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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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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작성
24.01.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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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겨울의 틈새(1)

DUMMY

8. 겨울의 틈새(1)



다른 곳도 아닌 영지 직속 건물 내에 정보 길드가 존재한다는 건 그 도시의 영주부터 한통속이라는 걸 의미한다.


원래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로스카여서 가능했다.


잠시 할 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천 너머의 인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처음 오시는군요. 여긴 라이카 씨가 추천해 주셨습니까?”


성별이 분간 되지 않는 중성적인 목소리.


그가 꺼낸 말은 의외였다.


“라이카라고? 나를 아나?”

“그럼요. 라이카 사무소 신입이자, 3급 조련사를 간단히 생포한 해결사가 아니십니까. 정보 길드에 소속된 자로서 그 정도는 알아야지요.”


헥터 처리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이미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했다.


‘이 정도는 해야 정보상이라는 건가.’


살짝 감탄한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크리스 블레이드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다. 최근에 뭘 했고,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중점으로.”


어디서 뭘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놈이다.

돈을 써서라도 동선을 파악하는 게 옳았다.


“크리스 블레이드라면······. 테틀란 소속의 수색대장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수색대장? 그 짧은 사이에 수색대장까지 달았다고?


놈에 대한 경계심이 피어오른다.

이 정도면 하드 스피드런 유저와 맞먹는 속도다.


잠깐 말문이 막혔으나, 일단은 긍정했다.


“······아마 맞을 거다. 지금 어디에 있지? 역시 테틀란인가?”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대로는 그렇습니다.”


이건 다행이었다.

갑자기 행방불명이라도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직까진 놈이 내 예상안에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들려오는 다음 정보는 내게 동요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건 저희 예상입니다만, 그가 곧 테틀란을 떠날 확률이 높습니다.”

“뭐라고? 근거가 있나?”


아직 수행할 퀘스트 많이 남았을 텐데?


“사흘 전, 금요일. ‘로웨이트’의 악질 갱단, 도미닉 패밀리를 토벌한 게 가장 최근의 공식 행보입니다. 그 후로 이탈의 조짐이 계속해서 관찰되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도미닉 패밀리가 토벌되었다고?”

“예. 수장인 도미닉 리모스를 포함한 51인의 갱단원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사망했습니다. 저희도 인상 깊었던 사건이라, 그때 이후로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지요.”


도미닉 리모스라면 저번에 둘러댔던 가명의 주인이다.


아무리 초장에 잡는 게 가장 쉬운 녀석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한 갱단의 두목이다.

웬만한 전력으로는 상대조차 할 수 없을 텐데······.


‘초반인데 뭐 이리 세? 누가 주인공 아니랄까 봐.’


나는 다시 물었다.


“녀석이 토벌 때 사용한 무기가 뭐지?”

“검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흔적은 없었나?”

“예. 모두 검상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전부 일격에 격살했다는 것 정도겠군요.”


그렇다면 기본 클래스인 [검사]다.


행보가 너무 빠르길래 [악마계약자] 같은 클래스로 전직했나 의심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물론 그래도 걱정은 남아있었다.


‘왜 벌써부터 탈주를 하려고 하냐······.’


테틀란에 알짜배기 퀘스트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부터 모두 해치우며 성장해 나가는 게 정석이었다.


녀석이 성장하든 말든 크게 상관은 안 하지만, 내 예상을 엇나간다는 게 문제였다.


잘은 몰라도 도미닉 패밀리 토벌전이 기폭제 역할을 한 모양.


하는 수 없이 미봉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추적을 부탁한다. 한 달 간격으로, 어디 있고 뭘 했는지 정도. 너무 자세하게는 필요 없다.”


턱, 탁자에 올려지는 주머니. 100만 크레딧이 담겨 있다.


그에 천을 헤치고 나타난 하얀 손이 돈주머니를 슥 끌어당겼다.


차르륵, 차륵. 동전이 흘러내리는 소리.


“그러기엔 많이 모자랍니다만······.”

“곧 300만 크레딧이 더 들어온다. 그래도 모자라면 일을 해서라도 메꿔주지.”

“새 고객과의 신용거래라, 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안 되려나?’


마지막 방법을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때.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도 뭐, 알겠습니다. 이래 보여도 신의가 생명인 업계이니, 이번 한 번은 저희 측에서 성의를 보이지요. 이렇게 신뢰가 형성된다면 서로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덕분에 내 패를 아낄 수 있었다.


“그래 준다니 고맙군.”

“그럼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아니. 돈이 생기면 다시 오지.”

“살펴 가십시오.”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나가니 아까의 독서실이다.


조심히 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서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도서관을 떠나 숙소로 돌아가 누웠다.


“후······.”


여러모로 바쁜 하루였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니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미래 정보, 크리스의 행보, 다음으로 처리해야 할 사건.

기타 등등.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것이 남았다.


준비한 잡생각을 전부 소모하자,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던 그 의문이 기어코 머리를 들이밀었다.


‘······헥터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 죽었을 것이다. <동물원>의 것을 탐냈으니 멀쩡히 살아 나가진 못했겠지.


그렇다면 나는 헥터를 죽음에 몰아넣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인가.


물론 헥터는 약쟁이에 범죄자였다.

딱히 동정받을 만한 인물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마음의 문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이따위 고민을 하고 앉았다니.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


무거운 생각은 전염성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암울한 심상이 이어진다.


아, 이래서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나는 베개를 들어 눈가에 덮었다.


경험상, 이럴 때는 자는 게 제일이다.


탁. 불을 끄고, 긴 숨을 내뱉었다.


자자. 자면 잊혀질 거다. 늘 그러했듯이.


······나는 그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



다음날.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안경을 껴 차분한 인상과 한 손에 들려있는 서류 가방.


지금쯤 올 걸 알았으니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의자를 당겨 앉은 그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동물원>에서 나왔습니다. 상품을 회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척. 그가 내민 손에 새까만 명함이 들려있다.


대충 받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쌍두사의 내단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것을 조심히 살핀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진품이군요. 약속했던 보상입니다.”


남자가 가지고 온 서류 가방을 통째로 건넸다.


안에 든 것은 정확히 300만 크레딧의 현금일 터.


“고맙군.”


딱히 장난 같은 건 치지 않았을 걸 알기에 확인도 하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경 너머, 남자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뭐 해. 다음 대사 안 뱉고.’


모르는 채 가만히 있으니, 그가 이어서 말을 꺼냈다.


“저흰 실력 좋고 정직한 해결사를 좋아합니다. 함께 일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동물원>의 동업 제안.

거창한 건 아니고 앞으로 내게 의뢰를 맡기겠다는 뜻인데, 이걸 받아들이면 라이카의 해결사 사무소에 새로이 <동물원> 루트가 뚫리게 된다.


일류 테이머들이 모여있는 조직답게 <동물원>에게 받을 수 있는 의뢰는 대부분 몬스터 포획이나 처치 등, 괴물들과 관련된 것들.


내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거다.


<동물원>도 좋고 나도 좋은 관계.


“거절할 이유가 없군.”

“잘 생각하셨습니다.”


척. 악수를 나눈 그가 감정의 동요 없이 차분한 얼굴로 일어섰다.


“좋은 관계 유지하길 바라겠습니다. 천진혁 해결사님.”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깔끔하게 돌아 나섰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다.


남자가 가고 난 뒤.


나는 받았던 명함을 꺼내 손에서 살살 굴렸다.


빳빳한 재질의 흑색 종이에, 흰색으로 양각된 글자, <동물원>.

그 밑에 1급 조련사 ‘렝겔드 스토퍼’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기억에 남는 이름이다. 나름 유능한 [조련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일에 일일이 불려 다닐 직급이 아닌데도 솔선수범으로 일을 처리하는 모습부터가 그의 성실성을 증명한다.


‘살아남는다면 간부로 승진까지 하는 NPC였던가.’


<동물원> 내에서도 나름 잠재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인물.


그리고 동시에······.


몇 번은, 나의 손으로 죽였던 남자이기도 하다.


사실 이놈들이 떳떳한 단체는 아니다.


밀렵은 기본에, 불법 투기장 운영.

<동물원> 산하의 불법 영약 공장만 해도 열 곳은 될 거다.


애초에 로스카에 본거지를 둔 것부터 뒤가 구린 단체.


지구의 동물운동가가 본다면 피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을 놈들인 것이다.


그래도 뭐, 이게 힐링게임도 아니고.


나는 내 생존이 우선이다. 나에게 해만 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용의가 있었다.


명함을 주머니 속에 찔러넣고 나도 집을 나섰다.


돈이 들어왔으니, 이제 잔금 치러야지.


어제처럼 <하얀 그림자>를 찾아가 잔금을 넘겼다.


<동물원> 1급 조련사가 줬던 서류 가방이 다시 정보상에게 넘어간다.


“한 달 치 정도는 되겠군요.”


정보상은 딱 의뢰비만큼만 받고 거슬러주었다.


이제 수중에 남은 돈은 1만 크레딧.

또다시 빈털터리가 됐다.


“추적 경과는 매달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금도 치렀고 확실하게 의뢰도 전달했으니, 이제 다시 돈을 벌 차례다.


3구역, 라이카의 바로 스쿠터를 타고 나아갔다.


어제처럼 키를 맡기고 바에 들어가니 붕대를 감고 있는 사내들이 보였다.


나한테 얻어맞았던 경호원들.

이제 출근할 만큼 회복한 모양이다.

나름 살살 때린다고 때렸는데, 그래도 역시 거동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흠칫 놀란 경호원들이 엉거주춤 물러났다.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는데, 뭐 어쩔 수 없다.

그땐 그게 가장 빠른 길이었으니까.


시선을 외면하며 라이카에게 다가갔다.


“의뢰 좀 있나?”

“들어온 거야 많지. 살펴봐.”


촤락-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의뢰서들.


빠르게 하나하나 훑었다.


[4구역의 ‘루모스 패밀리’ 응징 / 30만 크레딧]


[데칼란 상단 습격대 모집 / 전리품 인원수대로 분배]


[상품 청성초 5뿌리 채집 / 500만 크레딧]

.

.

.


그녀 말대로 의뢰는 많았지만 딱히 끌리는 게 없다.

돈이 안 되거나, 리스크가 크거나. 혹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의뢰들뿐이다.


계속 의뢰서를 훑던 나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하켄 숲, 식인귀 조사 혹은 처치 / 유의미한 정보 제공 시 최대 30만 크레딧, 처치 시 50만 크레딧]


‘뭐야 이거.’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켄 숲이면 키메라연구소가 위치한 곳.

내가 지나왔던 숲이다.


다만.


‘그때 뭐 이상한 건 없었는데?’


하켄 숲에 등장한 식인귀라.

게임상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의뢰다.


‘이렇게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 변곡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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