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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888
추천수 :
689
글자수 :
289,832

작성
20.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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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9쪽

귀환1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27


모두 멀찍이서 올간과 무치를 보며 수군거렸다.


특히 올간을 보고는 말이 더 많았다.


큰 머리 인간치고 소문보단 머리가 작다느니,


생각보단 날씬하고 키가 크다느니,


특히 댕기나 수드라 같은 경우엔 훤칠하게 잘 생겼다는 말까지 하며 야단법석이었다.


그들은 마을남자들과 생김새가 눈에 띄게 달랐다.


올간은 이난나를 납치해간 장본인이었다.


지투나 아쿰 등 남자들은 올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무치는 올간의 싸늘한 분위기가 사슴을 두고 오고간 고성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올간, ‘이난나’라고 했나? 둘이 뭐라고 그런거야?”


“사슴을 왜 죽였냐며 화냈지.”


“살아 있는 거 아녔어?”


“얘 말고 이 놈 어미.”


“??? 먹으려는 거지. 바본가?”


영혼에 대한 믿음의 차이 때문에 이난나가 화낸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알 턱이 없었다.


“에이~씨!”


올간은 이난나를 바보냐고 말하는 무치도 곱게 보이지 않았다.


“아 왜 승질이야.”


“그냥 가자. 나도 몰라. 낸들 알겠냐?”


이난나는 여울과 함께 베르와 보그를 찾았다.


새끼 사슴을 보여주며 자초지종을 말하고 젖을 나눠줄 수 있는지 물었다.


보그는 예상대로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베르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공짜는 아니라면서 물통을 받아갔다.


보그는 아기한테 주고 남으면 모아서 주겠다고 대답했다.


무치의 덩치는 압도적이었다.


올간과 무치는 같은 해에 태어났고 만 열네 살쯤 됐다.


숫자를 센 적 없으니 정확한 나이는 그들도 모른다.


올간은 무치에 비하면 날씬한 편이지만, 초초이카보다도 다소 덩치가 컸다.


두세 해만 지나면 성장은 완전히 멈출 터였다.


이들은 이미 수컷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올간과 무치는 마을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사냥해 온 순록을 함께 먹은 후 되돌아가려고 일어섰다.


“이난나, 이제 배웅해 주고 와~! 또 잡혀가진 말고.”


여울은 자신의 어깨로 이난나의 어깨를 툭 밀었다.


여전히 짓굿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배웅은 무슨 배웅이야. 내가 또 납치되면 어쩌려고.”


이난나는 마지못해 일어났다.


“조심히···아니지 짐승들이 니네를 조심해야지. 새끼 밴 어미는 죽이지 말고. 알았지? 또 죽이면, 솔다따스한테 너희들 죽여달라고 기도할 거야!”


“솔다따스는 누구야? 기도는 또 뭐고?”


큰 머리 인간들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 믿었다.


기도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도 알 턱이 없었다.


“솔다따스 몰라? 숲을 움직이는 신령이야. 다음에 알려줄께. 다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해가 지기 전에 가야지?”


솔다따스, 신령, 기도 그 어느 것도 올간은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다.


이난나는 그저 올간과 무치가 빨리 돌아갔으면 하고 바랐을 뿐, 그들이 솔다따스를 알건 모르건 신경쓰지 않았다.


올간은 이난나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여울이나 작은머리 인간들은 둘이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댕기나 수드라 같은 소녀들이나 그들이 좀 더 머물기를 바랐다.


“어~ 그래.”


올간과 무치는 이난나에게 떠밀리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난나가 까치발을 들어 올간의 볼에 뽀뽀했다.


“잘가!”


“와!우~!”


여울 등 작은 머리 인간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환호성을 보냈다.


올간과 무치는 이난나가 한 뽀뽀의 의미를 전혀 몰랐다.


올간은 잘가라는 인사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무치는 왜 자신에게는 안하는지 궁금했다.


작은 머리 인간들에게 볼에 하는 뽀뽀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게 되는데, 특히 소녀가 소년에게 할 경우 수줍지만 좋아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그걸 몰랐다.


#28


해발 600미터의 고지대에 드넓게 펼쳐진 초원,


두 갈래로 흐르는 강, 넓은 동굴, 듬성듬성 펼쳐진 숲까지,


알타이 산맥 동북부에 자리잡은 그 곳은 남무 일족이 살았던 그 어떤 곳보다 풍요로웠다.


서쪽 강 건너 에르호까지 펼쳐진 숲은 산 아래 평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작은 머리 인간들이 강을 따라 동굴 일대로만 오지 않는다면 그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엔리케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에게 사냥과 겨루기 등을 배우는 청년들이 북쪽 강 건너의 동굴에서 독립해서 나왔다.


지금 살고 있는 동굴은 북쪽 동굴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엔리케가 자무카, 세바히쿠 등과 함께 사냥하러 나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북쪽 동굴은 에르호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난나 등 사리나의 일행이 떠나자 동굴 일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세바히쿠 등 남자들은 사냥을 나갔고, 동굴에 있을 땐 가죽을 무두질 하거나 창이나 다른 연장을 손질했다.


남무 등 여자들은 근처의 과일이나 먹을 수 있는 식물을 구해오고, 음식을 장만했으며, 아이들을 돌보고, 동굴을 치우고 꾸몄다.


올간은 동굴을 나가겠다고 선언했다가 사리나 일행의 등장과 함께 돌아와 은근 슬쩍 눌러앉았다.


사냥을 할 때 올간은 큰 힘이 되었다.


하르게가 빠진 마당에 올간이 또 빠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올간이 하는 행동이 미워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올간은 눈총이 따가운 것은 알았으나, 온 신경이 이난나에게 쏠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작은 머리 인간들은 삼 일이면 한 번씩 나타났고, 가끔 사슴이나 토끼 등 사냥한 것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29


하루는 올간이 염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누가 봐도 배가 부른 어미 염소였다.


“이 놈 사로잡느라 힘들었어.”


올간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죽이지 말라고 했다고 새끼 밴 애를 잡아오면 어떡해!?”


이난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동시에 대뜸 화를 내며 말했다.


“죽이지 말라며? 사피가 빨리 건강하게 커야 하는 거 아냐?”


“어휴, 내가 누굴 말려. 됐다. 잘했어. 잘했어. 하지만! 더 이상은 안돼!”


사피는 이난나가 새끼 사슴에게 지어준 이름이었다.


올간은 사흘이 멀다하고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다.


동굴에서 누구 눈치 안보는 건 알았지만, 오가는 거리를 생각하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피 엄마를 죽였으니 사피가 죽지 않도록 돌보겠다는 것이 올간의 주장이었다.


이난나는 처음에 데면 데면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도치를 대하듯 올간을 대하기 시작했다.


이난나는 사피 하나쯤은 문제없었다.


돌봐야 하는 짐승이 늘어날수록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죽음은 솔다따스의 뜻이었다.


아므하는 사람 마음대로 그 뜻을 거스르면 안된다고 했다.


사피를 언제 사슴 무리 속에 돌려보내야 하나도 고민이었는데, 염소까지 데려왔으니 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마을 사람들은 올간과 무치에게 호의적으로 변해갔다.


무치는 이난나와 가까운 올간이 늘 부러웠다.


말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한테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그저 이난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30


“또야? 새끼 밴 애들은 잡지 말라고 했잖아!”


이난나는 말로는 화를 냈지만, 속으론 올간이 기특했다.


염소가 가볍다고는 해도 새끼까지 배고 있었다.


들고 오려면 꽤나 무거워 보였다.


게다가 상처하나 입히지 않고 잡는 재주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사피가 배가 고프다며?”


올간은 이난나의 말투가 점점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슴으로 잡아오면 한 번에 끝날텐데···”


“올간! 미쳤어?”


“하긴 사슴은 너무 무거워. 혼자 못 들어.”


이난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 말라니까 더 한다.


이대로 두면 사방천지 새끼 밴 염소는 다 잡아올 태세였다.


말린다고 듣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너 안 되겠어. 사냥하는데 나도 데려가.”


이난나는 상처없이 잡아오는 비결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자신이 동굴에 잡혀갔을 때도 상처하나 없었다.


“안돼!”


“왜 안돼?”


“사냥하는데 여자를 데려가지 않아.”


“우리는 같이 가는데?”


“우린 아니야.”


“네가 또 새끼 밴 염소를 잡아올까봐서 그래.”


“뭐 문제 있어? 사피가 먹을 수 있는 젖이 좀 더 많은 게 좋은 거 아냐?”


이난나는 올간을 알게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를 어떻게 요리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말이 안 통할 때는 이 방법이 최고였다.


“나를 데려가든지, 아니면 더 이상 오지 말든지! 안 데려 갈거면, 오지도 마!”


“나도 널 동굴로 데려가고 싶다. 그게 안되니 나도 답답해.”


“누가 네 동굴로 간다고 했어?... 너 돌아가! 답답해.”


이난나는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며 등돌아 섰다.


시도 때도 없이 가볍게 말하는 올간에게 쌓였던 불만이 한순간에 터졌다.


올간은 이난나를 달래보려 애썼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아 증말. 농담도 못해. 미안미안, 장난이었어!”


이난나는 농담이라고 말하는 올간을 노려봤다.


“알았어. 알았어. 사냥하는데 데려가면 될 거 아냐!”


일단 말은 내뱉었는데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다.


작가의말

네안데르탈인 주요 등장인물

(네 : 네안데르탈인, 사 : 호모 사피엔스)

올간 : 주인공, 네 75%, 사 25%, 남성, 만 14세

남무 : 올간의 엄마, 네 50%, 사 50%, 여성, 만 35세

세바히쿠 : 에가의 남편 100%, 남성 26

무치 : 올간의 친구, 네 100%, 남성, 만 14세

하오게 :  100%, 남성 23

테오로 : 네 100%, 남성, 만 30세

자무카 : 한 때 동굴의 1인자, 네 100%, 만 33세

엔리케 : 남무의 남편, 네 100%, 남성, 사망

 

호모 사피엔스 주요등장 인물 

(전원 호모 사피엔스 100%)

이난나 : 주인공, 호모사피엔스 100%, 여성, 만 13세

사리나 : 이난나의 엄마아므하의 전처여성 43

초초이카 : 사냥이동 대장 역할남성 24

도치 : 이난나의 이부 오빠, 남성,  18

여울 : 발륵치의 현재 아내여성 25

아쿰 : 초초이카의 이부 형, 남성, 만 29세

베르 : 두돌 넘은 아기의 엄마, 여성, 만 21세

보그 : 신생아의 엄마, 여성, 만 18세

지투 : 남성, 만 19세

수드라 : 여성, 만 14세

댕기 : 여성, 만 12세


동물

사피 : 이난나가 구조한 아기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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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만 +22 20.06.01 50 12 13쪽
27 신령 +22 20.05.30 58 13 12쪽
26 사냥3 +22 20.05.29 53 10 12쪽
25 내공 +20 20.05.28 60 11 10쪽
24 할매 +22 20.05.27 61 9 14쪽
23 기술 +32 20.05.26 63 11 13쪽
22 질투 +22 20.05.25 55 10 12쪽
21 우천 +18 20.05.23 56 10 13쪽
20 늑대2 +18 20.05.22 52 12 11쪽
19 공존 +14 20.05.21 56 12 12쪽
18 늑대 +22 20.05.20 65 12 10쪽
17 사냥2 +10 20.05.19 69 16 11쪽
16 들것 +8 20.05.18 58 12 11쪽
15 가치 +8 20.05.17 60 12 13쪽
» 귀환1 +4 20.05.17 54 10 9쪽
13 생명 +4 20.05.16 59 8 9쪽
12 차이 +2 20.05.16 63 7 9쪽
11 치료 +4 20.05.15 64 8 8쪽
10 확인 +12 20.05.15 76 7 8쪽
9 재회1 +4 20.05.14 73 7 8쪽
8 조우 +4 20.05.14 80 7 8쪽
7 생존 +4 20.05.13 105 9 9쪽
6 해방 +4 20.05.13 115 11 8쪽
5 수색 +9 20.05.12 148 15 9쪽
4 동굴 +16 20.05.12 179 15 8쪽
3 여자 +9 20.05.12 250 21 8쪽
2 파호 +14 20.05.12 370 29 10쪽
1 실종 (6월 1일 수정) +56 20.05.12 899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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