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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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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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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5.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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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DUMMY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개가 죽고 나서 그 집의 고등학교 다니는 형을 골목에서 만났다. 그 형은 시원을 보자 다짜고짜 멱살을 쥐고 벽으로 밀쳤다.


“너지? 우리 개 니가 죽였지?”

“아닌데요?”

“너 말고 누가 있어 새끼야. 중2병 또라이라 상종 안 했는데 이제 보니 이거 완전 맛이 갔네.”

“중2병 또라이라도 거짓말은 안 하는데요.”


시원은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도 눈빛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얼핏 입가에 웃음기가 스쳐지나 간 것도 같았다.

그 순간 그 형은 분노가 폭발하여 시원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얼굴이 확 돌아가고 코피가 흐르며, 입술도 터졌다. 그래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때 지나가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더욱 두들겨 맞았을 수도 있었다.

개가 짖을 때마다 마당에 나와서 한참동안 개를 지켜보다가 들어가는 시원의 모습을 기억하던 그 형은 당연히 시원은 의심했다.


그날 어머니는 시원의 다친 얼굴을 보고 화가 잔뜩 나 옆집으로 따지러 가려고 했다.


“어머니. 그냥 두세요.”

“너는 맞고도 억울하지도 않아? 그런데 왜 맞은 거야? 정말 개를 죽인 거야?”

“아니요.”

“아닌데 왜 맞아? 근데 너 전에 개가 며칠 지나면 조용해 질 거라고 했잖아? 그거 왜 그런 거야?”

“며칠 지나면 죽을 거니까요.”

“뭐?”


어머니는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었다. 그 말은 꼭 시원이 개를 죽였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먼지 냄새가 났어요. 지하실··· 바닥에서 나는 눅눅한 냄새.”

“그게 뭐야? 어디서 그런 냄새가 났다는 거야?”

“그 개한테 서요. 개가 병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파서 짖은 거예요.”

“아파서 머리도 미친 거 같아요. 자기가 왜 짖는 지도 몰라요.”


어머니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럼 그렇다고 그 집에 말해주면 좋았잖아. 아픈 거면 병원에 가면 되는 거 아냐?”

“이미 늦었어요. 병원에 가면 더 빨리 죽었을 거예요.”


어머니는 시원의 말을 듣고 조금 누그러진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아들의 말을 전면적으로 다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죽이고서 둘러대는 수도 있으니까.


그런 다음부터 옆집과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져서 이웃 간에 찬바람이 쌩쌩 돌았다.


어머니는 죽은 개를 당장 부검이라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옆집에 그런 사실을 말해 주지도 않았다. 그 집에서 아무런 말도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음의 원인을 알게 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손해배상이이니 뭐니 소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서초동 집에서는 시원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살았는데, 그 동안 몇 몇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모두 죽음과 관련이 있었다.


어머니는 결국 명함 속의 박수무당을 찾아가 이유를 묻기에 이르렀다. 그 무당은 아들에게 악귀가 붙었다면서 부적을 써주고 굿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굿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적은 써가지고 왔다. 꽤 큰돈을 들인 부적을 시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이나 가방에 달고 다녀야했다.


물론 지금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머니는 어김없이 부적을 받아 오신다. 부적을 쓴 이후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어머니는 효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맑고 밝은 하늘을 보며 시원은 활짝 웃었다.


이젠 조심하지 않아도 되겠지?


시원은 흥에 겨운 듯 갑자기 어깨춤을 추며 걷다가 어느 순간, 휙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냅다 달려 어느 건물 지하에 있는 PC방으로 들어갔다.

지하에는 엄청나게 큰 PC방이 있었는데 평일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고인물 단골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시원은 넓은 PC방을 빠르게 가로질러 반대편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곳은 건물 반대편으로 나가는 또 다른 출구였다.

시원은 다시 바람처럼 뛰어 건물 밖으로 나가서, 앞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 계속 달렸다.


달리면서도 요리조리 미로를 탐색하는 여우처럼 골목길을 구불구불하게 달렸다. 목적지는 블록의 대각선 끝에 있는 큰 길이었다.


그곳에 지하철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활기차게 미행자들을 따돌리고 가볍게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로 멀리 갈 건 아니었다. 고작 두 정거장을 가서 내릴 생각이었다. 그곳에 조계식이 일하던 우주로항공 서울 본사가 있었다.


우주로항공 본사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저가 항공사로 출발한지 고작 몇 년이 지났을 뿐이라 아직 자리도 못 잡은 상태였다.

그래도 우주그룹이라는 뒷배가 있어 모양새는 제법 갖추고 있었다.


우선 사장을 만나러 사장실로 향했다. 1층 경비에게 물어 사장실의 위치를 파악하고 곧바로 올라갔다.

사장실에 도착하니 비서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사장실 문을 열어 주었다.


“사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고시원이라고 합니다.”

“이리 앉으십시오.”


사장은 반백의 중년 남자였다. 명패에 사장 한정석이라고 쓰여 있었다. 눈빛이 차갑고 매우 신중해 보이는 인텔리 부류로 보였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수사에 협조하라는 본사 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정식 수사는 아닙니다. 딱딱하게 안 그러셔도 됩니다.”

“조 부사장 일은··· 음···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진심이다.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슬픔으로 추정되는 감정이 이마에 깃들어있다.


“부사장실을 볼 수 있습니까?”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시원은 사장을 따라 부사장실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서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부사장실이 있었다.


부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에서 부스럭하고 인기척이 느껴졌다.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하고 문을 열고 들어간 사장은 놀란 눈치였으나, 이내 표정을 감추었다. 안에 있던 사람은 조봉식이었다.


“조봉식! 여기서 뭐하냐?”


시원이 먼저 한 마디 던졌다.

한 사장을 봤을 때 놀라지 않던 봉식은 뒤에 서 있는 시원을 보자 화들짝 놀랐다. 그래도 안 그런 척 한껏 거들먹거리며 대구했다.


“내 맘이다. 새끼야. 깝죽대지 말고 적당히 해라. 수사네 뭐네 하면서 약점 캐내려는 수작이면 너 내손에 뒤진다.”

“여기서 뭐했는데?”

“뭐? 이 새끼가? 내가 왜 못 올 데 왔냐? 내 동생 사무실에?”

“뭘 하고 있었느냐고.”


한정석 사장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자 자, 검사님은 편안하게 둘러보세요. 조 상무님은 이리 나오시고요. 전에 말씀하시던 자료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장이 손짓으로 위층을 가리키자 조봉식은 턱을 거만하게 쳐들고는 시원의 어깨를 밀치면서 방에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고 부사장실에는 시원만 홀로 남았다.


아담한 사무실에는 아직도 주인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전 까지도 일하다 만 것처럼 서류들과 모든 물건들이 조금씩 흐트러져 있었다. 책장의 책들도 가지런하지 않고 비죽비죽, 서랍도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열려있었다.


시원은 조용히 서랍들을 열어 보았다. 맨 위 칸은 커피 믹스 몇 개, 일상적인 메모지와 사무용품들··· 다음 칸은 정돈되지 않은 서류철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시원은 책상에서 의자를 빼내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마지막 서랍까지 다 열어보았다.

컴퓨터는 비밀번호도 걸려있지 않았다.


조봉식이··· 뭘 뒤졌을까?


시원은 주변 사진을 찍었다. 서랍도 열고, 컴퓨터도 켜서 대충 내용을 훑어보고 몇 가지 파일을 가져간 USB에 담았다. 보안이 걸린 서류도 없었다. 새내기 인턴 사원의 컴퓨터처럼 아주 퓨어한 상태였다.


시원은 뒷짐을 지고 사무실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서성거렸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은 거의 읽은 적이 없는 새 책들로 보였다. 주로 항공기와 관련된 책들이었다.


사무실에서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일한 흔적이 없었다.


개인적인 것들은 사무실에 두지 않는군.

그럼 집으로 가 볼까?


시원이 부사장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왔을 때, 회전문을 밀고 허겁지겁 들어오는 미행자 1과 딱 마주쳤다. 바로 욕망일보 맹 기자였다.

시원은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해주고는 넌지시 한 마디 던지며 지나갔다.


“어이구··· 맹 기자. 경쟁자가 많네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회전문을 열고 들어오는 몇 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검은 깍두기 양복, 검은 마스크에 후드 티, 검은 헬멧 오토바이족, 심지어 검은 가죽 재킷 코뚜레 피어싱 언니도 있었다.


요즘 파파라치들··· 검은색이 오히려 더 눈에 띤다는 걸 모르나? 오락 프로 추적 미션인 줄.


시원은 당황하는 그들 사이를 뚫고 유유히 걸어 나가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찰칵, 찰칵, 다급하게 눌러대는 사진 찍는 소리를 의식하며, 초 절정 멋진 뒤태를 연출하느라 등줄기에서 꼬리뼈끝까지 힘을 빡 주었다.

그렇게 잠시 포토타임을 주고, 그들이 방심해 있던 순간 다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똑바로 뛰지 않았다. 갑자기 골목으로 들어가 좌회전 우회전 종횡무진 미친 개··· 아니 소처럼 달렸다.


이번에는 블록 중간에 있는 주차장까지 달려가 차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사실 애초에 누가 따라오든 상관은 없었다.

그저 그들이 느긋하게 주워 먹는 꼴은 보기 싫었다.


자식들··· 프로가 뭐 저따위야. 멀리서 사진만 찍으면 다야? 저격수야?


시원은 단순한 걸 싫어했다.


프로는 디테일이지. 디테일하게 마크 하는 놈이 없어.


시원이 미친소처럼 달려서 주차장에 도착해 자동차에 탔을 때, 파파라치들 중 아무도 나타난 놈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일부러 천천히 달려 주는 데도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봐. 이런 식이야. 퐈이팅이 없어. 특종이 만만해?”


시원의 차가 느릿느릿 달려 나가고도 한참 지나서 아까 그들 중 몇몇이 주차장에 나타났다. 그 중에 맹 기자도 끼어있었다. 그런데 당황해 하는 다른 놈들과는 달리 맹 기자는 뭔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들이 각자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사이 맹 기자는 슬그머니 주차장 귀퉁이에 세워 둔 자신의 차로 가서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그 때 시원은 한 블록 지나간 사거리에 신호 대기로 서 있었다. 빙긋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여전히 없었다.

하늘을 보니 어디선가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조금씩 모여드는 모양새였다.


날씨가 변덕이네.


시원은 휴대폰을 들고 변장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미씨. 지금 시간 가능하면 삼청동으로 올 수 있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전철 타고 가면···.

“택시 타고 오세요. 아니면 수진이한테 태워 달라고 하세요.”

-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신호등을 통과했지만 시내 한복판은 언제나 혼잡해서 거북이걸음이었다. 그래도 따라오는 녀석은 한 놈도 없었다.


시원이 갑자기 만족스러운 듯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할 줄 알고? 우리가 뭘 하려면 또 재미나게 해야지?


그때 맹 기자는 시원과 정 반대 방향으로 신나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또 몇 몇 놈들이 따라 붙고 있었다.

자기 뒤에 따라오는 놈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맹 기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네. 지금 잘 따라붙고 있습니다.”

- 어느 방향으로 움직인 거야?

“강변 북로를 타고 가는 중인데··· 일산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

- 일산? 그쪽에 뭐가 있나? 확실한 거야?

“에이··· 걱정 붙들어 매십쇼. 고 검사 차에 추적 장치 달았습니다.”

- 알았고, 도착하면 어디로 들어가는지만 문자로 찍어.


그렇게 맹 기자와 몇 몇 미행자들은 멀리 일산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을 때 시원은 광화문을 지나 삼청동 조계식의 집에 도착했다. 제법 높은 언덕길 위에 위치해 있는 집은 우아한 한옥에 아담한 마당이 딸려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누군가 나왔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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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차선주 누구냐 넌? +1 20.06.05 30 3 12쪽
16 16. 만날 사람 20.06.04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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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반사귀신 20.06.01 44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39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3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8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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