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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130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작성
24.01.20 21:02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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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불법체류자(1)

DUMMY

4. 불법체류자(1)



“그거, 네가 한 거냐?”


고저 없는 어조. 인간미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뒷걸음질 쳤다.


“너는 인간인가? 아니, 그렇다기엔 이것들과 기운이 비슷한데.”


내가 뒷걸음질 치는 만큼. 성큼성큼 다가오는 크리스.


긴장한 내가 말이 없자, 크리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흠, 괴물일 뿐이었나. 그것도 괜찮지.”


놈이 쥐고 있던 머리통을 던져버리고 칼을 뽑아 들었다.


더 있다간 진짜 죽겠다 싶어서 입을 열었다.


“잠깐, 난 인간이다.”


그제야 크리스의 얼굴에 감정이 비쳤다.

꽤나 흥미로운 듯한 표정.


“넌 누구지?”


크리스는 칼을 반쯤 뽑은 채 멈추었지만, 난 여전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천천히 뜸을 들이며 말했다.


“나는······.”

“나는?”


녀석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집어던졌다.


푸확―!


지금 던진 것은 생장촉진제.

순식간에 자라난 식물 줄기들이 공간을 가로막았다.


“뭐 하는 거냐?”


의아하다는 듯 묻는 크리스.


‘뭐 하긴 새끼야. 나 붙잡아서 고문할 거 뻔히 아는데.’


왜 확신하냐면, 비슷한 전개를 수도 없이 봐왔거든.


소시오패스와 인격장애. 그 외 수많은 광증까지.

그 모든 게 뒤섞여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결코 희망적인 전개를 바라서는 안 됐다.


무시하고 다시 포션을 던졌다.


쨍그랑!


화염촉발제와 식물이 만나 거대한 화염이 솟구친다.


“내가 널 못 잡을 것 같나?”


이내 크리스의 칼이 완전히 뽑힌다.


저 말이 허세가 아님을 안다.


저놈이 마음만 먹으면 불길 따위는 손쉽게 갈라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벽은 쉽지 않지.’


기이잉―


불길에 반응해 내려오는 방화벽.


미간을 좁힌 그가 검기를 일으켰다.


미친 듯한 기세로 식물과 화염을 베어 가르며 전진하는 크리스.


정말 엄청난 속도였으나, 방화벽이 내려오는 게 조금 더 빨랐다.


마지막 순간. 그가 내게 물었다.


“이름이 뭐지?”

“도미닉 리모스.”


후에 [악마계약자]로 이름을 떨치는 악성향의 네임드 NPC다.


기왕 둘러댈 거 죽일 놈 이름 써먹어도 상관없겠지.


크리스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겠다.”


콰아아앙―!!!


완전히 닫힌 방화벽 너머로, 강력한 충격이 울렸다.


아무래도 저 미친놈이 벽에 칼질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


방화벽도 얼마 버티진 못할 테니, 그대로 창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


쿵!


3층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하다.

이미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어진 육체다.


놈이 나를 쫓아오기 전에 서둘러 도망쳤다.


미키에게 쫓길 때처럼 정신없이 내달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눈앞에 나무밖에 안 보인다는 것.


비밀 연구소 아니랄까 봐 더럽게 울창한 숲에다가 지어놨다.


물론 이 또한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히든피스 찾는다고 들이부었던 시간만 한 세월이다.


당연히, 이 숲의 지리 정도는 모두 외우고 있다.

.

.

.

잠시 후.


나는 어두운 동굴 안에서 입가에 흥건한 피를 훔치고 있었다.


[E-급 몬스터, <캐이브베어>의 인자를 획득했습니다.]

[근력이 1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암순응(E-)을 흡수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시야의 적응이 빨라집니다.」

[폭주가 4시간 유예됩니다.]


[-60일 7시간 41분 12초.]


발밑에 널브러진 곰의 시체.

방금 막 심장을 먹어 치운 후였다.


물론 사냥이나 하자고 온 건 아니고.


[E-급 던전: <동굴곰의 보금자리>를 점령했습니다.]

[점령 보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흐릿한 존재감(E)]

[고양이걸음(E)]

[온기(E-)]

[효과는 24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이 정도면 아무리 크리스라도 쉽게는 못 찾아온다.


일단 안전은 확보된 상황.


“후······.”


심호흡을 하며, 벽에 등을 기대었다.


곧 찾아올 충격에 대비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명약: 정신 자극의 포션>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후폭풍이 찾아옵니다.]


쿵─


지금껏 누적된 모든 것이 가중되어 찾아온다.


겪어본 적 없는 수준의 끔찍한 고통.

눈이 뒤집혔고.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C+급 던전: <T-7 키메라 연구소>를 성공적으로 탈출했습니다.]

[영혼의 격이 성장합니다.]

[레벨이 1 상승했습니다.]

.

.

.



***



첨벙.


연못의 냉수로 세수를 한 뒤, 수면에 비친 모습을 확인했다.


“잘됐네.”


칠흑 같은 흑색 대신, 평범한 갈색으로 물들어 있는 머리칼.

이질적인 핏빛 대신, 눈동자는 검은색으로 반짝인다.


연구소에서 탈출한 지 열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나의 외형은 꽤나 달라져 있었다.


내가 탈출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변장.


염색초를 짓이겨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흑안과 진액을 두 눈에 떨어뜨렸다.


이목구비는 그대로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가린 셈.


물론 영구적인 건 아니다.


주기적으로 염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건 차후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 두었다.


‘어쨌든 이만하면 문제없겠지.’


주인공 놈 성격상 어떤 종류로든 개수작을 부려오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알아낼 수 있을 정보는 없을 거다.


잠깐 숨만 돌린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식사도 이동하면서 해결했다.


꿀꺽. 고깃덩이를 씹어 삼켰다.


[F+급 몬스터, <그레이보어>의 인자를 획득했습니다.]

[이미 획득한 인자입니다.]

[특성과 능력치를 흡수할 수 없습니다.]

[폭주가 5분 유예됩니다.]


[-53일 8시간 41분 22초.]


‘효율하고는······.’


머리나 눈 등, 외형은 많이 변했지만, 그동안의 성장은 대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상태창의 자잘한 특성들은 여럿 늘었다. 그러나 정작 능력치의 변화는 미비하다.

남은 시간 역시 하락세에 접어든 지 오래다.


검을 계속 쓰다 보니 ‘칼질’ 특성이 생성되긴 했는데, 등급과 숙련도는 높지 않다.


‘크리스로 플레이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칼질이 뭐냐. 아예 ‘검술’ 특성이 생성되어 체계적 기술로 인정되기까지 했다.


뭐, 그놈은 다 잘하는 재능충이니까.


새삼 재능의 차이가 느껴진다.


······아무튼 숲의 생물들로는 연명할 수 없다.


조금 더 어려운 ‘사냥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터.


‘물론 이 숲도 찾아보면 몇 놈 있긴 하겠지만.’


가령, 남쪽의 ‘아울베어’나 서쪽의 ‘트롤’이라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정신 팔려있을 때가 아니다.

사사로이 시간을 빼앗기면, 모든 흐름이 어그러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사냥을 해도 나중에 하는 것이 옳다.


‘언제까지고 이런 병신같은 꼴로 살 수는 없어.’


하루빨리 <시계탑>과 접촉해 이 시한부 몸뚱이를 벗어던져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나의 최우선적 목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반대로 되돌릴 방법도 있겠지.’


<시계탑>과 최소한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돈과 힘이 필요하다.


역시, 도시로 가는 게 맞다.


연구소에서 인접한 도시는 2곳. 테틀란과 로스카.

각각 100km, 500km쯤 떨어져 있는데, 나는 훨씬 더 먼 로스카로 향하고 있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일단 하나. 주인공이 테틀란으로 갔을 테니까.

괜히 갔다가 마주치면 이번에야말로 죽음이다.


둘. 로스카에는, 그 ‘단체’가 있다.

그들과 접촉한다면 이 전대미문의 클래스, [키메라]를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


셋째는······. 조금 있다가 설명하자.


나도 지금까지 쭉 걸었으니 며칠 더 가면 도착할 수 있겠지.


‘조금만 더 빨리 걷자.’


으득!


오면서 잡아뒀던 구렁이를 육포처럼 뜯었다.


처음엔 그렇게 역겨웠는데 어느새 적응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 블러드로어의 인자 때문에 오히려 달콤하게까지 느껴진다.


[F-급 몬스터, <황구렁이>의 인자를 획득했습니다.]

[이미 획득한 인자입니다.]

[특성과 능력치를 흡수할 수 없습니다.]

[폭주가 1분 유예됩니다.]


[-53일 8시간 40분 22초.]


아무 생각 없이 숲을 헤치며 걸었다.


계속 보니 정들 것 같은 풍경.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도인이었다면 쭉 눌러앉을 수도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런 인간이 못 되었다.


‘애초에 정착이 어려운 클래스기도 하고.’


같은 대상을 포식할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방금 봐서 알겠지만, 갓 잡은 몬스터를 포식했는데도 시간이 1분밖에 안 올랐다.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몬스터를 찾아 돌아다녀야 한다는 뜻.

목적지 정도는 내가 정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이러한 사실도 나를 지치게 만들지만, 또 하나 끔찍한 사실은.


‘왜 생으로만 먹어야 되냐고······.’


나라고 원시인마냥 날로 처먹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구워서도 먹었지만, 인자가 파괴됐니 어쩌니 하면서 효율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꼼짝없이 365일 육회만 처먹게 생겼다.


그야말로 인간실격 그 자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멍하니 이동하길 몇 시간.


풀, 나무, 흙밖에 없던 시야에 변화가 생겼다.


잘 다져진, 마차 바퀴 자국이 나 있는 그것. 드디어 길을 발견했다.


이대로만 가면 도시가 나온다.


반가운 문명의 흔적에 기뻐하고 있던 나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


험상궂은 얼굴에 꼬질꼬질한 복장. 허접한 무기를 겨눈 일련의 사내들이 침을 퉤 뱉는다.


“갈 땐 가더라도 통행세는 내고······. 잠깐, 이 새끼 몰골이 왜 이래?”

“형님, 좀 이상한 놈 같은데요.”

“털 것도 없어 보입니다.”


나를 보고 흠칫하는 산적들.


어이가 없어서 대꾸했다.


“산적새끼들이 누가 누구 보고 이상하대?”

“네 꼬라지를 봐라. 말이 안 나오게 생겼······.”

“조용히 해, 새끼야.”


더 입을 놀리기 전에 주먹을 날렸다.


빠악!


무어라 더 나불대려던 산적 한 놈이 그대로 풀썩 쓰러진다.


“제, 제이크!”

“이 새끼가!”


나름 끈끈한 사이였는지, 격분해 달려드는 나머지 산적들.


다만 맞아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슥 보고 피하고, 한 방에 한 놈씩.


이런 허접한 놈들은 혈기도 필요 없다.


“끄으으······.”


기세등등하던 산적들은 어느새 바닥에 누워 지렁이 체험을 하는 중이었다.


응징은 했지만, 저놈들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니 그 정돈가?’


산적의 옷을 찢어 검을 문질러 닦은 후,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이런 시발, 이게 뭐야.’


그곳에는 웬 거지새끼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중간중간 샘과 연못에서 목욕은 했다지만, 어쩔 수 없이 떡진 머리와 꼬질꼬질한 얼굴.

어느새 자라난 수염도 거뭇거뭇했고, 심지어 피까지 여기저기 튀어있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은 [D-0821]이 새겨진 그 환자복 그대로다.

미키에 의해 여기저기 베이고 찢어져 거의 걸레나 다름없다.


누가 봐도 기피 할, 동네 거지조차 안 놀아줄 비주얼이 여기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산적 하나를 걷어차며 말했다.


“야.”

“네?”

“벗어.”


아무리 생각해도 저 산적 복장이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문명스럽다.

.

.

.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면도도 하니까 전보다는 훨씬 말끔해진 모습.


평가하기에 한 사흘 안 씻은 산적 정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흑, 흐윽······.”


신발까지 뺏어 신었을 때 산적이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새끼가 재수 없게. 살려준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해야지. 뚝 그쳐. 뚝.”


눈을 부라리니, 입을 틀어막고 바들바들 떤다.


산적들 주머니 속의 동전 하나까지 탈탈 털고 나서 얻은 수익은 동전 몇 푼. 대략 640 크레딧이다.

싸구려 숙소 하룻밤에 밥 한 끼면 다 쓸 돈이었다.


“많이 좀 들고 다니지······. 앞으로 착하게 살아라. 간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산적들은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한층 문명인에 가까워져서일까. 발걸음이 가볍다.


그렇게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나아간 지 꼬박 한나절.

목적지에 다다랐다.


숲과 도시의 경계를 구분해 우뚝 솟은 장벽.


나는 잠시 장벽의 전경을 쭉 살펴보았다.


처음 세워졌을 땐 나름 위엄있었을 것 같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이 깨지고 갈라져 볼품없는 모습.


경비병들은 경계를 서긴커녕 구석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카드를 치는 중이다.


아예 한쪽 구석에 누워 병나발을 부는 병사도 한 놈 보였다.


아, 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타락의 향기.


입가에 진한 미소가 떠오른다.


좋다. 잘 찾아왔다.


이곳이 바로 로스카.


남부 최악의 범죄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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