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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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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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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5.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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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DUMMY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야! 너. 봉식이 몰라? 너 때문에 전학 갔잖아. 물론 1학년 때 잠깐 봤지만··· 그래도 기억을 못할 정돈가?”

“봉식이는 양봉식이잖아.”

“하하하. 너도 참··· 양아치 봉식이라고 우리가 붙인 별명이잖아. 근데 우리도 봉식이가 우주그룹 둘째 아들 조봉식인 줄은··· 최근에야 알았어.”


그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조봉식이라는 놈이 있었다. 하는 짓이 꼭 양아치 같아서 양봉식이라고 불렀었다.

학교에 하나쯤 있는 돈지랄 양아치 부류였다. 그래서 양봉식이라고 부르다 보니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봉식이는 하는 짓에 비해 얼굴은 꽤나 잘생겼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행동도 안 하면 웬만한 아이돌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봉식이의 실체를 몰랐던 학기 초에 그를 좋아하는 여학생들도 있었던 것 같다.


“봉식이 새끼 수진이한테 껄떡대다가 개망신 당했잖아? 크크크.”

“미친 새끼. 지랄도 병이었지.”


잘생긴 봉식이 수진에게 진짜 관심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시원을 밟고 짱을 먹어보려는 의도였는지도 몰랐다. 시원의 친구인 수진을 건드리는 것으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대놓고 치근거리던 봉식은 눈곱만큼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수진의 태도에 적잖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나보다.


봉식은 어느 날, 반 아이들이 다 있는 상황에서 박력 넘치게··· 다짜고짜 수진의 손목을 덥석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봉식은 그 탄식의 의미를 그 순간에는 몰랐다.


손목 잡힌 수진은 봉식에게 명쾌하게 다음과 같이 말 했다.


‘공부하기 싫으면 짜져 있어 새끼야!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게 눈치도 똥이야! 빙신새끼.’


동시에 반 바퀴 돌며 봉식의 팔을 비틀어 꺾고 머리끄덩이를 잡아 책상에 팡 찍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로 쐐기를 박았다.


‘니들끼리 놀아. 깡패끼리 짱을 먹든 쫑을 먹든. 날라리 언니들 밖에 나가면 많아.’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구역의 짱은 고시원이 아니고 강수진이었다는 사실은 아마 지금도 모르고 있는 듯 했다.


“근데··· 너 나중에 걔한테 잡혀 간 적 있지 않았나?”

“잡혀가긴 누가? 그 새끼가 내 고양이를 잡아가서 찾으러 간 거지.”

“아··· 그랬었나? 아무튼 그날 이후 그 자식이 학교에 안 나왔지?”


봉식은 수진에게 복수하고 시원을 끌어내기 위해 수진이 기르던 길 고양이 선빵이를 잡아갔다.

선빵이는 원래 동네 깡패고양이였다.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에겐 거침없이 덤벼들어 할퀴거나 물어뜯고 튀는 야수고양이. 그런 놈이 비 오는 어느 날 수진의 집 대문 앞에 대자로 누워 비를 피하고 있었다.

수진이 먹을 것을 주자 순순히 받아먹으며 이후 대문 앞에서 서식하게 되었다. 그런 선빵이를 겁도 없이 납치해 갔다.


수진은 봉식의 협박 문자를 받고 시원에게 전화를 했다. 시원은 주저 없이 수진과 함께 나섰다.

봉식이 말한 장소는 듣기만 해도 으스스한 폐공장의 어두운 창고 안이었다.

그런 곳에서 사람 때리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외길 진입로에 보안 카메라 줄줄이 달려있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을 보면 똥 멍청이 양아치가 분명했다.


이윽고 도착한 창고 안에는 예상보다 많은 패거리들이 있었다. 돈지랄로 모은 패거리 치고는 머릿수가 두둑했다.

아무튼 무슨 두목처럼 가운데 봉식이 앉아있고 주위에 패거리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수진은 풋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본 건 있어가지고. 개나 소나 깡패 놀이네. 야! 내 고양이나 내놔.”

“우리가 그 전에 정리할 게 있잖아?”

“정리? 미친 새끼 웃기고 있네. 고양이 때렸으면 너 피똥 쌀 줄 알아.”

“그래. 몸 좀 쓴다 이거지? 여자가 몸을 어디에 쓰는지 알려줄까?”


봉식이 손짓을 하자 몇몇 놈들이 달려들어 수진을 양쪽에서 잡았다. 그때 침묵하던 시원이 한 마디 날렸다.


“야! 양봉식이! 에이··· 남자가··· 그게 뭐냐? 여자한테 처 맞고 그걸 또 복수까지 하려고?”


봉식이 고개를 획 돌리며 시원을 노려보았다. 적어도 시원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나보다.


“이 새끼가 돌았나? 너 상황 파악이 안 되냐? 오늘 뒤질 수도 있어.”

“누가? 내가?”


그 말에 핏대가 오른 봉식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 각목을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원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


“봉식아. 고양이는 왜 죽였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은데.”


봉식의 목에 가늘고 깊게 고양이가 할퀸 자국이 있었다. 가만 보면 옷도 몇 군데 찢어져 있었다.


“뭐 선빵이가 죽어? 야! 양봉식. 너 선빵이 죽였어? 말해 이 새끼야!”


수진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그러니까. 좀 고분고분 했으면 그런 일이··· 윽!”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진의 공중 날아 차기가 봉식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 바람에 중심이 무너져 의자 째 뒤로 넘어가 자빠진 봉식에게 숨 쉴 틈도 없이 무차별 난타가 쏟아졌다. 여고생의 손에서 나올 무력의 수준이 아니었다.


봉식은 몇 마디 말도 떼기 전에 묵사발처럼 처참하게 얼굴이 망가졌다.

그 서슬에 놀라 주위에 있던 패거리들은 잠시 주춤하다가 수진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때 시원이 바닥에 있던 각목을 번개처럼 주워들고 패거리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경쾌하고 시원한 풀 스윙으로 달려드는 놈들 족족 개 패듯 팡팡 두드려 주었다.

기술적으로 맞아서 가장 아픈 곳만 골라서 때렸다. 팡팡팡 퍽퍽퍽. 정강이, 정강이, 허벅지, 거시기, 엉덩이··· 또 정강이··· 주로 하체 위주로다가.


잠시 후 창고 안은 꽃가루처럼 풀풀 날리는 뿌연 먼지와··· 바닥에 걸레처럼 널브러진 놈들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공작원 특수 훈련이라도 받은 것 같은 강수진과 고시원의 봉술 신공에 놈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 와중에도 피투성이로 퉁퉁 부은 눈과 입으로 악만 남아서 조봉식이 소리쳤다.


“이 썅! 강수진. 고시원! 둘 다 죽여 버릴 거야. 날 이렇게··· 으윽.”


고시원이 조용히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봉식아. 조용히 꺼져. 고양이 목숨 값 치고는 봐준 거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무당이 그러는데 나한테 악귀··· 뭐 그런 게 붙어있대. 나를 화나게 하면 사람이 죽는대나 뭐래나. 그냥 그렇다고.”

“······.”


누가 그런 말을 믿겠는가? 허세 쩐 고등학생이 겁주려고 하는 말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정말 봉식은 그날 이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소문에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데 어디인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봉식은 시원이 하는 말을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시원의 눈을 보자 문득 소름이 돋았다. 자기도 모르게 오금이 저리고 도망쳐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틀거리며 그 자리를 떠나는 봉식에게 시원이 싱긋 웃으며 친절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잠깐, 봉식아. 넌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어. 앞으로 동물들이 널 싫어할 거야. 키우지 마. 다칠지도 몰라.”


봉식이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집에 돌아왔을 때, 집 안이 발칵 뒤집혔다. 누가 그랬는지 말하라고 추궁을 받았지만 봉식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마당에서 키우던 개 핏불테리어가 느닷없이 봉식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다리를 크게 물렸는데 사람들이 말려도 미친개처럼 죽일 듯이 짖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근데 수진아. 넌 양봉식이 우주그룹 조봉식인 건 어떻게 알았냐?”

“아··· 동창 중에 지라시일보 기자가 있는데 우연히 만나서 들었지. 걔가 봉식이 꼬붕이었대. 나도 놀랐어.”

“그럼. 봉식이는 지금 우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원래 때린 놈 보다 맞은 놈이 오래 기억하잖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동생 조계식 마약사건을 고시원이 맡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집안으로 보나 과거 아름답지 못한 추억으로 보나··· 적대적인 관계인데···.


“야. 야. 한 잔 해. 비도 오는데 마시면서 생각 하자.”

“그래.”

“오랜만이네··· 우리 이렇게 뭉친 게.”


세 사람은 음식을 먹으며 피로감을 내려놓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였다. 창밖에는 이제 천둥 번개까지 치며 굵은 장대비가 난리치고 내리고 있었다.

수진이 문득 거실 유리문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 하였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상태라 눈은 처지고 뺨은 불타고 말도 늘어져 있었다.


“으응? 베란다에··· 검은 고양이가 있네? 꼬리가 화살표네? 히히히.”


시원이 고개를 돌려 베란다 유리문을 보았다. 쏟아지는 빗물이 창살처럼 줄을 그으며 무수히 내리꽂히고 있었다.

튀는 포말과 세로줄 사이로 무언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긴 했다.


“야. 여기 2층이야. 고양이가 저 비를 맞으며 베란다에 왜 있냐?”

“아닌데? 푸른 눈동자를 본 거 같은데?”

“뭔가 움직이긴 했어.”

“야. 시원이 너까지? 에잇! 확인해 보면 되지 뭐.”


도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베란다 유리문을 스윽 열었다.

훅 끼쳐오는 습기와 차가운 바람··· 그리고 방바닥을 후두둑 긁는 장대 빗줄기가 들이쳤다.


“야! 비 들이치잖아. 닫아.”

“아무것도 없잖아. 취해서 헛것도 보고··· 연애를 못해서 그래. 고양이라도 한 마리 데려와?”

“아닌데 내가 봤는데··· 꼬리가 화살표였어.”

“마셔라··· 마셔. 더 마시면 세상이 분홍색으로 보일 거야.”


춥고 습한 베란다··· 2층 위에는 3층이 있었다. 그 3층 베란다에 누군가 서 있었다. 푸른 깃털이 달린 검은 모자를 쓴 호리호리한 젊은 남자.

그 남자가 잠시 비 내리는 3층 베란다에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남자는 전혀 비에 젖지 않은 모습이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빗속에 서 있었는데···.


3층 거실 가운데 검은 가죽소파가 놓여 있었다.

그 소파에 남자가 앉아서 모자를 벗었다. 하얗고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 이상하게 반짝이는 곱슬머리가 나왔다.

미소년처럼 생긴 남자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빛이 났다.

남자는 손으로 탐스러운 머리를 벅벅 긁으며 투덜거렸다.


“심심해. 심심해. 근데. 그 봉식이 조봉식이었어? 큭큭큭.”


남자가 머리 긁던 손으로 하늘을 향해 총 쏘는 시늉을 하고 입으로 피융 소리를 내자, 번쩍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우르르쾅 천둥이 울었다.


달이 뜬 것도 아닌데 어두운 3층 거실은 무언가 환하게 비추는 듯 남자가 앉은 소파 주변을 몽환적인 푸르스름한 빛이 감싸고 돌았다.


“아웅! 졸려. 한 숨 잘까?”


옆으로 기대면서 졸린 눈을 비비는 남자의 옆으로··· 길게 늘어진 검은 그림자가 빗줄기와 겹치며 흔들거렸다.

화살표 꼬리가 좌우로 살랑 살랑.


2층에서는 여전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술기운이 무르익었다.


“카아. 야. 시원아. 너 경찰 오면 내 밑으로 와라. 내가 귀여워 해줄게.”

“그래? 그러까? 나 귀여움 받고 시포. 귀여워 해줘잉.”

“이것들이 미쳤나?”

“오우 도일이··· 너도 와라. 이 강수진이 아량이 아쭈··· 넓어. 다 품어 주마.”


수진은 홍시 같은 얼굴로 걸걸하게 떠들었다. 도일도 적당히 취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에? 검은 냥이 또 왔쪄요? 이리 들어와. 추워. 우리 선빵이랑 닮았네?”

“야. 강수진. 너 저기 작은 방에 가서 자라. 헛소리 그만 하고.”

“아냐! 나 쟤 이름 지어 줄꼬야. 깡! 어때?”

“깡? 고양이 이름이?”

“응. 쟤가 깡이 세.”

“야. 그걸 어떻게 알아.”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아. 멋있어. 고양이 주제에.”


3층에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이 위로 올라가며 안광이 잠깐 동안 붉은 색이었다가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깡? 그것은 지금··· 나를 지칭하는 것? 개작두보다··· 좋은 건가?



* * *



다음 날 아침 해가 중천에 떴다.

드르르르륵. 휴대폰 진동음이 들렸다. 시원은 눈을 감은 채 팔을 휘저었다. 드르르륵. 손에 잡히는 것이 없자 눈을 떴다.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침대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나 발로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끌어당겼다.

화면을 보니 변장미였다.


“흐흠. 아···네. 장미씨. 무슨 일로···.”

- 오늘 댁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문 앞입니다.

“앗··· 잠깐만요.”


시원은 후다닥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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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2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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