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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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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80
추천수 :
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5.27 19:22
조회
48
추천
3
글자
11쪽

8. 뜨거운 피

DUMMY

8. 뜨거운 피




“알고 있습니다.”

“뭐?”


조 회장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애써 평정심을 가장하며 말했다.


“그래서 타살이라는 건가?”

“글쎄요···.”


시원은 아주 잠깐 조 회장의 눈을 응시하고 말을 이었다.


“같은 술집에서 죽은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복수를 계획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낮습니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은 내 아들을 살인 용의자로 생각한다는 건가?”

“회장님께서는 왜 이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사건을 저한테 맡기신 겁니까? 애초에 그 사건 자체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닙니까?”

“······.”

“아들을 둘러싼 살인과 관련된 루머를 이차에 뿌리 뽑고 싶으셨겠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거고요.”

“내 아들만··· 죽었지.”


조 회장은 힘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빛에 때늦은 후회와 슬픔이 뒤엉켜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생각하시는 살인은 없었습니다.”

“뭐?”


흘러내리던 슬픔이 멈추었다. 조 회장은 눈을 부릅뜨며 시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날 술집에서 죽은 여성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별개의 사건입니다. 누군가 두 개의 사건을 한 개로 묶으려 한 거죠.”

“왜 그런 짓을······.”

“누가 알겠습니까?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겠죠.”


조 회장은 그 와중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눈치였다.


“그래. 그럼 막히는 것이 있거든 언제든 전화하게.”

“그럼 한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조계식씨에게는 사귀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차선주라고 들었습니다. 아십니까?”


“차선주?”


조 회장은 짐짓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뭔가 순간적으로 판단을 요하는 문제인 듯 잠시 헛기침을 하였다.


“흐흠. 얼핏 들은 것도 같고···.”

“현재 차선주가 행불 상태입니다. 뭔가 단서가 될 만 한 것을 찾고 있습니다.”

“젊은 놈이 여자가 없겠는가. 집에다 정식으로 소개하지 않은 걸 보면 가벼운 관계······.”

“그러면 굳이 사라질 이유가 있을까요?”


조 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잠깐 찌푸렸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럼 나중에라도 생각나시는 것이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원은 조 회장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생각이었다.



* * *



한편 시원의 집에 모인 세 사람은 열띤 토론 중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조계식의 여친이 사라졌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자동차도 휴대폰도 두고 갔습니다.”

“언제부터요?”

“조계식이 죽기 전날 밤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근처 CCTV 털어보면 대강 동선을 알 수 있지 않나?”

“본가가 강원도 외딴 곳이라 CCTV가 집 근처에 거의 없습니다.”

“서울에 따로 지내는 곳이 있었을 것 같은데···.”


강수진이 입을 씰룩거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럼 우선 한 번 털어 볼까?”


수진은 손가락을 깍지 낀 채 머리 위로 팔을 쭉 뻗어 우드득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방으로 걸어갔다. 시원의 서재였다.

서재에는 두 대의 컴퓨터와 두 대의 노트북이 있었다.

도일도 자연스럽게 수진을 따라 일어나 방으로 가며 변장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서재에 들어간 세 사람은 컴퓨터를 켜고 작업 준비를 하였다.


“지금 뭐 하시려고요?”

“뭐긴요. 디지털 흔적이라도 있겠죠. 샅샅이 털어 봅니다. 제가 사이버 수사대에서도 있어봤거든요.”


변장미는 피식 웃으며 그들의 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세 사람은 차선주와 조계식의 인터넷 상의 모든 흔적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차선주라는 이름이 평범한가봐··· 뭐가 많네.”

“얼굴이 꽤 미인이라서 좁혀지긴 할 겁니다.”

“얼굴 사진 있어요?”


변장미는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저장된 차선주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와우!!!”

“왓!”

“······.”


수진과 도일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뛰어난 미모에 입이 벌어졌다.

차선주는 당장이라도 메이저급 연예 기획사에서 군침을 줄줄 흘릴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미스코리아가 울고 가겠네. 조계식은 생긴 게 별로던데··· 역시 남자는 돈빨인가?”


그런데 도일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 마디 하였다.


“근데··· 미인은 다 비슷해서 그런가? 이 얼굴··· 어디선가 본 것도 같고.”

“어디 클럽에서 봤나? 하긴 강남 클럽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이긴 해.”


그런데 조계식과 함께 찍은 사진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차선주의 계정에 있는 사진들은 거의 다 셀카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최근의 사진들.


“차선주가 조계식의 여친이 맞나? 아직 썸 타는 중 아냐?”


그때 변장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홍 계장에게서 온 것이었다.


“네. 홍 계장님. 비밀번호는 풀렸나요?”

- 풀었지. 풀긴 풀었는데 별 게 없어. 다른 휴대폰이 또 있나 본데?

“그래도 주고받은 문자나 톡도 없습니까?”

- 아주 없지는 않아. 통화한 사람은 조계식 한 사람 뿐이고 주고받은 톡도 남아있는 게 조금 있어. 캡쳐해서 보내줄게.


변장미는 전화를 끊고 두 사람을 보았다.


“차선주 휴대폰 속에 있던 톡 내용 일부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수진과 도일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톡 내용이 왔습니다. 조계식 죽기 전전날에 주고받은 것입니다.”

“어디 한번 볼까요? 두 사람이 진짜 연인이었는지···.”


[나 바빠서 늦게 출발 했떠염. 마음은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오욤.]

[천천히 와. 우리 귀요미 기다리는 시간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딸기시럽 뿌리고 휘핑크림 얹은 맛이야. 핵 달콤.]

[우왕··· 초코 시럽도 뿌려줘염.]

[초코 시럽은 안 돼!]

[왜요?]

[귀요미가 초콜릿인데 과잉 섭취하면 위험해.]

[으아앙! 딱 기다려용!]


가장 최근에 주고받은 내용이었다.


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 마디 하였다.


“사귀는 건 맞네. 소름끼치게 재수 없어.”

“멘트는 고급진데?”

“멍청아! 고급진 게 뭔지 몰라?”

“사귄지 백일이 안 지났다는데 손모가지 걸겠습니다.”


수진과 도일이 동시에 변장미를 쳐다보았다. 도일이 고개를 저으며 다음 내용으로 시선을 내렸다.


[내일 서울 가용.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용?]

[음··· 별로. 선주가 알아서 해. 그것도 가져 오지?]

[사랑? 그야 당연히 초대형으로.]

[내 사랑 받을 초대형 접시도 가져 와.]

[옴머? 고작 접시? 자기 사랑은 한도 없는 카드라면서요?]

[비행접시 타고 우주를 날게 해 주면 되지?]

[아항! 우주···.]


몇 개 더 보다가 진심으로 단전에서부터 짜증이 기어 올라왔다.


“염병! 비행접시?”

“스읍. 수진. 니가 연애를 알아?”

“도일! 넌 아냐? 맨날 운동만 처하는 게? 근육이 아깝다.”


변장미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묘하게 입은 웃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장미씨는 연애 안 해봤어요?”

“해본 적 있습니다.”

“장미씨도 저렇게?”

“음··· 하려면 좀 더 가는 쪽이 좋습니다.”

“뭘 좀 더 간다는 거죠?”

“유치하려면 아주 확 홀라당 흘러넘치고, 쌩 오버에 막장을 후려갈겨야··· 제 맛이죠.”


수진과 도일은 무표정으로 변장미를 보았다. 변장미는 그들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패턴?”

“조계식과 차선주의 대화는 어쩐지 뭔가 암시하는 단어가 하나씩 있습니다. 그게 뭔지 의문이 생깁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이 여자 뭔가 호기심을 훅 자극하는데?”



* * *



고시원은 조 회장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모처럼 맑은 하늘은 구름한 점 없고 따뜻한 햇살이 눈부셨다.

어두운 사무실에서 두더지처럼 서류만 파며 지내다보니 햇빛을 본 게 언젠지 아득하기만 했다.

하늘을 보고 눈을 찌푸려보았다. 만기 출소한 장기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열하는 태양을 보니 겨울잠 준비하는 곰처럼 출출 하면서 뭔가 마구 잡아 조져야··· 아니 사냥을 해야 할 것 같은 뜨거운 피가 확 돌았다.


기억이 없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 시원은 사고 이후 늘 사고 이전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노력 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포기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현재의 자신을 좀 더 명확하게 알아가는 것이 더 급선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사이코패스··· 시원은 자신이 그런 부류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느껴온 일련의 감정의 부재, 그리고 몇 가지 발견되고 있는 신체적 비밀 등을 토대로 점차 확신에 가까운 지점에 와 있었다.

물론 병원에 가서 확실한 진단을 받아 볼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아직 자신에 대한 관찰이 완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사이코패스에 관한 지식은 웬만한 의사보다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사고 이후 새로운 중학교로 전학 했을 때,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백화점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백화점에서 몇 벌의 옷과 가방을 사들고 1층을 돌고 있을 때, 개량한복을 입은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잠깐! 사모님! 저··· 이런 말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아드님한테 뭔가 붙어있어요···.’


어머니는 기겁을 하며 그 남자를 손으로 밀쳐내고, 시원의 손을 잡고 지하 주차장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그런데도 그 남자는 호들갑스럽게 따라오더니 계속 말을 걸었다.

이마 정 중앙에 털 달린 점이 툭 튀어 나와 있는 호떡같이 생긴 남자였다. 거대한 얼굴에 다부진 몸집의 남자였으나 말투는 나긋나긋 여성스러웠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강남에서 점집하는데 한 번 오세요. 웬만해서는 말 안 해 주는데··· 진짜 하도 희한해서 그래요. 어두운 기운이 아주 칭칭 감고 있어. 원. 쯧쯧쯧.’


그러면서 굳이 자기 명함을 어머니의 코트 주머니에 몇 장이나 우겨넣었다.


‘별 웃기는 사람이야.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내 아들이 뭐가 어때서?’


어머니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인상을 쓰며 거칠게 운전대를 잡고 주차장을 벗어났지만 결국 얼마 후에 그 박수무당을 찾아가고야 말았다.

어머니는 그 당시에도 얼굴이 알려진 꽤 유명한 배우였는데, 그 무당은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쓰는 얼굴이었다.


어머니가 무당을 찾아간 것은 어떤 일들이 연이어 있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우리 집은 그 당시 서초동의 한 주택가에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옆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새로 사나운 도사견을 집에 들인 것 같은데 적응을 못하는 건지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댔다.

시원의 방 바로 아래가 그 집 마당이어서 개 짖는 소리는 정말 짜증 그 자체였다.

참다가 어느 날 아침에 시원이 아침을 먹으며 불평을 하였다.


“엄마, 옆집 개 때문에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하겠어요.”

“엄마가 가서 한 마디 해야겠다.”

“그럴 필요 없어요. 며칠 기다리면 잠잠해 질 거예요.”


그런데 정말 며칠 후 개 짖는 소리는 사라졌다. 갑자기 개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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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단 합니다. 20.06.09 51 0 -
17 17. 차선주 누구냐 넌? +1 20.06.05 30 3 12쪽
16 16. 만날 사람 20.06.04 27 2 13쪽
15 15. 낯설지 않은 낯선 여인 20.06.03 29 3 13쪽
14 14. 악마적인 변호사 +2 20.06.02 48 5 13쪽
13 13. 반사귀신 20.06.01 45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40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9 2 12쪽
10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3 3 12쪽
» 8. 뜨거운 피 20.05.27 49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4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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