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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주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가문 환생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쾌주
작품등록일 :
2019.09.05 00:28
최근연재일 :
2019.09.26 00:16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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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9
추천수 :
185
글자수 :
117,269

작성
19.09.07 00:56
조회
1,255
추천
16
글자
13쪽

3화.

DUMMY

“파르스··· 들리는 거 다 알고 있어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 되었네요.”


파르스는 제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몸을 움찔거렸다. 그간 억울하게 잡혀서 고문을 받은 후유증일 것이다.


‘저때는 그냥 빨리 죽고 싶었지. 누명을 쓴 것도 억울한데 고문까지 당했으니.’


제르는 파르스에게 다가가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파르스. 강재하를 알고 있죠? 우리 가문의 시조인 재하 강 공작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강재하를 말하는 거예요.”


무언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크게 몸을 움직인 파르스는 제르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제가 어떻게 그를 알고 있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바로 강재합니다. 바로 당신이지요.”

“허헛!”


신음 소리를 토해낸 파르스는 제르의 말을 부정이라도 하듯 격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제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르스에게 다가가 말을 이어갔다.


“파르스, 아니 예전의 강재하.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말아요. 제가 당신의 한은 꼭 풀어드리도록 할게요.”


제르의 얼굴을 쳐다보던 파르스는 그의 말에 수긍이라도 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곧, 파르스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제르의 손을 향해 뻗어 나갔다. 빛에 휩싸인 제르는 알 수 없는 따듯한 느낌에 온 몸이 나른해졌다.


번쩍!


파르스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빛이 제르의 손을 통해 그의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빛무리가 제르의 몸을 밝혔다. 잠시 뒤 빛이 점점 사그라지더니 제르의 몸속으로 숨어버렸다.


빛이 사그라지자 파르스는 희미한 표정을 남긴 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날 믿어주어서 고마워요.”


제르는 파르스를 뒤로 한 채 밖으로 나갔다.


똑똑똑.


“문을 열어주세요.”


제르의 말에 문지기가 곧바로 문을 열었다.


“도련님 별일 없으셨나요?”

“네. 괜찮습니다.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제르가 인사를 하고 저택으로 돌아가자 문지기는 안으로 들어가 죄수의 상태를 살펴봤다. 그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편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죽은 듯 앉아 있었다.


‘뭐지?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다른데.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저렇게 변한거지. 뭐 내가 참견할 부분은 아니니까. 이상 없어 보인다고 보고만 하면 되는 거지.’


죄수의 상태를 살핀 문지기는 서둘러 나가서 첫째 휴에게 보고사항을 올렸다.


“도련님 어디 다녀오십니까?”


저택으로 다시 들어가자 마침 홀을 지나던 로간이 제르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잠깐 앞에 바람 좀 쐬러 나갔다 왔어요. 저는 방에서 쉴 테니 따로 부르기 전까지 찾지 말아주세요.”

“네. 그럼 점심 준비가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주세요. 고맙습니다.”


로간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곳에서 그를 추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왠지 모르게 찜찜해. 일을 빨리 진행해야겠어.’


그는 급하게 어디론가 자리를 옮겼다.


방으로 들어온 제르는 방문을 잠가놓고 침대에 올라앉았다.


“점심까지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 3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건가?”


자리를 잡고 시간을 가늠한 제르는 조심스럽게 몸 안에 숨어 있는 빛을 끄집어냈다.


‘후··· 시작해보자!’


제르는 빛을 한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했다. 빛은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제르의 의지에 따르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제르의 머리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고도의 집중을 하는 그의 몸에서 무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온 몸이 땀에 젖은 제르의 육체가 허물어지듯 침대로 쓰러졌다.


“헉헉··· 이 짓도 못할 짓이야. 그래도 생각하는 만큼은 성공했네. 파르스의 능력이 기억했던 것보다 더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 정확히 기억한 만큼의 수준이었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냄새나서 못살겠네. 샤워나 해야겠다.”


제르는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노폐물의 냄새에 코를 막고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며 밖에 있는 시종을 불러 방을 정리시키고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방에는 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련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방 안에 악취가 가득하더군요.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로간··· 별일 아니에요. 낮잠을 잤는데 악몽을 꾼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니 땀범벅이 되어 있더라고요. 몸이 안 좋은지 땀 냄새가 심하게 나네요.”

“큰일을 당하셔서 그런지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것 같군요. 백작님께 말씀드려서 신관님이라도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으니 가서 다른 일 보세요. 식사 준비는 다 되었나요?”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찌하시려고··· 식사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각자 업무 때문에 별도로 식사하시니 도련님도 원하실 때 식사하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로 하겠습니다.”

“네. 따로 부르기 전까지는 찾지 말아주세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멀어져가는 로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제르는 식당으로 향했다.


‘벌써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보지?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로간의 모습을 보자 그를 바로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당장에 로간을 처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로간과 싸우게 된다면 지진 않을 거야. 힘겨루기를 하게 되면 힘들겠지만 기술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어. 하지만 다른 누가 그와 함께하고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힘을 드러내면 안 되겠어. 충분한 힘이 생기기 전까지는 조금 더 참아야겠다.’


파르스를 통해서 그의 기운을 흡수한 제르는 소드비기너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무런 단련도 할 수 없던 몸을 치유하기 위해서 파르스의 기운을 전부 쏟아 부었기 때문에 경지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뛰어난 제르의 육체와 수많은 환생의 경험으로 얻은 검술은 웬만한 상대와 대적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지킬 정도는 되었다.


‘빨리 힘을 모아야겠어. 그전에 아버님께는 언질을 드려놔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로간 저놈이 나를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으니 따로 만나 뵙기도 어렵군. 분명 나를 계속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아.’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제르는 곧바로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연무장에 가서 수련을 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상태는 아직도 육체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는 좌식 연공만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자신을 감시하라고 몇몇 시종들을 심어놨을 것이 분명하기에 하는 수 없이 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힘을 모으려면 강재하의 기운들을 모아야 할 텐데 지금 당장에 밖으로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답답하네. 재하 강 공작의 기운만 가지고 오면 웬만한 일은 다 해결될 텐데.’


제르는 자신이 과거에 환생했던 육체의 기운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다만 파르스를 제외하곤 지금 당장에 얻을 수 있는 육체의 기운이 없었기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몸을 좀먹고 있던 구음절맥을 없앤 것만 해도 큰 성과다. 약화에 쏟아 붓던 자연의 기운을 육체 강화로 돌려놔야겠다.’


처음 제르의 육신을 얻고 죽어가던 몸에 자연의 기운을 흘려보내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파르스의 기운을 얻게 되면서 그 기운으로 죽어가던 제르의 몸을 재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막혀있던 혈도를 다 뚫음으로 점점 죽어가던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태생적으로 최고의 육체를 지니고 있던 제르에게 자연의 기운을 몸에 두르고 연공을 시작하자 눈에 띄게 몸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자연의 기운은 재하가 오래전 숲의 종족을 통해서 얻은 특별한 능력이었다. 그들은 특별한 수련을 하지 않았지만 종족 특성처럼 내려오는 자연의 기운을 다루는 능력을 통해 성장을 했다. 급성장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경지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들에게 우연히 배워둔 능력이 환생 시 생존력을 크게 높여주게 되었다.


제르가 한창 수련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백작님께서 준비하고 내려오시라고 합니다.”


‘손님? 누가 찾아왔기에 준비까지 하고 내려오라고 하는 거지?’


제르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심부름을 한 시종에게 물었다.


“미리 언질도 없으셨는데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러 오라 하시다니 누가 찾아왔죠?”

“하이드 공작가의 손님이 오셨다고 합니다.”

“하이드 공작가에서요?”

“네. 어서 준비하고 내려오시라 합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내려갈게요.”

“준비를 도와드릴 사람을 불러드릴까요?”

“아닙니다. 제가 혼자 준비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백작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종은 제르에게 백작의 말을 전달하곤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제르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백작가를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내려갔다.


“저기 오는군요.”


필라오 백작의 말이 홀에서 들려왔다.

홀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처음 보는 인물 둘이 있었다.


“제르야, 와서 인사드리어라. 하이드 공작님의 영애시다.”

“안녕하십니까. 제르 데 강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세레나 라 하이드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제르의 또래로 보이는 소녀는 하이드 공작의 셋째 딸인 세레나였다.

제르와 인사를 나눈 일행은 응접실로 자리를 옮겼다. 필라오 백작은 세레나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세레나의 맞은편에 앉은 제르는 자신의 눈앞에 앉은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제르는 오늘 처음으로 세레나를 보는 것이었다. 금실 같은 백금발을 찰랑이며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엔 소녀가 가지기 어려운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미모가 상당하네. 지금까지 봤던 여자 중에서 상당한 외모야. 아마 모계쪽 유전자겠지? 공작이 누군지 몰라도 꽤나 공들였겠어.’


자리에 앉아 필라오 백작과 이야기 하는 세레나를 앞에서 지켜보았다. 공작가의 자제답게 단정한 몸가짐을 한 그녀의 모습을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하듯 찬찬히 살펴보았다.


‘응? 저게 왜 저기에 있어?’


세레나의 외모를 살피던 제르는 세레나가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에 눈이 멈췄다.


‘저 팔찌는 분명히 생명의 팔찌인데? 비슷한 물건인가? 아니야. 내가 저 팔찌를 기억 못할 수 없잖아.’


세레나가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때 필라오 백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르야. 너의 의견은 어떠니?”

“네? 뭐라고 하셨지요?”

“이런. 손님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해주마. 지금 하이드 영애께서 파랜드 공국으로 가시는 길이시다. 그 길에 너와의 동행을 요청하셨다. 너의 상태를 간략하게 말씀드렸으나 네 의견을 묻고 결정하시겠다고 하신다.”

“파랜드 공국으로 동행을요? 저를 왜 데리고 가시려고 하시는지요?”

“그 이유는···”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필라오 백작의 말을 이어서 들어온 세레나는 제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기억상실증에 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예전의 기억은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 제르님께서 저희 집에 오셨던 적이 있었죠.”


‘내가 저 집에 간적이 있었나? 아직 몸의 기억이 다 돌아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


제르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보려 애썼다.


“그때 저희 아버님께서 제르님의 이야기를 해주셨답니다. 또래의 아이들 중에서 제르님보다 명석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며 소문을 통해서 또 다시 들을 수 있었지요.”


세레나는 그 말을 전하며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이번에 제가 파랜드로 가는 것은 단순히 친목을 위해 가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정치적인 부분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녀는 조금 엄숙한 어조로 말했고 제르의 눈빛이 흥미로운 듯이 빛났다.


“그리고 그곳에 동행할 수 있는 조건에 적합한 사람이 제르 공자입니다. 저와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세레나의 갑작스런 제의에 제르는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세레나는 제르의 그런 심경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제의에 놀라셨을 줄 압니다. 거기에 몸 상태도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과한 요구를 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영애님의 요청은 받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르는 평상시 같으면 거절했을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팔에 채여 있는 생명의 팔찌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여기서 세레나를 그냥 보내면 저 팔찌는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어떻게 저걸 손에 넣나 고민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기회를 만들어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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