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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142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작성
24.0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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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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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프리즌 브레이크(1)

DUMMY

1. 프리즌 브레이크(1)



회색 천장. 회색 벽. 회색 바닥.


그리고······. 회색 철창.


“진짜 좆됐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행복했다.


즐겨하던 게임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으니까.


회사가 망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운영을 안 하던 제작진 놈들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 대규모 업데이트를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좋은 일이니 즉시 진행 시켰다.


[WORLD OF DARKEST PART 2.]

[DOWNlLOADING······.]

[······1%]


다운되는 동안 설명을 읽어봤다.

업데이트의 내용은 딱 한 줄이었다.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 추가.]


‘월드 오브 다키스트’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오픈월드 싱글게임이다.


그런데 갑자기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추가한다니.


의아해져 정보를 더 찾아보려는 그때.


[······100%]


갑자기 다운로드가 완료되었다.


실행하지도 않은 게임이 자기 혼자 켜졌고.


[WELCOME.]

[AND······.]


모니터를 뚫고 나온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GOOD LUCK.]

.

.

.

“그리고 눈을 뜨니까 여기라고?”


색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칙칙한 감옥.


식기로 보이는 쇠그릇 두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독방인지 방치된 건지 나 말고는 아무도 없고, 다른 생명체라고는 바닥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가 전부다.


게임 속으로 끌려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여긴 스타팅 포인트가 아닌데.”


수백 수천 번을 플레이해도 게임은 항상 어느 숲속 방치된 건물의 대문 앞에서 시작했다.


이런 숨 막힐 정도로 좁아터진 감옥은 내게 너무나 낯선 공간이었다.


‘혹시 꿈인가?’


아니면 그냥 납치돼서 어디 갇힌 건가?


‘······뭔데 대체.’


멍한 정신을 뒤로 한 체 일단 몸을 살폈다.


앙상하게 마른 팔에 창백한 피부색.

옷은 무슨 환자복 같은 걸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팍에 새겨진 일련번호. [D-0821].


‘어디서 봤는데.’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철창. 환자복. 저 앞에 보이는 연구시설과, 번호 D-0821.


“······어.”


그리고 그 희미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쇠그릇을 집어, 대충 문질러 닦았다.


밑면에 희미하게 얼굴이 비친다.


짙은 흑색 머리칼과, 선명한 적색 눈동자. 그리고 창백한 피부.


이건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시발.”


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새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다.


번호를 보고 알 수 있었던 건 두 가지였다.


첫째. 여긴 게임 속 세상이 맞다.


그리고 둘째.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고! 폭주까지 5분 남았습니다!]

[즉시 인자를 보충하십시오.]

[-4분 59초.]


나는 튜토리얼 던전 보스다.




***




[T-6 키메라연구소].

지금 이 장소의 정확한 명칭이다.


T는 Tower.

연구소를 설립한 단체, <시계탑>의 이니셜이고, 6은 6번째로 세워진 연구소라는 소리다.


<시계탑>에 개인적인 볼일이 있던 주인공은 그들의 흔적을 추적해 키메라 연구소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옛적에 정리하고 떠난 지 오래.


텅 빈 연구소를 수색하던 주인공이 남아있던 키메라 실험의 실패작들과 전투를 하게 된다는 게 튜토리얼의 내용이다.


‘가장 강한 실험체의 번호가 D-0821였지.’


무려 주인공조차 고전하게 만든 괴물. 그게 나다.


다만 생긴 건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눈은 핏빛으로 물들고, 온몸이 흉측하게 변형된 채 달려들던 그 모습.

다시 생각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내가 그렇게 될 거라고?’


[-4분 23초.]


생각하는 사이 시간이 더 지났다.


저 시간이 다 되면 나도 게임 속 그놈처럼 되는 건가.


‘그건 싫은데.’


일단은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제 파악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그리 생각할 때 곧 무언가가 떠올랐다.


───


[데우스]


[레벨: -]


[-4분 22초]


▶클래스: [키메라]


▶고유 능력: 「포식」


▶보유 인자: -


▶보유 특성: -


▶능력치


근력: 3

민첩: 4

체력: 4

마력: 3


───


놀란 마음에 눈동자가 커졌다.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했다.


‘월드 오브 다키스트’에서 보던 상태창. 이걸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서둘러 그것을 살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데우스라는 이름.


D-0821에게 이름이 있었던가. 지금 중요하지 않으니 시선을 내렸다.


“키메라?”


처음 듣는 클래스다.

워낙에 선택지가 많은 게임이었던 탓에 내가 아직 모르는 요소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애초에 게임 속에 끌려 들어온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최대한 초심자의 자세로 임해야 옳았다.


‘고유 능력이 하나뿐인 건 특이하네. 인자는 뭔지 아직 모르겠고.’


그리고, 능력치. 능력치는 처참했다.


일반적인 인간의 평균 능력치가 10이다.

평균 이하를 넘어, 병자 수준이라는 거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대충 살펴도 좋아 보이진 않았으니까.


거기까지 확인했을 때 남은 시간은 4분이 살짝 안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큰일 날 상황.


다급해진 나는 무작정 쇠창살을 두들겼다.


텅―

텅, 터엉―


있는 힘껏 두들긴 것치고는 정말이지 매가리 없는 소리.

오히려 두들긴 손이 아려왔다.


딱히 튼튼해 보이는 감옥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내 몸이 허약했다.


몇 차례 더 두들기고 아예 걷어차기까지 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가망이 없을 거 같기도 했고, 계속하니 힘들어서기도 했다.


“뭐 이런 병신같은 몸뚱이가······.”


힐끗 시간을 바라보았다.


[남은 시간: 3분 6초.]


이젠 진짜 촉박하다.


초조함에 손톱을 물어뜯던 중, 근처에 무언가 재빨리 지나가는 게 보였다.


갈색 몸체에 누가 봐도 혐오스럽게 생긴 그것.


‘크기가 뭔······.’


바퀴벌레였다.


멍하니 그걸 보고 있는데.


‘······잠깐.’


불현듯 스치는 생각.


클래스는 [키메라]. 능력은 포식. 인자를 흡수해야 살 수 있다.


이건 누가 봐도······.


“진짜 지랄하지 마.”


아니지? 아니잖아. 사람이 어떻게 바퀴벌레를 먹어.


그렇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마냥 부정하고 있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실패해도 해가 될 건 없다.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이를 악물고 눈빛을 가다듬었다.


‘······어차피 죽을 판.’


밑져야 본전이다.


침을 꿀꺽 삼키고 목표를 확인했다.

기회를 엿보다가. 한순간에 몸을 던진다.


텁-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손을 들춰 보았다.


놀랍게도,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 비루한 몸뚱이는 바퀴벌레 하나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연이어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점점 더해지는 초조함과 느려터진 몸뚱이는 나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어진 몇 번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고.


남은 시간.


[-0분 37초.]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절망한다고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음을 다잡고.


‘······지금!’


다시 한번 지친 몸을 던진다.


터업!


손 밑에 꿈틀대는 기분 나쁜 감촉.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잡았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조심스레 그것을 쥔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단번에 털어 넣었다.


······으적!

.

.

.

[F--급 몬스터, <검은줄바퀴>의 인자를 획득했습니다.]

[대상의 능력치 총합이 당신보다 아득히 낮습니다.]

[대상의 격이 미약합니다.]

[능력치와 특성이 흡수되지 않습니다.]

[폭주가 10분 유예됩니다.]


[-10분 26초.]


‘시간은 벌었네.’


문득 무언가 걸리는 듯한 감각에 퉤 뱉었다.

그에 나온 것은, 흑갈색의, 키틴질로 이루어진······.


이런 시발.


‘······생각하지 말자.’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뿐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철창을 가만히 살펴본다.


방금의 포식으로 고작 시간을 벌었을 뿐이고, 능력치 또한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왠지 이번엔 다를 것 같다.


아무런 근거는 없지만, 뭔가 저쪽 창살이 유난히 약해 보이거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이어지는 도움닫기 후, 몸무게를 실은 충돌.


쿵!


어깨가 부러진 것처럼 아프다. 철창은 꿈쩍도 안 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부딪친다.


쿵!

쿵!

쿵!


몇 분 동안 반복하니, 과연 변화가 보였다.


끼긱―


쇠창살이, 소음을 내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기세를 몰아 더욱 힘을 실어 부딪쳤다.


쿵!


끼기긱―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는 쇠창살.


고통이 어깨를 넘어 상반신 전부에 퍼져갔지만 무시한다.

다시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내던졌고.


쾅!


끼이익―


마침내 쇠창살의 틈이 완전히 벌어졌다.


“후우······.”


퉁퉁 부어오른 어깨를 늘어뜨린 채 낑낑대며 틈을 비집고 나왔다.


감옥 밖은 커다란 실험실이었다.


‘여기였구나.’


아까 갇혀있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내가 잘 아는 곳이다.


뭔가 부서진 흔적만 있고 건질 게 없어서 항상 건너뛰던 방.


지금 생각해보면 폭주한 데우스가 가장 먼저 깽판을 쳐놔서 그랬나 보다.


일단 감옥은 빠져나왔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말했듯이 주인공은 생존한 실패작들과 전투를 벌이게 되고, 그 ‘실패작’이라는 게 데우스 하나만은 아니었으니까.


이 몸뚱이로 그런 괴물들과 만났다간 끔찍하게 죽고 말 거다.


그것보다도 남은 시간이 벌써 3분 남짓으로 줄어든 상태.


‘일단 빨리 시간부터 늘리자.’


어디 바퀴벌레 또 없나.


인간으로서 이따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괴감이 몰려왔지만 별수 없었다.


그렇게 방을 뒤지던 나는 어느 한 곳의 앞에서 멈추어 섰다.


여러 가지 표본이 둥둥 떠 있는 유리병들.


게임 속에선 데우스가 파괴해 버렸기에 확인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멀쩡했다.


‘그렇다곤 해도 귀한 건 안 보이네.’


이미 철수한 지 오래인 연구소다. 남겨진 건 가치 없는 잡동사니뿐이었다.


나는 병 하나를 들고 마개를 열었다.


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안에 들어있는 건 오징어 다리처럼 생긴 정체를 알 수 없는 촉수.


───


[스웜프텐타클 촉수 표본]


―스웜프텐타클의 촉수를 보존 용액에 담가 만든 표본입니다.

독한 약품 냄새가 납니다.


───


떠오른 알림창이 나를 순간 멈칫하게 했다.


‘스웜프텐타클이라고?’


늪지에 서식하는 촉수괴물. 꽤나 징그럽게 생긴 녀석이다.

당연히 먹는다는 건 생각조차 안 해봤다.


과연 시간이 늘어날까 의심이 들었으나, 바퀴벌레보다는 낫지 싶었다.


조심스레 촉수를 꺼냈다.


주륵―


녹색 진액이 거미줄처럼 늘어진다.


바퀴벌레보다 낫다고는 했지만 이것도 역겹긴 마찬가지다.


오만상을 찌푸린 채, 결국 입에 넣었다.


물컹!

.

.

.

[E+급 몬스터, <스웜프텐타클>의 인자를 획득했습니다.]

[죽은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대상입니다.]

[심장이 아닌 부위를 포식했습니다.]

[포식의 효과가 대폭 열화됩니다.]

[근력이 1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특성을 흡수하지 못했습니다.]

[폭주가 30분 유예됩니다.]


[-32분 47초]


다행히 시간이 늘어났다. 게다가 바퀴벌레보다는 훨씬 높은 효율.


‘좋긴 좋은데······.’


나는 한숨을 쉬며 다른 표본에 손을 뻗었다.


이미 효과가 입증되었는데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하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고 먹어 치웠다.


그 결과.


───


[데우스]


[레벨: -]


[-46분 14초]

······

▶보유 인자: <검은줄바퀴> <스웜프텐타클> <프로그맨> <그렘린> <락시르게코>


▶보유 특성: -


▶능력치


근력: 4

민첩: 6

체력: 5

마력: 3


───


심장 표본이 없어서 특성은 흡수하지 못했지만, 시간은 넉넉하게 벌었다.


‘어떻게 할까.’


다른 곳도 털어볼까.


명색이 연구소답게 버리고 간 표본이 널려있다.

원래는 가치가 없어 챙기지 않았지만, 효과를 직접 본 이상 그냥 가기도 아쉬웠다.

혹시나 심장 표본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아니.’


그러나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 정도 벌었으면 충분해.’


말했듯이 여기에 있는 것들은 가치가 낮은 것뿐이다. 딱히 목멜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이제 곧 미친놈이 올 테니까.’


실패작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무시무시한 존재.


생각하기 무섭게, 굉음이 울렸다.


콰아아아앙──!!!!


연구소 저 멀리에서부터 전해지는 충격.


이 세계의, ‘주인공’이 도착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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