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그게 왜 잘못이 아닌지 모르는 작은 머리 인간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천천히 알려줘.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
이난나와 올간은 천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
올간의 눈도 무치만큼이나 좋았다.
이난나를 위협하던 사내가 단 한 방에 쓰러지는 것도 봤다.
보통 창으로도 그렇게 한 방에 그 자리에서 죽이기 쉽지 않다.
정확히 급소에 맞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에르호를 떠나 고예호에 도착할 때까지 아므하가 대단한 사람이란 말은 많이 들었다.
직접 보고나니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작은 머리 인간을 얕봤던 자신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힘은 약할지 몰라도 모자란 힘을 기술로 메웠다.
“아까 던진 거, 아니지 던진 게 아녔어.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긴 막대기에 붙어 있다가 날았다고 해야하나? 아므튼 그 창은 뭐야? 그 게 이난나가 얘기했던 그 짧은 창이란 거야?"
올간은 자기가 묻고 있는 것이 이난나가 이미 한 번 퇴짜를 맞은 질문인지 모르고 있었다.
아므하는 올간이 정확히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난나도 올간이 봤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아므하, 만약 올간 털 오라기 하나 다치면, 다신 안 볼거야.”
“이난나, 그건 무슨 말이야?”
올간은 이난나가 하는 말을 이해 못했다.
“지금까지 아므하가 쓴 그 창을 본 사람은 모두 죽였데. 너 지금 그걸 봤다고 말한 거고.”
올간은 영문을 몰라 아므하를 쳐다봤다.
“그건 한 일족이 스스로를 모두 죽인,,, 창이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다. 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준 한 남자가 그것만은 가르쳐주지 않으려 했지. 이미 이난나에게 모두 설명해 줬다. 그 일족은 그걸 만들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이거나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했다. 나를 가르친 남자는 더 이상 그런 슬픈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더구나. 나는 그가 그 창을 쓰는 것을 한 번 봤고 살아오는 내내 똑같이 만들어 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똑같이 만들었지. 그걸 만드는 동안 초초이카 같은 아이들에게 그 창이 가진 힘을 얘기한 적이 있었어. 그 게 일을 이렇게 만들 줄 몰랐어.”
아므하는 스스로는 몰랐지만, 자신의 것이 야크쉬가 만든 활보다 이미 월등했다.
화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야크쉬의 일족은 아틀라틀을 몰랐다.
야크쉬의 화살은 그렇게 정확하지 않았다.
그들은 깃털을 달지 않았다.
“어두워서 똑똑히 보지는 못했어.”
“이난나가 너를 무척 아끼나 보구나. 이제 너희에게만 알려주겠다. 그 누구도 알려줘서는 안되고,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써도 안된다. 이난나는 내가 죽기 전에는 이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누가 이걸 썼다는 말이 들리면 나는 올간을 죽이러 가겠다.”
올간은 이난나가 그렇게 창 솜씨가 좋은데도 잘 쓰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분명 아므하에게 배운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기술을 들키지 않으려면 남들이 보는데서 안 쓰는 것이 최선이다.
“올간을 죽이면 나는 당신을 죽이러 와야겠군. 나를 살려줬어도 그건 못 참겠는데?”
이리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나이에도 혼자 산을 오르려고 했던 노인이다.
그냥 농담은 아니었다.
“아므하! 말을 꼭 그렇게 해야돼? 꼭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무겁게 한다니까. 올간 그거 배우지마! 나 혼자 배울래. 아므하는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도 말고 올간 터럭을 건드릴 생각도 마. 할머니. 나 잘했지?”
“우리 사리나가 이렇게 똑 부러지는 딸을 낳았구나. 장하다. 장해. 당신도 이런 딸을 낳고 뭐가 모자랐어?”
아므하는 이난나와 이리나가 동시에 몰아 세우자 난감했다.
“아므하, 내가 옆에서 들어도 당신이 심했어. 올간한테 미안하다고 해. 안 가르쳐 주면 되지 뭘 그리 무섭게 말해. 이난나나 가르쳐 줘. 이난나가 올간을 가르쳐 주면? 이난나를 죽일거야? 그건 아니잖아?”
다르하도 여자들 편을 들었다.
“아므하, 이난나와 이리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할께. 난 안 배울거야. 이난나를 가르쳐 줘. 그리고 누가 가르쳐 달라고 이난나를 괴롭히면 아므하가 없는 동안에는 내가,,,혼내줄께.”
올간도 분위기를 봐서 죽인다는 말은 삼갔다.
“이거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 못 당하겠네.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이난나에게는 그 창을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겠어. 너는 누가 그걸 알려고 하면 누가 됐든 막아. 네겐 그 창을 빼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줄께. 어떠냐?”
“아므하, 그거 배우고 있으면, 우린 언제 돌아가? 이리나는 엄마가 보고 싶을텐데?”
“나와 같이 가. 이리나. 갈 수 있겠어? 일단 몸이 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닐만 해지면 같이 가자.”
이리나는 별 말이 없었다.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다르하는 어때?”
“달 하나 정도면, 그 때 되면 구역질도 좀 줄어들 것 같아.”
다르하는 배를 문질렀다.
“이리나, 올간, 이난나. 오늘 오랜만에 함께 모였는데 여기서 다 같이 자는 거 어때?”
“우리 애기들과 같이 자면 나는 좋지.”
천막 바닥에는 마른 풀과 가죽이 가지런히 깔려 포근했다.
더할 나위 없이 편한 밤이 지나갔다.
이튿날, 아므하는 한 밤에 가족들과 한 얘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아므하가 다르하, 이난나와 함께 에르호에 가겠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도 모두 함께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이리나의 체력이었다. 그녀가 회복 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
“쉬운 것부터 하자. 숨쉬기다.”
“응? 그런 건 안 배워도 날 때부터 할 수 있는 것 아냐?”
“그건 네 몸 만을 위한 숨쉬기고, 이 건 네 몸 안에 있는 혼을 위한 숨쉬기야.”
“혼이 뭐야? 이난나가 얘기하는 그 솔다따스인가 하는 걸 말하는 거야?”
“그냥 솔다따스다. 그리고 혼에 대해서 모른다면 솔다따스를 말하는 것도 어려워. 혼은 살아있는 동안 네 몸에 실려 있는 보이지 않는 어떤 정기를 말해.”
“정기는 또 뭐야?”
“이거 원 어린 아기를 가르치는 것 같군. 하나하나 다 말하자면 가장 쉬운 것조차 시작할 수 없어. 내가 너와 함께 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야. 그건 나중에 이난나에게 물어봐.”
“···”
“숨을 들이마시는 데 콧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느껴야 해. 숨이 목구멍을 타고 배꼽 밑으로 내려간다고 생각해. 배꼽 밑으로 새끼손까락만큼 더 내려가서 숨을 한번 동그랗게 돌려.”
“숨이 가슴까지 오는 건 느껴지는데, 그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아.”
“그 건 몸으로만 쉬는 숨이야. 그 느낌을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
“없는 느낌을 어떻게 마음 속으로 만들어?”
“내 손가락이 가는 걸 잘 봐.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숨이 지나가는 거야. 손가락을 보고 같이 숨을 쉬어.”
아므하는 숨이 코부터 목을 타고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손가락으로 그렸다.
올간은 큰 머리 인간의 사고 방식에 익숙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으라는 얘기가 가장 어려웠다.
아므하는 가장 쉬운 것이라고 했지만, 숨쉬기를 마음 속으로 그리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여기까지 내려온 그 느낌은 있지?”
아므하는 이 간단한 것을 깨치지 못하는 올간이 답답했다.
손가락은 다시 올간의 명치를 가리키켰다.
“그 느낌을 배꼽 밑에까지 가지고 간다고 생각해.”
올간은 아므하가 작은 머리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대단한 실력가란 것을 이미 알아봤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느낌을 지금 여기서 한번 동그랗게 굴려.”
아므하는 다시 자신의 손가락을 올간의 배꼽 아래, 방광의 바로 위쯤에서 돌렸다.
그렇게 설명은 계속됐다.
“이제 알겠나?”
마음만 먹으면 깨달음이 빠른 올간이었다.
“응, 이제 알겠어.”
“이것이 네 몸에 잠들어 있는 혼을 깨우는 숨쉬기야.”
“자는 애를 왜 깨워?”
“이난나에게 물어봐.”
아므하는 올간이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게 쉬워지면, 손가락 끝, 발가락 끝, 그리고 네 거기 끝까지도 보내는 연습을 하면 돼.”
아므하의 시선은 방광 밑으로 내려갔다.
“여기?”
올간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성기 부위를 가리켰다.
“그래 거기.”
웃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아므하의 광대뼈가 움직이는 모습이 올간의 시선에 스쳐지나갔다.
“이난나를 가르치는 동안 그 연습을 하고 있어. 눈 감으면 좀 더 잘 된다.”
올간은 똑바로 선 채, 눈을 감고 아므하가 시킨대로 따라했다.
***
“이난나, 이건 한나절만에 배울 수도 있고, 달이 여러 개가 지나도 다 배울 수 없기도 해. 오늘은 이 걸 어떻게 쓰는 지부터 가르쳐 줄게. 날 따라와.”
이난나는 주변을 살피며 아므하를 뒤따라갔다.
아므하는 짐승들에 대한 두려움은 내려놓은지 오래 된 듯 보였다.
아무도 없는 풀숲을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창처럼 생긴 긴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다른 손에는 어제 봤던 짧은 창도 몇 개 함께 쥐고 있었다.
올간이 봤다는 그 막대기임을 한 눈에 알아봤다.
“앞으로 네가 쓸 것은 이 것보다는 부드러운 대나무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힘이 많이 필요하단다.”
아므하는 말을 하며 창의 한 쪽 끝을 등 뒤로 돌려 다리 사이에 꽂았다.
엉덩이를 지지대 삼아 반대쪽 끝을 앞으로 밀며 구부렸다.
창이 둥글게 휘었다.
창을 구부린 손의 반대손에는 끈을 잡고 있었고, 끈은 창의 바닥쪽 끝에 연결되어 있었다.
아므하는 손에 쥐고 있는 끈을 구부린 창 끝에 걸었다.
끈은 팽팽하게 창의 양끝에 걸쳤고, 창은 여전히 둥글게 휘어 있었다.
“아므하, 이게 뭐야?”
이난나는 막대기의 갑작스런 변신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 작가의말
이번 화는 무협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바로 단전 호흡에 대한 내용인데요.
응팔 시절, 한참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소설 영웅문에 푹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그 땐 어린 마음(?)에 내공이 진짜 있다고 믿었어요.
단(丹)학에 대해서 책도 사보고 막 그랬답니다.
그 때 본 것들 중에 얼핏 기억 나는 것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무협에 내공이란 게 존재했다면, 그 시초가 분명 있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상상을 하며 써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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