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933
추천수 :
689
글자수 :
289,832

작성
20.05.15 18:25
조회
64
추천
8
글자
8쪽

치료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21


“올간, 마음 좀 크게 써봐. 나중에 나나 하르게가 올간을 도울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테오로가 다시 한번 부탁했다. 딱히 더 튕긴다고 좋을 것도 없었다.


올간이 보기에 등뼈가 놀란 정도였다. 만져 보니 부러지진 않았다.


하르게는 고통스러운지 움찔하며 신음을 흘렸다.


비명과 신음 사이 어디쯤이었다.


소소하지만 소녀를 대신해 복수를 하는 기분이었다. 손에 힘을 더했다.


“테오로 말이 맞아. 뼈는 크게 이상 없어. 잡아먹어 보면 뼈에 금이 가 있을 수는 있겠지. 확 잡아먹을까?”


세바히크는 어이가 없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리나는 큰머리 인간들이 모두 할머니라고 불렀다.


그렇게 오래 산 사람은 이리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올간에게만 자신의 모든 지혜를 알려줬다.


그래서 그녀의 치료법은 올간만이 안다.


테오로 자신이 포기한 경우에도 올간은 가능했다.


그는 따라할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옆에서 지켜봐도 도무지 따라할 수 없었다.


초초이카는 일어서다가 주저 앉았다.


사리나가 다가가 초초이카의 발목을 살펴봤다.


“부러진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만져보거나 움직이는 걸 봤을 때, 심한 것 같진 않아. 한동안 움직이면 안돼. 잘만 보살피면 다시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운이 좋다면 이전과 같이 사냥도 할 수 있을거야”


뼈가 부러졌다면 심할 경우 죽을 수도 있었다.


모두가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가장 먼저 버려지는 사람은 노약자였다.


사리나의 말은 초초이카를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리나는 남무에게 부탁해서 가죽을 모았다.


이난나도 초초이카의 발을 살펴봤다.


엄마는 초초이카를 안심시킨 것에 불과했다.


움직임을 봐서는 심하진 않았지만 뼈가 부러진 것이 분명했다.


“초초이카, 솔다따스를 믿지?”


솔다따스, 곰의 형상을 한 신령이라고 닐푸르와 아므하가 말했다.


사리나의 일족, 아므하의 일족 모두 솔다따스를 믿었다.


서로 다른 씨족이지만 같은 신령을 믿고 같은 말을 썼다.


“믿지.”


“나는 초초이카가 다시 예전처럼 움직일 수 있게 솔다따스가 도와줄 거라 믿어. 초초이카는 어때?”


이난나는 그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가 다치는 것을 보았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초초이카지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했다.


초초이카는 다시 못 걷는다 해도 지금 이난나의 따뜻한 말과 손길이 좋았다.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몸을 날린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난나는 아므하의 딸이 확실했다.


누구도 이난나의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는 모른다.


사실 작은 머리 인간들은 아버지가 누군지 잘 몰랐다.


다만 이난나는 아므하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아므하의 씨앗이 다른 씨앗을 모두 이겼으리라 추측할 뿐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단 하나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아므하는 이난나를 유독 사랑했다.


솔다따스를 따르는 지혜를 어린 이난나에게 모두 쏟아 부었다.


엄마에게서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을 배우긴 했지만 그 시간이 짧았다.


아므하에게 배운 지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난나는 경험이 부족할 뿐이었다.


“고마워. 위로해줘서”


초초이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고맙긴, 누구 때문에 다친 건데. 마음을 집중해. 그리고 나를 따라해. ‘솔다따스, 나 초초이카는 솔다따스의 힘으로 다시 걷길 바라’.”


“솔다따스, 나 초초이카는 솔다따스의 힘으로 다시 걷길 바라”


초초이카는 이난나가 시키는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숨을 깊게 들이 마셔. 네가 문을 여는거야. 솔다따스의 힘이 그 문을 통해 네 몸으로 들어오는 거야. 그 힘은 네 발로 내려갈 거야. 깊게 들이마시는 것이 중요해. 그 다음 솔다따스의 기운이 네 몸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참아.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내쉬어. 다시, ‘솔다따스, 나 초초이카는 솔다따스의 힘으로 다시 걷길 바라’.”


“솔다따스, 나 초초이카는 솔다따스의 힘으로 다시 걷길 바라”


“숨을 천천히 들이마셔. 다시 천천히 내쉬고.”


초초이카는 이난나의 손이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손에 닿은 부분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녀는 분명 그저 손을 대고 있을 뿐이었다.


이난나가 하는 말에 집중했다. 통증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그 사이 사리나는 가죽을 모아왔다.


초초이카의 발을 감싸며 단단하게 고정시킨 후 하르게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도 엄마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 저 사람도 크게 다쳤나봐. 내가 가도 솔다따스에게 하는 기도를 멈추지 마.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줄 거야.”


사리나가 자리를 비우자 초초이카와 둘이 있게 된 것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이난나도 바로 하르게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간은 갑자기 하르게의 턱과 목부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테오로는 예상하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사리나는 올간의 처치를 지켜볼 뿐이었다.


“하르게, 이제 다리를 움직여봐. 무릎을 가슴팍으로 당겨.”


하르게는 대충 따라할 수 있었다.


통증은 줄었지만 여전히 스스로 일어나긴 힘들었다.


“넓은 가죽으로 허리를 조금 감아줘봐.”


사리나가 지켜보다가 올간에게 조언했다.


“어떻게?”


올간은 사리나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잘 봐 둬.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풀었다가 다시 이렇게 감아 줘야해."


그 사이 이난나도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테오로는 하르게에게 좀 더 움직일 수 있는지 물었다.


“많이 편해졌어. 고마워 테오로, 올간 그리고···”


하르게는 사리나를 쳐다만 봤다.


“사리나”


올간이 대신 이름을 말했다.


하르게는 어설픈 발음으로 ‘사리나’라고 말했다.


올간은 모두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횃불과 자루 하나씩을 들고 숲으로 갔다.


#22


얼마간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사람들은 모닥불에 모여 사슴고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험상궂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밤이 꽤 깊었다.


남무와 사리나, 에흘린, 도치 등 이리나의 일가만이 남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부분은 동굴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올간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지. 한 번 들으면 거의 다 기억했어. 엔리케가 그랬는데, 아. 엔리케는 내 짝이야. 지금은 죽고 없지. 엄마가 올간을 애지중지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


“설마, 엄마가 엔리케를 좋아한 건 아니지?”


“무슨 말이야? 내 짝이니까 당연히 좋아했겠지.”


“올간은 엄마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


사리나는 남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딸의 남자를 좋아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올간이 그 남자를 닮았다고 좋아한다는 것은 더 이상했다.


남무는 남무대로 사리나의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큰 머리 인간은 작은 머리 인간에 비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서로 몰랐다.


남무 일족은 대체로 일생에 한 번만 짝을 이뤘고, 그 외 다른 이성과 잠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리나 일족은 누구나 언제든 짝과 헤어질 수 있었다.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도 각자 자유였다.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남자와 자든 아이는 여자가 낳았고 그녀가 바로 엄마가 된다.


아이를 낳을 무렵 같이 잔 모든 남자는 아이의 아빠였다.


남무 입장에서 사리나는 해괴한 상상을 한 셈이고, 남무는 사리나의 상상을 알 수 없었다.


화제는 다시 이난나로 옮겨갔다.


작가의말

네안데르탈인 주요 등장인물

(네 : 네안데르탈인, 사 : 호모 사피엔스)

올간 : 주인공, 네 75%, 사 25%, 남성, 만 14세

남무 : 올간의 엄마, 네 50%, 사 50%, 여성, 만 35세

이리나 : 올간과 이난나의 외할머니, 씨족의 할머니, 사리나와 남무의 엄마, 사 100%, 여성, 만 60세 

세바히쿠 : 에가의 남편, 네 100%, 남성, 만 26세

무치 : 올간의 친구, 네 100%, 남성, 만 14세

하오게 : 네 100%, 남성, 만 23세

테오로 : 네 100%, 남성, 만 30세

에흘린 : 올간의 친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19세

에가 : 알라하의 딸, 올간의 사촌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22세

하오마 : 알라하의 딸, 올간의 사촌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17세

알라하 : 남무의 언니,  네 50%, 사 50%, 여성, 사망

엔리케 : 남무의 남편, 네 100%, 남성, 사망

 

호모 사피엔스 주요등장 인물 

(전원 호모 사피엔스 100%)

이난나 : 주인공, 호모사피엔스 100%, 여성, 만 13세

이리나 : 올간과 이난나의 외할머니, 씨족의 할머니, 사리나와 남무의 엄마, 사 100%, 여성, 만 60세

사리나 : 이난나의 엄마아므하의 전처여성 43

초초이카 : 사냥, 이동 시 대장 역할, 남성, 만 24세

도치 : 이난나의 이부 오빠, 남성,  18

여울 : 발륵치의 현재 아내, 여성, 만 25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 SHINWOO
    작성일
    20.05.25 04:20
    No. 1

    서로 다른 문화니까.. 남무와 사리나가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5.25 11:33
    No. 2

    그쵸.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색에 따라 생각이 다르니까요. 말이 다르면 생각도 다르게 마련 아니겠어요? 언어가 다르면 기본적으로 문화가 다르다고 봐야합니다. 존댓말을 쓰고 안 쓰고에 따라서도 생각하는 게 확연히 달라요. 좋은 댓글 항상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v레테v
    작성일
    20.06.06 14:57
    No. 3

    어디까지 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9회부터 다시 정주행했네요 ㅋ 좋은 주말 되시고요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33
    No. 4

    ^^ 정주행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작가님 작품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HUNTER n GATHER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귀환2 +26 20.06.02 58 11 13쪽
28 기만 +22 20.06.01 52 12 13쪽
27 신령 +22 20.05.30 61 13 12쪽
26 사냥3 +22 20.05.29 56 10 12쪽
25 내공 +20 20.05.28 60 11 10쪽
24 할매 +22 20.05.27 61 9 14쪽
23 기술 +32 20.05.26 63 11 13쪽
22 질투 +22 20.05.25 56 10 12쪽
21 우천 +18 20.05.23 56 10 13쪽
20 늑대2 +18 20.05.22 53 12 11쪽
19 공존 +14 20.05.21 57 12 12쪽
18 늑대 +22 20.05.20 66 12 10쪽
17 사냥2 +10 20.05.19 69 16 11쪽
16 들것 +8 20.05.18 60 12 11쪽
15 가치 +8 20.05.17 61 12 13쪽
14 귀환1 +4 20.05.17 55 10 9쪽
13 생명 +4 20.05.16 59 8 9쪽
12 차이 +2 20.05.16 64 7 9쪽
» 치료 +4 20.05.15 65 8 8쪽
10 확인 +12 20.05.15 79 7 8쪽
9 재회1 +4 20.05.14 75 7 8쪽
8 조우 +4 20.05.14 81 7 8쪽
7 생존 +4 20.05.13 106 9 9쪽
6 해방 +4 20.05.13 115 11 8쪽
5 수색 +9 20.05.12 150 15 9쪽
4 동굴 +16 20.05.12 181 15 8쪽
3 여자 +9 20.05.12 250 21 8쪽
2 파호 +14 20.05.12 371 29 10쪽
1 실종 (6월 1일 수정) +56 20.05.12 902 8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