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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수호악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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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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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96

작성
20.06.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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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반사귀신

DUMMY

13. 반사귀신




술집 <투데이> 안으로 들어가자 끈끈한 음악소리가 작은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클럽도 아닌 것이 클럽인 체 묘한 분위기 속에서··· 홀에 모인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간간히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단상이 낮은 무대에는 흑인들로 구성된 밴드가 흐느적거리며 비트가 들어간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홀 한쪽에 있는 좁은 복도는 아마도 룸이라는 공간으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술집<투데이>에 들어갈 때 입구에 거구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시원이 입장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돈 없어 보이지는 않아서 그런지 무사통과였다. 혼자 오는 남자 손님은 호갱이라는 먹잇감이라서 그랬을까?


시원이 들어가 두리번거리자 미모의 늙은 여자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얼굴 마담 치고는 많이 늙었다.


“혼자 오셨나봐? 흐읍··· 청국장 드셨나봐?”

“네.”


늙은 마담은 억지로 표정관리를 하는 눈치였지만 미간에 주름이 움직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홀에는 자리가 없는데···. 룸으로 모실까?”


시원은 고개를 끄덕하였다.


그 시각 가장 안쪽에 은밀하게 감춰진 넓은 룸에 봉식이 있었다.


“뭐해? 왔으면 앉아야지?”


봉식의 앞에는 어려보이는 아가씨가 떨면서 서 있었다. 밖은 가을이고 비도 오는데 그녀의 옷차림은 한 여름이었다.


“저기··· 저 이런 곳인 줄 모르고··· 저 그만 돌아가···.”

“너 데뷔 안 해? 집안 어렵다면서? 다 알면서 왜 이래? 음료광고 꽂아주기로 한 거 그냥 아니야.”

“저는 그냥··· 상무님이랑 밥 먹는 자리라고 해서···.”

“누가 뭐래? 나 여기서 밥 먹어. 너랑 같이. 여러 말 시키지 말고. 와서 앉아.”


아가씨는 모 에이전시의 신인 배우 안예린이었다.


안예린은 나가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봉식이 벌떡 일어나 서 있던 안예린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야! 다른 애들은 이런 기회도 없는 거 몰라? 그나마 귀염상이라 내가 컨택 한 거야. 뭘 알고나 까불어.”

“······.”


봉식은 그러면서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 소파에 집어 던졌다. 힘에 눌려 소파에 푹 고꾸라진 안예린은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고 봉식을 쳐다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 씨벌. 안 그쳐? 재수 없게? 내가 광고에도 꽂아 주고 드라마도 넣어주고 예뻐해 준다잖아.”

“흑흑···.”


짜악-


순간 안예린의 얼굴이 확 꺾였다. 봉식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을 후려 친 것이다.


“불쌍한 척 하는 것들 딱 질색이야. 기분 확 잡친다고. 어? 똑바로 앉아.”


안예린은 더욱 헝클어진 머리와 터진 입술··· 붉게 부어 오른 뺨을 손으로 가리며 어정쩡하게 앉았다.


“자 한잔 해. 나도 성질만 안 건드리면 좋은 사람이야. 내가 출세시킨 여 배우들 많아. 내가 걔들한테 뭘 바라나? 지들 출세하고 나면 나 몰라라 해도 난 응원해준다니까?”


안예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는 잔을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눈을 질끈 감고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한 양주를 목으로 넘기려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영화처럼 문이 벌컥 열렸다.


“뭐야? 어떤 새끼가!”


역광을 받아 누군지 바로 식별하기 어려웠지만, 썩은 똥내가 확 끼쳐 왔다.


“나야. 봉식아.”


봉식은 쓰레기처럼 구겨진 이마에 핏대를 올리며 소리쳤다.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너도 오는 술집에 내가 못 올 이유가 있나?”


멍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안예린에게 시원이 쓰윽 다가가 술잔을 살짝 빼앗아 들었다.


“워 워. 이 술잔은 저에게 양보해 주실까요?”

“너 죽고 싶냐?”


봉식이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엄청 화났다는 뜻이다.


시원은 조심스럽게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그녀에게 말했다.


“자 이제 여성분은 조심스럽게 퇴장해 주실까요? 내가 이 사람하고 할 말이 좀 있거든요.”


안예린은 떨면서도 입술에 힘을 주고 결심한 듯 핸드백을 들고 일어났다.


“너 거기 안 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니 인생 박살이야? 알아서 해.”


그러자 시원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화려하고 커다란 은제 쟁반을 들어 커튼이 쳐있던 한쪽 벽을 향해 냅다 집어던졌다.


와장창-


거대한 부메랑처럼 날아간 은 쟁반은 커튼 뒤에 숨겨져 있던 유리를 박살내고 수많은 유리 파편을 바닥과 공중에 흩뿌렸다.

은 쟁반은 우그러져 창틀에 덜렁 걸렸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원은 바스러진 유리조각을 밟으며 재빨리 걸어가 커튼을 확 잡아 뜯었다. 그러자 깨진 유리창 너머에 남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은 쟁반과 유리 파편에 맞아 뒤로 자빠진 모양이다.


“어이구. 이런. 이런 곳에 관람창이 있었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라이브 현장 이라는 건가?”

“이··· 씹새. 너 오늘 죽었어.”


봉식은 눈에 광기가 퍼지며 자신의 놀이터를 망가뜨린 무법자를 향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곧바로 테이블에 있는 붉은 단추를 신경질적으로 마구 눌러댔다.


혼자서는 뭣도 못하는 찌질한 새끼였다.


시원은 별다른 표정 없이 손짓으로 안예린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했다.

안예린이 룸을 나가자 시원은 문을 안에서 잠갔다. 그러자 깨진 유리창 너머 숨겨진 방에 있던 놈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 방에 달린 문으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잠근 것도 아닐 텐데 아무리 해도 열리지 않았다.


봉식은 계속 붉은 버튼을 누르다 아무도 오지 않자 성질이 터져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룸을 나가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시원이 뒷덜미를 잡았다.

잡아서 소파를 향해 집어던졌다. 아까 봉식이 안예린에게 했던 것처럼.


제법 덩치 있는 봉식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철퍼덕 소파에 고꾸라지면서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갔다.


“봉식아. 가만있어. 너만 손해야. 나 재수 없는 거 알잖아? 거기! 새끼들도 움직이지 마. 좀 있으면 풀어 줄 테니까.”

“으아아아악!!! 아악! 아··· 악!”


봉식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발광을 하는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멀쩡한 놈이 뭐하는 짓인지···.


짜악! 시원이 시원하게 봉식의 싸다구를 갈겼다.


“앗! 미안. 손이 먼저 나갔네. 너 아까 그 여성분 때렸잖아? 주고받고? 오케이? 그럼 이제 대답해.”


봉식은 저도 모르게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었다. 한쪽 콧구멍에서 코피가 한 줄기 주룩 흘러내렸다.


“대답 해.”

“뭘 새끼야.”

“조계식의 사무실에서 뭐 했어?”

“뭐?”

봉식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잊었다.


“이 새끼가 장난하나? 개 사이코 새끼!”

“대답해.”


봉식은 누군가 와주기를 바라며 한 손으로 계속 붉은 버튼을 눌러댔다. 그러다 문득 시원이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눈에 광기가 되살아나며 유리창 방에 있던 놈들에게 소리쳤다.


“야잇! 새끼들아. 뭐해? 이 새끼 안 잡고. 이 새끼 혼자야.”


그 말에 놈들이 창틀에 박힌 유리조각을 치우고 룸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유리는 빠지지 않고 창틀은 예상보다 높아서 쉽지 않았다. 유리를 치우지 않고는 다칠 우려가 있었다.

다들 졸부집 돈지랄 망나니들답게 지들 몸은 또 더럽게 아꼈다.

놈들은 창을 넘기 보다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서 룸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느라 잠긴 문손잡이만 계속 두드리고 흔들어댔다.


당연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밖은 음악소리에 취해있고 봉식의 룸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룸의 입구는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다.


“동생 사무실에서 뭐 한 거야?”

“이 개 새끼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봉식이 시원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시원이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다 피하지 못하고 얼굴을 맞았다. 봉식은 자신의 주먹이 먹혔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연이어 다음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으악!”


시원이 맞은 얼굴 부위와 같은 봉식의 얼굴부위가 번쩍하며 통증이 느껴진 것이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때린 것처럼.


시원은 무표정으로 보고만 있었다. 심지어 맞은 부위가 부어오르는데 살짝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대답해. 거기서 뭘 찾은 거야?”

“이 새끼가 돌았나?”


봉식은 자기 얼굴을 한번 문지르고 시원을 향해 두 번째 주먹을 날렸다.


퍽-

헉-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봉식이 시원을 때리면 같은 값으로 똑같은 부위에 통증이 왔다.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맞은 것처럼 부어오르기까지 했다.


퍽-

으윽-


몇 번 반복하다 봉식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원의 얼굴은 붓고 입술은 터져 살짝 피가 흘렀지만 전혀 아파하는 기색이 없었다.


“봉식아. 이거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너만 손해야. 무당이 그러는데 남을 악하게 대하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대. 그게 무슨 귀신이라더라? 음··· 반사귀신이었나?”


봉식은 그 옛날 기억이 되살아나며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상하게 시원이 하는 터무니없는 말들은 실현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에 온몸이 떨렸다.


“음··· 대답 안 하겠다는 거지? 쉬운 길을 어렵게 가겠다는 거지? 그런 자세 좋아. 어려운 길이 더 재미있거든.”


시원은 손을 탁탁 털고 창문 방에 있는 3명의 남자들에게 다가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니들 얼굴 다 봐뒀어. 오늘은 미수에 그쳤으니 한번은 봐주지. 또 그러면 국가에서 마련한 좁은 방에서 오래 거주하게 될 수 있어. 쪽팔리는 건 문제도 아니야. 파이팅 넘치는 친구들이 조직원 면접도 보거든.”


시원이 안예린이 마시려다 만 술잔을 조심스럽게 들고 나가자 창문방에 있던 놈들 방문도 봉인이 풀리듯 열렸다. 놈들은 우르르 방에서 나와 봉식이 있는 룸으로 달려왔다.

봉식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를 너무 갈아서 가루가 날릴 지경이었다.


“씹··· 새끼. 내가··· 저 새끼 언젠가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야! 저 새끼 뭐야?”

“도봉 지검 검사 새끼야.”

“뭐? 야. 가자. 우리 여기 없었다.”


세 놈들은 인상을 구기며 바닥에 침을 뱉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 곳을 떠났다.


시원은 술집을 나와 우산을 쓰고 비오는 거리를 잠시 걸었다. 약 5분 쯤 걸었을 때 검은색 SUV가 곁에 멈추었다.


“좀 늦었지? 타. 차는 어디 있어?”


강수진이었다. 시원이 술집에 들어가기 전에 수진에게 전화를 해 두었었다.


“요 아래 골목에.”

“그래? 얼굴 왜 그래? 맞았어?”

“조금.”

“성과는?”

“약간.”


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숍을 찾았다.


“봉식이 찾는 거, 그거 야동이나 그런 거 아닐까? 변태 동영상을 동생하고 엄청 공유하고 있었거나.”

“그걸 그렇게 숨기고 할 정도로 이미지 생각하는 놈일까?”

“지가 출연하는 거면 이야기가 다르지.”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저 술집 <투데이> 좀 알아봐. 룸에 비밀 관전방이 있어. 물론 지금쯤 미친 듯이 증거를 인멸하고 있겠지만.”

“근데 너 위험해지는 거 아니냐? 봉식이 새끼 분노조절 못하잖아.”

“그래봐야 저만 손해지.”

“너도 손해야. 얼굴을 좀 봐.”


시원은 피식 웃었다. 걱정해주는 수진의 얼굴을 보고 문득 말을 해 줄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시원에게 붙어 있는 많은 귀신들 중 ‘반사’귀신이 있다는 사실을.

역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거의 맞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는 자신의 특성 중 하나였다.

누군가 시원을 공격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부메랑처럼 공격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믿겠는가?

다만 그 수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모른다.


“근데··· 조계식 혈액검사 내용 봤어?”

“좀 있다 봐야지. 왜?”

“아주 마약 파티를 했나봐. 순도 높은 펜타닐이 검출···.”

“뭐? 프로포폴 아니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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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차선주 누구냐 넌? +1 20.06.05 30 3 12쪽
16 16. 만날 사람 20.06.04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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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악마적인 변호사 +2 20.06.02 48 5 13쪽
» 13. 반사귀신 20.06.01 45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39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3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8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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