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358,771
추천수 :
9,781
글자수 :
946,637

작성
21.05.19 11:00
조회
6,029
추천
129
글자
10쪽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2]

DUMMY

내부 구조는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한 정보대로였다.

한쪽 벽에는 거대한 의뢰판이 있고, 그 옆에는 죽 늘어선 접수대, 거기에 정산과 보고를 담당하는 구역과, 구석에는 모험자들의 집회소 및 주점.

입구에서 주변을 둘러본 일우는 곧바로 접수대 쪽으로 향했다. 거기엔 길드 제복을 입고 단정한 차림으로 새초롬한 미소를 띈 안내원이 있었다.


“어서오세요, 모험가님. 오늘은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

“모험가는 아니고, 되고 싶어서 왔어. 여기서 하는 거 맞지?”

“아, 아······ 예.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접수원은 곧바로 신규 모험가 등록 서류를 꺼내 작성에 들어갔다.


“무슨 직업이시죠?”

“연금술사.”

“연금술······사?”


서류에 갔던 눈이 자신을 향하자, 일우는 뻔뻔스럽게 되물었다.


“뭐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단지 좀 드문 분이셔서······.”

“연금술사가 드물어? 내가 아는 거랑 다르네? 내가 알고 지내던 연금술사만 해도 한두 명이 아닌데.”


일우의 질문을 인식한 스카웃은 곧바로 답을 했다.


[검색 결과, 스탈리스 대륙 내 연금술사의 모험가 겸업률은 약 10% 내외로 확인.]

“뭐, 모를 수도 있지! 지금부터 알면 되니까! 게다가 내가 알던 녀석들은 진작 다 죽었으니 의미도 없고!”

“아, 아하하하하하······ 그, 그렇죠. 다만 연금술사는 모험가들이 갖춰야 할 전투 능력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모험가 신분으로선 적합하지 않거든요.”

“아하. 내가 싸울 줄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거지?”


모험가 중에 연금술사가 적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스탈리스의 연금술사는 대게 연구실에 박혀 연구에 몰두하는 이들이고, 간간이 모험가가 되는 이는 연금술사 겸 무언가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우는 자신을 향한 시선, 전투에 무능력한 연금술사를 바라보는 접수원의 눈빛을 받아치듯 대꾸했다.


“난 칼이나 마법 대신 뭔가 괴상한 걸 던져서 펑 터뜨리거나, 아니면 불이 뿜뿜 솟아나오는 막대기를 만들어서 휘두르지. 뻥 한 번에 으악 한번, 빵 한 번에 시체 한 구!”

“그, 그러시군요······.”

“뻥, 빵, 뻥, 빵! 의뢰 완료. 어때?”


전투능력에 대한 어필은 접수원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날 내쫓는다면 여기에서 뻥뻥 터드리고 빵빵 날려버리겠다!’


미소 띈 접수원은 식은땀을 흘리는 기분을 느끼며, 이 살짝 정신 나간 연금술사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그으······ 모험가가 되시려는 이유는?”

“재료 수집 및 정보 조달 및 돈벌이······ 음, 더 그럴싸한 뭔가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거기까지.”

“신원을 확인할 만한 증명서나 그런 건······.”

“없어.”

“예?”

“원래 나는 엔베리스 산맥 계곡 깊숙한데 틀어박혀 있던 사람이고, 거기서 세상을 놀래킬 만한 뭔가를 연구하던 사람이야. 근데 뭔가 잘 안 되서 원치 않는 결과가 생겼고······.”


일우의 손가락이 가로로 죽 그어지는 것에 비례해, 접수원 아가씨의 표정에 당혹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손가락이 접수대 위에 닿자, 노련한 모험가 응대능력 경험을 되살려 표정을 회복했다.


“이렇게 난생처음 보는 지방까지 날아왔지.”

“아, 예······그러셨군요.”

“그래서! 내 연구소는 보나마나 박살이 났고, 재산은 거기서 다 날아갔고! 혹시라도 남아있을 게 없나 찾아보려면······.”


일우는 손가락으로 동전을 튕기는 시늉을 했다.


“알지?”

“그럼 길드 등록 사유는 귀향으로······.”

“아, 덧붙일 수 있으면 그것도 추가.”


그렇게 일우의 모험가 등록 서류는 꽤 난잡한 구성이 되었고, 접수원은 작성된 서류를 죽 살펴본 뒤 어렵사리 미소를 지었다.


“어······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신다면 등록 절차가 추가되는데, 어떻게 하시겠나요? 혹시 신분 증명이 가능한 분이 계신가요?”

“친구 끼고 여기 온 건 아니니 뭐······ 해야지! 가진 게 없고 신분도 없는데 만들려면 뭐든 해야 하지 않겠니?”

“저기······ 말이 좀 짧으신데요.”

“젊게 보인다는 칭찬으로 들을게, 아가씨.”

“실례지만 연세가······.”

“너보단 많고, 백골보단 적지. 혹시 모험가 신청할 때 나이도 적어야 해?”

“최저 연령 제한은 있습니다만······ 신청자 분과는 관계 없으신 것 같네요.”


디바이스의 검색으로 찾은 스탈리스 대륙의 관용어였고, 주로 노인이 나이 많다는 걸 은유적으로 드러낼 때 쓰이는 말이다.

이것 또한 의도된 행동으로, 젊은 것보단 나이 많은 쪽이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법이다.

다시 서류를 작성하던 접수원은 문득 떠오른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조심스레 질문했다.


“저어······ 혹시 범죄를 저지르시고 신분 세탁 목적으로 등록하시는 건······.”

“오, 그거 좋네. 시간의 운명에서 탈옥한 죄. 이 피부를 보라고. 시간 따위는 이 천재성에 굴복했도다! 하!”

“······죄송합니다. 그냥 해 본 말이었으니 넘어가죠.”

“꼭 넣어. 그건 꼭 들어가야 해. 멋지니까.”


접수원은 서류를 황급히 마무리 지은 뒤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

일우가 길드 내부를 구경하는 사이, 접수원이 돌아왔다. 표정을 봐선 뭔가 애매한 표정이었다.


“서류 작업과 등록 신청은 완료되었고, 등록 시험을 통과하시면 정식으로 가입이 완료된답니다.”

“시험은 뭔데? 뭐 약초라도 캐오면 되나? 아니면 몬스터라도 몇 마리 터뜨리고 와?”

“전투능력 및 의뢰해결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길드의 시험장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일우는 주저앉아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내 예상이랑은 전혀 다른데. 그런 것도 있었나?”

[스탈리스 대륙 길드 공용 관리규범 정보 확인. 텍스트 로드 완료.]

“흐음······.”


뜬금없는 행동에 이상하다 느낄 법 하지만, 이미 일우는 입장부터 가입 신청까지 범상치 않은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접수원의 눈에는 그저 이상한 행동의 한 가지로 보일 뿐이다.


“좋아! 까짓 거 해봐야지.”


스카웃을 통해 다른 길드 가입수단이 없다는 걸 확인한 일우는 벌떡 일어나 히죽 웃었다.


“미안 아가씨, 낯선 환경이라는 건 항상 당황스러워서 말이지. 뭐 그렇잖아? 이를테면, 난 시장바닥에서 엄마 잃은 미아와 같은, 뭐 그런 정신 상태에 가깝거든.”

“아, 아하하······.”

“그렇다고 아가씨를 내 엄마로 착각하는 건 아니고.”


슬슬 대답할 가치가 없는 말을 분간해내기 시작한 접수원은 마지막 말을 무시하고 일우를 안내했다.

길드 건물 뒤에 위치한 지하 시험장은 딱 봐도 던전 흉내를 낸 것 같은 인공 구조물이었다.

거기엔 시험 감독관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아가씨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당신이 시험을 보려는 연금술사야?”

“아닌데요? 길 잘못 든 미아인데요?”

“······넬리 말대로 정신 나간 것 같은 사람이네.”


그 말을 중얼거린 감독관은 시험장을 가리켰다.


“뭐, 어차피 제정신이 아니라면 걸러지니까. 시험은 이 인공 던전에서 증표를 가져오는 거야.”

“증표가 뭔데?”

“그걸 파악하는 것까지 시험에 포함돼.”

“저기, 세리카 님. 일단 그것까지 알려주시는 게······.”


접수원 아가씨 넬리가 그 말을 하자, ‘세리카 님’이라고 불린 여성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유무를 판가름하기 위해서, 이번 시험은 내 주관으로 조건을 조정했어. 불만이라도?”

“어······ 아니에요.”

“야속한 언니구만. 불쌍한 소년에게 차디차게 굴다니!”


일우가 그렇게 빈정거리자, 세리카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규칙을 설명했다.


“미로에 설치된 함정에 칠해둔 잉크가 과하게 묻었으면 심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간주하고 탈락이야. 그리고······.”

“그럼 어디 찾아볼까. 자, 스캔!”


설명도 모두 듣지 않은 일우는 성큼성큼 걸어 나가며 양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사각형을 만들어냈다.

옆에 서 있는 접수원이나 시험 감독관의 귀에는 단순한 헛소리였지만, 일우의 스카웃은 정확히 명령을 인식했다.


[스캔 완료. 탐색 목표 확인. 현장 위해요소 감지.]

“자! 보인다! 날 가로막는 위험이!”

“······.”

”하지만 날 막을 순 없다! 모험의 세계로 출발!”

“······뭐, 보나마나 떨어질 게 뻔하네.”


세리카가 빈정대자, 일우는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사나이는 직진! 목표도 직진! 보나마나 직진! 그리고 모든 답은 직진하면 일단 다 되기 마련!”

“······확실하게 탈락하겠네.”

“잘 봐라! 직진남 나가신다!”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고, 스카웃이 정면 수십 미터 앞에 표시한 목표지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좋아, 벽 뚫고 간다. 송곳.”

[시즈 스팅 스탠바이.]

“파괴면적, 개인 돌파구. 설치 시기, 벽면 접촉. 폭파 타이밍은 세 번째 포인트 설치 후 5초 카운트.”

[타이머 셋 업. 마지막 폭발물 설치 시 타이머 가동. 5초.]


일우의 지시에 오른손목에 작은 팔찌가 생겨났고, 일우는 정면을 가로막은 벽을 노크하듯 두드렸다.


“똑, 똑, 똑.”

“······저게 뭐 하는 짓이지?”


세 개의 폭발물이 일우의 손 움직임을 따라 설치되었고, 두어 걸음 물러난 일우는 양 손바닥을 입가에 모아 외쳤다.


[3. 2.]

“계세요--?!”

[1. 시즈 스팅, 액티베이트.]

-파각! 쩌저적--- 쿠웅!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멀리서 지켜보던 넬리와 세리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작가의말

젊은 미치광이보단 나이 먹은 미치광이가 훨씬 설득력있는 법입니다. 이 노친네가 드디어 맛이 갔구나, 뭐 그런 관용어적 표현도 있잖습니까?

예? 겉모습이 젊은데 그게 말이나 되냐구요? 판타지잖습니까. 무협에서도 반로환동 있구요. 젊은 외형은 뉴비 코스프레하는 세계관 내 썩은물들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뉴비 코스프레하는 썩은물을 코스프레하는 사기꾼 정도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4. 용사는 대량학살극 따윈 안 한다네 [1] +6 21.05.27 4,939 117 14쪽
16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6] +3 21.05.26 5,016 119 15쪽
15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5] +5 21.05.25 5,161 122 14쪽
14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4] +9 21.05.24 5,381 126 16쪽
13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3] +9 21.05.23 5,364 125 15쪽
12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2] +5 21.05.22 5,498 127 15쪽
11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1] +4 21.05.21 5,621 134 14쪽
10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4] +7 21.05.20 5,703 124 12쪽
9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3] +4 21.05.20 5,924 118 13쪽
»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2] +4 21.05.19 6,030 129 10쪽
7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1] +5 21.05.18 6,548 120 11쪽
6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3] +5 21.05.17 7,099 133 12쪽
5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2] +5 21.05.17 7,321 129 11쪽
4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1] +22 21.05.17 8,033 127 13쪽
3 0.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2] +7 21.05.17 9,601 116 8쪽
2 0.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1] +6 21.05.17 14,919 131 15쪽
1 [프롤로그] +7 21.05.17 17,736 187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