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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interer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의 시, 얼음의 용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LWinterer
작품등록일 :
2019.07.01 19:36
최근연재일 :
2019.12.10 12: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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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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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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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15장-귀향歸鄕 (4)

DUMMY

국경을 넘은 티엘은 요 며칠간 손에 넣은 마석과 마정석을 빠르게 처분했다.

다행히 레가야에서는 타국에 비해 마정석이나 마령에게서 얻은 소재를 처분하는 것이 간단하다. 영장사란 마석을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법이다.

지갑을 두둑하게 채운 티엘은 별 고민 없이 바로 말 한 마리를 산 뒤 곧장 란으로 향했다.

어차피 중간에 들를 곳 따위는 없다.

남은 것은, 길을 따라 달리는 것 뿐.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도에서 란까지는 상당한 규모로 정비된 도로가 세심한 관리 속에서 쭉 이어져 있다.

제도에서 출발한 이상, 이 길을 통해 란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했다.

그러나 조금은 묘한 일이다.

레가야에서 태어났고, 레가야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정작 티엘은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다.

그녀가 처음으로 레가야를 떠나 도달한 곳은 남쪽, 바다 건너의 공화국이었으니까.

새삼스럽지만, 참으로 멀리 돌아 란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이 유쾌한 여행 끝에 갖가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면 어땠을까.

원하지도 않았던 귀로에, 가지고 있던 추억도 하나씩 잃어가는 티엘은 잿빛 하늘을 응시하던 눈을 조용히 닫아 걸었다.

다행히도 르비아는 티엘을 향해 다수의 생령을 밀어붙이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녀의 위치를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계속 결계 내에 있었더라면 모를까, 외부에서 팔선급 생령을 데리고 들어오는 마법사를 잡아내지 못할리는 없다.

이미 국경을 넘어 대령결계 안으로 들어간 순간 그녀의 위치를 느꼈을것이다.

마치 사이좋게 술래잡기를 하며 일부러 못본 척 해주는 것처럼, 단순히 티엘의 움직임을 눈감아 주는 것이리라.

지금의 이 기분을 안심이라고 불러야 하는걸까, 아니면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하는걸까.

채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그을음만을 남기는 애매한 마음.

그것을 단칼에 잘라버리지 못하는 것은, 르비아나 티엘이나 모두 마찬가지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습격이 없기에 더더욱 두드러지는 것도 있었다.

티엘은 조금 답답한 가슴을 크게 열며 한껏 숨을 들이쉬었다.

기분전환보다는 대기중의 마력을 확인해보려는 목적이었다.

르비아는 이미 필요한 것을 모두 얻었다고 말했다. 그 스스로도 신화적이라고 칭할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이미 손에 넣었다고 단언했다.

황제의 함정 때문인지, 아니면 미세한 오차를 아직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그가 억지로라도 대륙 규모의 마법진을 움직이려 들었다면 충분히 해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자율를 되찾는대로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영역 전체, 최소한 레가야 내의 마법진에는 한계까지 마력을 머금도록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뜻밖에도, 티엘은 결계 안으로 들어온 뒤 대기중의 마력이 오히려 평균을 약간 밑도는 정도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히 티엘의 주변에 있는 마력을 고갈시킨 정도가 아니다.

일부러 영맥이 가까운 곳을 찾아보았지만, 조사 결과 대령결계 안쪽의 마력이 이상할 정도로 희박해진 상태라는 사실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뿐이었다.

그 막대한 마력을 이미 써버린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에 대규모 저장시설을 만들어두기라도 한 것일까.

'자세히 알아보고 싶지만······.'

결코 져선 안되는 싸움을 눈앞에 두고서도 철저한 준비를 갖추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티엘에게는 시간이 모자랐다.

티엘은 씁쓸하게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손금 사이로 하얀 먼지같은 것이 이따금씩 흘러내리다 사라진다.

그것은 잘게 빻은 소금처럼 미세한 얼음 결정이었다.

티엘은 마력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육신은 주인의 의지 따위는 무시한 채, 스스로 칼라가스의 형상을 재현하려 마력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력만 끌어오는 거라면 아직 여유가 있지만, 칼라가스를 강령시키는 것은 앞으로 한 번 정도일까.

아니, 그마저도 뒤를 돌아볼 수 없으니 사실상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티엘은 손 안의 얼음결정을 움켜쥐었다.

'초조해 하지 마, 칼라가스. 네 잘못이 아니야.'

이미 티엘은 지금의 상황에 어느 정도 초연해져 있었다.

하지만,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계약령들은 더더욱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생령들을 달래듯, 부드러운 손길이 말 없이 각인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애냐. 울지 않아도 돼. 슈니엘도, 파드마도. 난 괜찮으니까.'

따각!

순간 귀를 스치는 말발굽 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도시의 경계를 알리는 경계석을 막 넘어서는 소리였다.

티엘은 다시 눈을 뜨며 멀리 보이는 성을 조심스레 살폈다.

"탈리아 성······."

말을 살 때 미리 확인해둔 특징.

수호석을 박아넣은 특유의 성문은, 완전히 개방된 상태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문이야말로 산을 하나 만들 정도의 돌을 날려보내도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북부 레가야의 관문도시, 탈리아의 상징이었다.

북의 탈리아, 남의 게헤드.

각각 레가야의 북부와 남부의 중심지인 이 두 도시는 수도인 란과 변경백령인 동북방의 아르야의 뒤를 잇는, 레가야의 가장 핵심적인 요충지다.

따라서 이 두 곳의 영주는 대공의 가장 충실한 측근에게 맡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떻게 하지?'

티엘은 품 안의 통행증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우회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휴식을 취할 것인가.

마음 같아서는 우회하는 편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여기서 붙잡히면 란까지 곧바로 이송되거나, 운이 나쁠 경우 대공을 염려하는 영주의 독단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잘려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탈리아를 우회하면 다음 도시까지는 내일 낮까지는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몸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달릴 생각으로 짐을 지나치게 줄인 것이 화근이었다.

가지고 있는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거니와, 노숙을 준비할만한 물건도 구비하지 못했다.

하룻밤 밤이슬을 맞는 것 정도가 큰 문제가 되겠냐 싶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강행군으로 말이나 기수나 지친 상황에 또다른 짐을 지운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우회한다고 해도 한동안 제대로 보급하기는 힘들겠지······.'

탈리아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두고서, 인근 도시들이 여행자를 얼마나 배려해둘지는 미지수다.

짧게 한숨을 쉰 티엘은 말머리를 탈리아를 향해 돌렸다.

되도록 조용히, 변두리 지역에서 하룻밤만 쉬고 떠나면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 믿어볼 수밖에.

말이 다시 능숙하게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티엘은 곧장 모자 아래로 자신의 머리를 모아 쥐었다.

"애냐."

크게 휘어잡은 머리채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뒤이어 한 손으로 눈을 덮었다 치우자 맑은 보라색을 머금던 눈동자 역시 짙은 흑갈색으로 변했다.

티엘 특유의 색채는 순식간에 완전히 감춰졌다.

물론 마법으로는 미라야와 함께 대륙 최강으로 꼽히는 레가야다.

검문소를 지키는 병사들이 마법을 모른다고 해도 어설픈 환각마법은 역효과를 내기 쉽다.

하지만 티엘은 오히려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응시했다.

짜증스럽다는 손길이, 다소 거칠게 말을 멈춰 세웠다.

"통행패를 보여주-"

"여기요."

티엘은 일부러 다소 퉁명스러운 태도로 통행패를 내밀었다.

물론 위조다.

하지만 통행패라고 해봐야 어차피 소유자의 이름과 출신지, 그리고 대공가의 인장이 찍힌 나무토막일 뿐이다.

위조가 까다로운 대공가의 인장이라도, 그 대공가에서 나고 자란 티엘이라면 충분히 정교하게 위조해낼 수 있다.

"벨메린 남작 영애······? 죄송합니다만 이 패는 조금 오래 된 물건입니다. 재발급은-"

"지금 무슨 소리죠? 하일린에서 약학을 배우느라 바빴다고요. 고작해야 사 년 전에 발급받은건데요? 재발급을 받지 않아도 문제 없다고 들었고요. 이제 와서 그 딴 소리 해도 모른다고요!"

"그, 그래도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여, 영애께서는 마력 반응이 검출되셨습니다. 잠시 협조해주시겠습니까?"

"이젠 염색까지 트집잡는거에요, 지금? 영지 하나 없는 남작이라고 무시하시는거야!? 후회하게 되고 싶지 않으면 비켜요, 당장!"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쨍쨍 귀를 울렸다.

티엘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자 그녀를 가로막았던 병사들이 금세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말단이라도 귀족의 이름을 대면 조금쯤 긴장하는 법이다.

거기에 언성을 조금 높이고, 짐짓 화난 듯 눈을 치켜뜨는 것만으로도 '귀족을 화나게 했다'고 오해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벨메린 남작영애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제도 근방에 위치한 학술도시 하일린에서 약초를 다룬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러 하일린을 지날 때 슈니엘의 마력으로 도시를 샅샅이 뒤진 것은 단순히 심심풀이가 아니었다.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낸 신분은 생각 이상으로 쓸만한 물건이다.

벨메린 영애가 본래 어떤 성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검문소 병사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게다가 호위조차 없는 하위 귀족이고, 그것도 먼 곳으로 배움을 청하러 나간 상황이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흔히 '얼마 되지도 않는 귀족다움을 한껏 과시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풍겨나오는 허세를 비웃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까탈스러운 귀족 영애'의 모습에 맞춰주면 된다.

게다가, 아무리 레가야라고 해도 말단 병사들까지 마법을 다룰 줄 아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력반응이 검출되었다는 것만 알 뿐, 정확히 어떤 주문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까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다.

물론, 하일린에 공문을 띄워 벨메린 영애가 친가를 방문하러 자리를 비웠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녹록치 않은 일일 것이다.

안쓰러워보일 정도의 허세를 지켜보던 병사들은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짜증스러워하는 기색을 겨우 감추며 고개를 휘휘 젓고 있었다.

귀찮고 시끄러우니 빨리 보내자는 눈빛이 빠르게 오고가는 것이 훤히 보였다.

"뭐에요! 안열어!?"

그에 맞춰 티엘이 다시 짜증을 부렸다.

병사들은 넌덜머리를 내며 큰 소리로 '실례했습니다!'라며 즉각 길을 열어주었다.

안장에 묶어둔 짐보따리 속에 영장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티엘은 일부러 짜증을 부리며 느릿하게 문을 통과하면서도, 등 뒤에서 자신을 향해-정확히는 벨메린 영애에게- 쏟아지는 욕짓거리를 다소 미안한 마음으로 흘려보냈다.

마침내 검문소를 완전히 빠져나온 티엘은 눈을 들어 도시의 전경부터 살폈다.

'일단 들어오기는 했지만······.'

레가야 북부의 관문도시답게 숙박시설만큼은 넘치도록 있다.

상단이 지나다니는 일이 많기에 말은 커녕 마차 여러 대를 들여놓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을 확보해놓은 여관도 상당수다.

그러나 잠시 돌아다녀 본 티엘은 이내 한 가지 귀찮은 문제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여관은 도시를 지나는 상단이 점거하고 있었고, 덕분에 마구간에 빈 자리가 있는 여관이 없었다.

그나마 자리가 있는 곳도 개인 손님보다는 작은 상단을 들이려 하는 통에 도무지 낄 자리가 없었다.

도시 내에 마시장도 있으니 말을 팔아버리고 내일 새로운 말을 사는게 나을까.

아니면 조금 더 돌아다녀 보는 것이 좋을까.

모처럼 잠시 피곤해 고삐를 늦추더라도 알아서 길을 잘 찾아갈 정도로 길이 잘 든 말이다.

이대로 팔아버려도, 이만큼 영리한 말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

게다가 새로운 말을 산다고 해도, 티엘에게 익숙해지지 않은 말이 성질이라도 부리면 또 며칠 정도는 피곤해진다.

고민에 빠진 티엘은 어느새 제법 깊은 곳까지 발을 들이고 말았다는 것조차 한참이나 늦게 깨닫고 말았다.

"어······. 네가 이 곳으로 온 거니?"

푸르르르.

말은 마치 대답하려는 것처럼 투레질을 했다.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어느새 티엘의 눈 앞에는 다소 작은 여관이 나타나 있었다.

아니, 여관이라기보다는 민박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가정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건물이라, 문 위에 여관이라는 표시가 달려있지 않았더라면 그저 지나칠 뻔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주제에, 바로 옆에는 조그만 마구간도 마련되어있었다.

말하자면 소박하지만 제대로 갖춰진 여관이었다.

아마도 이 말의 옛 주인이 이 곳을 들른 적이 있었던 것이리라.

저렇게 작은 마구간이라면 상단 규모의 말이나 마차를 둘 수 없고, 애초에 여관 자체도 굉장히 작으니 사람들이 몰릴 일도 없다.

게다가 휑 하니 비어있는걸 보면 손님도 없는 듯 했다.

지금 기대할 수 있는 조건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고마워."

티엘은 말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뒤, 말에서 내려 직접 말을 마구간 안에 들여놓았다.

다행히 구유에는 건초가 상당히 남아있었다.

말에게서 안장과 등자, 재갈 등을 모두 풀어준 티엘은 옆에 내려둔 짐꾸러미를 들고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달그랑, 달그랑-!

흔히 듣는 것보다 조금 낮고 정겨운 종 소리가 울렸다.

문에 다는 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양이나 소에게 달아주면 어울릴 듯한 소리였다.

"어머나, 어서 와요. 숙박하고 가실건가요?"

예상대로 일반적인 가정집에 방을 몇 개 늘리고 지붕을 빌려주는 집이었다.

여주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조그만 숙박계를 티엘 앞으로 내밀어주었다.

"네. 저녁식사도 부탁드려요. 그리고 말도 한 번 봐주시겠어요?"

"네에,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식사 가져다 드릴게요. 열쇠는 여기. 원하시는 방 쓰시면 됍니다. 아참, 짐은 놔두시면 제가 옮겨드릴게요."

티엘은 흔쾌히 펜을 들어 숙박계를 작성했다.

가게 안에는 그 흔한 차림표조차도 놓여있지 않았다.

주문도 따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여관의 안주인이 손 가는대로 만든 음식을 내어주는 듯 했다.

물론, 거기에 불만은 없다.

여주인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짐을 정리해준 뒤 부엌으로 들어갔다.

주인을 도와 자신의 짐을 방에 올려놓은 티엘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재료가 익어가며 피어오르는 따뜻하고 구수한 냄새가 훈훈하게 맴돌았다.

"자아, 많이 들어요. 아직 나어린 아가씨가 지쳐보이는데, 그럴 수록 잘 먹어야 한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나온 것은 수프와 큼직한 빵 몇 개였다.

단촐한 식단이긴 했지만, 걸쭉하고 노르스름한 수프 안에는 잘게 썬 파와 으깬 감자, 특유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양송이와 곱게 다져 넣은 쇠고기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담겨 있었다.

함께 나온 빵 역시 약간의 마늘 향과 함께 따끈따끈한 김을 피워올리며 어서 먹어달라는 달콤한 유혹을 던졌다.

그저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식욕이 당길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었다.

꿀꺽, 군침을 삼킨 티엘은 기대감을 가득 안은 채 숟가락으로 한가득 수프를 떠올렸다.

'아······.'

순간적으로 티엘의 표정이 굳었다.

"저런······. 혹시 입에 안맞아요?"

"아, 아니에요. 뜨거운건 잘 못먹어서요. 정말 맛있어요."

여주인이 아차 하는 얼굴로 당황하는 것을 본 티엘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이내 연거푸 수프를 떠 입으로 가져갔다.

그제서야 주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따뜻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다행이네. 모자라면 더 줄테니까, 사양 말고 드세요?"

티엘은 웃는 얼굴로 여주인을 보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그녀가 등을 돌린 뒤, 마치 꺼져가는 불씨처럼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입안 가득 퍼올린 수프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드럽게 익은 건더기들도, 이제 막 구워낸 따뜻한 빵도, 입에 넣는 순간 마치 마른 모래를 씹는 듯 메마른 감촉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리이나가 몸을 치료해준 뒤로는 아직 한 번도 칼라가스의 마력을 쓴 적이 없었지만, 이미 티엘의 몸은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때로눈 눈의 초점이 맞지 않을 때가 있고, 때로는 균형감각이 마비되어 일어설 수조차 없을 때도 있다.

아직까지는 일시적으로, 한 번에 한두 가지의 감각만이 이탈하고 있지만, 분명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쓰라린 가슴으로 슬퍼하는 감정이 스며들었다.

'아직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걱정하지 말라니까?'

옷 위로 쓰다듬은 각인이 울먹이듯 잔잔하게 마력을 흘렸다.

티엘은 다시 한 번 괜찮다고 말하듯 각인 위를 툭툭 두드렸다.

하지만, 어느새 숟가락은 멈춰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먹을 수 없는 것들을 삼킨 것처럼, 목 아래로부터 불쾌한 감각이 등골을 따라 기어올라왔다.

티엘은 점점 씁쓸해지는 입안을 헹구듯, 조용히 물잔을 들어 치밀어오르는 불쾌감을 삼켰다.

그 때 문득 낡은 문이 다시 한 번 달그랑 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두 번째 손님이 온 모양이었다.

"허어, 여긴 오늘도 한적하군. 자네, 설마 적자 내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난 슬퍼질걸세."

발소리가 문으로 들어서는 동시에 늙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투를 보면 단골 손님인 모양이었다.

마침 여주인도 반색하며 주방 안쪽에서 달려나오고 있었다.

"어머, 어머. 영주님 슬프게 하면 난리난다구요. 그나저나 오늘도 여기까지 오신거에요?"

"자네가 끓여주는 수프 한 그릇이 이 노인네의 낙이 아닌가? 허허허허."

영주?

억지로 다시 숟가락을 쥐려던 티엘의 손이 딱 멈춰섰다.

어째서 영주씩이나 되는 자가 이런 후미진 여관까지 온단 말인가.

그러나 티엘의 그런 속내를 알지 못할 노인은 자연스레 다가오다, 티엘의 바로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당겼다.

조심스레 곁눈질로 옆에 앉은 사람을 돌아보았다.

목소리에서 이미 눈치챘듯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어쩌다 잃은 것인지, 왼쪽 소매는 텅 빈 채 노인의 움직임에 휘말려 덧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는, 사람일까······.'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얼굴도, 그리고 그 목소리도, 그 걸음걸이도, 떠올릴 수는 없지만,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하다못해 적인지 친구인지조차.

그저, 저도 모르게 긴장해버린 몸의 반응만으로, 상대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으리라는 것만 넌지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식탁 아래의 주먹이 옷자락을 꽉 말아쥐었다.

나를 알아챘을까.

나를 알아봤을까.

그러나 애간장을 태우는 티엘을 두고서도, 노인은 태연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티엘을 향해서는 곁눈질조차 주지 않는다.

단순한 착각인걸까.

티엘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끓이는 동안, 남자는 어느새 여주인이 가져다준 수프를 느긋하게 입으로 가져갔다.

"후우우. 매일 느끼는 거지만, 역시 살아있다는건 좋은 거구만. 이렇게 맛좋은 수프를 하루 한 번이라도 먹지 못한다면 참 아쉬울게야."

"어머나, 그렇게나 띄워주시면 부끄럽잖아요. 호호호."

"응? 하하하하, 이 사람! 어지간한 건 다 먹어봤지만 이 맛에 비할 건 별로 없다고, 내 전부터 누차 얘기 했잖은가! 거짓말이 아니래두? 하하하!"

노인은 진심으로 만족스럽다는 듯, 여주인과 말을 주고받으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여주인은 아부는 싫다고 말하면서도 입꼬리를 씰룩이며 금세 잔 하나를 가져왔다.

조금 희석시켜 데운 포도주였다.

늙은 육체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밤 잠을 이루는 데 도와줄 정도의 약한 술.

그러나 노인은 마치 그 것이 맥주잔이라도 되는 듯 들어올려 단숨에 잔을 쭉 들이켰다.

"게다가······."

만족스레 웃음을 짓던 눈이 살며시 돌아섰다.

하얗게 서리가 앉은 눈썹 아래로, 약간의 술기운을 머금은 눈동자가 티엘의 눈과 처음으로 마주쳤다.

"오래간만에 그리운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더더욱 기쁠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노인은 티엘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색이나 눈동자의 색을 바꾸는 정도로는 속일 수 없는, 지극히 확신에 찬 시선.

티엘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받아들인 것이다.

이 노인은,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와서 부정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노인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편안하고 따뜻한 표정을 담고 있었다.

마치 손주를 안아보는 할아버지의 푸근한 얼굴처럼.

"······당신은, 저의 적인가요."

티엘은 그저 담담하게 상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적이던, 친구던, 피할 수 없다면 파고들 수밖에 없다는 듯한 투였다.

그러자 노인은, 티엘로서는 조금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다, 연민을 품듯 미간을 좁히고, 무언가를 떠올리듯 눈을 감다, 마지막에는 뜻 모를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

그저 그 한 마디만을 쓸쓸하게 반복하던 노인은 손에 남은 잔을 굴리다 천천히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느릿한 말투로 티엘에게 질문을 되돌렸다.

"혹여 제가 아가씨에게 거짓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저를, 믿으시겠습니까?"

기억을 잃었다면 그가 말하는 것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으로 만난 자가, 망각을 방패삼아 친우를 연기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러나 티엘은 망설임 없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

"지금의 저는 당신을 처음 만났지요. 그러니, 믿어볼 수밖에요."

"믿는다······. 믿는다고 하셨습니까······."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또다시 그 한 마디를 몇 번이고 되새겼다.

아름다운 싯구를 음미하듯 혼자만의 여운에 잠겼던 노인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는 여관 안쪽을 향해 손짓을 보내, 접시를 닦다 말고 다가온 여주인에게 한 줌의 금화를 건넸다.

"여, 영주님? 이, 이렇게 많이는-"

"쉬-. 오랜 지인과 편안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러니 조금 이해해주지 않겠나? 자아, 자네는 아무것도 못 봤고, 오늘은 일찍 쉰 게야. 알겠지?"

"아, 알겠, 알겠습니다······."

노인의 조근조근한 목소리에 무언가 안좋은 낌새를 눈치챈 여주인은 재빨리 가게 안을 빠져나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항쟁같은 무거운 일에 휘말리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 없는 일이기에.

하지만 그녀가 걱정한 것처럼, 곧바로 불꽃과 폭풍이 난무하는 거친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밖에 남지 않은 가게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과거를 불태운 탓에 미래를 잃은 자와, 과거의 무게에 짓눌려 미래가 남지 않은 자들은, 마치 무엇을 해야 좋은 지 모르는 것처럼 긴 시간,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쌀쌀하군요."

한참을 침묵하던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인 것은 노인이었다.

티엘을 신경쓰지 않는 듯한 태도로 찻주전자를 불에 올린 그는, 잠시 후 따뜻한 우유로 가득 찬 두 개의 잔을 들고 식탁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티엘은 안심시키려는 듯, 앞서 잔을 들어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움직임 가운데 어느 하나 감추는 것은 없었다.

어차피 독에는 강한 내성을 지닌 티엘은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들어올렸다.

꿀꺽.

목으로 넘긴 우유는 여전히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유에 담겨있던 부드러운 온기는 천천히 퍼져나가 식어있던 몸을 데워주었다.

티엘은 들어올린 잔 너머로 조심스레 상대의 모습을 살폈다.

법의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옷과 주목을 깎아 만든 커다란 지팡이, 그리고 연륜을 보여주는 듯 풍성하게 기른 흰 수염.

마치 동화책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신언사(백마법사)의 모습이다.

하지만 식탁에 기대 세워놓은 지팡이는 마법을 다루기 위한 영장 (靈杖)이 아닌, 그저 노쇠한 몸을 의지하기 위한 평범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흐뭇하게 잔을 들어올리는 손은 세월에 깎여나간 탓인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마법사라기보다는,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에 가까웠다.

"저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했지요. 이제, 제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차피 답은 알고 있다.

이 땅에, 그녀의 아군 따위가 남아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티엘은 그의 입으로 대답을 듣겠다는 듯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노인 역시 얼버무리지 않겠다는 듯 순순히 그녀를 향해 돌아앉았다.

"그저 처음 마주친 사이라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테지요. 하지만 아가씨가 잊었다고 한들, 일어났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없는 법. 숨겨 무엇하겠습니까. 저는 아가씨의 적이었고, 아가씨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려 했던 자입니다."

노인은 그의 말처럼, 무엇 하나 숨기지 않은 채 그대로 진실을 담았다.

더이상 기력따위 남아있지 않던 눈에 문득 불길이 조금 되살아났다.

적의?

아니, 조금 다르다.

상대의 손을 무디게 만드는 연민 대신, 상대로 하여금 망설임 없이 검을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감정.

그것을, 적의라고 불러도 좋은 것일까.

"그러니 아가씨는 제게 받아가실 것이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자아, 이미 싸울 힘은 잃은 몸입니다. 부디, 원하시는대로."

"······적이라면, 제 목숨을 거둘 의무도 있지 않으신가요?"

"이 나이가 되면 더이상 은원에 손대기 싫어지는 법입니다. 노인이기에 써먹을 수 있는 치사한 편법이지요. 아직 젊은 아가씨와는 다른 법입니다. 허허······."

노인의 눈은 맑았다.

노환이나, 마법적인 무언가로 판단이 흐려진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나직하게 웃던 노마법사는 어서 오라는 것처럼 팔을 활짝 펼쳤다.

"언제고, 돌아오신다면 응당 이렇게 하리라고 정한 일입니다. 자, 이 늙은이의 핏값. 받아가시지요."

"진심으로, 목숨을 내놓겠다는건가요."

"은원을 잊은 것은 어디까지나 이 늙은이 뿐. 아가씨가 잊은 것은 어디까지나 기억일 뿐. 이 늙은이가 아가씨의 원수중 하나라는 사실은 남아있습니다."

노인은 망설이는 손녀를 달래듯이 말을 건넸다.

활짝 펼친 가슴을 가로막는 것은 한 장의 얇은 천 조각 뿐.

아무리 무딘 칼이라도, 그 심장을 찌르기에는 충분했다.

티엘은 천천히 팔을 등 뒤로 돌렸다.

허리 뒤로 돌려멘 우라실이, 그녀의 부름에 이끌리듯 손 안으로 빨려들어왔다.

가슴을 에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뽑혀나온 칼날이 망설임 없이 노인의 목 바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내뱉는 숨결마저도 베어버릴 듯한 차갑고 예리한 섬광이 번득였다.

순간, 검격에 휘말린 머리칼이 몇 가닥 얼어붙은 채로 떨어져 바닥에서 부스러졌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노인은 몸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왜 거기서 멈춰 계시는겁니까."

하지만, 얼음의 마검은 피를 머금지 않았다.

멈춰선 칼날을 채근하는 것은, 오히려 칼날이 겨눠진 쪽이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더라도, 마력을 머금은 칼끝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노마법사의 목숨을 거두기에는 충분하다.

더군다나 그가 검을 피하거나, 막으려는 생각조차 없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허공에 걸려있던 칼날은, 잠시 후 방향을 되돌려 조용히 칼집 속으로 되돌아갔다.

"적을 눈앞에 두고서 검을 거두시는 이유가, 대체 무엇입니까."

노마법사의 입에서 탄식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작가의말

내일이 수능이로군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신다면,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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