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드맨 토벌전 (6)
가람은 혹시 몰라 석궁에 볼트를 장전해 리자드맨 마을 쪽을 경계했다.
라키온이 배수로 수막 위로 올라 가람을 불렀다. 가람도 헤엄쳐 물웅덩이를 건너 배수로를 넘어갔다.
가람을 기다리고 있던 라키온과 나단은 가람이 힙색에서 폭발 포션을 꺼내는 것을 보고 급히 배수로에서 멀어졌다.
가람은 라키온과 나단이 어느 정도 멀어진 걸 확인하고 그 옆으로 다가갔다.
“제가 폭발 포션을 던지면 바닥에 엎드려서 혹시 모를 파편에 대비하세요.”
라키온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나··· 둘··· 셋! 엎드려요!”
가람이 구호를 세다 셋과 함께 폭발 포션을 배수로로 던지고 자신도 바닥에 재빠르게 엎드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배수로를 넘어간 포션이 리자드맨이 정성 들여 쌓아둔 임시 수막과 배수로 사이로 적확히 들어가 바위에 부딪혔다. 포션병이 깨지고 화염이 순식간에 수백 배로 몸을 키우며 주위 모든 것을 밀어냈다.
폭발이 충분하지 못해 임시 수막의 뿌리까지 날려버리지는 못했지만, 배수로의 2/3가 드러나 리자드맨들의 정성을 무시하고 다시 늪지의 물을 빨아들였다.
리자드맨 전사의 한이 서린 듯 사체가 잠시 배수로에 걸려 물을 막았지만 결국 밀려오는 물에 쓸려 사체도 지하로의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가람 일행은 바닥에서 일어나 서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가람아. 어디든 구석에 자리 잡고 우선 네 어깨 상처부터 치료하자. 어디 다른 데 다친 데는 없냐?”
라키온이 가방에서 포션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아재는 이거 한 병 해요. 체력 회복 포션이니까. 쭉! 들이켜요. 나이도 들어 보이는데. 무리하다 뼈 부러져요.”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객쩍은 소리 하네. 어여가!”
그렇게 일행은 혹시 모를 리자드맨의 추적을 피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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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통로를 칼힐이 폭파한 후 본진은 한두 마리 모습을 드러낸 리자드맨을 벌집으로 만들어 주었다.
입수로를 살피러 간 동족이 돌아오지 않자 리자드맨도 이상을 느끼고 정글도를 앞세워 함정으로 기어들어 왔다.
오는 족족 중앙공격대의 대원들은 리자드맨을 녹여 버렸다.
결국 자이언트 도마뱀을 앞세운 리자드맨 기사도 함정으로 들어왔지만, 그저 일반 리자드맨 전사보다 5초를 더 버티다 바닥에 쓰러졌다.
물이 말라버린 입수로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리자드맨 기사까지 모두 돌아오지 못하자 식량창고 불을 끄고 있던 리자드맨 주술사를 입수로로 불러왔다.
리자드맨 주술사는 고민하다 리자드맨 전사 열을 찍어서 불러 새웠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내고 선발한 전사들의 가슴을 하나씩 칼로 베어 자신의 피와 전사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를 섞어 지렁이 같은 문자를 그려나갔다.
선발한 전사의 가슴에 피의 문자가 다 쓰여졌다. 그러더니 주술사가 기괴한 주물을 외우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높아졌다 낮아졌다 그렇게 반복하다 두 눈을 허옇게 까뒤집었다.
주술사의 주문이 반복될 때마다 전사의 눈도 점점 허옇게 변해갔다.
결국 주술사와 전사 모두 눈동자가 허옇게 빛을 낼 정도가 되자 주술사의 주문이 끝나고 입수로를 찢어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눈이 뒤집힌 전사들은 정글도를 적아 구분 없이 마구 휘두르며 굽이굽이 꺾여있는 물이 마른 입수로를 뛰어갔다.
특이한 점은 눈만이 아니었다. 적아 구분 없이 휘두르는 칼이 사방의 전사들을 갈랐는데 모두 걸치고 있는 가죽만 갈려 나가지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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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괴성과 정글도만 앞세운 리자드맨의 돌격을 쉽게 물리치며 토벌대가 점점 지루해할 때 함정 너머에서 바닥을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듣기 싫은 괴성이 없었지만, 토벌대는 서로 얼굴을 굳혔다.
‘이번에는 무언가 다르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지 일부 방패를 사용하는 대원들은 방책에 걸쳐뒀던 방패를 바라보았다.
전방의 발소리가 점점 커지다 결국 모퉁이를 돌아 눈이 뒤집힌 리자드맨 전사들이 함정으로 들어왔다.
토벌대는 이제까지와 같이 석궁을 조준하고 볼트를 날렸다.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더욱 집중해 급소를 노렸고 허공에서 서로의 볼트가 부딪치는 일이 있을 정도로 리자드맨들의 급소를 노리며 볼트가 날아갔다.
하지만 이어서 벌어진 상황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광의 손 부적의 효과로 내구성이 올라간 건 알고 있었지만, 볼트 수십 발이 날아가 충격을 주면 결국 주술력도 버티지 못하고 깨져서 몸 곳곳에 풀밭처럼 볼트가 꽂혔었는데 이번에는 기존과 달랐다.
말 그대로 볼트가 날아가 부딪혔다. 그리고 튕겨 나갔다. 열 마리 중 그나마 두 마리가 눈이 꿰뚫리며 볼트가 뇌를 휘저어 쓰러졌다.
나머지 여덟 마리는 볼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방책으로 내달렸다. 지구에서 무협지를 좋아하던 민창운은 흡사 강시를 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쪼랩 강시가 아닌 강철과 같은 피부를 지닌다는 철강시가 당장 눈앞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욕지기가 나왔지만, 석궁으로는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옆에 서 있던 카론의 어깨를 두드렸다.
카론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석궁을 내리고 방책에 기대두었던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언제나 전위에서 방패로 동료를 지키던 대원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주 무기를 들어 올려 착용했고, 김진우는 리자드맨의 최후의 발악을 대비해 세워두었던 작전을 실행했다.
“근접 공방이 가능한 대원들은 주 무기를 착용하고 그 외의 대원은 석궁을 계속 날리며 후방으로 물러난다!”
대원들은 빠르게 김진우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석궁을 계속 날리며 후위가 방책에서 물러났고 주 무기를 착용한 전위가 방책 뒤로 물러나 곧 거침없이 달려올 리자드맨을 대비했다.
방책 앞까지 다려온 리자드맨은 그 사이 또 수가 줄어 절반만이 남았다.
전위도 상대가 아예 죽지 않는 언데드가 아님을 생각하며 자세를 굳혔다.
리자드맨은 내구성이 강철처럼 강해진 대신 이지를 잃었는지 방책을 피하지 않고 들이받았다.
하지만 정말 강철과 같은 내구성을 보이며 방책을 밀어내고 사이로 들어왔다.
그러다 한 마리는 방책에 제대로 부딪혀 제힘에 배가 뚫려 두 손만 허우적거렸다. 결국, 등뼈가 꺾였는지 옆으로 반이 접혀 팔을 좀 더 허우적거리다 결국 사체가 되었다.
리자드맨이 방책을 돌파하자 방패를 든 전위가 달려들어 정글도를 휘두르지 못하게 팔과 함께 몸으로 방책을 밀어붙였다.
순간 다수의 힘에 눌려 강시 같은 리자드맨들이 꼼짝 못 하고 방책으로 밀렸지만, 조금씩 바둥대다 결국 방패 안쪽으로 칼을 휘둘러 댔다.
중앙공격대에서도 처음으로 사상자가 나왔다. 후위 일부가 뛰어나가 정글도에 어깨와 목이 베인 동료들을 바닥을 기어서 끄집어냈다.
모두 달려들어 치료 포션을 쏟아부었지만, 병원에 있는 마법사가 없는 이상 숨을 되살릴 수 없는 사상자도 있었다.
동료들의 피를 본 전위는 마치 리자드맨 처럼 괴성의 기합을 지르며 리자드맨의 정글도를 든 어깨를 찍어갔다.
어깨가 다른 관절보다 근육으로 보호되어 튼튼했지만, 토벌대도 영광의 손 문신을 시술받아 기본적인 힘으로는 밀리지 않아 다수의 힘으로 리자드맨 주술사의 주술을 끊어냈다.
양팔이 잘린 리자드맨은 날카로운 이빨을 디밀어 방패 안쪽의 대원을 공격했지만, 결국은 목도 잘려 어깨와 목에서 피를 쏟아내며 평범한 사채가 되었다.
토벌대가 눈이 뒤집힌 리자드맨을 막아내고 한숨을 쉬려 할 때 시간차를 노리고 이번에는 평범한 리자드맨 전사가 함성을 지르며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김진우는 긴장을 풀고 방심하지 않았다. 달려드는 리자드맨을 보며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본대 복귀! 방책을 제자리로 옮기고 석궁 발사!
부상자는 물러나 빠르게 치료를 마치고 최대한 빨리 방책으로 복귀한다!”
김진우의 빠른 대응에 리자드맨 주술사가 노린 한 수가 깨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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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주술을 건 전사들을 보낸 후 먼저 간 전사들에게 적의 시선이 쏠려있을 때를 노려 주위에 모여있는 전사들을 2진으로 따라 보냈다. 하지만 잠시 뒤 주술이 모두 깨졌음을 반작용으로 느끼고 피를 토해냈다.
주술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토벌대는 강하고 재빠르며 명석했다.
계획이 실패한 주술사는 한동안 치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전사들을 우선 뒤로 물리고 입수로에서 넘어올 적에 대비하게 했다.
주술사는 지휘관급의 회의 장소로 쓰이는 천막으로 돌아와 검은 로브를 둘러쓴 괴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괴인은 그르렁거리며 울리는 목소리로 인간은 알 수 없는 언어로 주술사를 쏘아붙였다.
주술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결국 주저앉아 바닥에 이마를 찍으며 사죄를 청했다.
괴인은 결국 주술사가 만회하겠다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숙이고 있는 주술사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올려 시선을 피하는 주술사를 한 참 노려보다 주술사 입속에 검붉은 돌을 밀어 넣고 억지로 삼키게 했다.
주술사는 갑작스러운 호두만 한 돌에 당황스러웠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컥컥! 대며 돌을 급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곧 주술사는 위장부터 온몸이 타오르는 느낌에 손톱이 빠지도록 바닥을 긁어갔다.
결국 정신을 잃고도 사지를 부들거리던 주술사에게서 점점 피가 빠져나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진액이 빠져나왔다.
주술사에게서 빠져나온 피와 진액은 바닥에 고이는 듯하다가 검은 연기가 되어 주술사를 휘감았다.
연기는 토네이도의 구름처럼 빠른 속도로 주술사의 몸을 휘돌며 낮은 천둥소리도 울려대더니 어느 순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결국, 바닥에 쓰러진 주술사만 남아있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주술사의 몸은 가죽과 뼈만 남기고 쪼그라들었는데 마치 조형사가 나무 위에 가죽을 팽팽하게 당겨 붙인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과연 살아있을지 의문이 드는 모습이었는데. 서서히 관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에서 어깨로 발가락에서 허벅지로 마지막은 비어버린 눈구멍으로 천막 천장을 바라보다.
쓰러진 나뭇가지를 바닥에 세우듯 꼿꼿한 자세로 물리 법칙을 무시하며 몸을 세웠다.
주술사는 괴인에게 각종 알랑방귀를 뀌며 비위를 맞추던 때에도 얻지 못했던 힘을 핀치에 몰려서야 겨우 얻어냈음을 깨달았다.
주술사는 뼈와 가죽만 남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일반적인 언데드는 느낄 수 없을 온몸을 타고 흐르는 마나를 느꼈다. 이는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리치 아니 데미 리치가 되었음을 나타냈다.
지금이라면 리자드맨 기사들을 모두 모아 주술을 걸어 입수로 벽을 부수며 인간들의 도시로 내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까운 기사들의 생명을 주술로 모두 태워버리고 결국 전사들만으로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이때만큼은 괴인의 지시로 고블린들에게 내줬던 자신의 기사들이 아까웠다. 그들만 있었다면 조금 전 생각을 생각만으로 끝내지 않았어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받은 힘의 영향인지 괴인을 원망하던 생각은 그 부분만 뇌를 도려낸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괴인의 뜻을 집행하기 위해 나머지 주술사들을 불러 모으러 천막을 나섰다.
괴인을 자신보다 먼저 모셨다는 명분으로 자신을 핍박하던 주술사들에게 이제는 누가 위인지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
왠지 인간들의 침략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주술사가 천막을 나섰을 때 주술사는 못 느꼈지만, 그의 발자국을 따라 검붉은 연기가 잠시 고여있다 괴인이 나갔던 방향을 향해 흩어지듯 사라졌다.
토벌대 본진에서는 김진우가 2진으로 몰려온 리자드맨 전사까지 모두 물리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뒤쪽 통로에서 선밸대가 생존자들을 부축해 들어서고 있었다.
이룸 탐사대는 모두 피곤이 묻어났지만, 웃는 얼굴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일행을 바라보는 포리마와 아셀마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 작가의말
복이 지나서인지 바람이 조금 선선해져 기분 좋아 글이 잘 싸지네요.
그래서 한 편씩 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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