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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햄의 서재입니다.

나노머신 세계정복! 후삼국에서 시작!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냥햄
작품등록일 :
2023.08.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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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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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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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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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70) 무진도독성 (2)

DUMMY

전투는 치열했다.

병사들은 제각각 망치, 몽둥이, 편곤 같은 둔기들로 적들을 내려치고 뼈를 부쉈고

창으로 적들을 찔러갔다.


갑옷을 입은 적들은 창을 막아냈다 하더라도 둔기의 파괴력은 막아내지 못하여 충격이 몸 안으로 전해졌고 하나 둘 쓰러져 갔다.


특히 편곤이 크게 활약했는데 농사를 지으면서 익숙하게 사용했던 도리깨와 비슷해서 그런지 능숙하게 적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적들 또한 거세게 창으로 우리 병사들을 찌르며 반격했다.

병사들에게 죄다 입힌 갑옷 덕분에 급소는 보호할 수 있었지만 팔이나 다리를 찔려 전력에서 탈락하고 뒤로 후송되는 병사들이 늘어났다.


수적으로 한참 우세하여도 성벽 위는 좁은 통로나 마찬가지였기에 수적 우세를 살릴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성벽위의 우리 병력 숫자가 늘어나며 밀어붙여 갔다.


그런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는 모습에 나는 의문이 들었다.


'적들은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필요가 있나?'


외적을 맞아 싸우는 것도 아니고 같은 나라의 사람. 게다가 방수군 이라는 정규군이 섞인 병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었다.


분노한 병사들과 농민들이 김일에 대한 규탄 그리고 김일의 만행에 대해 잔뜩 외쳤기에 적들은 이 싸움에 대해 사기가 오르지 않을 터였다.


모든 분노는 어차피 김일 하나에 집중되어 있고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 없이 항복 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상황


지휘관 정도 되면 나라에 대한 충성과 출세에 대한 열망이 있겠지만

일반 병사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설마..'


"혹시 적들에게 항복 권유를 안 하고 있나?"

내 말에 견훤이 흠칫 놀라면서 전장을 바라봤다.


전장에서는 함성 소리, 비명소리, 전투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항복하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


'적들은 혹시 다 죽을꺼라 생각해서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건가?'

쥐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지금 상황이 딱 그러했다.


항복하고 싶어도 항복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당장 전장의 아군들에게 항복하면 살려주고 포로나 노비로도 삼지 않겠다는 말을 적들에게 하도록 전하라"


급히 부관을 불러 명령하는 견훤

저 무진 도독성에 있는 병력들도 내 병력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아차 싶었다.


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인데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가장 좋은 것은 김일 놈만 잡아 죽이고 전쟁을 끝내는 것.

김일 놈만 잡아 죽이려면 성 안에 있는 김일을 성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적들의 수괴를 죽이거나 도망치게 하면 적병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텐데 그리하면 항복하는 적들도 많을테고 이 전투 쉽게 끝낼 수 있을꺼야."


내 말에 수긍하는 능지와 견훤


'김일 놈만 성에서 끌어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나는 머리속에서 김일이 성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그려봤다.


'성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도망이고. 도망 갈 수 있게 되었으니 도망을 가는 것. 그렇다면 포위망을 풀어줘야 한다.'


"당장 북문 쪽의 병력을 물리도록 하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서문과 그리고 남문, 동문은 계속 압박하고 북문쪽에 농민들만 보이도록 하게. 서문과 동문의 농민들은 죄다 북문으로 가도록 하고 북문의 병사들은 서문과 동문으로 이동시키게"


내 말을 들은 병사가 꾸벅 숙이고는 말 고삐를 잡아챘다.


"병사들이 없고 농민들만 가득 보인다면 적들도 방심하겠지"


"북문쪽의 병력이요? 대놓고 병사들을 안 보이게 하면 적들도 함정이라 의심하고 나오지 않을텐데요?"


그 말에 나는 싱긋 웃었다.


"저런 놈들의 유형이 자기 목숨은 끔찍히도 아끼는 놈들이야. 이렇게 궁지에 몰렸을 때는 자기 혼자 만이라도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칠 놈이지. 이대로 계속 성 안에 남아있으면 우리의 피해는 커질지언정 도독 놈의 목숨은 10분(100%) 죽은 목숨일세. 함정이라 판단할 정신도 없을꺼고 함정이라 판단했어도 이대로 성 안에 있는 것 보다는 살 길이 있다 보여 탈출할걸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김일 만을 우선 제거 하는 것.

그것이 상책 중의 상책이었다.


"혹시나 그렇게 했다가 도독이 탈출에 성공하면 어떻게 합니까?"


"아! 잠시 기다리게"

그 말에 나는 내 명을 듣고 이제 출발하려는 병사를 불러 세웠다.


"농민병들로 가득 채우되 가장 뒤에는 말을 탈 수 있는 병사들을 대기시키도록 하게. 농민들이 잡지 못 했을 때는 기병들이 김일 놈을 잡아 죽이도록"


****


"서문의 성벽에 적들이 올라왔습니다!!"

"동문의 성벽에 적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천 쪽으로 적들이 나무 다리를 만들어서 순식간에 건너오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위급한 소리들

김일을 죽여라. 김일 돼지놈의 멱을 따버리자


하는 살벌한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김일 놈은 한낮 대로변에서 옷을 벗고 처녀를 강간하고 죽였다더라!"

"마을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불을 질러 태워죽였다더라!"


저지른 적도 없는 끔찍한 중상모략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병사들의 사기는 급격히 낮아지고 있었다.


"젠장! 내가 하지도 않은 거짓을 퍼트리고 있군! 이건 중상모략이야! 병사들에게 저건 다 거짓이라고 알려!"


무진도독성의 병사들은 적도들의 흉흉함과 자비없는 공격에 살기 위해서 단결하여 적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김일은 자신의 목으로 시시각각 칼날이 날아드는 느낌을 느꼈다.


"적도가 1만 5천이나 된다고?"

이미 수에서 15배나 차이나는 것을 알게 해주는 보고를 들은 뒤 부터 적들을 막아내고 성을 지켜낸다는 선택지는 지운 지 오래였다.


"에잇! 다 죽었을 꺼라 생각한 상단주 놈이 살아 돌아오다니. 그 놈 때문에 내가 이렇게 궁지에 몰리게 될 줄이야. 이젠 진짜 반란을 일으켰군"


이미 몇일 전 서라벌에서 올라온 전령을 통해 영화 상단주가 무죄 판결을 받고 서라벌을 급히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북문은 왜 아무 소식이 없지?"


"북문은 아직 적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음? 그래?"


"남문도 돌파 당하고 있는데 북문이 막아내고 있다고?"


"아마 북문쪽의 성벽이 가장 규모가 크고 넓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진도독성은 직 사각형 형태로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형태였다.


북문이라 하지만 정확히는 동북쪽

서문 또한 북서쪽. 남문도 남동쪽

서문은 서남쪽


북문 쪽이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는 소식에 그나마 희소식이라 생각했는지 김일의 머리 속에 희망이 약간 보였다.


3개의 진영으로 나눠서 출발하였고 능지가 서문, 영화가 남문, 능창이 동문 앞에 진을 치고 공략하는 상황이었기에 북문은 소외되고 있었다.


능지와 능창이 병력을 일부 할애하여 북문에 배치하고 있었지만

북문 바로 뒤에는 지금의 무등산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대규모의 병력을 배치하기 좋지 않은 형태였다.


"북문에서 적도들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뭣이?"


"정확히는 병사들이 빠지고 농민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완전히 다 물러가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적들이 그런 미친 짓을 할 리는 없고

김일은 병사들이 빠졌다는 소식에 반색했다.


"어서 가보자"


그렇게 무진도독성의 지휘관들과 김일이 북문 방향으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호위 기마병들 또한 함께 했다.


그 곳에는 한 눈에 봐도 다들 무장이 시원찮아 보이는 농민들로 가득했다.


"병사들이 빠지긴 했지만 농민들의 수가 많습니다."

몇천은 되어 보이는 우글우글한 농민들의 모습을 보며 다른 장수가 질려했다..


"그래도 적병들이 빠졌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김일에게는 빛. 희망이 보였다.


"훈련 받지 않은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여있구만"

김일이 성벽 아래를 내려다 보며 웃었다.


서문과 동문에 비해서 이 곳에서는 사다리 조차 보이지 않았다.


"북문을 통해 탈출하도록 하지"

김일은 고개를 돌려 성벽을 내려갔다.


"아니되옵니다. 딱 봐도 함정인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갑자기 북문에서 병력을 뺐다는 것은 이 쪽으로 탈출 하도록 유도하는 함정입니다."


"함정? 그래 이걸 함정이라 하세. 그러면 자네는 저 함정에 속지 않고 여기 가만히 앉아서 적들을 막아낼 방도가 있는건가?"


뒤돌아 보며 일갈하는 김일의 말에 다른 장수들의 입이 합죽이 처럼 닫혔다.


"이 곳에 있는 한 살아날 방도는 없네. 하지만 저 농민들을 뚫고 달아난다면 살아날 수도 있지. 아무리 함정이라도 혹시나 모르지 않나. 적들이 우리를 놓칠지"


김일은 자신의 뱃살을 출렁거리며 등자에 한 발을 걸치고는 힘차게 말 위로 뛰어올랐다.

뚱뚱한 것 치고는 날렵한 몸놀림.


김일은 안장 위에 걸터앉아 말고삐를 부여잡았다.

철갑을 입힌 큰 말과 갑옷을 잘 차려 입은 김일

김일은 자신의 말의 갑옷을 텅텅 두들겼다.


"자 보게나. 여기 적도들은 농민들이야. 말을 상대로 싸워본 적이 없는 놈들이지. 보병에게 기마병이 효과적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나는 말을 타고 밀어붙이면 충분히 뚫을 수 있을 걸세"



"와아아아!!"

"남문이 뚫렸다!! 적들이 들어온다!!"


"시간이 없네! 지금 당장 탈출해야 하네!"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하천 쪽이 뚫렸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소리였다.


그 상황에 장수들이 놀라 급히 성벽에서 내려와 자신의 말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던 호위병들도 말에 올라탔다.


"문을 열어라!"

김일이 우렁차게 외치며 머리에 투구를 썼다.


김일의 명령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앞에는 낫이나 쇠스랑 같은 농기구를 든 농민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북문이 열렸다!!!"


"저기 김일 놈이다!!"

"김일 저 개놈이 말을 타고 달아난다!"

"김일을 잡아 죽여라!"


총 30마리의 말들이

활짝 열린 북문을 향해 뛰쳐 나갔다


가장 앞에서 호위병이 길을 만들기 위해 말을 몰았다.


"어어어어!"

"으아아아아!"


힘차게 뛰쳐드는 말.

철갑을 두른 말들의 돌진에 농민들이 거세게 부딪히며 튕겨나갔다.

농기구를 휘둘러 보았지만 말이 쓰고 있는 철갑에 부딪히며 힘없이 튕겼다.


몇백kg의 육중한 몸과 몇십kg의 무거운 마갑.

거대한 질량의 충돌에 의해 농민들이 하나 둘 분쇄되어 갔다.

팔 다리가 골절되면 다행이고 두개골이나 가슴뼈가 박살 나서 즉사하는 농민들이 부지기수였다.


말에 의해 튕겨나가 죽어나가는 농민들

기마병들의 창과 칼에 찔리고 베여나가는 농민들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길을 뒤따라 달리는 김일과 장수들

말들의 빠른 속도에 농민들이 어쩌지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마갑 부분을 노리지 마! 마갑의 빈 틈을 노려라!"

"말을 노려! 말 다리의 빈 틈을 노려"


마갑이라 하더라도 말의 다리까지 덮지는 못 했다.

달리는 말의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 다리 까지 갑옷을 붙일 수는 없었고 마갑은 말이 치명상을 입지 않게 급소가 있는 다리 윗부분만을 보호하고 있었다.


농민들이 낫을 휘두르며 다리를 노리자 말의 다리에 상처가 하나 둘 쌓였다.

농민들의 낫질에도 말 뼈를 베어버린다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말 다리에 상처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히히히힝


"죽어라!"


그러다 어느 농민의 낫질에 앞장서던 말의 다리 근육이 잘려나갔고

이미 잔뜩 쌓인 상처에 이어 근육까지 크게 피해를 입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말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피해라!"


앞장서던 말이 쓰러져 장애물이 되자 뒤따르던 병사들과 장수들이 고삐를 잡아당겼다.


대부분의 말들은 힘겹게 장애물이 된 말과 병사를 뛰어넘거나 옆으로 피했고

몇마리는 쓰러진 말과 병사를 짓밟고 지나갔지만


미처 제대로 피하지 못해 발이 걸린 말과 그 뒤를 바로 따르고 있던 말이 쿵 부딪히며 땅을 뒹굴었다.


"김일이 도망간다!"

"말을 타고 도망간다 쫓아라!!"


하나 둘 말들이 다리를 베이며 자리에 쓰러져 갔고

쓰러진 말들을 뒤로 하고 장수들과 김일은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농민들의 진영을 뚫고 나온 김일.

김일이 자신의 주변에 함께 하고 있는 자들의 수를 세어보니 20명 정도 되었다.


10명이 저 농민들 사이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


"김일이 저기로 갔다!"

"성문은 포기해도 된다! 김일을 잡아 죽여라!"

뒤에서는 농민병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일이다! 박차를 가해라! 쫓아가서 죽이는거다!"

적 기마병의 목소리 마저 들려왔다.

심지어 여러 마리의 말굽 소리가 들려왔다.


김일은 안색이 새파래지며 말의 옆구리에 박차를 가했다.

"적 기마가 쫓아온다! 빨리 달려라!"


다시금 김일과 부하들은 말을 재촉하며 달렸다.


하지만 이미 여기 까지 전력 질주로 달린 말들은 헉헉 거리며 속력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영화상단의 기병들이 하나 둘 따라 잡더니 저항하는 자들은 찌르거나 베어 죽이고

김일의 기마병들과 장수들을 하나 둘 붙잡아 땅에 떨어트렸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학살과 생포 당하는 것을 본 장수들과 기마병들이 겁에 질려 사방 팔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김일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갈림길이 나오면 김일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식으로 흩어져갔다.


"김일 왼쪽으로 갔어! 난 김일 아니니까 쫓지 마!"

"나 김일 아니다! 김일 중앙길로 갔다!"


그럼에도 기마병들은 그 말을 믿지 못하고 흩어지는 김일의 병사들을 다 잡기 위해 모두 흩어져 추적을 했고


그렇게 김일 혼자 만이 남았다.


말은 지쳐서 헉헉 대며 무릎을 꿇고 땅에 앉았고

그런 말을 본 김일이 마갑을 벗겨주었다.


더 이상 뒤에서 적들이 쫓아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 마갑이 도망치는데 방해가 되겠지"


김일은 마갑을 힘들게 하나 하나 벗겨 던져 버리고는

자신도 입고있던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는 힘에 부쳐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마갑을 장착하고 벗기는 것은 원래라면 부하나 하인들이 해주던 일.

갑옷 또한 크고 무겁기 때문에 직접 입은 적이 별로 없었다.


숨이 차서 한참 헉헉대며 앉아있던 김일은 자신의 말의 다리를 보았다.

말의 다리에는 적들의 농기구에 베이고 찍힌 상처들과 피딱지들이 가득했다.


"내가 봤어! 김일 놈이 이리로 가는걸"

"내가 예전에 무진주 갔을때 김일놈 얼굴을 본 적이 있어!"


그때 뒤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거리가 좀 있긴 했지만 분명 농민들의 목소리


"자 이제 가야한다. 일어나거라"

히히히힝


억지로 말고삐를 붙잡고 일으켜 세우려 해도 말은 더 이상은 못 간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 길이 맞냐? 김일놈 본거 맞아?"

"아니 맞다니까? 못 믿겠으면 여기 모퉁이만 돌아보고 돌아가자구. 모퉁이 돌면 쭉 직진 길이니까"


"일어나! 일어나야 한다니까!""

퍽!

다급해진 김일이 말의 앞다리를 발로 찼다.


그러자 말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일은 말이 일어서자 등자에 발을 넣고 힘차게 뛰어올라 말에 올라탔다.


평소에는 한번에 할 수 없고 여러번 시도해야 하던 탑승이 긴박한 상황이 되자 아까도 그렇고 이번에도 한번에 성공하였다.


"가자! 저 치들만 따돌리면 천천히 걷게 해줄터이니"


말은 다리가 떨리지만 그래도 앞으로 걸어나갔다.

뛸 수는 없어도 지친 다리로 약간 빠른 속도로 걸었다.


그럼에도 이런 걷는 속도는 사람보다 빨랐다.


뛰지는 못해도 그나마 속도가 괜찮게 나오자 김일은 다행이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흥!


한숨을 내쉬는 순간 산비탈에서 길로 호랑이 한마리가 덮쳐왔다.

노랗고 검은 줄무니의 호랑이와 김일이 순간 눈이 마주치는 듯 했다.


끄아아아악!

호랑이의 입은 곧바로 말의 목을 물었고 그 충격에 김일은 뒤로 튕겨 나갔다.


히히히히ㅣㅇ!!

뒤로 튕겨나가 바닥에 떨어진 김일.

말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 몸부림을 치며 뒷발을 튕겼고


그 뒷발이 김일의 아래턱을 오른쪽에서 강타하며 김일은 피를 토했다

그렇게 김일은 정신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 눈을 뜬 김일이 주변을 살폈다.

눈 앞에는 핏자국이 흥건했고 자신의 말과 호랑이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 휘청대는 몸.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김일은 자신의 두 다리를 붙잡고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음? 저기 사람이 있는데?"

"야 저거 김일놈 아니냐?"

"이런 곳에서 저런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놈이면 김일 밖에 없지!"


"잡아라!"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김일의 안색이 새파래졌지만 얼굴은 핏물 범벅으로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새파란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으어어어"

김일은 뒤뚱거리며 도망쳤다.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질어질하여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도망쳤다.


술을 거나하게 마신 듯이 휘청이며 쓰러져도 다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속 도망쳤다.


그럼에도 뒤에서 뛰어 오는 농민들과의 거리는 좁혀져만 갔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죽을 것 같고 폐가 터질 듯 했음에도 김일은 억지로 뛰었다

이를 꽉 깨물고 싶어도 턱이 빠져버려서 고통스러웠다.

턱이 덜렁거림에도 김일은 억지로 뛰었다.


휘청 휘청 갈 지자로 가지만 그럼에도 김일은 뛰었다.


"으랴차!"

그러나 농민의 발길질이 김일의 엉덩이에 적중했고 김일은 그대로 앞으로 엎어져 버렸다

얼굴이 땅에 쓸리며 피투성이가 되었고 코가 깨졌다.


"으어어어 어어어 우아우아"


"뭐라는거야?"

농민이 김일의 등을 붙잡고 돌렸다.

그러자 김일의 얼굴이 들어났다.


얼굴이 온통 생채기가 나서 피투성이가 되었고 코는 깨져서 삐뚫어진 채로 코피가 흐르고 있었고 아래 턱은 빠져 버렸는지 입이 닫히지 않고 열려 있었다.

살짝 덜렁거리는 아랫턱을 억지로 움직이려 하며 김일이 뭔가 말 하려는 듯이 웅얼대며 비명을 질렀다.


"이 새끼 김일 맞아?"

"턱이 빠지고 엉망이 되서 잘 모르겠지만 전에 봤던 얼굴이랑 비슷해보이긴 하네"


그 말에 농민이 자신이 들고 있던 쇠스랑으로 김일의 배를 툭툭 찔러댔다.

"이런 툭 튀어나온 피둥 피둥 살 찐 배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지"


퍽!

쇠스랑의 뾰족한 세갈래의 쇠가 김일의 뱃속을 파고들었다.

지방층을 뚫고 근육을 뚫고 장기를 헤집었다.


그리고 그게 김일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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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임명 24.04.18 125 2 15쪽
76 (76) 민심 24.04.18 125 3 11쪽
75 (75) 서라벌 역모죄 24.04.18 129 3 16쪽
74 (74) 콩의 광풍 24.04.18 132 3 14쪽
73 (73) 서라벌로 24.04.18 131 3 13쪽
72 (72) 집무실 서류 24.04.17 131 3 13쪽
71 (71) 창고 24.04.17 132 3 14쪽
» (70) 무진도독성 (2) 24.04.17 130 3 18쪽
69 (69) 무진도독성 24.04.17 139 2 17쪽
68 (68) 봉기(2) 24.04.17 145 3 13쪽
67 (67) 봉기 24.04.17 153 2 17쪽
66 (66) 도착 +1 24.04.04 178 6 15쪽
65 (65) 상단 약탈 24.04.01 195 8 14쪽
64 (64) 뒷거래 24.03.20 237 8 13쪽
63 (63) 해적 박멸(3) +1 24.03.19 219 7 18쪽
62 (62) 해적 박멸(2) +1 24.03.18 202 6 14쪽
61 (61) 해적 박멸 24.03.18 200 2 13쪽
60 (60) 설전 24.03.16 23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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