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재미추리 님의 서재입니다.

수호악마 사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재미추리
작품등록일 :
2020.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0.06.05 16: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73
추천수 :
68
글자수 :
97,996

작성
20.05.29 20:53
조회
32
추천
2
글자
13쪽

10. 보물 찾기

DUMMY

10. 보물 찾기



말라비틀어진 갈색 담쟁이덩굴이 그물처럼 감싸고 있는 높은 담장 때문에 밖에서는 마당이 보이지 않았지만, 들어와 보니 제법 넓은 마당이 있었다. 한쪽에 운치 있게 휘어서 자란 소나무 두 그루와 작은 정자도 있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네.”


시원이 마당을 바라보느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더니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재촉했다.


아주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넓은 거실이 보였다. 그리고 푹신해 보이는 소파가 가운데 대리석 탁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져 있었다.


“앉으세요.”


아주머니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시원은 소파에서 일어나 커다란 통유리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투명한 가을 햇살이 우수수 갈색 잔디밭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조계식은 저 소파에 앉아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스스로 주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도 소파 아래 떨어져 있었다. 외상은 없고 주변이 흐트러진 것도 없었다.

주사기에서 조계식의 지문과 프로포폴이 검출되었다.

프로포폴··· 자살?


집안은 먼지 하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공기청정기도 대충 보이는 것만도 다섯 대에 집안 전체에서 꽃향기가 감돌았다.

잠시 후 손에 과일주스를 들고 아주머니가 돌아왔다. 뭔가 걸음걸이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


“배주스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생강도 넣어서 향긋하고 감기에도 좋아요.”

“잘 마시겠습니다.”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고 다시 주방으로 가려고 했다.


“여기 잠깐 앉아보시겠습니까? 몇 가지 여쭤볼게요.”

“내가 뭘 알아야 대답을 할 텐데···.”


아주머니는 그래도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걸음이 좀···.”

“허리가 아파서요. 요즘 침 맞으러 다니는데 잘 안 나아서··· 늙어서 그러지요. 뭐. 쉬면 된다고 하는데. 여기 그만두면 저절로 쉬니까···.”

“이 집에 오래 다니셨어요?”

“전에 사모님 계실 때는 몇 년도 다니고. 안 계시면 또 쉬고.”

“사모님이라고 하시면 조계식씨의 어머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지금은 외국 가 계셔서···.”


아주머니는 앉아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있었다. 그래도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천성이 밝은 아주머니 같았다.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조계식씨의 모친께서는 언제부터 이 집에 사셨나요? 한남동에 본가가 따로 있는 걸로 아는데···.”

“아유··· 아니어요. 당연히 본가에 사시지만 별장처럼 쉬고 싶으실 때나 독서하실 때 자주 오셔서 계셨지 사시는 건 아니고요. 막내 아드님은 귀국하고 작년부터 있었으니까 한 6개월···.”

“막내아들은 왜 본가로 안 들어가고 여기로 온 건지 아십니까?”

“사모님과 사이가 각별했으니까··· 아니 직장이 가찹잖아요? 그거 아닐까요?”


시원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열었다. 차선주의 얼굴사진이었다.


“그럼 이 아가씨를 본 적은 있으신가요? 조계식씨 여자 친구라고 하던데.”

“왔다 간 흔적은 본 적 있어요. 주말에 오는 것 같은데 직접 마주친 적은 없고요.”


그때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급하게 왔는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아이고 실장님이 오셨네, 인자 실장님한테 물어 보세요.”

“아··· 네.”


시원이 앉아있는 소파에 젊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돌아가신 부사장님의 경호업무를 맡고 있던 김지근이라고 합니다.”

“아까 우주로항공 사무실에 갔을 때는 안 계셨었나요?”

“지금은 본사 다른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양복을 입었지만 다부진 골격과 근육이 예사롭지 않았다. 눈빛조차 차갑고 날카로웠다.


“제가 여기 온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오신건가요?”

“밖에 보안카메라가 있습니다. 상시 감시하는 팀이 있습니다.”

“보안카메라는 밖에만 있습니까?”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마당까지는 있지만 집 안은 꺼려하셔서요.”

“누가요?”

“부사장님···.”

“알겠습니다.”


시원이 시선을 마당 쪽으로 돌리자 김지근은 조금 당황하면서 물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십니까?”

“네. 바쁘신데 일 보십시오.”


김지근은 뭔가 애매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뭔가 더 해 줄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보안카메라 영상 확인이 필요하시면···.”

“네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경찰이 이미 확인했겠죠.”


김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시늉을 하였지만 나가지는 않았다. 아마도 시원이 집을 나갈 때까지 감시할 생각인 것 같았다.

시원은 잠시 앉아서 창밖의 햇살을 보며 시원한 배주스를 천천히 마셨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변장미가 마당을 지나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변장미는 소파에 앉으며 곁에 서 있는 김지근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목 인사를 했다.


“걸어올라 왔습니까?”

“아닙니다. 태워다 주셔서 편하게 왔습니다.”

“그럼 아주머니 특제 배주스를 한잔 마시고 움직여 볼까요? 토론의 결과는 있었습니까?”

“네 조금···.”


아주머니는 정말 빠르게 배주스를 가져왔다. 아까 많이 만들어둔 모양이었다.


“많이 있으니까 더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변장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고 곁에 서있는 김지근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시원이 김지근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명함 한 장 주시겠습니까? 나중에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전화 드리겠습니다.”


김지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명함을 꺼내 주었다. 시원은 그 명함을 받고 그가 현관문을 나설 때 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럼 집을 한번 둘러볼까요?”


김지근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시원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탐색을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지켜보는 것 같았다.


우선 거실에서 가장 가까운 방문부터 차례로 열어 보았다. 첫 번째로 열린 방은 서재였다. 의외로 거실과 가까운 곳에 서재가 있어 놀랐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안에는 3인용 소파와 책상··· 그리고 양쪽 벽에 붙박이 책장이 있었다.


시원이 장미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저쪽.”

“그럼 저는 이쪽.”


두 사람은 번개처럼 구역을 나누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뒤지기 시작했다. 한두 번 해본 합이 아니었다. 일단은 샅샅이 뒤졌다.

아직은 무얼 찾는지 알 수 없었지만 뒤지다 보면 의외로 걸려드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시원은 책장에 꽂힌 책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책들을 하나씩 꺼냈다가 도로 꽂았다. 장미는 책들을 꺼내 책장도 후루룩 넘기며 무언가 메모가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그렇게 한 동안 말없이 각자 수색에 빠져 있다가 문득 장미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차선주가 의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프로포폴은 차선주가?”

“실종보다는 잠적 쪽으로 보는 것이···.”

“왜?”

“프로포폴 출처를 걸릴 우려가 있으니까요.”

“에이. 그런 거야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준비해 두죠.”

“그런데 지금 뭐 하십니까? 책은 안 훑어보십니까?”


장미는 문득 시원이 책은 하나도 보지 않고 그냥 꺼냈다가 도로 집어넣는 걸 반복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여기 있는 책은 조계식이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감이 그래요.”


감은 무슨··· 책이 전부 오래된 구닥다리에 취향도 여성적이라 개도 알 수 있는데.


“그럼 뭘 찾으십니까?”

“책장 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비밀금고.”


장미는 눈을 깜박거리며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그런 건 명탐정 고난 같은 만화에나 등장하는 장치 아닙니까? 아주머니께 금고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개나 소나 다 아는 금고 말고 개인적으로 은밀한 곳이 필요할 수 있죠. 조계식 같은 음침한 놈이라면 반드시.”


그런데 결국 양쪽 책장을 다 들었다 놔도 책장 뒤에 숨겨져 있는 비밀금고는 없었다.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메모 같은 것도 없었다.


“너무 식상한 발상이었나? 숨바꼭질 시키네···.”

“다른 걸 찾아보죠?”

“어딘가··· 분명 있습니다. 금고.”

“은행 비밀금고 쪽을 찾는 게 스토리에 더 맞을 것 같은데요.”

“······.”


시원은 이번엔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 안쪽과 아래쪽 위쪽 섬세하게 더듬으면서.

장미는 소파를 들어 바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소파의 쿠션을 손으로 더듬어서 안쪽에 뭔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 방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을 찾아볼까요?”

“이런 방에 딱 있어야 그림이 나오는데···.”

“혹시 뭔가 금고에 숨겨야 할 것이 있다면 차선주씨에게 맡겨 둔 건 아닐까요?”

“흠··· 그럴 수도 있겠군요.”


시원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 방을 나갔다. 다음으로 문을 연 방은 침실이었다. 호텔 스위트룸처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침구가 보기 좋았다.

장미는 바로 침대주변 협탁과 작은 안락의자를 살펴보았다. 그러는 동안 시원은 침대에 앉아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시트를 젖히고 아예 침대로 들어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여친이 주말에 자주 왔다는데 침실 안에는 여성용으로 보이는 물건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과도하게 진한 꽃향기가 진동을 했다.


꽃가게도 아니고··· 여성의 흔적은 없는데 향기만 남아 있다?


“차선주가 여친이 맞습니까?”

“일단 톡 내용으로 보면 오래된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선주를 용의자로 보십니까?”

“아니요.”

“그럼 뭘 생각하십니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

“조 회장이 왜 나에게 사건을 맡겼는지··· 그리고 죽은 조계식의 정체.”

“타살의 범인을 찾으시는 것이 아니셨습니까?”

“그 두 가지가 범인과 동기를 알려줄 것 같아서요. 하.하.하.”


장미는 바보처럼 웃고 있는 시원을 외면하고 방을 나갔다. 시원은 방을 한 바퀴 더 둘러보고 따라 나갔다.

그들은 그렇게 그 후로도 약 한 시간가량 남은 방들과 욕실도 샅샅이 뒤졌다.

뭔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온 집안을 들쑤셔 놓는 것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 본 아주머니는 한숨을 푹 쉬고 뒤뜰로 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시원은 다시 거실로 나와 아주머니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자, 작은 쪽지를 남기고 그 집을 나갔다.


“차가 언덕 아래에 있습니다. 조금 걸을 까요?”

“네.”



* * *



시내 중심가에 있는 특급호텔 은하수.

조봉식이 상무로 있는 곳이다. 사장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조진복 회장이 하고 있었다.

조 회장이 그룹 회장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은하수 호텔의 사장을 오래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면도 있었다.


아들 조봉식 상무는 딱히 하는 일도 없었다. 일다운 일을 하고 싶어도 시켜주지 않았다.

인사관리라는 서류상의 명목을 들먹이며 종종 갑질을 일삼지만, 회사는 진심으로 봉식에게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출근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 조 회장이 용납하지 않으니 꼬박꼬박 출근은 하였다. 점심때 쯤 나와서 밥 먹고, 수영장에서 수영하면서 여자들이랑 노닥거리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외출하였다.

그리고 바로 퇴근한다는 전화만 던지는 식이었다.

그런 조봉식이 오늘은 오후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뭐 하는지 보라니까. 여길 그냥 오냐 새끼야?”

“여지를 안 주고 가라고 해서···. 여주댁 아주머니가 있으니까···.”

“그 흐리멍텅 노인네를 뭘 믿고··· 에잇! 나가봐.”


봉식은 김 실장이 나가고 나서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어. 어떻게 됐어! 그년 찾았어?”

- 대학교 때 친했던 친구가 김포에 산다고 합니다. 지금 그 집에 감시 붙였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 빨리 잡아. 차선주! 산 채로 끌고 와!



* * *



그때 파주의 어느 유기견 보호시설에서 개똥 치우는 남자들이 있었다.


“맹 기자 뭐야. 뭐야.”

“우리 엿 먹이려는 거야? 웩··· 냄새.”

“야잇! 여기 왜 왔냐고!”

“여기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까고 있네. 난 갈래. 따라 온 내가 빙신이다. 퉤 퉤.”

“잠깐!”


맹 기자는 자존심이 상해서 혼자 간직하려 했던 마지막 카드를 확 뽑아들었다.


“근데··· 내가 추적기만 달았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도청 앱을 깔았지. 흐흐흐.”

“그래? 그럼 켜 봐. 들어 보게.”


맹 기자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열었다. 그리고 도청앱을 작동 시켰다.


[네. 지금 기자분들이 와서 개똥 다 치우고 있고요. 네. 아 지금요? 방송 촬영 지금 오신다고요? 네. 그분들이 목욕이랑 빨래도 해 주시는 걸로 촬영 나가면 되겠네요. 호호호.]


“이 새끼! 뭘 도청 한 거야?”


그 목소리는 유기견 보호시설 여직원 목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호악마 사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합니다. 20.06.09 51 0 -
17 17. 차선주 누구냐 넌? +1 20.06.05 30 3 12쪽
16 16. 만날 사람 20.06.04 27 2 13쪽
15 15. 낯설지 않은 낯선 여인 20.06.03 29 3 13쪽
14 14. 악마적인 변호사 +2 20.06.02 47 5 13쪽
13 13. 반사귀신 20.06.01 44 2 12쪽
12 12. 욕쟁이 할머니의 비밀 20.05.31 39 2 13쪽
11 11. 친절한 왕 비서 +1 20.05.30 58 2 12쪽
» 10. 보물 찾기 20.05.29 33 2 13쪽
9 9. 인생 디테일하게 즐겨 보자 20.05.28 42 3 12쪽
8 8. 뜨거운 피 20.05.27 48 3 11쪽
7 7. 죽음의 동기 20.05.26 53 2 12쪽
6 6. 의심이 취미 20.05.25 44 3 13쪽
5 5. 어두운 창고의 추억 20.05.24 61 4 13쪽
4 4. 봉식이 동생 계식이 +2 20.05.23 65 4 14쪽
3 3. 단순한 건 재미없지. +1 20.05.22 91 3 15쪽
2 2. 선수 모집 20.05.22 104 6 13쪽
1 1. 죽음을 부르는 검사 20.05.22 151 1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