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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수호악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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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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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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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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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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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친절한 왕 비서

DUMMY

11. 친절한 왕 비서



시원과 장미는 삼청동 도로변 카페에 들러 시원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카페는 한산했다.


“수진이하고 도일이는 잘 갔어요?”

“네. 두 분이 차선주씨가 근무했던 병원을 알아봐 주신다고 했습니다.”

“저 코뚜레 언니한테 특종 몰아 줘야겠는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게 있어요.”


시원은 오토바이에 앉아있는 검은 가죽 재킷의 코뚜레 피어싱 언니를 보고 눈을 찡긋 해주었다.

그녀도 쿨하게 입술 한쪽만 올려서 웃어 주었다. 어쩐지 좀 친해진 느낌.


“그리고··· 홍 계장님이 연락 주셨는데요. 조계식씨 부검은 안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조 회장이 원하지 않는다고···.”

“······.”

“혈액검사 결과는 있습니다. 물론 마약성분이 검출 되었고요. 자세한 내용은 검사님 메일로 보내두었습니다.”

“······.”


시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또 뭔가 생각했다.


“다음은 어딜 가실 겁니까?”

“조봉식이··· 찾는 게 뭘까요?”

“조봉식을 만나셨습니까?”

“조계식의 사무실에서 뭔가 뒤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비밀 금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닌데··· 조계식이 숨겨 논 뭔가 있긴 있는데. 이게 또 아주 깊게 숨긴 것도 아니고 딱 우리가 찾으면 찾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장미는 시선을 먼 하늘에 두고 커피를 음미하면서 마셨다.


“집에 노트북과 휴대폰이 없었습니다.”

“숨기고 싶은 건 물건이 아니라 정보··· 일 수 있겠네요?”

“그런 건 시원하게 까발려··· 아니 밝혀 주는 게···.”

“미덕이죠.”


장미는 빙긋 웃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이동할까요?”

“당연히 조봉식이를 보러 가야죠.”


시원은 다음 작전을 생각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미간에 짚고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장미는 그가 아무 생각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행보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의식처럼 개폼을 잡는 것뿐이다.


미세한 혐의점이라도 포착되면, 그냥 가서 온통 들쑤셔 놓거나 주변을 끝없이 맴돌며 염탐하고 물고 늘어졌다.

그게 다였다.

뛰어난 두뇌를 움직여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예리한 수사기법 같은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즉흥적이며 단순 무식적··· 으로 움직여도 이상하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 보면 모든 무모한 일들이 다 필요한 과정의 일부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시원은 사건이 마무리되면 모든 과정이 고도의 치밀한 수사스킬이었다고 허세작열 큰 소리를 뻥뻥 쳤다. 장미는 코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항상 죽음을 몰고 다니는 재수 없는 검사··· 가까이 하면 나쁜 일들이 일어날 것 같고··· 음울하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괴짜 신사였지만··· 어쩌면 그가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찔러도 단서가 툭툭 튀어 나오는 우연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것은 진정 우연이 아닐지도 몰랐으니까.


“동선이 뒤죽박죽 재미있겠는데요?”

“누구의 동선이 말입니까?”

“봉식이 놈이 나한테 미행을 붙였는데, 나는 봉식이를 미행하면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 거죠? 하.하.하.”


별로 웃기지도 않은 일을 시원은 호쾌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인생이 오버였다.



* * *



그때, 조봉식은 사무실에서 귀를 벅벅 긁고 있었다.


“어떤 새끼가 내말을 하는 거야? 귀가 가려워··· 씨발.”


일도 하지 않는 놈이 혼자 쓰는 사무실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최고급 수입 가죽으로 만든 바로크 풍의 붉은 소파가 한 가운데 안 어울리게 놓여 있었다.

봉식은 그 소파에 벌러덩 누워서 탁자에 발을 올려놓고 귀를 벅벅 긁고 있었다.


“야! 왕 비서! 안 들려?”


잠시 후 눈알이 크고 똑 도토리 같이 맹랑하게 생긴 아가씨가 들어왔다.


“넵. 부르셨습니까?”

“여기 좀 긁어봐. 귀지가 있나? 있으면 파 내고.”


왕 비서는 생긋 웃으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 귀지 파라니까?”


강아지처럼 후다닥 다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귀이개를 가지러 갔다 왔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파. 빨리.”


왕비서는 봉식이 누워있는 소파의 끝에 새침하게 앉았다. 그러자 봉식이 벌떡 일어나 옆에 와서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왕 비서가 역시 생긋 웃으며 시키는 대로 하자, 봉식은 그녀의 무릎을 베개 삼아 옆으로 길게 누웠다.

그리고 왕 비서가 귀이개를 움직여 작업을 시작했다.


“살살해. 시원하게 해.”


왕 비서는 고개를 끄덕하며 귀청소를 시작 했지만 싫은 내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방긋 방긋 미소를 지으며 성심성의껏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실은 왕 비서가 제대로 귀지를 후벼 준 일은 결단코 없었다. 언제나 하는 시늉만 하고 주변만 긁을 뿐 눈에 보이는 왕건이 귀지는 늘 내버려 두었다.

지난번 보다 더욱 크기를 키운 귀지의 존재를 확인하고 속으로 깔깔깔 웃었다. 아주 귀를 꽉 막을 때까지 키워 볼 참이었다.


그러는 도중에 봉식의 휴대폰이 울렸다.


봉식은 누워서 테이블에 휴대폰을 두고 스피커폰으로 받았다.


- 봉식씌··· 지금 뭐해요?


나른하면서 느끼한 여자 목소리. 얼마 전에 아버지의 강압으로 소개 받은 일종의 맞선녀였다. 거물급 국회의원의 무남독녀 외동딸, 봉식보다 두 살이나 연상이었다.


“회사니까 일 하겠죠.”

- 에이··· 왜 이래요? 적당히 하고 나와요! 나 30분 뒤에 은하수 호텔 앞에 도착해요.

“뭐?”


봉식은 왕 비서의 손을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 왜 놀라요? 봉식씨 바쁜 일 있어요?

“아니··· 올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 지금 연락하잖아요? 내가 아버님한테 전화 할까요? 우리 봉식씨 좀 일찍 퇴근시켜 달라고?

“알았어요. 나가죠.”

- 그냥 있어요. 내가 사무실로 올라가면 되니까. 사무실 구경도 할 겸. 그럼 좀 있다 봐요.


여자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이런! 썅년이? 전화를 먼저 끊어.”


봉식이 똥 씹은 표정을 하며 마른세수를 하였다. 왕 비서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그 꼴을 보다가 슬쩍 한 마디 던졌다.


“제가 따돌려 드릴까요?”

“뭐? 어떻게?”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우선 시간 없으니까 이걸 한 알 드시고요. 아 잠깐 물 갖다 드릴게요.”


왕 비서는 봉식의 손에 하얀 알약을 하나 꼬옥 쥐어 주고는 뽀르르 물을 가지러 나갔다.


“이게 뭔데?”

“암말 말고 쭈욱 넘기세요. 그 여자 만나기 싫은 거 맞죠?”


손짓으로 후딱 넘기라는 호들갑에 얼떨결에 물과 함께 알약을 목으로 넘겼다.


“넘겼는데. 이젠 뭘 어떻게 할 건데? 가짜 애인역할 그런 건 아버지한테 안 통해.”

“으악! 무슨 그런 험한 말을! 애인 역할이라뇨? 천부당만부당 벼락 맞을 말씀을?”

“벼락?”

“그냥 좀 기다리시면 되고요, 시간 없으니까 특단의 조치로 한 거니까···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왕 비서는 손바닥을 탁탁 털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방을 나갔다.

봉식은 그녀의 뒤태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건 또 뭔 꿍꿍이야? 어떻게 따돌리겠다는··· 으···.”


봉식은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 뱃속 저 깊은 곳에서 짜르르 신호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익숙하고도 익숙한··· 식은땀이 절로 나는 뒤틀림의 신호였다.

조금 지나니까 배에서 꾸루룩하고 소리까지 나기 시작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줄 흐르며 한기가 지나갔다.


“으··· 저게 미쳤나. 으악! 악!”


봉식은 본격적으로 장이 요동을 치자 배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곧 쏟아져 나올 거 같은데 극심한 복통으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멀지 않은 화장실이 천릿길처럼 느껴졌다.

비틀거리며 나가는 봉식에게 왕 비서가 달려가 친절하게 팔을 부축해 주었다. 빨리 가야 하는데 왕비서가 잡는 바람이 손을 밀치다가 뿌직 방귀와 함께 내용물이 조금 발사 된 것 같다.


“악! 아··· 아··· 얏! 너 미쳤어? 이거 무슨 약이야!”

“시간이 없잖아요. 30분밖에 없다면서요?”

“으··· 너 가만 안 둬. 기다려. 으··· 비켜. 이씨.”


왕 비서는 팔을 놓아주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봉식을 지켜보며 복화술로 혼잣말을 했다.


“도와줘도 지랄이야.”


봉식은 그걸 시작으로 5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드나들며 폭풍 설사를 하였다.

설사한 지 약 20분이 흘렀을 때··· 더 이상 나올 국물도 없다 싶을 때 퀭한 얼굴로 쓰러지기 일보직전 휴대폰이 울렸다.

봉식은 기진맥진해서 겨우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으··· 으···.”

- 상무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차선주를 군산에서 봤다는 소리가 있어서요. 지금 내려가 보려고요.

“그래. 가. 가서 잡아 와.”

- 상무님 무슨 일···.

“아 가라고. 가서 그년이나 잡아 오라고 새꺄!”


봉식은 땀범벅이 되어 축 늘어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어디 가서 누워있고만 싶었다.

그때 왕 비서가 눈알을 굴리며 앞에 확 나타났다.


“악! 너 뭐야! 이 썅··· 너 해고야! 꺼져!”

“아직 마무리가 아닌데요? 시간 없어요. 이제 5분 남았어요.”


봉식은 힘이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또 왕 비서에게 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말할 힘도 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다 귀찮아. 꺼지라고. 시발.”


왕 비서는 전혀 흔들림이 없이 눈알을 희번덕 뜨면서 이렇게 말했다.


“상무님 이게 뭔지 아세요? 눈물 스틱이라는 건데요. 배우들이 우는 연기할 때 눈 밑에 바르면 효과 짱이라네요?”

“뭐?”


왕 비서는 봉식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달려들어 봉식의 눈 밑에 눈물스틱을 쓱쓱 발라버렸다. 아주 진하게 두껍게 힘 줘서 박박 발랐다. 오로지 목적을 위해서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눈에 농축된 양파즙을 쏟아 부은 듯 시뻘개진 눈에서 눈물이 콸콸콸 흘렀다.


“아아악! 야! 이 미친···년! 이게 뭐야? 뭐냐고!”

“쉿! 가만··· 비비면 더 따가울 걸요? 이래야 리얼리티가 있다니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왕 비서는 잠시 후에 휠체어를 하나 가져왔다.


“여기 앉아서 병원으로 간다고 하면서 나가면 끝이죠.”


봉식은 또 얼떨결에 휠체어에 걸터앉았다. 연기가 아니고 실제로 갑자기 환자가 된 것 같았다. 눈은 아직도 흘러내리는 눈물로 퉁퉁 부어있고, 폭풍 설사로 인해 머리와 몸은 땀에 절어있었다.


“자 이제 가 보실까요?”


왕 비서의 말 대로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1층 로비로 나갔다. 살뜰하게 담요까지 덮어주고 왕 비서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 주었다.

누가 봐도 거의 탈진한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1층 로비 한 가운데서 그 맞선녀와 딱 마주쳤다.



* * *



시원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장미가 누군가에게 문자를 했다.


“어디 연락하세요?”

“조봉식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은하수 호텔 상무라던데? 보통 직장에 있지 않나요?”

“한국병원으로 갔다고 합니다. 방금.”

“병원에 왜요? 한국병원이면···.”

“호텔에서 멀지 않습니다.”


시원은 또 뭔가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


“어디 아프대요? 병원에는 왜?”

“장염에 걸린 것 같다고 합니다. 직원들 말로는 울면서 실려갔다고···.”

“그 나이에 울어요? 조봉식이?”


시원은 운전 하면서 조봉식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눈물 따위 단 한 번도 흘려 본 적 없을 것 같은 놈도 자기 자신은 끔찍하게 아끼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약 30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한국병원에 도착했다. 시원이 차를 주차하는 동안 장미가 1층 응급실로 올라가 조봉식을 찾았다.


잠시 후 시원이 응급실 입구로 오자 장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없죠?”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오지 않았어요.”

“핑계를 대고 다른 곳에 가고 싶은 일이 있었나보죠. 이왕 온 김에 사람이나 만나고 갈까요?”

“누구를···.”

“조계식 시신이 여기로 와 있지 않습니까?”

“아··· 네.”

“그래서 시신을 한번 보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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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반사귀신 20.06.01 44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39 2 13쪽
»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2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8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3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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