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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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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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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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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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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글자
16쪽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4]

DUMMY

폭력과 계략이 동원되는 일에는 항상 이익이 있다.

CIS에서도 현실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런고로,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짓이 지들 이익이랑 엮인 놈들의 수작일 가능성이 높지.”


대로를 걸으며 홀로 중얼대는 일우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신 나간 사람으로 오해받기 딱 좋지만, 이미 그의 소문은 널리 퍼져 있었다.

추가로 어제 거미 한 마리 잡자고 폭발물까지 터뜨렸다는 소문이 더해졌기에, 홀로 걸으며 중얼대는 일우에게 딴지를 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고회로 계산 완료. 요원의 이력 대조 결과, 콜라니움과 관련된 이익집단이 배후로 추정.]

“하룻밤사이에 열심히 셀프 업그레이드를 했나보네. 문제는 그건 나도 생각한 거고, 지금 그걸 알아볼 작정이거든.”

[중개상 및 3자거래 기반의 간접적 시세 조사 및 원자재 동향을 기반으로 탐문수색을 권장함.]


콜라니움이 아무리 여기저기 쓰인다 하더라도 일단은 희소한 편에 속하는 재료다. 사람들이 금을 쉽게 언급하고 보석을 쉽게 입에 담는다고 하지만, 정작 그 금과 보석을 만져보기라도 한 이가 지극히 적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 뭐, CIS에서 똥취급 받아도 여기선 귀금속보다 더 가치있으니까. 이런 정보는 딱 경로가 정해져 있고 그것만 지켜보면 누가 관심가지나 알아채기도 쉽겠지.”

[긍정.]

“근데 그건 마음에 안들어.”


일우는 그렇게 대꾸한 뒤 히죽 웃었다.


“게다가 지금 위장중인 연금술사 우 양반은 그런 세심한 작업은 안 맞아. 남의 시선은 알 바 아니고, 누구 눈치도 안 보지. 하고싶으면 하고, 원하면 해내는 그런 스타일이란 말이야.”

[사고회로 계산 완료. 해당 행동은 전술적으로 비효율적임. 추천하지 않음.]

“원래 효율은 상황 따라서 맞춰가는게 최고로 잘 나오는거야. 그리고 지금 내 처지에서 최대 효율은······ 이거지.”


일우는 그렇게 말하고 마법도구상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안녕 언니야?! 바쁘니?”

“지금부터 바빠질 것 같네요. 제 머리가 말이죠.”


‘연금술사 우’의 등장에 몰리는 담뱃대를 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우는 성큼성큼 다가가 주머니에서 콜라니움 주괴를 꺼내들었다.

일우의 고른 전략은 ‘대놓고 흔들어대기’였다.


“소문 들었구만?”

“······잠시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콜라니움 주괴를 받아든 몰리는 이리저리 살펴보고 작은 수정구에 가져간 뒤, 수정구에 나타나는 빛의 궤적을 보았다.

그리고 더없이 큰 한숨을 내쉬며 일우에게 콜라니움 덩어리를 돌려주었다.


“이정도로 순도 높은 콜라니움은 오랜만에 보네요. 그 땅딸막한 수염덩어리가 호들갑 떨 만도 해요.”

“그놈은 뭐 곁에서 훔쳐보더니 별에 별 소리를 다 하네.”

“기에르의 호수에 눈물 한 방울 떨어진 수준의 순도라는 말을 들었다면 지문이라도 묻히려고 했을걸요?”


마법도구상의 여주인과 공방의 그 장인은 일종의 경쟁관계인 모양이고, 일우가 뽑아낸 콜라니움은 스탈리스 대륙에서 순수함을 상징하는 관용어를 언급할 정도로 순도 높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런 물건을 본 몰리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안타깝게도, 제 손에 들어올 리 없는 물건이지만요.”

“갖고 싶니? 얼마 쳐줄래? 언니야가 원한다면 넘겨줄 수 도 있는데?”

“1론에 넘겨주신다고 해도 살 수 없답니다. 카이옌에서 자유롭게 이걸 사줄 장소는 한 군데지만, 아무도 거기에 팔 생각은 없죠.”

“길드가 전량 매입이라도 하냐? 자기네들 말고 다른데 갖다팔면 뭐 압박이라도 해?”

“길드는 일종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저는······.”


몰리는 일우가 들고 휘적대는 콜라니움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언급만 해도 골치 아픈 분란에는 낄 생각이 없답니다.”

“좋아, 언니. 안 산다는 말로만 이해할게.”

“혹시라도 들쑤실지 몰라서 걱정되니 말씀 드리지만, 다른 곳에 내밀며 사가라고 하진 마세요. 쫓겨날지도 모르니까.”


여주인의 충고를 듣고 나온 일우는 눈도장을 찍은 다른 가게로 향했다.

이곳은 각종 시약이나 촉매재같은 것들을 파는 가게였고, 일우가 등장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안녕!”

“윽! 저, 죄송하지만 오늘 영업은······.”

“소문 들었지? 이런 촌구석 동네에선 하룻밤 지나면 말이 쫙 퍼질 거 아냐.”

“그, 그거······!”


들어오자마자 일우는 콜라니움 주괴를 꺼내들었고, 콧수염이 멋들어진 가게 주인은 그 덩어리를 보자마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길드 놈들이 나한테 영 못마땅하게 굴어서 말이야. 살래?”

“아뇨뇨뇨뇨! 저희 가게에선 그런 걸 매입하지 않습니다요! 저희들은 시약이나 촉매재만 다룹니다!”

“이거 왜 이래. 콜라니움이라고. 마법 아이템을 찍어낼 수 있는 어엿한 촉매제라구?”

“그게 아니라······ 이 지역에서 그런 물건을 매입하는 건 좀······.”


연금술이나 마법의 공통점이 있다면 쓰이는 재료의 순도가 높을수록 눈이 튀어나오게 비싸진다는 점이고, 일우가 들고 있는 콜라니움은 시세보다 높게 매입하더라도 막대한 이익을 볼 정도의 물건이다.

이익을 눈에 들고 흔들어대도 거부하는 건, 그보다 더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콜라니움에 저주라도 걸렸냐? 아니면 뭐 누가 독점하고 훼방이라도 해? 아니면, 콜라니움 살 돈 없어?”

“······기, 길드로 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싫어서 온 거야. 그놈들이 나한테 좋게 안 굴었는데 내가 해줄 것 같니? 아, 뭐 넌 관계없으니 나한테 사서 그놈들한테 팔아도 아무 말 안 할게. 보복 안할게. 약속해.”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걸 샀다간 여기서 장사를 접어야 할 판입니다요.”


거기까지 들은 일우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가게에서 벗어났다.


“좋아. 찡찡대는 친구한테 팔기엔 내 작품이 너무나도 아까우니 물러나지.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라고.”

“죄송합니다요.”


상점을 빠져나온 일우는 정처 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것처럼 돌아다니다 한 주점으로 향했고, 상인으로 보이는 이에게 다가갔다.

상인의 이름은 제록으로, 조금 전 들렀던 가게들과 같은 곳에 물품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고 팔아야 할 일로 바쁜 시간인데 오늘도 이런 데서 술이나 퍼먹고 있나보네? 장사 접니?”

“······콜라니움을 파실 작정이시라면 전 안 사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누가 판대? 웃기는 놈이네. 내가 쓸 거야. 가치도 모르는 놈들한테 내 성과를 넘겨줄 것 같니?”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도장을 찍은 주점 주인에게 술잔을 받아들고 쭉 들이켰다.


“여기 있습니다요.”

“좋아, 술은 역시 낮에 퍼먹는 게 최고지!”

“저보고 대낮부터 술 마시냐고 한 건 어디로 갔습니까.”

“크으으으, 알게 뭐야. 기분 다 잡쳤는데 마시고 못 배기지.”


단숨에 잔을 비워버린 일우는 빈 잔을 까딱였다.


“원래 계획은 이랬어. 아, 내가 콜라니움을 정제했다. 부럽지? 얼마에 팔까? 얼마라도 좋으니 사겠다고? 싫은데? 안 팔 거야! 메롱.”

“······.”

“이렇게 놀려먹으면서 거들먹거리려 했는데, 그게 먹힌 게 딱 한 군데밖에 없어. 그래서 기분이 좀 안 좋아.”

“실력 자랑을 하실 거면 소재를 잘못 고르신 겁니다. 콜라니움은 이 지역에선 여러모로 골치 아픈 소재니 말입니다.”

“다른 지역에선 내놓자마자 팔라고 달라붙을 물건인데 여긴 왜 이래? 뭐 문제라도 있나?”


제록과 안면을 튼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연금술사라는 위장이 있으니 관련 물품을 거래하는 상인과 친분을 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제록의 주요 고객 중에는 ‘연금술사 우’ 같은 사람이 많았기에 그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거기에 제록은 본업에 문제가 생겼기에 술집에 처박혀 술이나 마시며 시간을 때우는 일이 잦았다. 그 덕에 술잔을 들고서 세상 푸념을 하며 이런저런 정보를 얻기 딱 적합했다.


“지역의 콜라니움은 전부 ‘엔셀 상회’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아 독점, 참 마음에 드는 단어야. 물론 내가 할 때 그렇다는 거지.”


일우는 아직까지 제록의 본업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연금술사 우’는 남의 어려움이나 곤란함을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언젠가는 나올 푸념이었기에, 일우는 차분하게 때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지금 딱 적당한 시기에 제록은 원하는 정보를 술술 풀어냈다.


“대륙 전역이 불안정해진 덕에 수요는 늘었습니다만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이 지방에선 그나마 있던 콜라니움 광산이 사고로 폐쇄되기까지 했지요.”

“조사 같은 거나 광산 복구는 꿈도 못 꾸나 보군.”

“엔셀 상회의 대표가 그 망나니 사생아니 말입니다.”


그 말을 하고 상인은 입을 다물었고, 일우는 스카웃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


“망나니 사생아는 또 누구래?”

[검색 실패. 사유, 네트워크 내 존재하지 않는 정보. 해당 인물 정보, 존재하지 않음.]


애석하게도 네트워크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수단으로 해답이 나오지 않자, 일우는 곧바로 정공법으로 나갔다. 그런 걸 모르고 사는 게 당연한 자로 위장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법이다.


“에이, 몰라. 사생아가 상회 대가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랑 연금술이랑 뭔 상관이 있다고.”

“제온 공작가의 핏줄이라는 건 꽤 유명한 이야기지 않습니까.”

“그게 뭐 하는 놈들인데?”

“모르십니까? ‘세론의 백기사’의 가문이잖습니까?”


하지만 역사적 상식에 해당하는 분야까지 모르는 건 아무래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법이다.


“백기사? 그게 뭔데. 알면 연금술이 풍족해지기라도 하냐? 누가 알려주기 전까진 난 몰라.”

[역사 기록 정보, 연금술 데이터베이스 내 해당 항목 발견.]


일우는 재빠르게 해당 항목을 검색해 ‘세론의 백기사’가 세론 왕국의 개국 공신이자 공작가이며, 스탈리스 대륙의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는 것까지 파악했다.

남은 건 아는 지식을 이용해 모르는 내용을 아는 척 하는 것이다.


“세론의 백기사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연금술 업저······.”

“아, ‘흰색 깃발의 기사’? 난 또. 제온 공작가는 깃발에 때가 타서 잿빛 된 지 오래라 그게 그거인줄은 몰랐지.”

“······지금 제온 공작가의 행태를 봐선 아니라고 하지도 못하겠군요.”


아예 몰랐던 것에서 알고 있는 걸 빈정대는 것으로 자신을 포장해내는데 성공한 일우는 턱을 괴었다.


“뭐 예전에 그 때 탄 가문에 쪽팔리는 소문이 나돌긴 했지.”

“예전이라면······.”

“물론 내 관심사 아니니 신경 끄고 살았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다들 그렇다는 분위기였잖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르는 말이지만, 원래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가문에는 추문 한두 개 정도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일우의 찍기가 제대로 적중한 듯, 제록은 비아냥 섞인 미소를 지었다.


“제온 공작가는 표면상으론 관계를 부정하고 있지요.”

“그런 것치곤 뒷배를 봐주는 걸 보니, 혈연이 아니라 돈으로 이어진 관계인가 보군그래. 뭔 차이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때문에 세론 왕국에서 엔셀 상회가 활개치고 다니는 걸 방치하고들 있지요.”

“왕가에서 뭐라고 안 하나봐?”

“현 왕가가 그렇게 백성을 굽어 살피는 건 아니잖습니까?”

“알게 뭐람. 내가 여기 살던 놈도 아닌데.”


일우는 알 바 아니라는 듯 술을 쭉 들이켰다.


“크으! 한잔 더! 옆에 쫑알대는 친구 덕분에 술이 아주 술술 넘어가. 남의 불행이야말로 최고의 안주거든.”

“뭐 좋으실 대로 생각하십쇼. 당분간 전 앉아서 신세 한탄이나 해야 할 판이니 말입니다.”

“그래? 그럼 너도 한잔 더 해. 여기 이 세상 천지에 불행함 다 짊어진 몹쓸 청춘에게 제일 센 거로.”


상인의 잔에 도수 높은 증류주가 채워졌고, 술이 점점 들어가던 제록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퍼부어댔다.

제온 왕국을 비롯해서 대륙 전체의 정세가 좋지 않다는 것, 그 덕에 스탈리움이나 콜라니움 같은 고급 광물 수요가 뛰었다는 것, 여기저기에서 이런 광물의 공급 불균형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


“뭐어······ 그 덕에 저 같은 작자가 거래처를 날려먹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여파에 휘말려 피해를 보는 불운한 자도 존재한다는 것.

일우는 계속해서 상인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거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장사 접는 쪽이 울어야지 댁이 울면 쓰나?”

“쓰읍, 이게 이번 달 들어서 두 번쨉니다. 그것도 꽤 큰 거래처였던 공방들이 연달아 문을 닫아버렸단 말입니다.”

“거 안 됐구만.”

“그 친구들은 크로스로드나 세올로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저같이 터 잡고 있는 놈은 그냥 손해 껴안고 천천히 가라앉아버리는 겁니다.”

“새로 거래처를 틔우지 그래?”

“공방이나 공작소가 생겨야 거래처가 생기는데, 계속해서 사라지기만 해서 어떻게 답이 나옵니까?”


일우가 여기저기서 자신의 스킬을 테스트할 수 있었던 건, 원래 그 일을 했어야 할 장인들이나 공방들이 죄다 폐업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카이엔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장소니 여기에 터를 잡은 장인들이 꽤 있었습니다만, 원자재 공급이 불안정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어쩐지. 빵 뺏어먹는 놈이 튀어나왔는데 칼침 놓는 놈이 없다 싶더니 다 접어서 그랬군.”

“어르신 등짝에 칼 꽂다가 뇌까지 터질 간이 부은 놈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시꺼. 주점 주인이면 주인답게 술이나 채워.”


주점 주인과 잡담을 하는 사이에도 상인의 말은 죽 이어졌다.

공방이나 작업장에 필요한 장비나 설비를 거래하는 전문 상인이었던 제록은 최근 몇 년 사이 엔셀 상단의 진출로 수많은 공방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엔셀 상단이 슬그머니 그 공방을 매입하는 것이다.


“다아아앙연히 저같은 놈이랑은 거래를 안 하죠오오.”

“맛탱이가 갔군 그래.”

“아뇨오오? 맛탱이는 그 쓰어어억을것들이 갔죠오. 쓰읍, 상도덕 없는 새애애끼들.”

“뭐 그렇게 공방을 접수하나 몰라. 뭐 무기라도 찍어내나?”

“뭐어, 그러어어얼지도 모릅니다요오.”


술주정이 포함된 상인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엔셀 상단 카이엔 지부장인 ‘코모스’라는 자가 지역 공방을 전투물자 전용 보급창으로 만들어대고 있었다.

워낙 교묘하게 건드리는데다 표면상으론 그냥 평범한 공방의 매입 과정이지만, 전문 거래상의 눈에는 그 변화가 뚜렷했다.


“용케도 그런 걸 알아차렸구만. 그리고 소문도 안 나돌고.”

“그야아, 사들인 공바아응 외부 거래르 아나고오 나느은 그거에 드러가느······.”

“이제 말도 제대로 못 꺼내는구만.”


술의 힘으로 정보를 박박 긁어낸 일우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돈을 바에 내려놓았다.


“이 불쌍한 주정뱅이 다독여주라고.”

“예이, 어르신. 살펴가십쇼.”

“이런 이야기 퍼지면 짜증나게 엮이니까, 우리끼리 그냥 묻자구. 알지? 짜증나면 일이랑 엮이면 이 주점 째 다 터뜨려 버린다는 거.”

“제가 입이 좀 무겁습니다.”


주점 주인의 입단속을 한 일우는 천천히 거리를 거닐며 중얼댔다.


“뭔지는 몰라도 엄청난 음모가 나도는 상황이네.”

[정보 제공자의 증언을 토대로 현황 분석 중.]

“굳이 분석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사고회로 계산 완료. 제온 공작가의 정부기관 전복 시도 가능성, 매우 높음.]

“상단이 무기 찍어내는 정보만 갖고 그렇게 극단적인 결론이 나오나?”

[대량의 전투물자 확보 정황에 따른 추론.]

“뭐 아무튼 간에 그건 알 바 아니지. 여기 왕국이 뒤집어 엎어지던 말던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용사 나으리들도 아니고.”


한껏 이죽댄 일우는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을 까딱였다.


“하지만 그새끼들이 나한테 시비를 건 건 중요해. 날 엿먹이려고 했잖아.”


일우의 기준에선, 잘 알지도 못하는 왕국 내에 싹트는 반란의 징후보다는 지극히 사적인 원한이 훨씬 중요했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위장한 행동은 대충 이겁니다.
‘님들 이거 어쩌다 뽑은건데 좋은거임?? ㅎ’
그리고 그게 안 먹혀서 빈정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어우 제 3자의 시선에서 보면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싶겠네요. 누가 이런 기만질하는 놈을이 정보 수집을 하려고 이 짓거리 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또라이가 또 또라이같은 짓거리 한다고 생각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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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6] +3 21.05.26 5,016 119 15쪽
15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5] +5 21.05.25 5,161 122 14쪽
»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4] +9 21.05.24 5,381 126 16쪽
13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3] +9 21.05.23 5,363 125 15쪽
12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2] +5 21.05.22 5,498 127 15쪽
11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1] +4 21.05.21 5,621 134 14쪽
10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4] +7 21.05.20 5,703 124 12쪽
9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3] +4 21.05.20 5,924 118 13쪽
8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2] +4 21.05.19 6,029 129 10쪽
7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1] +5 21.05.18 6,548 120 11쪽
6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3] +5 21.05.17 7,099 133 12쪽
5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2] +5 21.05.17 7,321 129 11쪽
4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1] +22 21.05.17 8,032 127 13쪽
3 0.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2] +7 21.05.17 9,601 116 8쪽
2 0.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1] +6 21.05.17 14,919 131 15쪽
1 [프롤로그] +7 21.05.17 17,736 18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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