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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133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작성
24.01.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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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겨울의 틈새(3)

DUMMY

10. 겨울의 틈새(3)



“당연히 이놈이 원인 같은데. 이제 처리만 하면 되려나?”


여전히 느긋한 기색의 오벨론이 그리 중얼거렸다.


“윈터워커. 왜 여기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북부 최극단에 사는 놈으로 원래 남부에는 없는 몬스터다.”

“어?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있어? 나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놈인데.”


오벨론이 놀랍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어떻게 알고 있긴.’


수천수만 시간을 게임에 갈아 넣으니 웬만한 정보와 이벤트는 꿰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깨만 으쓱이며 답했다.


“그냥, 공부 좀 했다.”

“허 참, 에이스라고는 하더니만.”


오벨론의 감탄은 한 귀로 흘리며, 윈터워커를 살폈다.


미키와 동급의 C-급 몬스터. 나와는 상성도 좋지 않다.

혼자였으면 정말 까다로웠을 테지만, 그거야 혼자였을 때 이야기고.


무심히 오벨론을 바라보았다.


“네 역할을 수행할 차례군.”

“어째 부려먹는 건 수준급이구나.”


오벨론이 피식 웃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래도 일 인분은 해줘야겠지.”


청명한 푸른색 오러가 일렁임과 동시에.


순간 사라졌던 오벨론이 괴물의 머리 위에서 다시 나타나 검을 내리꽂았다.


콰가각―!


그에 단단한 팔로 막아낸 윈터워커.


이어지는 반격을 피해 휘돌며 땅으로 내려온 오벨론이 재차 검격을 이어갔다.


좌에서 우로, 다시 우에서 좌로 이어지는 참격.

윈터워커가 그것을 막아내려 치면 뒤이은 가로 베기와 찌르기가 그 간격을 끊어 놓았다.


“크그그그······!”


단단한 얼음의 신체에 날카로운 궤적이 새겨진다.


이 정도는 여유롭다는 듯, 휘몰아치는 오벨론의 검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배움 없이 실전으로 연마된 해결사의 그것과는 다른, 체계적인 교육과 수련을 통해 뿌리부터 단단히 쌓아 올린 검술.


그의 출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어어어!”


귀찮은 것을 떨쳐내려는 듯, 입을 크게 벌려 포효하는 윈터워커.

놈의 아가리에서 쏟아진 냉기 숨결이 대기를 하얗게 물들였다.


“음, 이건 좀 차갑겠는데.”


다음 수를 준비하던 오벨론이 한발 물러난 순간.


퍼억!


놈의 관자놀이에 혈탄이 적중했다.


휘청이는 와중, 연달아 날아온 혈탄이 어깨와 가슴, 복부를 강타했다.


“기긱!”


뒤늦게 이쪽을 확인한 윈터워커가 까드득 거리며 당황을 표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수십 발의 탄환이 그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투두두두―!


<블러드개틀링>.


그렇게 기세를 품고 날아든 탄환 세례는.


“그어어어어!”


녀석의 냉기 숨결 한 번에 꽁꽁 얼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쳇.”


이래서 상성이 좋지 않다고 했던 거다.


피를 이용한 들, 꽁꽁 얼어버리면 손쓸 도리가 없다.


‘얼어버리면 제어권을 잃게 되니까.’


그래도 내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다시 기회를 노린 오벨론의 오러가 놈의 옆구리를 길게 갈라버렸다.


“기기긱!”


화가 난 듯 사방으로 냉기를 흩뿌리는 녀석.


오벨론은 굴하지 않고 더욱 파고들어 녀석을 공격했다.


나도 지켜볼 생각만은 아니었기에, 흑검을 빼어 들고 직접 뛰어들었다.


핏-


얕게 그은 상처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 그 핏물을 흑검에 덧씌우고, 녀석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카각!


몸체가 워낙 단단한 탓에 아예 갈라버리지는 못했다.

조금 틀어박힌 칼날.


칼날을 덮은 핏물이 냉기에 얼어 붉은 얼음으로 변모했다.

마치 빙검을 휘두르는 모양새.


그것도 잠시, 뜨거운 혈기에 의해 곧바로 깨어지고 피로 물든 검신이 드러난다.


“하하! 멋지군!”


입가에 웃음을 띠운 오벨론이 한층 더 강하게 윈터워커를 몰아붙였다.


묵직한 얼음주먹을 한 발짝 물러나 피해내고, 빈 겨드랑이에 칼을 꽂아 넣었다.


오러를 일으킨 오벨론의 검이 윈터워커를 뒤흔드는 사이, 나는 적재적소에 끼어 야금야금 녀석의 체력을 깎아 먹었다.


쉬익―

캉!


놈이 신경질적으로 쏘아 보낸 고드름이 내 어깨에 정확히 꽂혔다.


그러나 정작 피격음이 이상했다.


적절하게 전개한 가시갑옷이 고드름을 성공적으로 흘려낸 것.


둔중한 통증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흑검을 휘둘렀다,


카각!


녀석의 팔뚝이 검에 베여 갈라진다.

얕았던 탓에 움직임의 제한은 없어 보였다.


“기기긱!”


바로 이어진 주먹질을 훌쩍 물러나 피해내니.


“흐읍······!”


기회를 엿보던 오벨론의 오러가 더욱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횡베기.


퍼걱―!!


윈터워커의 가슴팍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버렸다.


“기기기긱······!”


마치 고장이라도 난 듯, 놈의 몸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해치웠나?”


윈터워커를 처음 본 오벨론이야 느긋하게 그리 중얼거렸지만, 나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곧, 흔들리던 윈터워커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콰직, 콰지직!


스스로 떨어지고 응축되는 얼음 조각들.


방해하려면 방해할 수도 있었지만, 오벨론이나 나나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볼 뿐이었다.


둔중했던 몸이 날렵하게 줄어들고, 뭉툭했던 두 팔이 창처럼 뾰족하게 변했다.


“키리리릭―!”


훨씬 더 흉악한 기세를 떨치는 얼음 괴물.


‘2페이즈.’


폭주 패턴의 시작이다.


“오우, 좀 빨라졌는데?”


녀석의 공격을 받아낸 오벨론이 기껍다는 듯 외쳤다.


빨라졌기만 했을까.

날렵한 몸체지만 오히려 전보다도 더욱 묵직해졌을 거다.


그것에 반해 녀석의 몸에 난 균열은 갈수록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었다.


쩌적······.


얼음 부스러기가 흩날리는 몸체.


이대로 시간만 끈다면 알아서 자멸하게 될 상대였지만, 오벨론은 딱히 그럴 마음이 없는 듯했다.


“하하하! 이거 재밌네!”


무시무시한 공격에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달라붙는 사내.


한기를 머금은 창끝이 그의 이마를 스쳐 지나갔고, 오벨론은 허리를 튕기며 윈터워커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거, 놔둬도 죽을 텐데······.’


그렇다고는 해도 저 혼자 분투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나도 혈기를 더욱 끌어올리고는 전투에 합류했다.


내질러진 창을 피해내고 혈검을 내리긋는다.


게임과 똑같이 방어력은 상당히 약해졌는지, 칼이 더욱 쉽게 몸뚱이를 파고들었다.


당연히 상황은 우리 쪽의 우세였지만, 순간순간 찌르고 들어오는 얼음 창은 나조차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좀, 적당히 해야지······!”


이 정도면 미키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순식간에 내질러진 3번의 연속 찌르기를 훌쩍 물러나 피해내고.

허공에 분사된 냉기 숨결을 오벨론이 오러를 흩뿌려 상쇄했다.


발악 패턴답게 온갖 염병을 다 부리는 윈터워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콰창!


커지던 균열에 녀석의 한쪽 발목이 뚝하고 부러진다.


그에 휘청이는 균형.


빈틈을 놓치지 않은 오벨론의 검이 오른쪽 어깨를 끊어버렸고.


카가각!


내가 휘두른 흑검이 윈터워커의 목덜미를 반절이나 갈라버렸다.


퍽―!


이어서 부드러이 내질러진 오벨론의 한 수.


콰직―


푸른 칼날이 윈터워커의 가슴팍을 정확히 관통해 버렸다.


“······음?”


그러나 오벨론의 얼굴에 당황이 떠오른다.

내질렀던 칼날이 통째로 얼어붙어 회수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키리리릭······!”


발악하듯 내질러진 윈터워커 최후의 일격.


“이런······!”


그것이 오벨론의 안면에 구멍을 내기 직전, 다시 휘둘러진 나의 검이 윈터워커의 목을 완전히 갈라버렸다.


퍼억―!


결국 오벨론의 눈앞에서 멈추어 버린 빙창.


파스스스······.


마지막 힘을 다한 윈터워커의 몸이 그대로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땡그랑, 쿵-


다만 흩어지지 않은 3개의 전리품이 남았는데.


“흐아, 막판에 위험했어!”


낄낄 웃는 오벨론은 내버려 두고, 재빨리 전리품을 확인했다.


윈터워커의 팔만 그대로 남은, 2개의 빙창.

그리고······.


나는 홀린 듯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얼음으로 조각한 듯 투명하게 반짝이는 푸른 심장.


───


[얼어붙은 심장]


―윈터워커의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입니다.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외관이지만, 지금도 천천히 약동하고 있습니다.


───


시퍼런 냉기가 손을 타고 전해진다.


설명 외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조그마한 창.


전에 말했듯, 이런 경우는 두 가지다.


‘잡템이거나, 특수 아이템이거나.’


이번에도, 물론 후자였다.


생각에 잠긴 나의 정신을, 다가온 오벨론이 일깨웠다.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아무것도 아닌 척 고개를 저었다.


“전리품이다. 세 개나 나왔는데, 분배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리 말하며 이번엔 빙창을 들어 살펴보았다.


───


[서리가시]


―작은 눈보라가 지나, 얼어붙은 가시만이 자리에 남았습니다.

가시는 여전히 차갑지만, 신기하게도 사용자의 손아귀를 얼릴 정도는 아닙니다.


▶등급: C-


▶분류: 창


▶특성: 고드름(C) 관통력(C-)


───


무난한 성능의 C-급 아이템.


적중시킨 적을 얼린다는 특수능력은 쓸만하지만, 그 외에는 별 특징이 없다.


오벨론도 이리저리 창을 휘둘러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는 않군.”


그러더니, 창 하나만을 손에 쥐고 뒤로 물러난다.


“난 이걸로 충분해.”

“흠?”


전투 기여도는 그가 더 높았다.

충분히 2개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리 쉽게 물러난다고?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오벨론이 피식 웃었다.


“목숨값.”

“그렇다면야.”


이런 업계에서도 관례와 신의가 있다.

오벨론은 그중에서도 출신답게 명예를 중시하는 편.


나야 좋은 일이었으니 냉큼 심장까지 집었다.


“이제 돌아갈 건가?”

“글쎄.”


아직은 할 일이 남았다.


“나는 조금 더 탐색해 보고 싶다. 다른 원인이 존재할지 모르니까.”

“음······.”


오벨론이 잠시 고민하는 듯 침음을 흘렸다.


싫다고 하면 어떡할지 생각하던 차, 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것도 좋겠지. 뭐라도 발견하면 대박을 칠 수도 있으니.”


해결사와 용병들 사이에서 일확천금의 전설은 유명한 이야기다.


오벨론 역시 해결사. 그런 걸 기대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그러면, 수색해 보자고. 난 이쪽을 맡을 테니, 너는 반대쪽을 살펴.”


마침 갈라지자고까지 제안하는 오벨론.


나 역시 바라 마지않았기에 곧장 그와 갈라져 나왔다.


숲속으로 들어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챙겨왔던 심장을 꺼내 들었다.


‘특수 아이템이긴 하지만······.’


딱히 알 바 아니었다.


서늘한 감촉을 잠시 느끼다가.


서걱!


한입에 베어 물었다.

.

.

.

[C-급 몬스터, <윈터워커>의 인자를 획득했습니다.]

[근력이 2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3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3 상승했습니다.]

[고드름(C)을 흡수했습니다.]

「서리의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폭주가 4일 8시간 유예됩니다.]


[-54일 9시간 3분 7초.]


C급 빙결계 특성, 고드름.

그리 상위의 등급은 아니지만, 빙결계 자체가 극히 희귀한 힘이라는 점에서 값어치가 충분하다.


“후······.”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생소한 감각. 혈기를 처음 손에 넣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또 다른 힘이 내 몸속 한구석에 똬리를 틀었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


위치는 오른쪽 가슴. 혈기가 위치한 곳과 반대 방향이다.


그것에 집중하며, 힘을 끌어올린다.


오른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차가운 기운이, 어깨와 팔을 거쳐 손끝까지 전해졌다.


“오······.”


그에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가운 푸른빛에 휩싸인 오른손.


그 상태로 풀잎을 쓰다듬자, 이내 파삭 얼어붙어 버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궁금했던 것을 실험해 보았다.


죽-


손을 긋고, 흘러나온 피를 고드름의 냉기로 얼린다.


꽁꽁 얼어붙어 버린 핏방울.

주먹을 꽉 쥐어 보았지만, 금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이름을 붙이려면, 혈빙(血氷) 정도가 적당할 터.


그것에 혈기를 더욱 불어넣자.


쨍강―!


잠깐 움찔하던 혈빙이 곧 산산이 깨어지고 피로 되돌아갔다.


얼음째 조종되리라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


‘혈기에 비해 냉기가 약해서 그런 건가.’


하긴, 상반된 기운이 쉽게 섞이면 그게 더 이상했다.


어쨌거나 당장 ‘혈빙’을 다루기에는 요원하다.


‘그게 되려면 고드름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혈기보다는 아니지만, 이 역시 강력하며 성장시키기 쉽지 않은 힘.


아직은, 묻어두는 게 적절하리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는 계속 숲을 나아갔다.


그리고 결국 당도한, 깎아지른 골짜기.

더는 갈 곳이 없었다.


숨겨진 게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풍경이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포기하고 돌아갔을 테지만······.


눈을 감고 기감을 끌어올렸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힘을 끌어올리자, 아주 희미한 기운이 내 감각을 살짝 스치는 게 느껴졌다.


방향은 다른 어디도 아닌 아래.

윈터워커의 것과 비슷한 기운이 골짜기 아래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오벨론은 부르지 않고, 나 혼자 절벽을 타고 내려갔다.


흑검에 의지해 조심조심 밑으로 내려가길 잠시, 놀랍게도 작은 동굴 하나가 절벽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탓-


성공적으로 착지한 공간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공간이 비틀린 듯, 기묘하게 일그러진 허공에서 희미한 냉기가 새어 나오는 중이었다.


그러나 다시 단단한 얼음이 그 위를 덮어, 집중하지 않으면 새어 나오는 기운을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좀 전의 위터워커는 이곳을 통해 하켄 숲에 나타났던 것.


이 균열은 현실 기준으로도 한동안 발견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던 히든피스다.

이렇게나 꼭꼭 숨겨져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것을 깨우는 것이 바로 특수 아이템 얼어붙은 심장의 역할.


물론, 나는 아까 포식했기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딱 여기까지만 본다면 크게 당황할 수도 있었을 터.


다만 신경 쓰지 않고, 여태 가지고 있던 창을 힐끗 살폈다.


직접 실험을 통해 알아낸 사실.


‘북쪽의 냉기만 품고 있으면 뭐든 상관없었지.’


특수 아이템인 심장을 포식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리가시로도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원한다면 당장 개방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자살을 하고 싶지는 않아.’


이 너머에 도사린 녀석은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오벨론이라는 든든한 전력이 하나 붙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불안했다.


당장 맞설 필요 없는 위험에 몸을 던질 수는 없는 노릇.


애초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균열을 개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서리가시는 접어두고 균열을 손으로 매만져 보았다.


손 전체를 타고 흐르는 강렬한 냉기. 또한 촉감도 단단하기 그지없다.


아마 웬만한 사람이라면 발견한다고 해도 흠짐조차 낼 수 없을 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슥―


흑검을 꺼내 팔뚝을 길게 그었다.

상처를 타고 흐른 피가 균열의 얼음을 적신다.


이내 균열 전체가 붉은 피로 코팅이 된 모양.


그치지 않고 냉기를 끌어내 얼리자, 단단한 혈빙이 균열을 완전히 뒤덮었다.


깡―!


시험 삼아 흑검으로 가격해 봤지만 꿈쩍하지도 않았다.

아주 미세하기나마 흘러나오던 한기도 단단히 틀어막힌 후였다.


혈빙도 긴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리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할 거다.


“······이 정도면.”


정말 아무 문제 없다.


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래도 기대되네.”


이 균열이 개방되는 날.


혈빙은 비로소 나의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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