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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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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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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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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가의 방문(5)

DUMMY

18. 암흑가의 방문(5)



“얌전히 따라왔으면 좋겠는데.”


그리 말하며 스산한 눈을 빛내는 남자.


거절한다면, 전투가 벌어지겠지.


내 대응은 간단했다.


“안내해라.”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의외로군.”


남자는 이상한 듯 눈썹을 꿈틀댔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나를 안내했다.


그 후 도달한 곳은 5구역.


‘여긴 항상 이 모양이네.’


거리 곳곳에 죽음이 가득한 게 아주 바뀌지를 않는다.


‘바꿀 생각도 없는 거겠지만.’


당연하겠지만, 로스카의 영주는 빈민 구제 따위에 신경 쓸 위인이 아니다.

오히려 빈민가를 유지하면서 얻는 이익에 초점을 둘 인간이지.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만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게, 또 어찌 보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5구역에서도 인적 드문 골목으로 안내하던 남자는, 누가 봐도 수상한 곳에서 멈추어 섰다.


“들어가라.”


지하와 연결된 듯한 통로.

괜히 들어갔다가 칼빵이라도 맞을 법한 분위기지만, 망설임 없이 진입했다.


촛불 하나 없이 어둠을 헤치며 내려가니 넓은 공동이 나왔다.


좌우로 늘어진 촛불이 공간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한복판에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고급 원목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칼 같은 기세의 사내들이 주위로 기립한 채다.


그리고 그 의자에, ‘보스’가 파묻히듯 앉아 있었다.


얼굴에 대각으로 새겨진 기다란 흉터와 짧게 자른 적발.

하얗게 바래 색이 다른 왼쪽 눈까지.


게임과 똑같은 얼굴이다.


네임드 NPC. 아제르 하운디드.

암흑가에서는 일명 ‘적랑’으로 통하는 사내.


그가 등장했다는 건, 내가 생각하던 그 이벤트가 맞다는 뜻이다.


나를 확인한 아제르가 자세를 바로 하고 피식 웃었다.

곧 그가 입매를 비틀며 나의 이름을 읊조렸다.


“천진혁, 천진혁, 천진혁.”

이윽고 형형히 빛나는 눈동자.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더군. 대체 왜 이리 귀찮게 구는 거냐? 아주 바쁘시던데.”


일상적인 어투지만, 그 속에 살의가 담겨 있다.


단어 하나하나에 피가 묻어 나오는 느낌.


‘이게 적랑인가.’


쫄리긴 했지만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

아무렇지도 않은 양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요 며칠간 바쁘긴 했지.”

“푸흐······.”


아제르는 낮게 웃음을 흘리더니 다시 흘러가는 말투로 내뱉었다.


“네 덕분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난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너희가 피해를 봤다면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두지.”

“창고는 대체 왜 턴 거냐? 가져갈 거면 비싼 거라도 가져가던가, 하필 잡동사니를?”

“의뢰 때문이었다. 남의 보물을 훔치면 어떡하나.”

“그 창고는 나름 극비였는데 말이야······.”


점점 흥이 돋는 듯, 아제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어지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


“우리 물건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지? 신고도 안 하고 계속 타고 다닌 걸 보면.”

“아, 스쿠터도 너희 거였나? 썩 괜찮은 물건이더군.”


맞받아치자, 아제르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공간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소리.

문득 어지러웠지만 내색은 않았다.


이윽고, 싸늘해진 표정의 그가 웃음을 뚝 끊었다.


“대가는 치러야지. 어떻게 할 테냐?”


갑자기 돌변한 태도. 문득 공간의 온도가 낮아진다.

팔에 닭살이 돋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


“뭘 원하지?”


내가 되묻자, 아제르는 몸을 도로 의자에 파묻으며 내뱉었다.


“우리에게 가담해라.”


또다시 묘하게 살가워진 분위기.


조금 전까지는 살기를 줄줄이 발산하며 으르렁대다가도, 갑자기 편안하게 분위기를 풀어버린다.


상대방이 대응할 갈피를 못 잡게 만들어,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술수다.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무심히 대답했다.


“무슨 말이냐? 우리라니?”


모르는 척 물었지만, 당연히 이미 알고 있다.


헥터가 <동물원>의 상품을 훔치도록 꼬드긴 것도.

헐값에 스쿠터를 빌려주고 모르는 척 거래를 제안했던 것도, 모두 이 한 사내의 짓이다.


헥터는 그저 손아귀에서 놀아난 체스 말이었을 뿐.


왜 그런 짓을 했냐?


‘이놈들은 반<동물원> 세력이니까.’


물밑에서 밑바닥 인생들을 포섭해 나가며, 차근차근 <동물원>을 전복시킬 계획을 세웠던 그들.


그 계획의 첫 단추를, 내가 깔끔히 뜯어버린 셈이었다.


평범한 이라면 응징하려 들었겠지만, 아제르는 영리한 남자.

응징보다는 포섭을 생각하는 중이다.


아제르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동물원>을 칠 거다. 네가 처리한 헥터 대신 우리를 도와라.”

“그래서 너희들이 누구길래 <동물원>을 친다는 거냐?”

“당장 알려줄 수는 없다.”


신중한 태도의 아제르.


나는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싫다면?”

“죽겠지.”


담담한 한마디.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저 말은 사실이었다.


힐끗 주위를 살폈다.


어느새 무기를 뽑아 든 사내들.


눈앞의 아제르는 논외로 쳐도, 옆에 서 있는 부하 하나하나가 나보다 강하다.

또한 아까 나를 안내했던 복면 남자도 무시 못 할 실력자.


당연히, 맞붙는다면 죽음뿐이다.


5구역 뒷골목에서 흉계나 꾸미는 삼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전력.

실제로 이들은 삼류가 아니었다.


암흑가를 지배하는 거대세력 중 하나이자,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남부에 적을 둔 단체.


<루모콘티아 카르텔>.


아제르를 포함한 남자들은 그 <카르텔>의 특무대다.

그들의 임무는 눈엣가시 <동물원>을 몰아내고 로스카를 차지하는 것.


거물급 뒷배에 본신의 실력까지 받쳐주니,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이 날아갈 상황이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물었다.


“내게 올 이득은?”

“전리품이라면 얼마든지 나눠주지. 원한다면 우선 선택권도 주겠다. 어차피 우리는 물질적인 것을 노리는 게 아니니까.”


아제르는 거짓말을 즐기지 않는 남자다.

앞서 경고도 진심이었듯이, 전리품을 나눠주겠다는 말도 진심이다.


왜 확신하냐면······.


‘직접 겪어봤으니까.’


카르텔과 함께 <동물원>을 격퇴했던 적이 대여섯 번쯤 있었던가.

그때마다 아제르는 전리품과 보상을 아끼지 않았다.


암흑가의 자존심과 격으로 똘똘 뭉친 사내.

그게 바로 눈앞의 아제르다.


이들과 손을 잡으면 <동물원>의 상품을 손쉽게 가로챌 수도 있겠지.


‘······.’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최선이다.


“손을 잡겠다.”

“잘 생각했다.”


당연한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


그러다가 돌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동물원>과 친분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혹시 뒤통수를 칠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이 바닥에서 친분 운운하는 거냐? 돈이 되니까 거래했을 뿐이다. 더 좋은 선택지가 나타난다면, 갈아타지 못할 이유도 없지.”

“푸흐, 맞는 말이군. 역시 마음에 들어.”


그렇게 혼자 웃던 놈이 또 갑자기 정색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잣대겠지. 널 당장 신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안전장치를 하나 만들까 하는데.”


‘이중인격이야 뭐야.’


이건 또 색다른 부류의 미친놈이다.


말려들지 않아야 하는 건 알고 있는데, 역시 쉽지는 않았다.


“안전장치?”


나른한 듯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아제르가 손짓했다.


그에 내 손에 쥐어지는 적색 팔찌.


───


[폭탄 통신 팔찌]


―본래 평범한 통신 도구였으나, 공학자의 개조를 받아 특제 폭탄이 심어졌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사용자의 목숨을 앗아가기엔 더할 나위 없는 위력입니다.

허락되지 않은 파괴 및 탈착을 할 시, 자동으로 폭발합니다.


▶등급: C+


▶분류: 팔찌 / 폭발물


▶특성: 통신(F) 폭발(C+)


───


통신 도구라면서, 통신보다 폭발 기능이 훨씬 강했다.


딱 봐도 악의가 느껴지는 물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낮게 웃었다.


“별건 아니고. 작은 선물이다. 한번 차 보지 그래? 어울릴 것 같은데.”


권유하듯 말했지만, 당연히 안 끼면 여기서 널 토막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물은 무슨.’


팔찌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마당에 이딴 걸 손에 차는 것도 영 기분이 이상했지만, 저항은 무의미한 일.


슥-


순순히 팔찌를 차자, 뒷골목의 적랑이 마음에 든다는 듯 붉은 미소를 그렸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통신 장비일 뿐이니.”

“그게 끝은 아닐 거 같은데.”

“말했잖나. 안전장치라고. 말과 행동만 조심하면, 문제 될 게 없을 거다.”


‘이건 거짓말이고.’


마치 도청, 감시 장치까지 달린 것처럼 말했지만, 정보창이 알려주었듯 그런 기능까지는 없다.


다만 원격에서 터뜨릴 수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 사실상 다른 뜻을 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못마땅한 얼굴로 서 있으니, 아제르가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었다.


“조만간 자리를 만들겠다.”

“뭐, 마음대로.”

“그때도 생각 변치 않았으면 좋겠군.”


이제 꺼지라는 눈빛이었지만, 나는 아직 용건이 남아있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뭘 말이냐?”

“스쿠터에 연료가 거의 떨어졌다.”


어이없다는 표정의 아제르.


“······그래서?”

“너희 쪽에서 제공해 줬으면 한다.”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여기까지 왔는데 기름값은 줘야지.


당당하게 말하자, 부하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무기를 빼 들었다.


강렬한 살기. 아제르의 허락만 떨어지면 단숨에 내 목을 베어버릴 기세다.


그러나 정작 아제르는 미동도 없었다.


당황해서 굳어버린 낯짝에 금이 가더니.


지금껏 가장 큰 목소리로 웃어젖힌다.


―하하하하하-!!


탁자의 촛불이 음파에 떠밀려 이리저리 나뒹군다.

웃음소리에 마력이 섞였는지, 속이 진탕되는 기분이다.


나야 재빨리 혈기를 둘러 대응했지만, 그 옆에 있던 부하들은 안색이 파리해져 이를 악물었다.


한참이 지나,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그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마력액 가져와라. 충분할 만큼.”

“······알겠습니다.”


부하들은 비틀거리면서도 재빨리 어디론가 향했다.


내 태도가 그의 호감을 샀는지, 아제르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했다.


“정말 미친놈이 따로 없군.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다.”


부하들이 가져온 마력액 통을 손수 건네주며 그가 당부했다.


“꼭, 아군으로 보길 바라마.”


나는 대답 없이 어깨를 으쓱이곤 등을 돌렸다.


걸어가는 뒤통수에, 그의 노골적인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다음에 보자.”


등 뒤로 손만 흔들어 작별 인사를 남기고는, 통로로 빠져나간다.


여태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복면 남자가 놀란 눈으로 빤히 바라보았다.


대답 없이 슥 지나치고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력액을 채워 넣었다.


꿀렁꿀렁-


거침없이 들어가는 푸른색 마력액.

질이 좋은 물건이라 앞으로 두 달은 거뜬할 거다.


멍하니 그 광경을 보던 남자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달싹거린다.


그에 삐딱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뭘 봐. 상황 끝났다.”


의심스러운 눈빛의 남자.


“벌써······끝났다고?”

“그렇다니까.”

“그 마력액은 뭐지?”

“느그 보스한테 물어보든가.”

“감히─”


뭐라 대꾸하려는 그 말을 듣지도 않고, 스쿠터에 시동을 걸고는 저 멀리 나아갔다.


부와앙―


털털거렸던 스쿠터가 맹렬한 기세로 도로를 가로지른다.


‘기름값 아꼈네.’


절로 흐뭇해지는 마음.


돌아가는 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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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암흑가의 방문(2) 24.01.31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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