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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수호악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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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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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996

작성
20.05.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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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선수 모집

DUMMY

2. 선수 모집



아침부터 먹빛으로 얼룩진 하늘에서 가을비가 내렸다.

음산한 하늘에··· 번쩍이는 번개··· 심금을 울리는 천둥소리까지, 상당히 매력적인 날씨였다.


고시원은 서울경찰청 앞, 럭셔리봉봉 카페에서 음습한 날씨를 만끽하며 쓴 커피 한잔의 고독을 씹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많은 직장인들이 우산을 쓰고 카페 앞을 지나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자 우수수 바람이 불며 젖은 플라타너스 낙엽이 노숙자 신문지처럼 흩날렸다.

우산도 없이 후다닥 카페를 향해 달려오는 남루한 회색 후드 티의 얼굴에도 철썩 날아가 붙었다.


“아우··· 비가 거지같이 오고 있어! 여기서 뭐하냐? 개 프로.”


시원이 고개를 돌리자 방금 본 회색 후드 티가 세수한 적 없는 원초적인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젖은 회색 쥐 같았다.


“노숙자 컨셉으로 잠복했냐? 상태가 그럴듯하다.”

“에잇! 퉤! 입에 흙 들어 갔으··· 웬 젖은 낙엽이 날아와서.”


관자놀이를 벅벅 긁으며 회색 쥐는 시원이 마시던 비싼 럭셔리봉봉 냉커피를 스스럼없이 집어 들고 절반을 삼켜버렸다.


“크아··· 커피는 비 오는 날 냉커피쥐. 뭔 일이냐? 개 검사 나리가 누추한 곳까지? 아··· 뉴스 봤는데 조계식이··· 혹시 니 피의자냐?”

“흐흠···.”


시원이 헛기침을 하며 얼마 안 남은 냉커피 잔을 쳐다보았다.


“헐··· 그럼 또 니가 죽인 거냐?”

“그럴지도.”

“난 또 니가 열 받아서 확 막, 죽여 버린 줄.”


무슨 말을 하는지···.


시원은 무표정으로 회색 쥐의 젖은 후드를 뒤로 잡아당겨 벗겨주었다. 그러자 출렁거리며 긴 생머리가 쏟아져 나와 어깨를 덮었다.

놀랍게도 후드 티는 여자였다. 고시원과 중, 고교 동창이며 현재 서울경찰청 광수대 소속 수사 3팀장 강수진 경감이었다.


“나 휴가 냈다.”

“뭐 하러? 그냥 일이나 하지? 뉴스 때문에 쫄았냐?”

“쫀 건 부장이지.”

“공 부장이 우주그룹 라인이었나?”

“모르지···.”


커피를 사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수진이 주머니에서 고무줄을 꺼내 긴 머리를 하나로 묶으며 한 마디 던졌다.


“나 바빠. 한가하게 놀아줄 시간 없는 몸이야.”

“······.”


시원이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잠깐 커피 사 오고.”


수진이 커피를 주문하러 자리를 떴다. 그녀가 사라지자 시원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위해서였다.

신호음이 들리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어쩐 일이냐.

“아버지. 오후에 잠깐 시간 되십니까? 2시 쯤.”

-2시? 시간은 되는데··· 왜?

“2시까지 가겠습니다.”

-잠깐! 전화로··· 하는 걸 권장한다. 비도 우중충 오는데.

“아들을 그렇게 피하시기 있습니까?”

-이놈이? 피하긴 누가 피한 다고? 바쁜 세상이니까··· 너 안 바쁘냐?

“별일 아닙니다. 눈곱만한 부탁이 있습니다. 끊습니다.”


전화를 끊고 조금 지나자 수진이 손에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니까. 어딘가 존재할 애인이나 찾아보시지? 비 오는데 여길 왜와?”

“네가 필요해.”

“뭐?”


그녀는 대놓고 눈앞에서 손으로 턱을 긁으며 용의자 보듯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부업할 시간 없어.”

“본업이야.”

“그렇다면··· 사이즈 큰 합동수사 그런 건가?”

“조만간 검사 접고 둥지를 옮기려고.”

“어디로? 왜?”


시원은 기름진 올백 머리를 센티멘털하게 넘기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느끼하게 개폼은? 말이나 해.”

“어떤 새끼가··· 이쯤해서 국면전환을 하라고 하네.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개 작두? 그거 정말 있다는 거야?”


시원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말했다.


“그게 묘하게 나를 먹이고 있어.”

“그렇긴 하지. 묘하게 멍청한 게 너랑 닮은 것도 같고.”


이들은 어느새 개 작두의 존재를 농담으로나마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시원이 갑자기 수진을 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뭐! 왜! 그렇게 웃지 마. 재수 없거든.”

“개 작두를··· 잡아야겠어.”

“진심이냐? 니가 개 작두 아니었어? 암암리에 다 그런 줄 알고···.”

“이건 어때? 너만 알고 있어. 개 작두를 잡고, 내가 개 작두가 되는 거지.”

“······.”


너무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시원의 얼굴에 수진은 썩은 조소를 날렸다.


“그건··· 쪽 팔리지? 잡았으면 그 캐릭터 수명 끝이야. 다른 걸로 새판 짜야지?”

“개작두는··· 버리기 좀 아까운데?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고. 일단은 팀부터 짜야지?”

“팀이라니? 난 경찰이야. 검찰 아니고.”

“그래. 경찰 강수진. 선수들 좀 모아봐. 고강도 또라이들로.”

“난 또라이도 아닌데 내가 필요한 이유는?”


너 또라이 맞아. 그것도 상 또라이.


시원은 잠깐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혹시 필요할 지도 모를 디테일한 미인계 작전을 위해서.”

“··· 콜!”



* * *



오후 2시.

시원이 경찰청 경찰청장실의 문을 노크했다. 안내받아 들어간 안쪽의 사무실에는 청장이 소파에 앉아 인상을 잔뜩 구기고 우롱차를 마시고 있었다.


“앉아. 무슨 일이냐? 궂은 날씨에.”

“별거 아닙니다.”


경찰청장 고유성은 다름 아닌 시원의 아버지였다.


“우선 차나 한잔 해. 우롱차 어떠냐?”

“아이스 바닐라 라떼는 없습니까?”


그런 게 있을 리 없는 청장실에··· 떡하니 준비되어 있었다. 청장은 턱으로 벽 쪽에 있는 협탁을 가리켰다. 협탁 위에는 테이크아웃으로 사온 럭셔리봉봉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놓여있었다.


“그래. 굳이 여기까지 쳐들어 온 이유나··· 들어보자.”

“개 작두를 잡으려고요. 여기서.”

“잡아. 개 작두든 소 작두든. 근데 그 말을 굳이 여기 와서··· 뭐? 잠깐! 어디서?”


시원이 스윽 웃었다. 그럴 때면 아들이지만 섬뜩할 때가 있다.


“저 특채 지원한 거 아시잖아요?”

“······.”


시원은 얼마 전에 경찰청 특채에 지원하고 이제 면접만 남겨둔 상태였다.

당연히 고 청장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인 시원이 워낙 즉흥적인 성격이라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려니 했다. 진짜 경찰로 올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개 작두··· 거기서 잡아. 그걸 왜 여기까지 와서 잡는다고 난리야?”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개 작두 잡으러 경찰로 오겠습니까? 연쇄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들 확 그냥 주르륵 굴비 엮듯 잡는 거죠. 살아 숨 쉬는 현장에서 이 손으로 직접.”

“우리도 유능한 수사관들 드글드글해. 굳이 너 안 와도.”


시원은 말을 멈추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이상하게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아버지··· 제가 사실은 형사사건계의 한 획을 긋는 전설적인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인데요. 그러려면 두루···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불현 듯 전두엽을 강타하지 뭡니까?”

“그럼 바로 직접적으로 로펌으로 가서 경험을 쌓아! 라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내 전두엽을 확 꼬집는데?”

“아무튼 조만간 경찰로 갈 겁니다.”


고 청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에 비해 아주 뻔뻔스럽게 웃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 뭔가 답답하며 주변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들이지만 어쩐지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중학교 때 사고가 난 이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목적이 뭐야? 여기서 뭘 하고 싶은데?”

“목적이야 뭐. 나쁜 놈들 잡는 거죠. 검사생활 이제 텄어요. 개 작두 새끼 때문에.”

“경찰로 온다고 개 작두가 떨어지겠냐? 여기서도 경찰생활 틀 수 있지.”

“잡아야죠. 개 쉐끼. 잠자는 개의 코털을 건드린 거죠.”


스스로 개라고 칭하니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럼 개 작두와 잠자던 개가 세트로 오는 건가?


그런 말을 하는 시원의 표정은 의외로 마냥 즐거워보였다. 소풍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런 점이 늘 이상했다.

아들은 항상 걱정이 없어보였다. 모친의 영향일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부러운 면이기도 했다.


“시원아. 그냥 거기서 돌파해 보는 걸 권장한다.”

“저승사자로 낙인 찍혀서 재미없어요. 일만 많고 지루해요.”


그 저승사자가 이번엔 경찰로 들어온단다. 청장은 한숨을 푹 쉬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여기 와서 안 지루하게 뭘 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시원이 남은 커피를 전부 마시고 환하게 웃었다.



* * *



드르르륵,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집에서 잠들어 있던 실무관 변장미가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받았다.


“네 변장미입니다.”

-휴가 중인데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부장님.”

-그래? 그럼 거두절미하고 부탁하나 하지. 개 프로··· 아니 고시원 뭐하는지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고시원한테 혹시 연락 오면 물어보고 나한테 알려줘. 아니 자네가 전화해서 알아봐.

“지금··· 말입니까?”

- 지금부터 휴가 중 내내. 동선 체크해서 알려줘. 물론 비밀로.

“알··· 겠습니다.”


변장미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아주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느긋하게 늦잠을 자려했는데 공정표 부장이 잠을 깨웠다.

커피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휴대폰을 들어 고시원의 전화번호를 천천히 눌렀다. 그런데 도중에 전화가 울렸다. 고시원이었다.


“네. 검사님.”

- 장미씨 오늘 뭐 하세요?

“그냥 뭐··· 아무 것도···.”

- 그럼 점심 먹을까요?

“네··· 뭐. 어디서요?”

- 데리러 갈게요. 11시까지 준비하고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사적으로 집으로 데리러 온다는데 일말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인다. 이들의 관계는 그 만큼 생각보다 손발이 잘 맞았다.

뭔가 공적인 일일 것이라는 암묵적인 믿음 같은 것.


변장미는 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시간을 보니 2시간 정도 남았다.

쏟아지는 더운물을 맞으며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2년 전 어느 날 전체 회식에서 꼰대 차장검사에게 성희롱 당할 뻔 했던 변장미를 고시원이 구해준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남다른 외모와 몸매 덕분에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늘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다.


전혀 그럴 필요까지 없었는데.


변장미는 피식 웃었다.


11시가 되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사는 작은 아파트는 지검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1층으로 내려가자 시원의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셨습니까?”

“네. 10분 정도.”


이윽고 차가 출발하고 자동차는 빠르게 도시 외곽으로 달려갔다.

침묵을 깨고 시원이 물었다.


“뭐 먹을까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그럼 갈비탕 잘하는 집이 있는데 그리 갈게요.”


변장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시원의 옆얼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 부장님이 검사님의 동태를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보고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데이트했다고.”

“안··· 믿으실 겁니다.”

“믿게 만들면 되죠. 걱정 마세요.”


변장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시원을 응시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갈비탕이라고 크게 간판이 달린 식당의 주차장에 도착하여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손님이 많은 것을 보니 유명한 식당인 모양이다. 종업원이 다가와 신속하게 주문을 받고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갈비탕 정식이 한상 차려졌다.

시원은 손으로 어서 들라는 시늉을 하고 갈비탕에 밥을 말아 시원하게 푹푹 퍼서 맛있게도 먹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요. 장미씨도 그렇잖아요?”

“경찰로 가십니까?”


푸악! 목으로 넘기던 국물을 뿜을 뻔했다.


“크헉··· 콜록. 알고 있었어요? 휴가 끝나면 사직서 내고, 그만 두는 건 한 달 뒤로···.”

“그런 말씀은 휴가 끝나고 하셔도 되지 않습니까?”


시원이 밥을 떠먹다가 시익 웃으며 장미를 쳐다보았다.


“웃어요. 그래야 사진에 그럴듯하게 나오죠.”


그 말에 장미는 고혹적인 미소를 뿌리며 갈비를 들어 살을 발라내 가위로 잘랐다. 그리고 다정하게 시원의 그릇에 넣어주었다. 누가 봐도 다정한 연인 사이 같아보였다. 일이라고 인식하면 정말 열심히 하는 여자였다.


“조계식 사건을 털고 싶으십니까?”

“······.”

“자살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약 과다 복용···.”

“타살 냄새가 살짝.”

“아닙니다. 경찰과 검찰에서 자살로 결론 내렸다고···.”


시원은 여전히 입 꼬리를 올리며 변장미를 보았다.


“심심한데 같이··· 털어 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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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3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9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5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2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6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2 3 15쪽
» 2. 선수 모집 20.05.22 105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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