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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박격포.
작품등록일 :
2024.01.19 19:31
최근연재일 :
2024.02.03 22:3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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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추천수 :
25
글자수 :
11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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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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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가의 방문(4)

DUMMY

17. 암흑가의 방문(4)



쉬이익—!!!


공기를 가를 듯 매서운 소리.


“······어?”


내가 휘두른 검에 내가 놀라 입을 벌렸다.


수련하는 동안 수십 수백 번을 행한 세로베기였으나, 방금의 감각은 어딘가 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긍정하듯.


[에버윈 비전 검술(B)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2.1% -> 5.0%]


특성 숙련도가 상승했다. 그것도 꽤 큰 폭으로.


“오, 방금 그건 좀 쓸만했어.”


지켜보던 오벨론도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재능이 있다니까.”


‘재능이 있다.’


수련하는 동안, 그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 소리였다.


이만하면 흔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던가.


의외였다. 살면서 이런 것에 재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혹시 나도?’


일말의 기대를 담아 그게 어느 수준이냐고 물어봤었는데, 오벨론은 다 안다는 듯 피식 웃을 뿐이었다.


-왜? 혹시 천재인가 싶어서? 아서라 인마, 그래봤자 동네 수준이야.


차라리 자기 재능이 더 나을 거라고 덧붙이는오벨론.

나는 실망해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구타에 가까운 대련이 끝나고.


큼지막한 바위에 올라앉은 오벨론이 지나가듯 말했다.


“이제 당분간은 못 봐준다. 나도 일은 해야지.”


지난 보름간, 의뢰도 미룬 채 교습을 해주었던 오벨론이다.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가르쳐줄 줄은 나도 몰랐기에 내심 고마웠으나, 당연히 그도 언제까지나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소장놈이 일은 언제 하냐고 얼마나 쪼아대던지. 그것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좀 나가 있을 생각이야.”

“그러냐. 어쩔 수 없군.”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도 다른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낮에는 검술 교습, 밤에는 의뢰.


틀에 박힌 채 살던 요 보름 동안, 성과가 제법 있었으니까.


‘약이 아주 바짝 올랐었지.’


사업체 파괴, 연락책 사냥, 사냥감 먹튀.

기타 등등.


내가 생각해도 끈질기게 괴롭히긴 했다.

솔직히 지금쯤이면 못 참고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놈들의 인내심이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것도 오늘까지겠지만.’


간만 보는 건 나도 이제 질렸다.


아껴 놨던 미끼를, 그것도 아주 매콤한 미끼를 드디어 던질 때가 왔다.


잠깐 계획을 되새기던 중, 오벨론이 훌쩍 바위에서 뛰어 내렸다.


“그래서 말인데, 네게 숙제를 하나 내주마.”

“숙제?”


방금까지 자신이 앉아 있었던 바위를 가리키며, 오벨론이 씩 웃었다.


“기술만으로, 저 바위를 베어봐라.”

“······뭐라고?”


순간 잘못 들었나 되묻고야 말았다.


‘내가 무슨 무림인도 아니고, 칼로 저딴 걸 어떻게 베?’


뭐 혈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 되기야 하겠다만.


“능력도 쓰면 안 되는 거겠지?”

“당연하지. 그럼 의미가 없잖아.”


나는 다시 심각해져서 바위를 바라보았다.


내 신체능력도 초인의 영역에 도달했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위를 벨 정도까지는 아니다.


‘할 수 있을까?’


오벨론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얼굴 그대로다.


“지금 해봐도 되나?”

“상관없다. 물론, 다른 바위로.”


공터에는 바위가 많았다. 연습하기엔 충분한 양이다.


오벨론이 앉아 있었던 바위와 엇비슷한 놈을 골라, 조용히 그 앞에 다가섰다.


무언가 될 것도 같은 느낌. 이상하게 자신감이 샘솟는다.


‘조금 전, 그 세로베기의 감각을 떠올려 본다면······.’


나는 호흡을 가라앉히고 검을 들었다.


목표는 눈앞의 바위.


검을 치켜세운 채, 매섭게 눈을 부릅떴다.


보폭은 어깨너비.

오른손 검지와 엄지로 크로스가드를 부드러이 감싸 쥔다.

왼손은 손잡이의 아랫부분을 강하게 지지한다.


바위가 갈라지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후.”


호흡을 정리하고.


단숨에 내리그었다!


쐐애애애액―


지난 시간 수없이 시전했던 세로베기.


‘에버윈 비전 검술 1형.’


수쇄(水灑)──


까앙─!


“······어?”


당찬 포부와는 달리, 내리친 흑검은 내 손을 떠나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돌아본 내 눈에 비친 것은.


“푸흡, 푸흐흡, 푸하하하하!”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듯 폭소를 터뜨리는 오벨론.

푸른 눈동자에 눈물까지 맺혀있다.


얼얼한 손아귀와, 멍한 정신.


그대로 굳어있던 나는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시발, 존나 쪽팔리네.’


방금 내가 저지른 그 허세 가득한 모습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수쇄는 염병······.’


나는 무표정을 가장한 채 서둘러 검을 회수해 왔다.


고급품답게 그 지랄을 했는데도 흠집 하나 없다.


그 와중에 오벨론은 계속 쪼개고 있는 상황.

오히려 내 표정을 살피더니 더 크게 웃어젖혔다.


“으하, 으허, 으허허허! 이, 이 새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으허허헉!”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적당히 해라.”

“푸흐흡!”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어대는 오벨론.


“······적당히 하라고.”

“끄허어억······!”

“이 시발놈이 진짜.”


이성을 잃은 내가 칼부림 직전까지 가고 나서야, 오벨론은 간신히 웃음을 멈추었다.


“후······. 간만에 웃었네.”

“······.”

“뭐, 아무튼. 꽤 힘들 거라는 건 잘 알았겠지?”


과연, 온몸 가득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있을 때 할걸.’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잠자리에서 이불을 걷어찰 기억이 하나 늘어난 기분이었다.


그러던 오벨론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래도 너무 불평하진 마.”


터덜터덜 걸어가, 숙제로 내줬던 것보다 세 배는 큰 바위 앞에 멈추어 섰다.


“하다 보면.”


슥―


아무런 저항감 없이 그어진 일검.


“나름 쓸만한 기술이 될 테니까.”


쩌억―!


그 거대한 바위가, 정확히 반절로 쪼개져 버렸다.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거저 아니겠어?”


에버윈 비전 검술 1형, 수쇄.


흉내에 불과했던 나의 동작이 아닌, 진정으로 완성된 기술 그 자체였다.


‘역시 윈터워커 때는 가진 힘의 반절조차 내지 않았었나.’


잠시나마 엿본 그의 힘은 과연 일류를 논할만했다.


내심 감탄하던 나에게, 오벨론이 엄포를 놓았다.


“다시 만났을 때 못 베면, 훈련은 두 배다.”

“······!”


지금도 죽을 만큼 힘든데, 두 배로 늘린다고?


사실상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숙제.


머릿속이 복잡해진 나를 보고는 기꺼운 듯 웃던 오벨론은 이내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언제쯤 돌아올 거지?”

“글쎄. 두 달쯤 걸릴 것 같긴 한데, 늦을 수도, 빠를 수도 있다. 수련 게을리하면 너만 손해야.”


두 달.

검을 오래 배우지 않았으니 이게 긴 시간인지 짧은 시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그럼 간다, 제자야~.”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나는 원망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홀로 공터에 남아있던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거고.”


할 건 해야지.


“어디 보자······.”


스쿠터 연료통을 살폈다.


아주 조금 찰랑이는 게, 아마 하루치.

정 아껴 쓴다고 해도 이틀이면 다 쓸 양이었다.


아낀다고 아꼈는데 결국 바닥이 나 버렸다.


아니, 오히려 로스카 입성 극초반에 구했던 스쿠터를 지금까지도 멀쩡히 타고 다녔다는 게 말도 안 됐던 거겠지.


‘월드 오브 다키스트’의 기술은 이처럼 기묘한 구석이 있다.

지구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것 같다가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현대기술을 뛰어넘는 물건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뭐, 그래도 아직은 남아있으니.”


나는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다음 행선지는 5구역이다.




***




쥐들이 제 집인 양 드나드는 더러운 뒷골목.

그중에서도 특히 어둡고 음침한 구역으로 진입했다.


주위에 보이던 약에 취한 노숙자들도 점점 드물어져 가고.

골목 깊숙이 다다르니 추레한 부랑자 두 명이 길모퉁이에 누워 있는 채였다.


침입자를 확인한 그들의 근육이 미세하게 움찔거린다.


하층민인 척 위장하고 있지만, 포식을 거듭해 예민해진 감각은 속일 수 없다. 이들은 전투원이었다.


그들이 이토록 삼엄하게 뒷골목을 지키고 있는 이유.


‘그야 여기가 보물창고니까.’


암흑가를 끌어들일 결정적 한 수.


그것은 바로 강도질이었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니, 부랑자인 척 위장했던 경비원들이 벌떡 일어나 앞을 막아섰다.


“멈춰.”

“여긴 못 지나간······.”

“꺼져.”


텁-


두 놈의 머리를 움켜쥐고, 강하게 맞부딪혔다.


콰앙!


코피를 내뿜으며 쓰러지는 경비병들.


그들을 뒤로하고 끝까지 들어서자, 웬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그 건물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경비병들이 지키고 서 있는 채였다.


경비원치고는 제법 기세가 좋다.

개개인의 군기 역시 바짝 들어있다.


잠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에, 금방 그들에게 위치를 들켜버렸다.


딱히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암흑가를 유인하는 게 목적인 만큼, 이들이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야 좋았다.


“······!”


눈을 마주친 경비병들이 즉시 무기를 뽑아 들었다.


누구냐, 혹은 왜 왔냐는 식의 질문은 하지도 않고, 곧장 공세를 펼쳐온다.


후웅-!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일격.

확실한 살기가 담겨 있다. 사람을 한두 번 죽여본 놈들이 아니었다.


그만큼 수준이 상당하다는 뜻이지만.

나에게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속전속결.’


시간이 지체되면 잔뜩 성이 난 암흑가의 본대가 직접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진짜 죽을 수도 있겠지.


힘을 아낄 이유가 없으니, 즉시 힘을 끌어올렸다.


핏, 손등을 그어 핏물을 내고, 검에 덧씌웠다.


휘익!


내리쳐진 손도끼에 맞서 흑검을 위로 올려쳤다.


경비의 도끼에는 은은한 마력이 서려 있었으나, 사나운 혈기를 이기지는 못했다.


서겅-


단숨에 동강 나 버린 도끼날.


노련한 경비는 곧바로 허리춤의 단도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내가 한발 먼저 칼집을 걷어차 버렸다.


빡!


“큭······!”


충격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저 단도 손잡이를 움켜쥔 경비였으나, 이상하게도 단도는 칼집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놀란 경비가 황급히 시선을 옮겼을 때는, 허리춤에서 시작된 서리가 그의 손을 꽁꽁 얼려버린 후였다.


“이게 무슨-”


쾅―!


깔끔하게 턱을 후려버린 주먹.


경비는 신음을 뱉지도 못하고 축 늘어졌다.


죽지는 않았을 거다.

나는 어디까지나 암흑가를 자극하려는 것일 뿐, 전쟁을 원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기회를 노리던 다른 경비가 단검을 쥐고 등을 찔러왔으나.


콰드득-


가시갑옷을 전개해 녀석의 공격을 저지했다.


“크악!”


가시에 손을 찔렸는지 깜짝 놀라 무기까지 떨어뜨린 경비.

그 틈에, 반 바퀴 뒤로 회전하며 검 손잡이로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뻐억!


통짜 금속으로 된 손잡이는 단단했고, 녀석의 눈빛이 순간 흐려지더니 끈이 잘린 인형처럼 털썩 쓰러졌다.


“후······.”


손을 탁탁 털면서 문고리를 붙잡았다.


덜컹-


역시나 굳게 잠겨 열리지 않는 문.


그대로 손아귀에 냉기를 집중하니.


쩌저적!


손잡이가 통째로 얼어붙어 버렸다.


콰창!


이후 혈기를 불어넣자 단숨에 깨져나가는 손잡이.


손잡이가 부서진 문을 뜯어버리고 재빨리 진입했다.


그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무수한 총알 세례.


투두두두―


소란을 듣고 대기하고 있던 인원 전부가 총알을 퍼붓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도 총은 편리한 도구였다.


이렇게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방아쇠 하나만 당기면 사람을 죽일 수 있게 해주니까.


물론 당연히 대비하고 있었다.


퍼버버벅―


피로 만든 막이 모든 탄환을 막아낸다.


물론 이것도 대구경 저격소총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뚫리겠지만, 다행히도 적들이 가진 무기는 권총 혹은 기관단총이 전부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겹 더 두른 후, 피안개를 불러일으켰다.


가려진 시야에 당황하는 사내들.


누가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의 공격수단이 봉쇄되었다.


그리고 그 혼란을 가중하며, 안개를 조종한다.


틱, 틱틱.


무언가에 걸린 듯 발사되지 않는 총알.


“초, 총이······!”


끈적한 핏물이 총기에 스며들어 고장을 일으킨다.


완전한 무장해제. 흑검은 살상력이 높으니, 대신 두 손에 냉기를 휘감았다.


탓, 타앗, 탓―


스치기라도 하면 하얗게 얼어붙어, 눈에 띄게 느려지는 적들.

확실히 제압에 있어선 혈기보다는 냉기가 수월했다.


술래잡기를 하듯 가볍게 터치를 해주니, 그 자리에 하얀 얼음꽃이 피어올랐다.


“이, 이런 시발!”

“뭔 짓을 한 거야!”


이윽고 꽁꽁 얼어 못 움직이게 된 적들이 당황 가득한 욕설을 내질렀고.


쿵, 쿵, 쿵, 쿵!


그 머리통을 가볍게 후려쳐 모두 잠재웠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귀신같이 적막이 드리워진 창고.


“이제 끝인가?”


게임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4명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나는 피식 웃었다.


‘······끝일 리가.’


고요한 분위기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숨죽여 흑검을 뽑아 든다.


뚜벅뚜벅.


여유를 가장한 채 한가로이 저택을 걸었고, 이윽고 어느 지점에 도달한 순간.


콰작―!


발밑에서부터 불길한 소리가 울린다.


드릴 같은 창을 쥔 사내가 나무 바닥을 뚫어버리며 용솟음쳤다.


물론 예견한 상황이었기에, 즉시 몸을 낮춰 반대편으로 굴렀다.


미리 알고 피하지 못했다면 발끝부터 머리까지 꼬챙이처럼 꿰뚫릴 뻔한 상황.


“어, 어떻게?!”


사내도 설마 실패할 줄은 몰랐다는 듯, 경악하며 눈을 부릅떴다.


‘두더지’ 리거스.


암흑가의 경계 레벨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렸을 시 등장하는 네임드 NPC다.


그간 끈질기게 암흑가를 괴롭혔던 상황.

지금이 그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치잇······!”


기습에 실패한 리거스가 분개하며 창을 겨누었다.


휘휘휘휘휙!


재빠른 창격이 순식간에 이어졌지만, 나는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모두 피해냈다.


애초에 그는 기습에 특화된 유형.


정면승부에서의 리거스는 그다지 위협스러운 적이 아니었다.


“······이 새끼가!”


짓쳐 들어오는 찌르기.

그래도 역시 네임드 NPC인지라,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그려진 반원의 궤적은, 나도 모르게 기술의 형태를 그리고 있었다.


에버윈 비전 검술 4형.


수류(水流).


휘릭!


굵은 창대가 마치 빨려 들어가듯 검에 휘감긴다.


마치 용솟음치는 물의 흐름처럼 사나운 흡입력은, 너무나 쉽게 상대의 무기를 빼앗아 왔다.


텅!


멍한 표정으로 비어버린 제 손을 바라보는 리거스.


재빨리 그의 미간에 혈탄을 쏘아 날렸다.


퍽-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버린 사내.


마지막 적을 예상보다 손쉽게 해치워 버렸다.


“······이게 되네.”


얼떨떨한 기분도 잠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으니 재빨리 행동을 개시했다.


텅 빈 집안에 울려 퍼지는 분주한 발걸음 소리.


집을 창고로 개조한 곳이었기에 여러 방이 있었는데, 그 방마다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차 있었다.


내가 지금 할 일은, 이것 중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아내는 것.


당연히,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첫 번째 방은 무기고였다.


날이 잘 서 있는 도검들과 총기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나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쳤다.


쓸만한 게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저기 푸른색 폭탄들이나, 딱 봐도 무시무시하게 개조된 상어 모양 소총은 당장 써도 좋은 물건이긴 했다.


그렇지만 저런 귀한 걸 훔쳐 가는 순간 선을 넘게 된다.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하려는 건 도발이지 전쟁이 아니거든.


내가 이 창고를 습격한 명분은 어디까지나 ‘약탈품 회수’ 의뢰를 수행하기 위함.


비싸고 귀한 걸 챙겨간다면 그냥 암흑가를 습격한 미친놈이 될 뿐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큰 차이였다.


같은 이유로 금화와 보석들이 들어찬 방도 깔끔히 패스했다.


그렇게 몇 개의 방을 지나치고, 내가 멈추어 선 곳은 조잡하고 평범한 물건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딱히 관리할 필요도 못 느꼈는지, 대충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굳이 이름 붙이길, 잡동사니 방.


그 많은 보물 중에서, 내가 가져도 될만한 것은 결국 이런 것들뿐이다.


일단 의뢰품들 먼저 챙겼다.


작은 보석이 달린 팬던트와 하얀 손거울.

옅은 마력이 담긴 귀걸이. 그리고 반지까지.


의뢰인들에겐 귀하디귀한 보물이었기에 이렇게 의뢰까지 맡겼을 테지만, 정작 약탈한 장본인들은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가져온 배낭에 조심히 옮겨 담았다.


의뢰품은 모두 챙겼다. 그러나 나는 떠나지 않고 방을 살폈다.


무명천 밑에 깔린 무언가를 들추어 찾아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거짓말쟁이의 염색도구]


등급: C-


분류: 화장품


특성: 염색 Lv.5 보존 Lv.5 알록달록 Lv.3


───


변장계통의 마도구.


자유자재로 눈과 머리카락 색을 바꿀 수 있는 도구.


변장 부위가 한정적이라는 단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게 측정되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딱 맞는 물건이었다.


‘개 같은 약초 채집 그만해도 되겠네.’


지금까지도 천연 재료를 이용해 손수 변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나는, 유유히 창고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딱 하루가 지난 시점.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바쁜 척 움직이던 나는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스쿠터에서 내려, 여유롭게 벽에 등을 기대었다.


“슬슬 나오지 그러냐? 언제까지 따라올 거지?”


모른 척 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러자, 뒤편에서부터 복면을 쓴 사내가 나타나 내 뒤를 가로막았다.


로스카에 돌아왔을 때, 나를 감시하던 그 남자다.


‘오래도 걸렸네.’


그 무거운 엉덩이를, 이제야 움직이려고 하는가 보다.


잔뜩 쉰 목소리의 그가 말을 이었다.


“보스께서 널 보길 원하신다.”

“흠······.”


고민하는 듯 음성을 흘린다.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그래. 슬슬 기름 넣을 때 됐지.’


‘암흑가’가 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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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암흑가의 방문(2) 24.01.31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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