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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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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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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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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5.1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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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1]

DUMMY

한참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하던 도중이었다.


“뭐야? 콘솔 왜 안 켜져?”

“어?”


순간 곁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고, 일우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엔 판타지 배경의 장비를 걸치고 냉병기들을 든 플레이어 네 명이 서 있었다.


“뭔 일이야? 버근가? CIS에 저런 몹도 있었나?”

“CIS? 뭔 소리에요? 글로리어스에서 왜 CIS를 찾아요?”

“글로리어스? CIS? 아니 FTW에서 그게 뭔 말이래?”

“아······ 님들 서버상태 맛이 갔네요. 아르테온 테일즈에서 이러는 일 거의 없······ 음? 왜 라이브도 끊겼어? 이게 뭐래?”

“S.O.D 서버관리 더럽게 안하네. 또 이 지라······ 뭐야? 연결 오프인데 왜 사람이 보여? 버근가?”


각자 서로를 돌아보며 게임이름을 말하지만 모두가 다른 이름을 말했다.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확인한 일우는 미간을 좁혔다.


“아니, 왜 다들 판타지고 나만 FPS야?”

“그러네요.”

“저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지금 우리 게임하다 갇혔는데 왜 다들······.”


다른 이가 문제를 지적하자, 다른 이들 모두 뒤늦게 그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의문에 불안감을 채 느끼기도 전, 또 다른 목소리가 그들의 이목을 끌었다.


“차원을 넘어 이 세계를 구원할 용사들이여, 잠시 혼란스러움을 진정하고 제 말씀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목소리와 함께 주변이 환히 밝혀졌고, 주변은 뭔가 새하얀 바닥으로 된 공중정원으로 변했다.

그리고 정원의 한가운데엔 후광을 등에 업은 것 같은 날개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났다.


“뭐야 저 NPC는.”

“영자인가?”


갑작스레 나타난 여인의 정체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꺼내자, 여인이 그 의문에 대답했다.


“저는 누아즈, 여러분들께서 게임이라 칭하는 세계의 원본을 제공한 이······.”

“NPC 아냐?”

“······NPC가 아니며, 이곳은 게임이 아닙니다.”


누군가 던진 말을 부정한 누아즈의 대답에 한 명을 뺀 모두가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래······ 뭐 이딴 이벤트가 다 있어?”

“왔구나! 이럴 줄 알았어! 이런 시스템 생기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더니 진짜 이렇게 됐잖아!”


황금 중갑으로 온몸을 감싼, 튀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는 그 말을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기요, 금칠한 분. 뭐가 왔다는 거에요?”

“게임 판타지 못 봤어요? 그런 거!”


일우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황금 갑옷을 향해 볼썽사나운 표정을 지었지만, 누아즈는 오히려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예. 저 분이 말씀하신 것이 이 상황을 설명하는 데 가장 가까운 해답이 되겠군요.”

“아 씨. 이거 녹화 떠야하는데 왜 안돌아가?”


다소 선정적인 복식을 한 여성은 이 상황을 기록할 수 없다는 거에 정신이 팔렸지만, 누아즈는 그런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이 해왔던 게임은 제가 지구의 인간에게 보낸 사념을 기반으로 한 것. 그 사념의 핵은, 여러분의 정신과 스탈리스 대륙을 잇는 것.”

“스탈리스······ 스탈리스 엔진?”


푸른 색 가죽갑옷을 입고 창을 든 남자가 그 말을 중얼거리자, 모든 이들이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들이 했던 게임들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 똑같은 게임 엔진을 사용해 만든 물건이었다.

NDC 전용 게임엔진, 스탈리스.


“예, 그렇습니다.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이를 찾기 위해, 그 염원을 담아 만들어진 도구. 그 이름의 근원이 되는 이 스탈리스 대륙을 구하는데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기, 그럼 우린······ 설마 우리 전부 죽은 겁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여러분들과 스탈리스는 정신으로 이어져 있으며, 여러분들의 생명과 시간을 앗아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건······.”

“약속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스탈리스를 구원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시는 그 모든 여정은, 여러분들의 세계에선 눈 한번 깜빡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제복 차림의 붉은 머리 여검사가 한숨을 푹 내쉬자, 모두들 떨떠름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일우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을 하지 않은 건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어, 그럼······ 뉴비 때로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


낯선 세계로의 모험.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서 적응하고 기술을 익히고 적과 싸워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일우가 원했던 새로운 만남.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고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

CIS에서 퍼질 대로 퍼진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


“······뭐 판타지 취향은 아니긴 한데, 사정이 이러니 해야겠네.”


대놓고 좋다는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살짝 빼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누아즈는 일우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요? 댁이 데려왔으면서.”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복장을 가리켰다.


“아, 복장 때문에 그래요? 뭐 그렇긴 하네요. 나 혼자 총질하는 게임 하던 사람이니까. 뭐, 맞춰 드릴게요. 새 게임 뉴비로 출발 한다 셈 치죠.”

“저는 당신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전혀 예상 못한 누아즈의 말에 일우는 잠깐 당황하다 이내 차분하게 대꾸했다.


“뭐, 어쩌다 딸려온 건가 보네요. 그럼 뭐······ 저 네 명이서 사이좋게 하고, 에이 씁. 난 그냥 가면 되겠네.”


일우의 말에 여신 누아즈는 방긋 웃었다.


“원치 않은 초대를 받아 이곳에 오게 된 자여, 그대는 여신 누아즈의 이름으로 돌려보내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뭐 그러겠네요. 여러분? 재미있는 거 많이들 즐기세요. 난 갈게요. 그럼 안녕히······.”

“허나 그대가 도달한 건 예정에 없는 선택, 그렇기에 당신 혼자 돌려보내드릴 순 없습니다.”

“그래서요?”

“모든 용사를 돌려보낼 때, 당신도 함께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일우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무심한 척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럼 뭐······ 에이, 그냥 뭐 하면 되는데 뭘 또 그렇게 표현을 해요. 자자, 이 이야기 끝. 같이 갑시다.”

“어, 저기······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왜요?”


어느 새 네 명은 서로 모여서 뭔가를 속닥이고 있었고, 일우는 뭔가 싸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대표자로 나선 듯 황금갑옷이 말을 열었다.


“그냥······ 어, 저희들끼리 알아서 할게요.”

“어?”

“그······ 아저씨 복장도 그렇고, 스킬도 우리랑 완전 다를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잘 몰라도 천천히 배우면서 같이 한다니까요?”


일우가 그렇게 대꾸하자 황금갑옷은 표현하기 참 껄끄러운 내용이라는 듯 머리를 벅벅 긁다, 결심한 듯 확 내질렀다.


“이런 류 소설 못 봤어요? 이런 스토리에서 댁 같은 사람이 끼어들어서 다 조지잖아요.”

“뭘요?”

“동네 룰도 모르고 막 사고 치고 일 꼬이게 만들잖아요. 안 그래요?”

“뭔 소리에요. 그냥 좀 장르가 다른 거지 뭘 또 그렇게······.”


황당무계한 말을 들은 일우가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이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다른 이들은 일우의 동행을 내키지 않는 모양새였다.


“솔직히 복장부터 판타지가 아닌데 좀 그렇잖아요.”

“아니, 옷은 갈아입으면 되지 뭘 또······.”

“게다가 주 무기가 총기이실텐데, 이쪽 세계의 규칙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잖습니까.”

“아니, 무기야 새로 배우던가······ 뭐 거기도 총 비슷한 게 있겠죠. 아니면 마법 무기라고 치던가.”

“저기, 왠지 분위기도 그렇고 여신님도 별로 안 내키시는 거 같은데 그냥 기다리면 안 돼요?”


슬슬 분위기가 기울어지자, 아예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등장했다.

푸른 갑옷을 입은 창을 든 남자가 대놓고 그 소리를 하자, 곁에 있던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저희끼리 알아서 할 테니······.”

“아니, 그게 뭔 소리에요? 나보고 여기서 손가락이나 빨라고?”

“판타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부족하신 듯 하니 분란의 여지······.”

“댁들도 여기 룰 모르는 건 마찬가지잖아!”


왠지 모르게 소외되는 분위기에 억하심정이 차오른 일우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아니 잠깐만! 데려왔으면 뭐라도 써먹어야 할 거 아냐! 솔직히 말해서 여기 모인 놈들은 전부 다 게임에 인생 다 쏟아 부은 놈들만 데려왔을 거 아냐!”

“······.”

“그럼 뭐 끌려온 놈도 어떻게 도움 되겠지!”


거침없이 쏟아낸 말이 오히려 다른 이들의 불편함을 자극했다. 하지만 일우가 그런 세심한 배려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누아즈는 조심스럽게 일우의 곁에 다가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엿다.


“뭐라고 사과를 드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만, 당신은 여정에 함께하실 수 없습니다.”

“대체 왜! 내가 쟤들보다 게임을 덜해서? 세계관이 다른 게 죄냐?”

“······당신이 오신 기원은 제가 전달해드린 지식과 변질된, 이질적인 기운이 묻어나는 바탕을 띄고 계십니다.”

“어?”

“그렇기에 제가 당신께 함부로 개입할 수 없고, 제 힘을 빌려드리거나 지혜를 드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게 무슨······.”


누아즈의 말에 일우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선정적인 의상의 아가씨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아 맞다. 님 복장 보니 CIS네.”

“예. 그게 왜요?”

“CIS만 스탈리스 컨버팅이 안되잖아요.”


스탈리스 컨버팅.

스탈리스 게임 엔진의 상호 호완성을 기반으로, 다른 게임에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이식시킬 수 있는 시스템.

이 시스템 덕에 절대 다수의 스탈리스 게임 엔진 기반의 게임이 판타지 MMORPG가 되었고, CIS는 상당한 마개조를 거쳐 만들었기에 컨버팅이 불가능하다.


“아······ 그래서 안 되는 거였구나.”

“그럼 뭐······ 안되겠군요.”

“그쵸?”

“아니! 뭐 게임엔진 건드렸다고 같이 못 하는 게 어디 있어! 나도 좀 끼자! 같이 좀 하자고!”


점점 분위기가 배제로 흘러가자, 일우는 대놓고 자신 좀 끼워달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누아즈를 돌아보았다.


“······이봐요, 여신 양반. 왜 시선을 돌리고 있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신 누아즈는 ‘선택된 용사’들과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걸 본 일우는 저도 모르게 누아즈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어댔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도 끼워줘! 쟤들 할 때까지 그럼 난 뭘 하라고?!”

“이봐요! 아저씨! 흥분하지 말고 놔봐요! 여신님이신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다른 이들이 황급히 일우를 누아즈에게서 떼어놓았지만, 일우는 거칠게 발버둥 쳤다.


“알 게 뭐야! 나도 껴주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게 안 된다고 하잖아요!”

“아 그냥 데려가! 니들 게임에선 뉴비 버스도 안 태워주냐!”

“아예 대놓고 짐짝 될 거라고 광고를 하네. 저기, 여신님. 이 아저씨 어디 보내버리죠?”

“야! 창쟁이! 너 임마 사람을 어디로 보내려는 거야?!”


창 든 남자의 말에 일우가 울컥 화를 내며 손가락질 하는 사이, 누아즈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예······ 예, 예정에 없던 자여, 용사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당신을 잠시 이 공간에서 추방하겠습니다.”

“야! 잠깐만!”

“당신에겐 어떠한 의무도, 힘도 없지만······ 대신 낯선 세계를 탐험할 자유가 존재합니다. 불쾌하시겠지만, 낯선 세계에서 당신만의 멋진 모험을 체험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이봐! 야! 얌마! 뭐하는 거야!”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아즈의 주변이 새하얗게 빛나는 걸 봐선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려는 모양이었다.

일우는 황급히 누아즈를 잡고 멱살잡이를 하려 했다.


“죄송합니다!”


-파앗----!


하지만 여신님의 옷깃에 일우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으려던 순간,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작가의말

뉴비를 업어키우는거랑 뉴비랑 함께 노는 건 엄연히 다른 겁니다.

그리고 쟤들은 뉴비를 따돌린 쪽에 속합니다. 판타지뉴비랑 엮이기 싫다 그거죠.


뉴비를 애낍시다.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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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 용사는 대량학살극 따윈 안 한다네 [1] +6 21.05.27 4,939 117 14쪽
16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6] +3 21.05.26 5,016 119 15쪽
15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5] +5 21.05.25 5,161 122 14쪽
14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4] +9 21.05.24 5,381 126 16쪽
13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3] +9 21.05.23 5,364 125 15쪽
12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2] +5 21.05.22 5,498 127 15쪽
11 3. 사과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1] +4 21.05.21 5,621 134 14쪽
10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4] +7 21.05.20 5,703 124 12쪽
9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3] +4 21.05.20 5,924 118 13쪽
8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2] +4 21.05.19 6,029 129 10쪽
7 2. 여기 연금술사 님 등장 [1] +5 21.05.18 6,548 120 11쪽
6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3] +5 21.05.17 7,099 133 12쪽
5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2] +5 21.05.17 7,321 129 11쪽
» 1. 어서오세요 용사님들. 너는 빼고. [1] +22 21.05.17 8,033 127 13쪽
3 0.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2] +7 21.05.17 9,601 116 8쪽
2 0. 이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1] +6 21.05.17 14,919 131 15쪽
1 [프롤로그] +7 21.05.17 17,736 18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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