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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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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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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
추천수 :
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5.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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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의심이 취미

DUMMY

6. 의심이 취미



거실 소파에는 도일이가 큰 대자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시원은 도일을 흔들어 깨웠다.


“야. 방에 가서 자.”

“지금 몇 시야?”

“손님 왔어. 방으로 들어 가.”


도일은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앉아 두터운 입술에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손님이라니? 이 시간에? 여자야?”

“응.”


시원은 더 이상 대구 해주지 않고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야! 시원아! 자, 잠깐만··· 야!”


도일이 시원을 불러 세우기도 전에 시원이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을 열자 변장미가 상큼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짙은 녹색 실크 블라우스··· 와 함께 시원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들어오세요. 집이 좀 지저분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변장미는 고시원의 소탈한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 손님이 계셨습니까? 그럼··· 나중에 다시···.”


소파에 앉아있는 도일을 보고 변장미가 잠시 주춤거렸다.


“친구들입니다. 편하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친구들? 변장미는 소파에 앉아 있는 깍두기머리 불곰 한 마리가 다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장미의 마음을 읽었는지 불곰이 안 어울리게 웃음을 흘리며 말을 걸었다.


“우리는 공기처럼 없다··· 생각하셔도 됩니다. 시원이 친구 도일이라고 합니다. 헤헤.”

“변장미··· 입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이런 미인을··· 아··· 뭘 잔뜩 사오셨네요? 먹을 건가요?”


도일은 변장미의 손에 들린 봉지에 관심이 갔는지 힐끔거리며 머리를 긁었다.


“네··· 아침을 안 드셨을 것 같아서 편의점에서 좀 사왔습니다.”


변장미는 식탁위에 봉지를 풀어 내용물들을 꺼내 놓았다. 내용물이래야 사실 별거 없었다. 사무실에서 바쁠 때 자주 먹던 컵라면과 즉석밥, 누룽지, 약간의 과일, 요구르트 등이었다.

그래도 양은 넉넉하게 사왔기 때문에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시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뜨거운 물을 끓이고 도일은 즉석밥을 전자레인지로 데웠다.

잠시 후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 앉아 조촐한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다.


“누룽지 맛있네. 속이 풀리는데? 근데··· 둘은 무슨 사이야? 이 시간에··· 집에···.”

“사건 때문에···.”

“사건을 같이···.”


두 사람이 동시에 사건 때문이라고 대답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건. 그렇지 사건 때문이겠지. 암.”


도일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자기 맘대로 뭔가를 해석하는 데는 천재다.


“근데. 이 화상은 여태 자나? 뭐가 되려고. 참 나.”


도일이 누룽지를 먹다 말고 갑자기 생각난 듯 일어나 작은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당연히 안에는 강수진이 이불을 죽부인처럼 끌어안고 심각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야! 일어나! 술도 별로 안 마신 게? 군기가 빠졌어.”

“끄응! 뭐야? 꺼져!”

“어허! 밖에 손님 왔어! 시원이 여친이 왔어.”


그 말에 강수진이 눈을 떴다.


“뭐? 누구 여친?”

“누구긴. 우리 개기름 시원 선생의 초 특급 섹쉬 여친이지.”

“미쳤냐? 걔 모쏠인거 몰라?”

“모쏠을 깨 주실 모양이지. 아주··· 절세미인이야.”


강수진은 산발한 머리를 주섬주섬 묶어 올리며 회색 후드티를 툭툭 털고 일어나 확인하러 식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좋은 아침! 개쓰! 누가 왔다고?”


변장미는 갑자기 들려온 정체 모를 걸걸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회색 옷을 입은 희한한 생명체가 식탁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허연 달걀귀신 면상에 반 상투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변··· 장미라고 합니다. 사무관입니다. 사건 때문에···.”

“아··· 그러시구나. 저는 시원이 친구 강수진···입니다. 왜 그렇게 놀라는 표정? 아··· 내가 여자라 놀라셨어요? 여사친이죠. 어릴 때부터 친구라서 뭐 그냥 가족 같고 누나 같고··· 그래요.”


희한한 생명체가 자신을 여자라 칭하는 사실에 놀란 거다. 남잔 줄 알았다.


그렇게 수진까지 모여서 아침 식사를 하게 되는데··· 숙취가 남아서인지 꼬리꼬리 냄새까지 풍기며 식욕도 왕성하게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본 변장미는 노숙자 클럽에 아침식사 봉사활동 나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수진은 연신 입으로 먹을 것을 넣으며 질문을 쏟아냈다.


“근데··· 사건이라니? 무슨 사건?”

“조계식 사건이지 뭐겠냐?”


도일은 짐짓 알만하다는 얼굴을 하고 수진에게 눈짓을 주었다.


“조계식? 그거 종결아닌가? 자살이라던데?”

“······.”


시원은 요거트를 작은 수저로 떠먹으며 천천히 말했다.


“자살을 위장한 타살인지··· 타살을 위장한 자살인지 확인해 보려고.”

“타살? 설마 개작두?”


그때 도일이 끼어들었다.


“야! 개작두라면 완전 센 놈을 고르지? 아니지··· 그럼 혹시 조계식이 우리가 모르는···.”


이들의 대화를 듣던 변장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들은 어쩐지 개작두의 존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조계식이 타살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 심증 말고는 없는 상태인데···.


그때 시원이 까슬한 수염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말했다.


“마약사건을 왜 나에게 배당했을까? 우주그룹 조진복 회장을 만나봐야겠어.”


그때 변장미가 헛기침을 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건 배당은 공 부장님이 직접 지시하셨다고 합니다. 소문에는 송 차장님이 특별히 부탁하셨다고······.”


그 말에 수진과 도일은 동시에 장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내가 누군지 알면서 보낸 건 이유가 있겠죠?”



* * *



우주그룹 본사 회장실.


조진복 회장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늙었지만 나름 다부진 몸매로 한껏 거만하게 앉아 젊은 두 명의 여자들에게 양쪽 팔을 맡기고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뭔가 생각할 때는 늘 그런 자세를 취하고 여자들을 불렀다.


한쪽의 여자가 오늘 처음인지 눈치가 없었다.


“어머··· 회장니임. 근육이 장난 아니시다.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봐.”


조 회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여자들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치며 비서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김 비서. 자네도 늙었나? 안 하던 실수를 하고? 시끄러운 주댕이 좀 치워!”


김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여자들에게 손짓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했다. 여자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방을 나갔다.


“김 비서. 자네도 그 말을 믿나? 계식이가 자살을 했다는데···.”

“타살의 흔적이 없다는 경찰의 의견으로 보아···.”

“난 자네의 의견을 묻는 거야.”

“······.”

“자살할 놈이 아닌데··· 절대. 공 부장 연결해봐.”


김 비서가 휴대폰으로 공정표 부장검사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조 회장은 일어서서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빌딩 숲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김 비서가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음··· 공 부장. 날세. 고 검사? 그 친구 지금 뭐하나?”

- 휴가 중입니다.

“그래? 그래도 연락은 가능하겠지? 내가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 무슨··· 일이신지. 고시원 검사는 휴가 끝나면 사직한다고··· 했습니다. 연락은 해보겠지만 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짜증이 섞인 공 부장의 반응에도 조 회장은 부드럽게 말했다.


“일단 연락이나 해주게.”


조진복 회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고시원의 평판과 개작두 관련 소문··· 그런 정보도 없이 아들의 사건을 맡길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아들이 마약에 취해 여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믿지 않았다.

다른 아들이라면 몰라도 그가 아는 계식이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사람을 죽일 배포가 아니었다. 마약도 유학 중에 접했을 수는 있지만 귀국해서도 그랬다는 것은 거짓말일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고시원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고시원이 미래그룹의 외손자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고시원이라면 계식의 마약사건을 제대로 파헤쳐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건이 묘하게 굴러갔다.

계식이 마약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불구속으로 풀려나 자살했다.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계식이 살인 죄책감으로 자살했다는 것인가? 알아보니 죽었다는 그 여자도 사고사로 처리 되었다는데··· 뭔가 이상했다.


소문대로 개작두라는 자가 죽였나?

조 회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아니면··· 고시원이 살인의 증거를 잡고 살인죄로 기소할 거라고 협박을 했나?

사실을 알고 싶었다.



* * *



“그러니까 일부러 사건을 너한테 보냈다는 거야? 독하기로 소문난 개 프로한테?”

“죄를 감별 받고 싶었나? 우리 개 프로가 또 아주 공평하게 독하니까.”

“영리한 선택입니다. 기소를 하든 안 하든. 안하면 땡큐고 하면 악감정이 들어갔다고 여론몰이 할 수 있으니까요. 검사님이 미래그룹···.”

“그렇더라도 저승사자한테 모험을 할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원은 가만 듣고만 있었다.

그때 시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공 부장이었다. 시원은 잠시 받을까 말까 생각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부장님. 휴가 중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갑니다. 또 무슨 일이십니까?”

- 야! 그렇게··· 대놓고 귀찮은 티를 내고··· 자식이. 흐흠. 거···흐흠. 뭐냐. 그 조 회장이···.

“낮술 드셨습니까? 저 바쁩니다. 용건이 없으시면 저 잘 생존하고 있으니···.”

- 조 회장한테 전화해봐.

“네?”

- 우주그룹 조진복 회장! 전화해봐. 너 그 사건 캐고 있잖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 싫으면 말고.

“넵!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시원이 세 사람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조 회장이 만나자는데?”

“자기 아들 죽였다고 멱살 잡는 거 아냐? 아니면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거나.”

“아닐 겁니다. 조진복 회장은 시끄러운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머 장미씨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우주그룹에 지인들이 좀 있습니다.”


시원은 그러나 바로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시간을 좀 끌어줘서 궁금하게 해야 또 재미가 있으니까.


“그럼 장미씨. 가져온 수사자료 이 친구들과 공유하시고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세요. 우리 팀입니다.”

“야. 잠깐! 무슨 소리야? 팀이라니? 무슨 팀?”


일어서려는 시원의 귀를 잡아당기며 수진이 물었다.


“뭘 또 새삼스럽게. 부업하는 거 처음도 아니면서. 나 얼른 씻고 준비해야 돼.”

“야 부업 아니라면서. 나 쉬는 날이야! 장사 안 해.”

“그럼 누워서 쉬어. 도일이는 할 거야. 그치?”

“맛있는 거 시켜 주면 뭐.”

“어우··· 당연하지. 나의 한도 무제한 카드 식탁 위에 있어.”

“콜.”


뭐 이런 단순한 사람들이 있나? 비공식 수사라 위험할 수도 있는데··· 하고 장미는 생각했다. 아직 수진과 도일이 경찰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원이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자 수진은 남아있던 과일을 쟁반에 모아서 들고 거실로 나갔다. 그렇게 그들은 자연스럽게 거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과일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럼 장미씨가 아는 걸 말해 주세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비공식이지만 위험할 수도···.”

“어머? 위험? 어느 구석이요? 걱정 말아요. 장미씨가 위험해 지면 우리가 지켜줄게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때 도일이 굵은 목소리로 장미에게 말했다.


“장미씨. 우리 경찰입니다. 걱정 안하셔도 돼요.”

“네? 아······.”

“우리가 좀 성향이 비슷해요. 직업이 겹치죠. 하하하. 아무튼 가끔 이렇게 모여서 미제사건 토론도 하고 그랬어요. 의심이 취미라서요.”


장미는 그제야 그들의 모습과 태도 등이 조금은 수긍이 갔다.


“그럼. 조계식 주변 인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계식의 여친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현재 실종상태입니다.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관계였던 모양입니다.”

“여자의 배경이 서민적이었던 모양이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때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베란다에 스르륵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화살표 꼬리를 살랑이며 다소곳이 앉아서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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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 6. 의심이 취미 20.05.25 45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2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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