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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128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작성
24.01.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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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불법체류자(2)

DUMMY

5. 불법체류자(2)



‘로스카.’


일단은 대륙 서부의 페리엠 왕국에 소속되어 있지만, 나라로부터 외면당한 끝에 그들만의 자치권을 갖게 된, 사실상 독립 도시다.


도시 정문에 다가서자, 저만치에서 경비병들이 다가왔다.


“누구쇼? 여긴 왜 왔고?”

“취업.”

“취업? 그게 뭔······. 신분증은?”

“분실했다.”

“흐음······.”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살피던 경비병들은 곧 어깨를 으쓱하고는 담배나 마저 태웠다.


“사고 치지 마쇼.”


의례적인 그 한마디가 입성 절차의 마지막이었다.


내가 가까운 테틀란이 아닌 로스카에 찾아온 마지막 세 번째 이유.

여기 아니면 달리 갈 곳이 없어서다.


‘아직까진, 신분증도 필요 없는 도시는 몇 안 되니까.’


나는 고개를 까딱이고는 도시로 들어갔다.


도시 내부는 겉보다 더 안 좋았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

흉흉한 눈빛의 행인들.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뒷골목 등.


전형적인 슬럼가의 모습이다.


도시는 잘 쳐줘야 근대 정도로 보였는데, 그건 딱히 이 도시의 수준이 엄청나게 낮기 때문은 아니었다.


<제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는 거의 이 정도에 머무른다.


오히려 처음 시작했던 키메라연구소의 시설이 한없이 오버 테크놀로지였을 뿐이었다.


구경은 나중에 하고, 일단 숙소부터 잡았다.


허름한 도시의 허름한 여관.


1층 식당 군데군데에 앉은 사람들이 희멀건 죽을 퍼먹고 있었다.


카운터로 다가가니, 푸근한 인상의 여관 주인이 반가운 듯 맞이했다.


“아이고, 손님! 어서 오십시오!”


음, 저 따뜻한 얼굴 좀 봐.


일단 첫인상은 불합격이다.


경험상, 로스카에서 친절한 사람행세를 하는 놈들은 뒤가 구린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딱히 내색은 하지 않고 고개를 까딱였다.


“하루 묵고 싶은데.”

“하루 숙박은 450 크레딧입니다! 식사는 어찌할까요?”

“식사도 한 끼. 목욕은 할 수 있나?”

“합쳐서 600 크레딧만 받겠습니다!”


군말 없이 돈을 건네자, 여관 주인은 3번 방의 열쇠를 주고는 10분 후에 다시 오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물을 받으러 간 모양.


잠시 기다리다가 주인의 안내를 받고 욕탕에 들어갔다.


욕탕은 더러웠고, 물은 차가웠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기에 그저 몸의 때를 벗겨내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목욕을 끝마치니 그럭저럭 봐줄 만한 몰골이 되었다.


물때가 가득 낀 거울 너머, ‘나’를 들여다본다.


국적을 구분하기 힘든 외모.


인위적으로 물들인 갈색 머리칼과 흑안 너머, 흑색 머리칼과 핏빛 눈동자가 도사리고 있다.

탄탄한 근육이 전신에 들어차 있고, 그 위를 빼곡한 흉터가 뒤덮고 있다.


모로 봐도, ‘나’의 모습은 아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내가 맞는가.


숨이 좀 트이니 안 하던 생각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알 수 없다.’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고 터덜터덜 객실로 올라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매트리스 대신 짚을 채워 넣은 것 같은 이상한 쿠션감.

습하고 퀴퀴한 곰팡내가 방향제마냥 은은히 퍼진다.


천장을 기어다니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까무룩 곯아떨어졌다.

.

.

.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


즉시 잠에서 깼으나, 모른 척 얌전히 기다렸다.


완전히 문을 열어젖힌 침입자가 긴장한 듯 낮은 숨을 흘렸고.


그가 내 영역 안에 들어왔다고 판단한 순간.


콰앙―!


튕겨내듯 몸을 일으켜 손목을 꺾어버리고는, 침입자의 목으로 추정되는 부위를 움켜쥐었다.


“켁, 케엑······!”


괴로운 듯 몸부림치는 침입자.


자세히 보니, 아까의 그 여관 주인이었다.


‘이럴 것 같더라니.’


“······무슨 짓이냐?”

“켁, 자, 잠깐······! 오해가! 케엑······!”


오해는 무슨.


쿵!


거칠게 그를 벽에 밀어붙여 제압한 후, 재빨리 문 너머를 살폈다.


아무런 기척도 없다.

침입은 이놈 혼자만이 꾸민 일인 모양.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내 방에 침입한 거지?”

“치, 침입이 아니라! 청소! 청소를 해주려고!”


새끼가 아직도 개수작을.


흑검을 뽑아 모가지에 가져다 대자, 그제야 하얗게 질린 주인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질렀다.


“히이익! 죄송합니다! 무, 무기가 너무 탐이 나서 그만······!”

“미친놈인가.”


옷은 누더기에, 가방조차 메지도 않았는데.

유일한 재산인 검 하나 훔치려고 이랬단다.


그 비열하고 치졸한 행태에 어이가 없었지만, 계속 심문을 이어갔다.


“평소에도 이런 수작을 부리나?”

“가, 가끔씩! 외지인이 방문할 때만 합니다요! 이번엔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그건 내가 알아서 하는 거고.”

“히, 히익!”


더 있다간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그대로 뒤통수를 내리쳐 잠재웠다.


“끄윽······.”


바닥에 엎어져 꿈틀거리는 주인.


곤히 자는 중에 깨워져 짜증이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신발만 신고 방을 나섰다.


“무, 무슨 일이야?”

“뭐야, 뭔데?”


소란에 놀랐는지 하나둘 머리를 들이미는 다른 투숙객들.


나는 차분히 대꾸했다.


“주인이라는 새끼가 개수작 부리길래 손 좀 봐줬다.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해.”


그 말에, 웅성거리던 투숙객이 하나둘 내 방으로 모여들었다.


“하, 저 병신 언젠간 좆될 거 같더라니!”

“뭐 챙길 거 없나?”


익숙한 일이라는 듯, 놀라지도 않는 그 모습에 진저리가 쳐진다.


로스카에서의 첫날 밤은 정말이지 스펙타클했다.


뭐, 남은 뒤처리는 그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곧바로 1층 로비로 내려갔다.


‘그냥 가기는 아쉬운데.’


다른 건 몰라도 단잠을 방해받은 비용은 꼭 챙기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주인이 서 있던 카운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편에 나 있는 작은 문.


일단 열고 들어가니, 주인이 생활하던 공간이었는지 더러운 침구를 비롯한 여러 물건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침대 바로 위. 싸구려 그림 하나가 걸려있었다.


“오.”


딱 봐도 뭔가 있을 것처럼 생겼다.


그림을 뜯어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뒤에 제법 단단해 보이는 금고가 자리 해있다.


흑검을 뽑아 들고는, 혈기를 최대한으로 불어넣었다.


콰가강―!


힘을 실어 내리친 일검에 곧바로 드러난 금고 내부.

그 안에는 약간의 은화가 깔려있었다.

대충 살피니 2만 크레딧 정도 되어 보이는 금액이다.


침대보를 찢어 주머니를 만들어서 그 안에 몽땅 쓸어 담았다.


“이 정도면 용서해 줘도 되겠네.”


피해보상금이 꽤나 두둑했다.


절그럭거리는 묵직한 돈주머니에 새삼 기분이 든든해진다.


어느새 새벽이 밝아 어슴푸레한 여명이 비쳐오는 상황.


원래 계획은 좀 더 쉬는 것이었지만, 이미 잠은 깨버린 마당이다.

여기서 다른 여관을 새로 잡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닐 터.


이후 정해두었던 대로, 여관을 나와 어디론가 향했다.


다다른 곳은 이곳 주민들도 꺼리는 뒷골목.


이른 새벽임에도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연초를 물고 있었다.

그 불쾌하리만치 달콤한 연기를 헤치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더 들어가니, 외진 골목 깊숙이 간판도 없는 작은 바 하나가 있었다.


장사는 어림도 없을 위치지만,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끼익-


문을 여니, 나를 훑는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훔쳐보는 정도가 아닌 아주 노골적인 시선.

개의치 않고 가로질러 바텐더에게 다가갔다.


짙은 녹발과 새하얀 피부. 캐주얼한 복장.

퇴폐한 미모의 여인이 컵을 닦으며 묻는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뭐 좀 마실래?”

“마티니 한 잔.”

“마티니는 비싼데······.”


여인은 내 복장을 보고 의심스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곧 술들을 이리저리 뒤섞어 내 앞에 내려놓았다.


‘마티니는 무슨······.’


대충 되는 대로 섞어 마티니 흉내를 낸 무언가다.

그래도 그냥저냥 받아 마셨다.


반쯤 마셨을 때 여인이 물었다.


“여긴 무슨 일로 왔어?”

“취업.”

“취업? 무슨 로스카에 취업을 하러 와?”


어이없다는 기색의 여인이 피식 웃는다.


나는 어깨만 으쓱했다.


“한 잔 더. 같은 거로.”


여인은 이후로도 몇 가지를 물었으나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넘어갔다.


“한 잔 더.”


연거푸 세 잔을 비우고 나니, 여인이 미간을 좁혔다.


“미안한데, 일단 돈부터 내줄래?”


나는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당당히 지껄였다.


“돈? 없는데.”

“하?”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는 여인.


그녀는 가만히 있었지만, 바의 손님이 일제히 일어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얼핏 봐도 양아치들의 기세가 아니다.


그야 당연했다. 양아치가 아니니까.


이곳은 일반 술집이 아닌 해결사 사무소.


뭐, 이런 뒷골목에 바로 위장한 해결사 사무소가 있다는 건 흔한 클리셰다.


그런 고로, 눈앞의 여인 역시 뒷세계에서 알아주는 중개상, 라이카.

손님으로 위장한 이놈들이 전부 그녀의 경호원들이다.


이들이 나를 다구리 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일 좀 하고 싶다.”


라이카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난다.

곧 그 의문을 짜증으로 전환한 그녀가 사나운 어조로 말했다.


“대체 어디서 듣고 온 거야? 내 바가 아무나 와서 일 달라면 냉큼 갖다 바치는 병신같은 곳으로 보여?”


그녀의 달라진 어조가 신호였을까. 대기하던 호위병 모두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앉은 그대로 테이블을 강하게 걷어차 뒤로 빠졌다.


쿵!


그 바람에 의자와 부딪친 한 놈이 나자빠졌고, 나는 벌떡 일어나 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목을 노리고 내질러진 칼을 손쉽게 피하며 혈기로 물든 주먹을 내질렀다.


뻑!


턱에 명중한 주먹. 누런 치아 몇 개가 허공에 튀어 오른다.

흐느적거리는 녀석을 사내들에게 밀친 뒤, 그 등짝에 깊숙이 발을 꽂아 넣었다.


쿠당탕!


그와 얽힌 두 명의 남자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놈을 그대로 붙잡아 메치고, 쓰러져 허둥대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처리했다.


콱, 콰직.


대충 즈려밟아주니 혼절한 채 축 늘어지는 사내들.


“으아아아!!”


마지막으로 서 있던 남자가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든다.


퍽-


도끼 든 손목을 강타해 무장을 해제하고.


쩌억-


팔꿈치로 명치를 찍어버렸다.


“끄르륵······.”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남자.


맨 처음 의자에 부딪혀 넘어졌던 사내가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넋을 잃고 바라본다.


빡-


그 녀석도 깔끔하게 잠재운 후, 쓰러진 의자를 끌고 원래대로 돌아가 앉았다.


알 수 없는 표정의 라이카가 나를 바라본다.


묘한 표정이 지난 뒤에 떠오른 것은.

분명하고도 강한 흥미.


“이만하면 자격은 되는 건가?”

“흠, 글쎄?”


그러나 아직 합격점에 도달하지는 못한 모양.


스릉-


검을 뽑아 들자, 라이카의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가 바로 라이카의 진짜 호위.

앞서의 경호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짜배기 실력자다.


그가 은연중에 기세를 내뿜었으나, 굴하지 않고 혈기를 끌어올렸다.


스칵―


이후 검을 그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긋자, 다들 의아한 기색이다.


“지금 무슨······.”


의문을 표하는 라이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그대로 테이블에 박아 넣으니.


쿠콰콰콰콰콱―!


속에서부터 솟아오른 붉은 가시들이 테이블을 가시투성이로 만들어 버린다.


“······이건?”


꽤나 놀란 듯, 조그맣게 돌아온 물음.


“혈기.”


혈기가 무엇인지는 그녀도 알고 있을 터.

대답을 들은 라이카의 눈빛에, 호기심이 한층 가중된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아직도 부족한가?”


답은 즉시 이어진다.


“합격이야.”


입가에 호선을 띄운 그녀가 술을 뒤섞으며 묻는다.


“이것도 듣고 왔는진 모르겠는데, 난 라이카야. 그쪽은 뭐라고 부르면 될까?”


딱히 숨길 것도 없다.


“천진혁.”


데우스는 무슨. 나는 천진혁이다.


비록 이상한 몸뚱이에 처박혔다고는 해도, 정체성을 버릴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천······진혁? 특이한 이름이네.”


몇 번 입속으로 발음해 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 하고 싶은 건데?”


나는 피식 웃었다. 다 알면서 묻는다.


“무슨 일이긴.”


뒷골목까지 흘러들어온 불법체류자가 할 일이 달리 더 있나.


어느새 잔에 채워진 마티니를 쭉 들이킨다.


“돈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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