 그래도 오셨는데...”


“괜찮습니다. 하던 거 마저 하셔야죠.”


그냥 가고 싶은데 자꾸 설득하자, 조금 짜증나는 마음에 비꼬듯 한마디 툭 던졌다.


미란다는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어쩔 줄 몰라 했다.


헤일로는 그런 미란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바로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하하하! 저희가 아직 신혼이다 보니, 불편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비서님.”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한 두 분의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미란다가 너무 귀여워서 그만...”


“여보, 그만! 창피해요.”


“왜에~ 앙~”


헤일로가 미란다의 볼을 살짝 깨물었다.


“아잇! 정말!”


미란다도 질 수 없다는 듯 헤일로의 뺨을 잡아당겼다.


주헌은 또다시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질린 표정을 짓고는 바로 헤일로네를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추천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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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신벌 24.05.05 44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43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49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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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6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4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0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2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79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8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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