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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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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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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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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96

작성
20.05.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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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DUMMY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시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외과 전문의 장 박사를 찾아갔다. 조진복 일가의 주치의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신에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직접 본다며? 보면 느낌이 있겠지?”

“장 박사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글쎄··· 개인적으로는 부검을 해보고 싶지만··· 국과수도 아니고. 자살이라며.”


장 박사는 말은 그렇게 해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시원과 장미는 그를 따라 시신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둡고 침침한 지하의 복도를 지나 서늘한 기운이 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서자 장 박사가 한 쪽 끝에 커버로 씌워져 있는 시신의 커버를 벗겨주었다.


“자 천천히 봐.”


시원의 앞에 놓인 조계식의 시신은 깨끗한 상태였다. 이 병원에서 장례식을 할 모양이었다.


그런데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죽은 자의 표정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마치 은은하게 미소마저 짓고 있는 듯 온화한 표정이었다.

왜소하고 병약해 보이는 몸.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듯 가느다란 팔 다리와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마른 가슴과 배.

몸에 근육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한 군데도 없어 보였다.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이 흉터와 문신들은 뭐지?


“박사님. 이 문신들은···.”

“몸에 여러 군데 오래된 흉터가 있어. 그걸 가리려고 문신을 한 것 같은데··· 문신을 해서 더 흉터가 도드라져 보이니···. 그게 좀 이상해.”


계식의 몸에는 등과 가슴, 그리고 엉덩이에 기묘한 모양의 문신이 있었다. 불규칙한 빗살무늬···.


“다른 건 크게 이상한 건 없어. 마약중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증상들 몇 가지.”

“마약중독자입니까?”

“글쎄. 주사바늘 자국은 없는데··· 다른 방식으로 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소문 날까봐 부검도 안 하겠다고 하는 거 아닌가?”


시원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시신을 한참 더 살펴보았다.



* * *



갈매기가 끼룩끼룩 새우깡을 향해 돌진하는 군산 해안가 공원에 차선주가 앉아 있었다.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짙은 선글라스에 검은색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바닷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실연당한 아픔을 견디지 못해 온몸으로 우는 한 마리 까마귀··· 같았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을 한 동안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천천히 일어나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죽을 줄은 몰랐네. 쯧.”


차선주는 해안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도 지금의 상황은 갑작스런 일이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일단 몸을 숨기기는 했으나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뭔가 방법을 찾지 않으면···.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며 걷다가 어느 허름한 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아직 이른 저녁이라 손님은 없었다.


“할머니 국밥 하나!”

“손 없냐? 먹고 파 좀 다듬어 놔.”

“어머 할머니. 저 파를 다? 미쳤어? 눈 매워 못해.”

“공밥 먹을라고? 썩을 년. 라이방이나 처 쓰고. 도둑년 마냥 칭칭 싸매고 하루 종일 싸돌아다님서 파 한단 다듬는 건 싫냐?”

“돈 주면 되잖아? 국밥 값 내면 되는 거 아냐?”

“하이고. 다 필요 없응게 썩 나가. 별 그지 같은 게 식전 댓바람부터 찾어와서 지랄이여? 도와줄 거 아니면 나가.”

“돈 준다니까?”

“그깟 돈 나는 없냐? 다 늙어서 돈이 뭔 소용이데?”


선주는 그래도 절대 안 나가면서 들리는 듯 안 들리는 듯 중얼거렸다.


노인네가 입에 걸레를 물었나? 돈 준다는데 사람 써서 하면 되지···.


“안 할 거면 나가! 이년아!”

“알았어. 욕 좀 하지 마.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냐. 파를 까든 뭐를 까든.”


선주는 툴툴 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가 우거지가 듬뿍 들어간 소머리장국을 뚝배기에 담고 밥도 한 그릇 넉넉하게 펐다.

그리고 야들야들 구수한 소머리 수육도 한 접시 담았다.


이윽고 식탁에 앉아 국에 밥을 말아서 한 수저 크게 입에 떠 넣고 씹는데 할머니가 다가와 수육 접시를 확 채갔다.


“어디서 수육을! 파 한단 까고 수육까지 처먹으면 하루 종일 까야겠다. 염병할 년.”

“먹는 거 갖고 그래 진짜! 돈 낸다니까?”

“딴 데 가서 사 처먹어.”


선주는 입 한 가듯 국밥을 씹으면서 TV를 보고 있는 할머니의 뒤통수를 흘겨보았다.

그래도 국밥은 다른 데 가서 먹을 생각 절대 안 드는 기가 막힌 맛이었다. 선주는 우울한 기분과 다르게 입맛은 정직하다는 사실에 스스로 헛웃음이 나왔다.

국밥을 다 먹어 갈수록 빼앗긴 수육접시가 아쉬웠다. 좀 있다 파 까면서 반드시 한 접시 훔쳐 먹으리라 다짐을 하며 남은 국밥을 다 비웠다.


물을 마시며 할머니의 꼬부라진 등에 대고 한 마디 던졌다.


“근데 할머니. 왜 안 물어? 나 왜 왔는지?”

“물어 뭣허게? 욕심 많은 년이 뭔 짓을 못 했을까.”

“내가 무슨? 그런 거 아냐.”

“파 까고 들어가 자고 내일 아침엔 가.”

“······.”


선주도 그럴 생각이었다. 할머니 집에 더 있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인근에 다른 민박집을 벌써 알아봐 두었다. 할머니 집에서는 나가지만 이 지역을 벗어날 생각은 없었다. 당분간은 숨죽이고 있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에 서울에서 군산으로 달리고 있는 검은 승용차가 있었다.


“네. 거의 다 와갑니다. 확인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검은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는 남자는 조계식의 보안팀장 김지근 실장이었다. 김 실장은 현재 봉식의 경호팀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동했다기보다 복귀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원래 봉식의 지근 경호를 담당했었기 때문이었다.

조계식이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김 실장을 경호담당으로 보낸 것은 봉식이었다. 봉식은 김 실장을 통해 계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다.

몇 년 전 강남의 뒷골목에서 새벽시간에 깡패들과 5대 일로 싸우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봉식이 그를 발탁했다.

그 이후 봉식을 위한 궂은일은 도맡아서 처리하는 해결사 노릇과 경호를 해왔다.


김 실장이 도착한 곳은 군산의 어느 작은 호텔이었다. 그의 승용차가 호텔 주차장에 도착하자 몇 몇의 남자들이 달려와 폴더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런 인사 하지 마. 사람들이 본다.”


김 지근은 군산 출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지역에서 잔잔하게 주먹깨나 쓰는 축이었다. 그래서 큰 조직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잔챙이들 몇몇 거느리는 정도는 되었다.

사람을 잡으러··· 아니 찾을 일이 있을 때 종종 그들의 도움을 받고 금전이 오가는 끈끈한 관계였다.


김 실장은 호텔로 들어가며 거구의 어떤 놈한테 물었다.


“지금 어디 있다는 거야?”

“정확한 위치는 아직 모릅니다. 찾고 있습니다.”

“그럼 누가 봤다는 거야. 잘못 본 거 아니고? 헛발이면 각오해라.”


그 옆에 서 있던 마른 멸치 같은 놈이 끼어들었다.


“쩌그 로타리 병원에 있는 의사가 봤다든디요? 확실허다고. 대학교 후배람서.”

“자세히 말 해봐.”

“그라니께 로타리병원에 내과 의사가 있는디··· 그 의사가 시내에서 우연히 그 여자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이런 말이고요. 같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 인사도 하고 근황도 묻고 했다더만요.”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말은 군산을 지나가는 길이라도 했다는디··· 차도 없고 여행가방도 없었다고···.”

“그럼 묵고 있는 호텔이 있을 거 아냐.”

“그래서 샅샅이 찾어 봤는디 없더만요. 그래서 모텔도 뒤지고 있는디요. 거그도 없는 거 같아서···.”


김 실장은 한숨을 쉬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는 거의 잡을 줄 알았는데 와 보니, 다시 안개 속이었다.


“군산바닥이 좁응게 금방 찾아질 것이···.”


그때 어떤 똘만이 놈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형님. 수산시장에서 본 놈이 있다대요.”

“가자.”


그들은 서둘러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어두워지면 곧 수산시장은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 * *



시원은 한국병원에서 나와 차를 운전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가는 동안 이번엔 진짜 뭔가 생각하는 듯 말이 없었다.

장미도 뭔가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지금 어디 가십니까?”

“저녁을 먹어야겠죠? 밥은 먹고 움직이는 걸로.”

“네.”


시원은 강남으로 향했다. 어머니 나이주 여사의 사무실 근처에 맛집들이 많았다.


“청국장 어때요?”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시원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유명한 청국장 식당으로 장미를 데려갔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궁극의 쿰쿰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장미는 청국장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처럼 진한 냄새는 처음이었다.

똥을 싸서 빨지 않은 채 일 주일쯤 방치하면 날법한 냄새라고 생각했다.


“흠. 오늘 따라 더 깊은 향이 나네요? 맛있겠죠?”


냄새를 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긍정 아닌가?


장미는 몸서리를 치며 안내받은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하필 앞 뒤 양 옆에 모두 손님이 앉아서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을 먹고 있는 한 가운데 테이블이었다.


화장실 한 가운데 앉아서 밥을 먹는 기분은 이런 느낌일까?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식이 나왔다. 빠르기는 또 번개 같아서 불평을 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음식이 나와서 막상 입에 넣는 순간 그 모든 불만은 긍정으로 바뀌었다. 두리안을 먹는 사람들의 심정을 바로 이해할 것 같았다.


존맛탱··· 냄새 따위 개나 주라지.


장미는 윤기 흐르는 하얀 밥에 청국장을 떠 넣고 두부를 으깨서 밥에 쓱쓱 비벼 한 입 입에 넣었다. 그것은 천국의 맛이었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훅 들어오는 고향의 맛이었다.


“맛있죠? 이 집이 냄새는 좀 나도 유명해요. 한번 먹으면 중독 돼서 자꾸 생각이 나죠.”


장미는 입 한 가득 오물거리느라 대답을 못하고 고개만 크게 끄덕거렸다.

어찌나 맛있는 지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그러는 동안 앞에 앉은 시원도 거의 밥을 다 먹어갔다. 장미는 문득 시원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시원도 재벌집 도련님인데 먹는 것은 참 경계가 없었다. 홍어, 과메기, 길거리 음식부터 초 고급 요리까지 못 먹는 음식이 없었다.

미식가인 듯 아닌 듯··· 어쩌면 맛을 모르는 건가? 싶기도 했다.

맛집은 꿰고 있지만 막상 본인은 그닥 맛있게 먹는 것 같지 않았다.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장미씨 오늘 고생했어요. 가까운 전철역까지 태워다 줄 게요.”

“검사님은 어디 따로 가십니까?”

“봉식이 만나러 가야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


시원이 혼자 그 밤에 어디를 갈지 질문하지 않았으나 조금 불안했다. 단신으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할 텐데 시원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희희낙락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얼굴이었다.


장미의 불안감을 읽은 시원은 그녀 앞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어머니. 지금 어디십니까?”

- 왜? 사무실에 있는데?

“조봉식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 어머. 아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수진이 뒀다 뭐해?

“수진이 지금 바쁩니다. 그 술집에 봉식이 있는지 확인만 해 주세요.”

- 그 술집?

“네. 술집 주인을 후배가 안다고 하셨던 그 술집.”

- 어··· 뭐 그렇긴 해. 알았어. 조금 기다려 봐.


전화가 끊어졌다. 나이주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확인해 줄 모양이었다.


“조계식이 마약했다는 술집 <헤븐>말씀이십니까?”

“그렇죠.”

“조봉식이 거기 있을 까요?”

“아마도.”


장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촉이라고 대답할 게 뻔했으니까.

잠시 후 전화가 왔다.


“네.”

- 응. 알아봤는데. 그 술집에는 없고 다른 데 있대. 이태원에 있는 술집이라는데?


그걸 알아낸 어머니의 능력도 신기했다. 아니면 그 바닥도 좁아서 건너 건너 금방 연결이 되는 건지도 몰랐다.


장미를 보고 싱긋 웃은 시원은 차를 출발시켰다.

이태원을 향해 달리는 동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장미를 전철역에 내려 주고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데 마침내 문제의 술집 근처에 도착했다. 차를 후미진 골목에 주차해두고 천천히 걸어가 술집 문 앞에 섰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붉은 네온사인으로 <투데이>라는 술집 이름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뿌연 광선을 뿜어내고 있었다.

시원은 검은 우산을 털고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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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반사귀신 20.06.01 45 2 12쪽
»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40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3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8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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