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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수호악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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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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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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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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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996

작성
20.06.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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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4. 악마적인 변호사

DUMMY

14. 악마적인 변호사




수진은 고개를 저으며 이어서 말했다.


“으음··· 프로포폴은 아주 적은 양이고 펜타닐이 고농도야. 펜타닐 때문에 사망한 거 같아.”


펜타닐?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인데··· 조계식이 헤로인 중독자였나?”

“미국에 있을 때 알코올 중독은 좀 있었나봐. 술을 엄청 좋아했대.”

“차선주는?”

“강남에 있는 정신과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만 뒀대. 그 병원도 한 번 가서 탐문해 볼 필요는 있지.”


비가 좀 잦아들면 가려고 했는데 빗줄기는 가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을씨년스러운 바람까지 불었다.


“지금 바쁘냐?”

“음··· 오늘은 그냥 퇴근 하려고. 비도 오고.”

“안 바쁘군.”

“야! 요즘 살인 사건 있어서 골치 아파. 연쇄살인 각이거든.”

“우리 엄마나 만나러 가자.”


수진은 관자놀이를 긁으며 내리는 빗줄기를 한 번 보고 물었다.


“왜?”

“탐문··· 하러.”

“나이주 여사가 용의자야?”

“용의자 2는 조봉식이지.”

“용의자 1은 누군데?”

“당연히 개. 작. 두.”


그 순간 갑자기 천둥 번개가 우르르 쾅쾅, 굵은 빗줄기가 커피숍의 유리창을 후려갈겼다.

다다닥 다다닥 유리창을 두드리듯 긁어내리며 신경질 적으로 강한 비를 쏟아 부었다.


“날씨가 제법인데? 이런 회색빛 날씨 환영이지. 악의 무리를 사냥하기에 적당한 분위기거든.”


수진은 호탕하게 웃으며 번개 치는 하늘을 향해 윙크를 날려줬다.


“그래. 나이주 여사 본 지도 한참 지났네.”


시원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와 단독으로 만나는 일은 불편했는데 수진이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런데 시원아. 용의자 1이 정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최소한 관련은 있어.”


시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개작두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죽음들에는 분명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았다.


개작두가 조계식을 죽였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쩐지 자신이 그 이유를 밝혀 주기를 바라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아··· 무 이유 없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상 일수도 있었다.


그래도 알고 싶었다.


내가 누군지···.

왜 남들과 다른지···.

내가 나인 게 맞는 건지.


“시원아. 그럼 미래 엔터 주차장에서 보자.”

“그래.”


두 사람은 각자 차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커피숍 지붕에서 검은 고양이가 보고 있었다.


카옹-

화살표 꼬리가 살랑살랑.


시원은 비가 쏟아지는 도시의 밤 풍경을 기분 좋게 감상하며 어머니가 계신 강남으로 달려갔다.

비가 오면··· 몸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정말 치유가 되었다.

봉식에게 맞은 얼굴의 멍은 점차 사라져가고 터진 입술도 스르르 상처가 붙고 멀쩡해졌다.


길이 조금 막혀서 시간은 걸렸지만 늦지 않게 미래엔터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 외벽에 요즘 핫한 아이돌 가수 사진이 길게 걸려있었다.


나이주 여사는 피자를 시켜서 먹고 있었다. 야외촬영이 있었는데 비가 와서 취소되었기 때문에 매니저와 코디에게 피자를 들려서 귀가 시키고 사무실에 홀로 남아있었다.


“어머! 수진이도 왔니? 오면 온다고 말을 하지?”


나이주는 수진을 보자 호들갑을 떨었다. 방금 전에 시원이 오겠다고 전화했을 때는 귀찮아하는 목소리가 배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목소리의 텐션이 올라가 있다.


“안녕하셨어요?”

“그래. 앉아. 피자 남은 거 있는데 먹을래? 커피? 아님 콜라?”

“주스 같은 거 없나요? 방금 콜라를 마시고 와서요.”

“주스? 토마토주스 있어.”


나이주는 바로 일어나 사무실 한쪽에 있는 냉장고에서 토마토 주스를 꺼내 왔다.


“아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왔어?”

“사람을 좀 찾아 주십시오.”

“사람? 어머··· 내가 흥신소니? 누굴 찾는데?”

“조계식이 어렸을 때··· 살던 곳을 혹시 아십니까? 조진복 회장 일가가 살던 곳.”

“그야 지금 사는 곳이잖아. 한남동.”

“그럼. 20년 쯤 전에 그 집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면 더욱 좋고요, 아니면 적어도 그 당시에 있던 분.”


그 말에 나이주의 표정이 살짝 변하였다.


“그런 아주머니를 왜 찾아?”

“조계식의 어린 시절을 알고 싶어서요. 좀 이상한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고···.”

“뭐가 이상해?”

“아들이 사망했는데 모친은 해외여행 중이고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남은 일에만 몰두하고, 차남은 술집을 전전··· 막내 동생 장례식이 코앞인데 슬픈 연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나이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건물의 불빛을 응시했다.


“삼청동 여주댁 있잖아?”

“그분은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습니다. 한남동 본가에 있지도 않았고요. 아시는 분 있지 않습니까?”

“내가? 그 집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어떻게 알겠니?”

“삼청동 여주댁은 어떻게 아십니까?”

“콜록! 그야··· 뭐 우연히···.”


수진이 방긋 웃으며 나이주의 곁에 다가앉았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우리가 조봉식을 안다면 또 아는 데요. 뭔가 진하게 숨기는 게 있는데··· 이게 말을 죽어도 안 하네요?”

“남의 집 흘러간 역사를 알아 뭐하게? 그게 범인 잡는 거랑 관계가 있니?”

“있죠. 동기··· 라는 건 실로 짠내 풀풀 나는 묵은지가 진짜거든요.”

“······.”


나이주는 그래도 뭔가 냄새만 피우고 꺼내놓지 않았다. 막상 꺼내놓고 보면 별거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어떤 문제든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즐기는 어머니의 성향을 잘 아는 시원은 화제를 바꿨다.


“그럼 봉식이 있는 술집은 어떻게 알아 내셨습니까?”

“어머! 도와줬더니 마치 나를 추궁··· 하는 분위기네? 수진아··· 넌 왜 그러고 다니니? 이쁜 얼굴 아깝잖아. 옷도 그게 뭐니? 내가 한번 확 바꿔줄까?”


수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아유··· 그랬다간 온갖 놈들이 벌 떼처럼 달라붙죠. 경찰 일 못한다니까요? 이 새끼 저 새끼··· 여러 수컷님들이 질질 싸면서 스토킹에 짝썸에 또 그러다 지들끼리 결투라도 하면 일 커지잖아요? 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이 들끓는 애국심으로 미모를 애써 숨기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네요. 하하핫.”


나이주는 무표정으로 시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군산댁이라고 있었어. 그 아주머니 총각김치랑 간장게장이 죽음이었지.”

“지금은 어디 있습니까?”

“모르지. 늙고 몸 아프다고 고향 내려갔다고 들었는데. 나이 많아서···.”

“남의 집 일을 어떻게 잘 아시네요?”

“알지 왜 몰라. 우리 집에 있다가 나간 아주머닌데. 너 태어날 무렵에 딸이 아프다며 그만뒀거든.”



* * *



그 시각 군산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검은 우산을 쓴 남자들이 수산시장을 종횡무진 휘젓고 돌아다녔다.

점포들은 문 닫은 시간이 되어 물건들을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수산시장에서 김 실장 일행이 차선주를 찾는 동안, 수산시장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허름한 소머리국밥집은 아직 문이 열려있었다.


“어우··· 매워. 물안경 없어? 할머니?”


선주는 주방에 쪼그려 앉아 대파를 다듬고 있었다. 욕쟁이 할머니는 조금 전까지 홀에 앉아서 잔소리를 쏘아대고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대구가 없었다.

비 오고 손님도 없으니 문 닫고 들어간다고 빨리 하라고 여간 성화를 부리는 게 아니었는데.


“에잇. 어디 간 거야! 나 안 한다?”

“썩을 년! 그만 해.”


갑자기 뒷문으로 획 들어온 할머니가 말했다.


“깜짝이야. 진짜? 그만 해?”

“귓구멍이 막혔냐? 문 닫을 겨. 문씨네 집에 가서 자. 그 집 비어 있응 게. 여기 열쇠. 그라고 낼 아침에 가.”


할머니는 차선주의 손에 열쇠를 쥐어 주고 가게 앞으로 셔터를 내리러 나갔다.


차선주는 말없이 열쇠를 들고 뒷문으로 나갔다. 할머니가 준 우산을 쓰고 식당에서 멀지 않은 언덕 아래에 있는 할머니의 집으로 걸어가 짐을 들고 나왔다.

할머니가 말하는 문씨네 집은 조금 더 위쪽에 있었다. 문씨네 집은 외따로 떨어져 있어서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문씨네 집은 낡고 오래된 구옥이었다. 1층은 작은 구멍가게였으나 비어 있고, 2층에 살림방이 있는데 그 방주인도 지금은 없는 모양이었다.

뒤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 할머니가 준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방은 얼마 전까지도 사용한 듯 온기가 돌았다. 그 작은 방에 전화도 있고, 이불도 있고 낡은 장롱도 있었다. 한쪽에 있는 문을 열어보니 화장실이었다.


차선주는 한숨을 푹 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할머니는 위험을 감지한 것 같았다. 좁은 바닥에서 누군가 뉘 집 아무개를 찾는다고 하면 금방 다 알게 되는 게 그 동네였다.


“좀 더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두려움으로 방에 불도 켜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웅크리고 앉았다.


그 때 할머니 가게에 검은 우산을 쓴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할머니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가게 문을 일부러 천천히 닫고 있었다.


“할머니. 서울서 손녀가 왔담서? 어디 있어?”

“썩을 놈. 내가 무신 손녀가 있어? 뭘 알고 물어!”

“시장 사람들이 봤다는데?”

“걔는 딸 친구 딸이야. 걔는 왜 찾아?”

“그래. 딸의 친구 딸. 와따 마 복잡해. 아무튼 어디 있어?”

“쫌 전에 들렀다 밥 한 그릇 먹고 인자 막 갔는디?

“어디로?”

“몰르지? 선밴가 뭔가 하믄서 만나러 간다고.”

“에이··· 집에 숨겨 둔거 아니야?”


할머니는 김 실장을 노려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뭔 죄 지었냐? 니들이 경찰이여? 걔가 왜 숨어 다녀! 지랄 맞게 공부해서 의사 선상님꺼정 됐는데. 찾든가 말든가 내 손녀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랴?”


김 실장은 할머니의 서슬에 밀려서 가게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주 천천히 가게 문을 닫았다.


* * *



시원은 그 밤에 군산을 향해 신나게 달려가고 있었다. 어머니 나이주 여사를 쥐어 짜내서 결국 군산댁이 지금 군산에서 국밥집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어머니처럼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의 시원은 당장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시원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수진은 나이주 여사에게 붙잡혀 치킨에 맥주까지 시켜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수진아. 우리 시원이가 왜 검사를 그만 둔대? 아니 그만 두는 건 좋은데 경찰에는 또 왜 간대니?”


수진은 개작두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나이주 여사에게 개작두 말은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


“실은요··· 시원이가 꿈이 큰 놈이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좀 특이한 놈이고요?”

“음··· 그렇긴 해.”

“시원이가 저한테만 말한 건데요. 자기는 엄청 악마적인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래요.”

“악마적인 변호사?”


나이주는 맥주기운에 가로로 풀어졌던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네. 악마력이 높은 놈들을 변호하겠다는 거죠.”

“굳이 왜?”

“일종의 도전 같은 거 아닐까요? 쉬운 거 싫어하는 놈이니, 어려운 미션 깨고 싶은···.”

“그런 건 변호 보다는 검찰에서 잡아 조지는 게 낫지 않니?”


수진은 시원의 말이 떠올랐다. 수진이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시원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주 나쁜 놈들은 검찰에서 절대 굴복시킬 수 없어. 제출된 증거에만 수긍한 척 하는 거야. 감방에 가서도 다음에는 절대 잡히지 말아야지 하며 절치부심하지. 그놈들은 반성문도 죄에 대한 반성이 아니고 실수해서 걸린 자신에 대한 반성이야. 나쁜 놈은 달라지지 않아.]


그래서 달라지지 않는 나쁜 놈을 변호사는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바꿀 수 없지. 바꿀 생각 없어. 그냥 굴복시킬 거야. 스스로 자기 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형량을 받아들이게 하는 거지. 스스로 자신을 단죄하게 하는 거야. 검사한테는 안 해도 변호사한테는 전부 자백해야 하거든.]


수진은 변호사도 속이는 의뢰인이 많고, 그런 절대악은 더욱 지능적으로 속이지 않을까? 하고 말했다.


[나한텐 그럴 수 없지. 그럼 계약 파기야. 계약 파기에 따른 대가도 받을 거야···.]

[어떤 대가?]

[그건 비밀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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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0.06.02 21:06
    No. 1

    추천 꾸우욱!
    건강 지키면서 글 쓰세요. 건강이 최곱니다. 오죽하면 프랑스 속담에 '건강한 개가 병든 인간보다 쓸모 있다'는 말이 있을까요.
    건필 응원하고요. 파이팅!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비온후에
    작성일
    20.06.03 00:28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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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만날 사람 20.06.04 27 2 13쪽
15 15. 낯설지 않은 낯선 여인 20.06.03 29 3 13쪽
» 14. 악마적인 변호사 +2 20.06.02 48 5 13쪽
13 13. 반사귀신 20.06.01 44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39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2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8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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