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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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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작성
24.01.3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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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암흑가의 방문(1)

DUMMY

14. 암흑가의 방문(1)



가문의 보물이라는 헨리의 설명.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과연 내가 아는 물건이었다.


<어둠 부정의 수호부>.


강력한 정신계 공격을 하루에 한 번까지 확정적으로 막아주는 A급 아이템이다.


황금왕 루트에서, 헨리의 신뢰도가 일정 이상 쌓였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


나는 주로 인터넷에서나 봤던 아이템이었다.


‘근데 이걸 왜 지금 주냐고.’


이게 지금 시점에 얻을 수 있는 거였다고?

그런 정보는 들어본 바가 없다.


물론 내가 호위 의뢰를 잘 수행했던 것은 맞다.

그렇다고 그게 이걸 받을 만큼 엄청난 일이었나?

생각해 보면 그렇진 않다.


A급의 아이템이라는 건 고작 그 정도로 주고받을 만한 물건이 아니다.


헨리도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가문의 보물이라면서? 이걸 그냥 줘도 되는 건가?”

“생명의 은인이 아니오. 그리고 무엇보다, 천진혁 님은 분명 크게 될 분 같아서 말이오. 저점 투자는 상인의 기본 덕목,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렇게 나오면 또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다음으로 든 의문은 내가 크리스와 비교해서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크리스한테는 호감도와 신뢰도가 쌓여야만 주는 물건을 나에겐 그냥 넘겨주는 이유는?


일단 전투력은 아니다.

내가 강해졌다고는 해도, 당장 크리스랑 맞짱 뜨면 10분도 안 돼서 털릴 테니까.


얼굴은······. 비겼다고 해두자.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게 인성인데.


‘이건 그래도 내가 이기지.’


총전적 1승 1무 1패다.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도 이게 이유가 되지 못할 것은 알고 있었다.


내가 잠시 말이 없으니 의아한 눈빛의 헨리.


고민해봤자 나올 것도 없다.


일단 받아 안주머니에 고이 모셔놓았다.


“이렇게 귀한 걸 받아도 될지 모르겠군.”

“본 상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걸로 족하오.”

“물론이다.”


스쿠터까지 내려준 헨리는 고개를 한번 꾸벅이고는 이내 떠나버렸다.


완전한 의뢰의 해결.


그가 떠남과 동시에, 지금까지 쌓인 경험치가 드디어 다음 단계의 관문을 열어젖혔다.


[의뢰를 성공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영혼의 격이 성장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연구소 탈출 이후 잠잠하던 레벨 상승 알림.


그땐 기절 했어서 못 봤는데 이런 식이구나.


이로써 나도 2레벨이 되었다.


‘월드 오브 다키스트’에서의 레벨은 격과 연관된 개념.

레벨이 높을수록 특수한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가며, 타 NPC와의 상호작용에서 여러 의미로 ‘높은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물론 2레벨로는 아직 미미한 수준.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


나는 알림창을 흩어버리곤 수호부를 꺼내 조심히 매만졌다.


매끈한 황금의 감촉.

내다 팔아도 수억 크레딧은 나오겠지.


‘미쳤네 진짜.’


입가에 웃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 정도의 물건을 지금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이 수호부 하나로 인해, 새로이 갈 수 있는 선택지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루트를 수정해도 되겠는데.’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당황스러운데.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다시 조심히 수호부를 집어넣었다.


말없이 헨리 상단의 행렬을 바라보다가, 나도 등을 돌렸다.


턱, 스쿠터에 발을 올리고.

콰각- 시동을 건다.


부릉-


근 5일 만에 다시 느껴보는 진동.


털털거리는 고물 스쿠터는, 나를 다시 협곡의 저편으로 되돌려 놓았다.


총 24명의 인원과 3대의 마차가 빠진 협곡은 전보다 훨씬 더 넓어 보였다.


당연히 내가 감당해야 할 위협은 더 늘었지만.


뚜둑. 뚝.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몸을 풀었다.


‘사실 지금부터 시작이지.’


그동안 눈치 보느라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내가 이 의뢰를 골랐던 가장 큰 이유.


포식을 시작할 차례였다.




***




그 후로 2주가 지났다.


‘슬슬 돌아갈 타이밍인가.’


씹고 있던 무언가를 꿀떡 삼켰다.


[F-급 몬스터, <붉은집게전갈>의 인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대상의 능력치 총합이 당신보다 아득히 낮습니다.]

[능력치가 흡수되지 않습니다.]

[전갈독(F)을 흡수했습니다.]

[상위 특성을 보유 중입니다.]

[출혈독(D-)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6.1% -> 7.8%]

[폭주가 30분 유예됩니다.]


[-60일 0시간 2분 7초.]


시간의 증가폭이 소모폭을 뛰어넘었다.


2주일이나 지났음에도 오히려 더욱 늘어나, 무려 60일 선을 돌파한 시간.


이번 포식이 영양가 있었다는 확실한 방증이다.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나도 꽤 성장할 수 있었다.


상태창은 너무 길어진 관계로 제쳐두고, 능력치만 보자면 대략 이러했다.


───


근력: 39

민첩: 41

체력: 39

마력: 35


───


근 열흘 만에 확실히 성장한 능력치.


근력과 체력은 한계까지 도달했고, 올리기 힘든 마력도 꾸준히 상승했다.

게다가 민첩의 경우엔 40의 벽을 뚫었다.


앞자리 수가 바뀔수록 성장 난이도가 확 뛴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


‘포식이 없었다면 몇 달은 걸렸겠지.’


물론 당연히 능력치만 변화한 것은 아니다.


전투와 포식을 거듭한 끝에 ‘치악력’과 ‘예민한 청각’, ‘질긴 가죽’ 같은 기존에 있던 특성의 레벨이 상승했고, ‘수영’이나 ‘질주’ 등 유용한 특성도 많이 흡수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뛰어난 성과를 꼽자면.


───


[황금양털(B-)]


-천운을 지닌 채 태어난 양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질병 계열 상태이상에 강한 내성을 가집니다.


───


전신에 은은히 빛나는 황금의 색채.

머릿속으로 빛을 끄겠다고 생각하자 다시 잠잠해진다.


무려 B-급의 몬스터, ‘황금 큰뿔양’을 포식하고 얻은 특성이었다.


‘월드 오브 다키스트’에는 희귀한 탓에 높은 등급을 부여받은 몬스터들이 있다.

그렌데리움 협곡의 황금 큰뿔양은 그런 ‘희귀몹’ 중 하나였다.


‘이런 걸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황금 큰뿔양의 자연 스폰 확률은 0.0025퍼센트.


아무리 열흘간 머물렀다지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하늘이 도와준 거나 다름없다.


아무튼 이제 병 걸려 죽을 걱정은 덜었다.


‘어디 죽음의 역병이라도 뒤집어쓰는 게 아니라면.’


그런 건 ‘황금양털’도 못 막는다.


정산은 여기까지. 이제 정말 돌아갈 시간이다.


식량도 슬슬 바닥나기 시작했다.


물론 현지 조달하면 안 될 것도 없긴 하겠지만.


‘라이카가 걱정하겠지.’


다른 의뢰도 더 수행해야 하고.


역시 돌아가는 게 맞는 판단이다.


“······그 전에.”


그래도 사전답사는 마무리하고 가야지.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그렌데리움 협곡 중에서도 심부.

눈앞에, 거대한 골짜기가 펼쳐져 있었다.


지난 상행에서 멀리서만 봤었던 바로 그곳이다.


훌쩍 뛰어 벽면으로 발을 디뎠다.


콰자자작-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간 끝에, 안전히 밑바닥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그에 드러난 것은 평평한 공동.

더 앞쪽엔 거대한 동굴의 입구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입구 바로 옆에 바윗덩어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몇 걸음 걸어간 순간.


푸스스―


‘바윗덩어리’들이 갑자기 꿈틀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끼릭, 끼리릭-


완전히 펼쳐져 드러난 녀석의 정체는, 20미터를 족히 넘는 바위뱀.


B-급 몬스터 ‘스톤콘다’.


히든 던전, [뱀들의 둥지]의 문지기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엄청난 위용.


아랑곳하지 않고 몇 걸음 더 다가갔다.


쿠릉―!


경고하듯 내리친 꼬리에 땅이 울린다.


예민한 본능이 움찔거린다. 내가 그동안 상대해온 녀석 중 가장 강한 몬스터다.


딱 한 걸음 더 가고 멈추어 섰다.


녀석과 나의 거리는 10미터.


여기까지가 딱 안전거리다.

한 걸음만 더 움직인다면 공격을 해올 터였다.


그 간격을 유지한 채, 녀석을 살폈다.


딱 봐도 단단해 보이는 몸체.

비늘 대신 붙어있는 날카로운 바윗조각.

기사의 랜스처럼 뾰족한 꼬리까지.


과연 무시무시한 위용이다.


지금 당장 녀석과 맞서 싸울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녀석을 잡을 자신도 없을뿐더러, 그 너머에 도사리는 ‘보스’의 분노를 감당하기엔.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약하다.


“다음에 보자.”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한동안 나를 응시하던 스톤콘다도 다시 동굴 옆에 똬리를 틀고 잠에 빠졌다.


[뱀들의 둥지]의 보스.


A-급 몬스터, ‘수정뱀’ 피톤.


다음에 올 때는, 녀석의 목숨을 취하리라.




***




이틀이 더 지나 드디어 로스카에 돌아왔다.


갈 때는 호위 때문에 오래 걸렸지만, 올 때는 비교적 빨리 돌아온 것이다.


“오랜만이군, 대체 어디 있었나?”


안면을 텄던 경비병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사냥.”


귀찮아서 고개만 까딱이고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매정하구만······.”


서운한 듯 중얼거리는 경비병은 무시하고.


습-


숨을 들이쉰다.


음, 이 정겨운 아편 냄새.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그리웠다.

정상인은 극히 드문 범죄도시지만, 정이 들기는 했는가 보다.


곧장 라이카의 바로 향했다.


익숙한 얼굴의 가드에게 키를 맡기고.

문을 열자 바의 모습이 드러났다.


못 보던 정장 차림에 백발의 노신사가 이리저리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고.

라이카는 그 옆에 붙어 열심히 바텐더 일을 배우는 중이었다.


한창 몰두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더니.


“어······?”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휘둥그레 떠졌다.


“천진혁!”


잔도 내팽개치고 달려오는 라이카를, 뒤로 한 걸음 물러나 피했다.


허무하게 허공을 가른 그녀의 손짓.


라이카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이럴 때는 좀 받아주면 덧나나?”

“아직 그 정도 사이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말없이 노려보던 라이카가 한숨을 쉬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왜 이제야 온 거야? 죽은 줄 알았잖아. 내가 상단 쪽에 얼마나 물어봤는데!”


의뢰인 본인이 의뢰는 무사히 마쳤다고 하는데, 정작 해결사가 오질 않는다.


라이카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겠지.


“막 들어온 신입을 잃은 줄 알았다고.”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괜히 딱딱하게 대답했다.


“······사정이 있어서. 조금 늦었어.”


정말 걱정했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는 라이카.


이내 표정을 바꾸더니, 방긋 미소 짓는다.


“그래도 무사하니까 됐어.”


멋쩍어 시선을 피하고는 배낭을 뒤적였다.


턱.


카운터에 올려지는 눈부신 전리품.


황금 큰뿔양의 털가죽과 뿔이다.


웬만한 건 귀찮아서 두고 오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고.


“······이건?”


놀란 표정의 라이카가 눈을 크게 뜬다.


“어때, 처분할 수 있겠어?”

“잠시만. 이쪽은 내 전문이 아니라서. 그레이브······ 아, 이미 와 있네.”

“황금 큰뿔양이라. 아주 귀한 걸 잡으셨군요.”


그녀가 부르기도 전에 와서 양털을 살피던 노신사가 부드러이 웃는다.


“처음 보지? 인사해. 우리 바 매니저, 그레이브. 출장 갔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어.”


그레이브. 아는 얼굴이다.


악수를 청하기에 일단 맞잡았다.


“그레이브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천진혁입니다.”

“네가 존댓말 쓰는 건 처음 보는데.”


라이카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연장자 대접은 도리야.”


이 병신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친 뒷골목의 해결사 행세를 하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으로서, 어르신한테 반말은 진짜 후레자식이나 하는 거란 말이지.’


“들었던 그대로 특이하신 분이군요.”


그레이브가 약간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 동네는 후레자식이 디폴트인 세계관이었다.

뒷골목에서 예의 따지는 내가 신기할 만도 했다.


뭐, 그걸 떠나서.

눈앞의 어르신은 대접받아 마땅한 사람이기도 하니까.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던 라이카가 다시 소개했다.


“그레이브. 우리 바의 유일한 감정사야.”


[감정사]. 봉인된 아이템의 정체를 감정하거나 숨겨진 옵션을 파악하는 등.

특수한 공정을 거쳐, 아이템의 가치를 두 배 그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클래스.


웬만한 명문가 혹은 대형 단체라면 적어도 한 명쯤은 소속되어 있는 존재가 바로 [감정사]였다.


눈앞의 그레이브는 그중에서도 노련한 축에 속하는 인재.

이 세계에서, 그보다 더 대접받을 만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레이브는 곧 능숙하게 뿔과 털가죽을 살피기 시작했다.


살짝 긁어 보고, 단안경을 낀 눈으로 구석구석 확인한다.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촉감을 느껴보고는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품질이군요. 가죽 같은 경우엔 조금 미숙함이 보이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가장 좋은 경로는 어딥니까, 어르신?”

“아무래도, <동물원>이 가장 괜찮겠지요.”


<동물원>. 역시 그들과 거래하는 게 최선의 선택지인가.

마침 그들과 나는 사이도 꽤 좋았다.


“제 쪽에서 연락해 볼까요?”


나는 그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팔 때가 아니다.

이 황금 양털은, 그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명분’이니까.


일단 보관만 해 달라고 부탁하니, 그레이브는 알겠다며 상품을 갈무리해 카운터 뒤편의 방으로 가져갔다.


그레이브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라이카가 웬 주머니를 내밀었다.


“전리품 처분한 돈이래. 헨리 상단에서 보냈어.”


산적들 장비랑 몬스터 부산물 팔고 얻은 수익.

나중에 보내준다고는 했었는데 이런 식이었구나.


대충 살피니 100만 크레딧 정도 들어있다.

부수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거금.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간다.”


여느 때처럼 그대로 돌아서려는 나를, 자리로 돌아온 그레이브가 붙잡았다.


“라이카 양에게 마티니를 주문하셨다고 했지요?”


─제가 진정한 마티니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약간은 호기롭게 뒷말을 잇는 그레이브.

사실 바텐더의 일이야말로 그의 전공일지도 몰랐다.


잠시 후 내 앞에 내려진 스위트 마티니.

선명한 붉은색의 라즈베리가 인상적이다.


조심히 홀짝여본 나는, 참지 못하고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께 잘 좀 배웠어야지.”


이게 진짜 마티니구나.


라이카가 머쓱한 듯 시선을 피하며 변명했다.


“······한창 배우던 중이었어.”


그레이브는 그저 사람 좋게 웃음 지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잘 마셨습니다.”


정말 괜찮은 한 잔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바를 나서고.


잠시 스쿠터를 몰다가 브레이크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본다. 인적 드문 골목길.

이곳에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저 멀리, 어둠이 드리워진 골목을 잠깐 응시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눈에 마력을 집중하고 들여다보니, 무언가 사람의 형체가 보이는 듯했다.


그 형체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형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나는 김이 샌 표정으로 혀를 찼다.


“거, 뭐 이리 수줍음이 많아?”


로스카에 입성한 순간부터 감시하던 눈길이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나 싶었지만, 이렇게 미행만 하다가 돌아가 버렸다.


미끼를 물지는 않고 툭툭 건드리다 떠나 버린 것이다.


사실 바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이 붙었다는 건 어느 정도 반응이 왔다는 뜻.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싸게 굴겠다면, 직접 찾아오게 만들어야지.’


지금부터, ‘암흑가’를 유인해야겠다.


그들이 아주 달아올라, 미끼를 콱하고 물어버릴 때까지.


정말 약이 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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