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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75
추천수 :
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5.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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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 죽음의 동기

DUMMY

7. 죽음의 동기




우주그룹 회장실에 조진복 회장의 둘째 아들 조봉식이 와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타살이라뇨?”

“그 담당 검사가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고시원이가요? 그야 면피하려고 하는 소리고요. 글쎄 애초부터 고시원은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새끼는 재수가 없는 놈이라서··· 소문도 모르세요?”


조 회장은 불퉁거리는 봉식의 태도에도 무표정이었다. 고시원을 만나 자세한 말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다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 그러니까 애초에 윤 검사한테 맡겼으면··· 아버지!”

“어? 뭐?”

“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 조용히 덮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라니까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뭐하시려고요? 살인이 드러나면···.”

“흐흠.”


살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조 회장이 헛기침을 연거푸 해대며 시선을 휴대폰으로 가져갔다. 조 회장의 구겨진 미간을 보자, 봉식은 말을 멈추고 식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네 일이나 신경 써.”

“아버지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계시잖아요.”

“······.”


조 회장은 시선을 들어 봉식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으로 그 소식은 전한 건 다름 아닌 봉식이었다. 그 술집이 봉식이 잘 아는 지인이 하는 술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입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계식이 술집에서 마약에 취해 여 종업원을 죽였다는 것이다.


계식이 미국에 있을 때 마약으로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 마약을 하고 소동을 피우다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살인은 사실이 아니었다. 당시 아무도 죽은 사람은 없었고 그날의 소동도 방학을 앞두고 벌인 한 번의 일탈이었을 뿐이었다.

적어도 조진복 회장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계식이가 그걸 자주 했냐? 술집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좀 했을 걸요? 유학파들 다 그렇죠?”


은근히 유학파인 동생을 비아냥거리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타살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원한 살 일도 없고··· 계식이 그럴 만한 얘도 아니잖아요?”

“······.”


그때 조 회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짐작 가는 바 있어서 바로 받았다.


“흐흠··· 여보세요?”

- 저는 고시원이라고 합니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자네를 만나서 들어 볼 이야기가 있네. 적당한 장소를 알려주면 내가 갈 수도 있고.”

-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시간은 제가 편한 시간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무 때나 불쑥 가더라도 만나 주셨으면 합니다. 기자들··· 끼는 거 별로거든요.

“그러게. 그래도 대략 시간을 알고 있어야···.”

- 그럼.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 조진복 회장의 얼굴에 살짝 당황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지금 전화 누굽니까? 설마 고시원 그 새끼를 진짜 만나려고요?”

“못 만날 이유가 없지. 넌 궁금하지도 않냐? 동생의 죽음에 의혹이 있다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다 까발려지면···.”

“시끄럽다. 애초에 덮으려면 다 덮었어야지. 어설프게 하니까 이 지경이 된 거다.”


그 말에 봉식은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은 많았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아버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가보겠습니다. 맘대로 하시고요. 계식이 죽은 건 다 고시원··· 그 새끼 때문인 것만 알아두세요.”


봉식은 불만 가득한 뒤태로 쿵쿵쿵 걸어서 방을 나갔다. 나가서 애먼 김 비서에게 화풀이를 했다.


“김 비서! 윤 검사 추천했는데 내 말 무시하더니··· 참. 일 크게 만드는 데 재주 있어?”

“굳이 고시원은 절대 비추··· 라는 말을 하셔서 일이 이렇게 된 것으로 압니다.”

“뭐?”


봉식의 눈에 순간적으로 이채가 돌았다.

그때 비서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번드르르 반짝이는 올백머리에 심오한 브라운 체크무늬 양복을 입은 신사였다. 콧수염마저 있었다면 영락없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었다. 그리고 훅 끼쳐오는 몽환적인 향기까지 뭐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김 비서와 다른 비서들이 일제히 멍한 얼굴로 시원을 응시하자, 봉식도 뒤를 돌아보았다.


“회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고시원이라고 합니다.”


김 비서가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김 비서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었지만 다른 비서들은 모두 놀란 얼굴이었다. 고시원이라는 사람이 오면 들이라는 지침을 들은 지 5분도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눈치 빠른 김 비서가 미리 조치해 놓은 것이다.

봉식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야! 검사라는 새끼가! 어디 동남아 순회공연 나가냐?”


그 말에 시원은 고개를 돌려 봉식의 얼굴을 보았다. 눈빛은 차갑게 입술은 웃으면서.


“양봉식이? 오랜만이다. 동물들 멀리 하고 있지? 내가··· 좀 어두운 기운을 불러오고 그러잖아? 알지? 그래서··· 옷차림은 밝은 걸로 하는 편인데. 맘에 안 드는구나? 네가 음양의 이치를 알 리가 없지. 건강해라. 조만간 다시 보자.”


시원은 쿨 하게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김 비서를 따라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의 뒷모습을 보며 봉식은 숨을 들이마시며 주먹을 꽉 쥐었다. 주먹이라도 쥐지 않으면 분노가 머리를 뚫고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비서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것 말고는 화풀이할 것이 없다는 것이 더욱 화가 났다.


안에는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조 회장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회장님. 고시원 검사님이 오셨습니다.”

“뭐?”


조 회장은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상한 신사를 보게 되었다.


“방금 통화한 것 같은데···.”

“제가 좀 신속할 걸 선호합니다.”

“그런가? 거기 앉게. 차는 뭐가 좋은가?”

“커피 주십시오.”


조진복은 고시원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너무 빨리 눈앞에 등장해서 놀란 마당에 그 모습은··· 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이주 아들··· 뭔가 닮은 것도 같고.


둘째 아들 봉식과 같은 나이인데 고시원은 훨씬 당당하고 여유가 넘쳐 보였다.


잠시 후 여 비서가 커피를 가져왔다. 고급스런 커피향이 퍼지자 초면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조금 편안해졌다.


“그럼. 말씀하십시오.”

“응? 뭘 말인가?”

“보자고 하신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조 회장은 커피 잔을 들고 고시원의 눈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숨을 한번 길게 쉬고는 말을 시작했다.


“내 자식이 자살을 했고. 전후 사정이 궁금한데 공 부장은 입을 다물고 있으니 당사자에게 들을 수밖에.”

“강압수사는 없었습니다. 조계식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해서 쟁점이 없었습니다. 녹취록도 있고, 동영상 촬영본도 있습니다.”

“모든··· 혐의?”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자네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고시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그저 가설일 뿐입니다.”

“자네가 여기 온 이유는 뭔가? 나와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러 왔습니다. 제가 원인 제공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오해를 하실 것 같아서요.”


조 회장은 고시원의 표정을 신중하게 살폈다. 그는 고시원이 이미 계식의 숨겨진 살인사건을 파악하고, 그날 살인에 관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협박을 한 건 아닌지 알고 싶었다.


“성실하고 영민한 녀석인데··· 그렇게 쉽게 목숨을 내 던지다니···. 그것도 마약으로.”


조 회장은 그 대목에서 고시원의 눈을 다시 쳐다보았다. 고집스런 총명함이 반짝이는 눈이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얼음 같은 냉기가 서려있었다. 그런데 그런 눈빛 나쁘지 않았다.

조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감정에 휘둘리는 멍청한 눈빛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인가? 자살사건을 조사라도 할 텐가?”

“자살이라도··· 동기는 있겠죠. 지금은 그게 궁금합니다. 없다면 타살이겠죠. 그래서 일단은 비공식으로 알아볼까 합니다.”

“비공식?”

“제가 지금 휴가 중이고. 휴가 끝나면 사직할 예정입니다.”


사직이라는 말에 조 회장은 잠시 가는 한숨을 쉬었다.


“내 아들 일 때문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되네.”

“그 일 때문만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일입니다.”


조 회장은 마음이 복잡했다. 고시원이 정말 아들의 살인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확인할 수 없었다.

모르는 척 하는 거라면 굳이 오늘 여기 올 필요가 있었을까?


“오늘 방문은 제가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드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만 둔다면서 그럴 필요가 있나?”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만··· 제가 수사하는데 협조해주실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


조 회장은 대답하지 않고 커피만 마셨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 말을 시작했다.


“자넬 뭘 믿고 그러겠나? 미래그룹 외손자 입에서 들을 말은···.”

“그거 다 아시면서 사건을 맡기셨지 않습니까?”

“······.”


그랬지. 그런데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내 아들은 죽었지.


“협조 안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결과는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결과라니!”

“진실 말입니다. 물론 타살의 명확한 증거가 나오면 범인은 기소합니다. 타살이 아니어도 자살의 동기는 알 수 있겠죠.”


그렇다면 자살의 동기를 모른다는 말인가?


조진복은 생각이 많았다. 자칫하면 곤란한 치부가 낱낱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저 미래그룹 외손자 놈한테. 그러면 그 정보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자네가 그렇게 적극적인 이유가 수상해. 자살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가?”

“잔잔하던 일상에··· 파문 같은 것이 일어서 말입니다. 그냥 누워서 자려는데 누가 코털을 잡아당기지 뭡니까? 하하하.”

“개작두 말인가?”

“아핫!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습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너털웃음을 날리는 고시원을 보며 조 회장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수사는 언제 시작할 건가?”

“이미 시작했습니다. 조계식씨 주변인물들을 털고 있으니까요. 조 회장님도 포함됩니다.”

“자네가 죽인 거 아닌가? 개 작두 시켜서.”


시원은 입가에 해석 불가능한 미소를 지으며 조 회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개 작두란 놈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의적인 놈입니다. 누구 지시를 듣고 말고 할 놈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요놈이 또 나름 기준은 있어가지고, 사형선고 정도는 받을 정도로 악마력 높은 놈들을 선호해서요.”

“그럼 내 아들이···.”

“그런지 아닌지 수사를 해봐야죠.”


조 회장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자신이 모르는 아들의 무서운 얼굴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 순간 스쳐 지나갔다.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 사건은 궁금해서요.”


조 회장이야말로 사건의 진상이 궁금했다. 자살의 동기··· 아니면 타살의 동기.


“부탁이 하나 있네.”

“말씀해 보십시오.”

“이미 죽은 아이일세. 수사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일어서려 하였다. 그러자 조 회장이 한 마디 덧붙였다.


“그날··· 계식이가 어떤 아가씨를 죽였다는 말이 있네. 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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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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