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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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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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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6.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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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 낯설지 않은 낯선 여인

DUMMY

15. 낯설지 않은 낯선 여인




시원이 군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해안가에서 바람이 불어와 사방으로 비바람이 흩날렸다.

어두운 밤길 한적한 도로를 얼마간 달리자··· 삐걱 삐걱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희미한 호텔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 차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투숙객도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로비에는 체크인 담당 직원이 혼자 졸고 있고, 한쪽에 있는 손님용 소파에 검은 고양이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깊고 푸른 눈의 검은 고양이··· 어디서 본 것도 같고.


방 카드키를 받고 10층으로 올라갔다. 10층 중간쯤에 있는 방이었다. 손님이 없어서 그랬는지 가장 바닷가 뷰가 좋은 방을 준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 창가 커튼을 열자 시원한 밤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록 어둡고 비바람 불고 귀신 나올 것 같은 밤이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시원은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샤워를 하면서 콧노래도 나왔다.

그동안 답답한 사무실에서 활자만 눈 아프게 보다가 이렇게 마음대로 다녀보니 고삐 풀린 망아지 심정을 깊이 이해할 것 같았다.


개작두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흥얼거리며 더운물로 샤워를 했더니 금세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몰려왔다.


자야겠다.

오늘따라 깨끗한 침대 시트 냄새가 아련하다.


시원은 침대 시트를 천천히 열고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 말랑··· 엉? 이 이상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뭐지?


어둠속에서 눈을 떠 보니 하얀 피부의 웬 여성분이 침대 안에 들어있었다.


뉘신지···


“자기야··· 뭘 그렇게 쳐다봐? 부끄럽게. 여기 너무 좋지? 오늘 우리가 이 방 첫 손님이야. 크으··· 신혼여행 온 거 같다. 그치?”

“저··· 그 말씀은 우리가···.”


그 여성분은 성질도 급하지 뭔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시원의 입술에 확 빗장을 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뭘 어쩌라는 건지··· 몰라 그 손가락을 떼어내며 질문을 던지려는데 와락 안겨들며 입술을 비볐다.


으읍··· 초면에 이건 좀.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은 두근거리고 뭔가 뜨거운 피가 화라락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낯선 여성분의 체온과 독특한 향기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한없이 그 속에 있고 싶은 치명적인 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키스를 나누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습관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성분이 시원의 머리를 어찌나 만져댔는지 순식간에 머리가 쑥대밭이 되었다.

뭐··· 상관없다.


계속 키스를 나누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이 정도면 진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당최 입술을 떼지 않으니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말로는 부끄럽다면서 키스의 내공은 심각하다. 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스킬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있다.


이제 그만··· 진도를.


“자기야. 빗소리 들리지? 난 비오는 거 너무 좋아.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려.”

“알았으니까 이제···”

“자기야 우리 와인 마실까?”

“갑자기?”

“와인이 밤을 뜨겁게 해 준대.”

“지금도 충분히 불타오르고 있는데?”

“아직 멀었어. 와인 키스를 해야 지.”


헐··· 아직도 하지 못한 키스가 있단다. 이 여성분 취향이··· 음··· 내 취향이지. 암. 와인이 있으려나? 주문을 해야 하나?


시원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서늘한 느낌과 함께 열린 커튼 사이로 미세한 빛이 핀 조명처럼 들어왔다. 멀리 있는 가로등 불빛 같았다.

느낌이 이상해 침대 시트를 확 들춰보니 아무도 없었다.


꿈인가? 악몽도 아니고··· 길몽도 아니고. 결말이 없는 꿈은 뭐라고 부르나?


시원은 일어나 휴대폰 시계를 확인해 보니 새벽 3시였다. 잠깐 누운 것 같은데 3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일어나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문을 열려다 화들짝 놀랐다.

냉장고 위에 와인이 한 병 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 가져다 둔 것처럼 잔과 함께 어색하게 놓여 있었다.

다른 술과 음료수는 냉장고 안에 들어 있었다.


이 대목에서 살짝 갈등에 휩싸였다.


이걸 따서 마시면 아까 꿈을 이어갈 것 같은 희한한 생각이 모락모락 머릿속으로 퍼져나갔다.


내일 할 일도 있는데 술은 좀··· 아니야 와인이 술인가? 아니지 명백한 술이지.


시원은 방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방이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걸 넘어서 친근하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 와인 한 잔은 혈액순환에 좋은 약이라고 했어. 나는 피곤하고 약이 필요해.


시원은 와인을 따서 한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꿈을 계속 이어서 꾸지 않더라도 푹 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시트를 열고 쓰윽 들어갔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침대 안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꿈이니까 잠 들어야 하는 건가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이 참. 자기야 자기만 마시고 오면 뭐해?”

“그럼 어쩌라고?”

“나도 줘야지? 와인 키스 몰라? 입에 머금고 와야지?”


이 여성분이 들어 줄 수 없는 요구를 하네. 그대의 구역과 나의 구역이 다른 데 어쩌라고.


“내 입에서 나는 와인 향기만 맡으면 안 될까? 하아···.”

“자기··· 나··· 사랑 안 하는 구나?”

“사, 사랑하지. 근데 지금은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그냥 자자.”

“그럼 기다려··· 내가 마시고 올게.”

“아니··· 그러지 마. 잠깐. 잠깐!”


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번엔 열린 창으로 영롱한 햇살이 쨍 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아침 8시.


이게 뭐지? 약 올리는 꿈은 악몽에 속하나? 잠을 잔거 같기도 하고 안 잔 거 같기도 하고···.


시원은 눈을 비비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 * *



김 실장 일당들은 군산댁 할머니의 주변을 철통 같이 감시했다. 밤새 할머니의 집 앞에서 보초를 서고, 아침에 할머니가 가게를 열자 가게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들은 차선주가 군산을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몇 놈을 버스 터미널에 보내놓았다.


김 실장과 몇 놈이 할머니 가게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할머니 국밥 4개!”


할머니는 버럭 성질을 냈다.


“나가! 이놈들. 안 팔아. 어느 할미가 딸 친구 딸을 험하게 찾는 놈들한테 밥을 팔어? 아침부터 재수 없게. 얼른 안 일나? 이것들이 물벼락이라도 맞아야!”

“할망구.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니요. 그냥 뭐 좀 소소하게 물어볼라고 그라지.”

“시끄러! 안 꺼져?”


할머니가 아침부터 고함을 치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해장국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궁싯거리며 밖으로 나온 김 실장은 길가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그 꼴도 좋은 꼴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길가에 양아치 놈들이 줄줄이 서서 담배를 피니···.


“염병할 노인네. 퉤. 형님. 다른 데 가서 속 좀 채웁시다. 빈속이라. 신물이 올라와서.”


김 실장은 대답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사실 배고픈 건 사실이었다.

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하자, 떨거지 놈들은 조금 떨어진 다른 식당으로 어기적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줄줄이 걷고 있는 그들의 옆으로 그림처럼 스쳐 지나가는 행인이 있었다.

바로 체크무늬 양복에 검은 우산을 지팡이처럼 들고 있는 고시원이었다.


시원은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멀리서 가게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오자 천천히 길을 따라 할머니의 가게를 향해 걸어왔다.

조계식의 집에서 본 김 실장의 얼굴을 이상한 곳에서 다시 보게 되니 몹시 반가웠다.


반면 김 실장은 시원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자기들 일에 신경 쓰느라 지나가는 행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시원이 할머니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 * *



조진복 회장은 아침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아들 봉식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남인 봉식은 어릴 때부터 늘 문제만 일으켰다.

최고의 선생들을 붙여서 공부를 시키려 해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선생들이 포기를 선언했다.

그래서 학교 성적은 항상 최 하위권을 맴돌았다. 마치 결사적으로 공부를 거부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봉식은 모친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니··· 모친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인지··· 어느 것이 먼저 인지 이젠 알 수도 없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면서 세월이 흐르고 점차 무덤덤해져갔다.


조 회장이 지금 봉식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여당 실세 중의 실세인 허경룡 의원의 딸 허달래와 결혼시키는 것이다. 이혼 경력이 있고 나이도 두 살 연상이지만 봉식에 비하면 그런 건 흠도 아니었다.

다행히 봉식의 잘생긴 외모가 어느 정도 먹히는 분위기였다.


허달래은 아버지를 닮아 명문대 출신의 재원이었다. 봉식과 결혼하면 은하수 호텔을 떼어 줄 생각도 갖고 있었다.


“김 비서!”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봉식이 좀 불러 주게.”


김 비서는 즉시 조봉식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러나 몇 번을 걸어도 봉식은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다시 왕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봉식은 그 때 출근도 안하고 술이 떡이 되어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왕 비서. 조 상무님 지금 어디 있는지 아나?”

- 댁에 계십니다. 어제 과음을 하셔서···.

“자네가 가 봐. 가서 상황보고 전화해 주고.”

- 알겠습니다.


김 비서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저었다.


왕 비서는 득달같이 한남동 본가에 달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봉식은 인사불성이었다. 그래도 왕 비서는 싫은 내색 없이 정성을 들여 봉식을 깨웠다.


“상무님! 상무님! 일어나세욧! 얼른!”

“끄응··· 뭐야! 꺼져!”

“회장님께서 찾으세요. 일어나셔야 할 걸요?”

“크르릉··· 큭···.”


봉식은 아랑곳 않고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아악!”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왜냐하면 왕 비서가 자는 봉식의 머리끄덩이를 움켜쥐고 소뿔도 당김에 뽑듯이 확 잡아 당겼기 때문이었다.

거의 머리가 뽑힐 지경이었다.


“미쳤어?”

“안 가시면 아마··· 뒤질 것··· 같아서요. 회장님 성깔이···.”


봉식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왕 비서 덕분에 이제 머리통까지 아팠다.


“아버지가 왜? 그냥 아프다 그래.”

“그랬는데··· 당장 튀어 오지 않으면 죽여버린다··· 라고 하셨다고 김 비서님이 그랬어요.”


봉식은 손짓으로 꺼지라는 시늉을 하고 허위적 허위적 욕실로 들어갔다. 그래도 왕 비서는 비서답게 안 꺼지고 거실에서 대기했다.


비틀거리며 욕실에 들어간 봉식은 쏟아지는 샤워기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얼굴 왼쪽 눈 밑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입술도 터져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도 배에도, 허벅지에도 비슷한 멍이 있었다.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 것은 사실이었다. 대체 누가···.


전날 밤 술집에서 시원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술을 마셨다. 이후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폭음을 하였지만 누구에게 맞을 일은 없을 터였다.

그 술집의 다른 룸에서 혼자 마셨기 때문이었다.


봉식은 시원과 룸에서 있었던 일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설마··· 아니야.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지.


자신이 시원을 때린 것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몇 대 때리고 지쳐서 푹 주저앉았다. 시원은 자신을 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난 왜?


봉식은 욕실에서 튀어 나와 물기도 닦지 않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어··· 왜? 자는데···.


술집<투데이>의 늙은 마담이었다.


“그 룸 싹 치웠어?”

- 당연히 치웠지. 왜?

“카메라 녹화분 있지? 나한테 보내.”

- 이따 오후에 보낼게. 가게 열면.

“나 혼자 술 마실 때 누구 들어왔어?”

- 아니? 내가 몇 번 들여다보다가 나중에 집에 보낼 때 직원들이랑 들어가고···.

“알았어.”


전화를 끊고 옷을 대충 입고 거실로 나오는데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김 실장이었다.


“어. 왜? 잡았어?”

- 위치는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는 뭐가 또 그런데야. 군산까지 갔으면 잡아야지.”

- 그게 아니고요. 그 검사가 나타났습니다.

“뭐? 그 자식이 거기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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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차선주 누구냐 넌? +1 20.06.05 30 3 12쪽
16 16. 만날 사람 20.06.04 27 2 13쪽
» 15. 낯설지 않은 낯선 여인 20.06.03 30 3 13쪽
14 14. 악마적인 변호사 +2 20.06.02 48 5 13쪽
13 13. 반사귀신 20.06.01 45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40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3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9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5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2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6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2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5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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