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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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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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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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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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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DUMMY

휘둘러지는 방망이가 그리도 느리게 보인다. 이 삶과 죽음 사이의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순간. 졸업 던전 이후 어느 정도 조절을 할 수 있게 된 이 찰나의 순간을 나는 ‘버니 타임’ 이라고 부른다.


달리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이 짧은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하는 고민을 조금 더 길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꽤, 효과는 좋다.


자, 그래서. 이젠 내게 여유가 생겼다. 죽음을 앞둔 지금,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주마등을 기술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만, 뭐 어쨌거나.



“씁.”



솔직한 말로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희가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영희가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구해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영희. 좋은 사람이지. 다만 영희의 출발점도 철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살짝 기준점이 다르다.


짧은 시간 안에 영희를 설득, 다른 이들을 모두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게 빠르게 말은 못 한다.


의외로 영희가 모두를 구해준다? 평소 철수와 함께 있던 영희면 몰라도 강림을 통해 개인행동을 하게 된 영희는 다소 타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냥 믿기는 어렵다.


아, 오히려 방망이 쪽으로 뛰어들면 영희가 방망이를 쳐내는 형식으로 구해주지 않을까? 그럼 다들 사나?


흠······오케이, 간다.



“으아아아아!!!”



텅!!


오! 오! 뭔가 됐다! 방망이를 향해서 뛰었더니 방망이를 뭔가가 쳐서 튕겨 나갔어! 와!


퍽!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명치 부근에 가해지는 강렬한 충격! 뭔가 길쭉한 것에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명치를 얻어맞아서 속이 안 좋아······!



“크헉!!”

“미쳤어?!”

“?!”



새하얀, 토끼?! 아, 아니다! 토끼 모양의 헬멧이다! 아, 이 사람이 날 구해준 건가? 고맙기도 하지. 그런데 영희는, 음, 그새 내 등 뒤로 피했구나. 재빨라?


아, 어쨌거나. 아무래도 이 사람이 도깨비의 방망이를 쳐내 준 사람인 것 같다. 토끼 헬멧이 꽤나 리얼해서 좀 무섭긴 한데, 구해준 사람에게 그런 불평을 할 순 없겠지.



“미쳐서는 저 몬스터에게 달려들어? 죽고 싶은 거야?!”

“노림수가 있었습니다만! 감사합니다!”

“뭘 노린 건데?!”

“그건, 비밀입니다!”



이 사람, 뜨라스 길드의 사람이다! 뜨라스 쪽에는 변신 계열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던데, 이 사람도 변신한 사람인 걸까?


어쨌거나 이 사람에게 영희에 대해서 말해줄 의리는 없다. 물론! 이미 뜨라스 길드의 스카우트가 영희에 대해서 알겠지만! 사방팔방에 다 광고하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어쨌거나! 구해준 건 감사하나! 우리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해. 우리 둘 사이는 여기까지야, 고마웠어!


난 이제부터 뛰어야 한다. 왜냐! 도깨비는 아직 죽지 않았고! 영희는 도와줄 생각이 없을 테니까!


쾅!!!



“으아아아! 버, 벌써 바로 뒤에 왔어!!”

“아하하하! 뛰어라 뛰어~! 속도는 느리더라!”

“어! 달릴게!”

“아하하하!”

“이봐!”



어라?! 왜 따라와?!



“그렇게 느려서 따돌릴 수나 있겠어?”

“어, 어어어! 그러게요!”

“그런데 저게 왜 널 따라다니는 거야?”

“저도 몰라요! 절 되게 나쁜 사람으로 아는 것 같던데요?”

“그래? 왜 그런데?”



나를 번쩍 들어 퉁퉁 가볍게 앞으로 뛰어나가는 뜨라스의 토끼. 과연. 도깨비의 방망이를 쳐낼 정도의 실력자답게 굉장한 힘과 스피드다.


이윽고 탑험가들이 모여 한참 토벌을 준비 중인 곳에 나를 내려두고, 뜨라스의 토끼는 다시 도깨비를 향해 달려갔다.


되게 어처구니없기는 한데 그래도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오호라. 이게 누구신가. 우리 우노 길드의 초신성 박인수 군 아니신가?”

“어, 이 목소리. 소예 형님?”



목소리를 따라 휙! 고개를 돌리니, 그리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보인다. 그래도 전에 한 번 만난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어쩐지 그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도 있다.


장소예. 우리 길드에서 탑을 연구하는 사람. 내가 우노 길드에서 아는 몇 안 되는 지인이다.


아, 과연. 갑자기 도깨비가 나타난 것 때문에 조사를 위해서? 굉장한데? 상당히 빠른 속도다. 저번에 일 터졌을 때는 한참을 있다가 왔었는데.



“그래그래, 인수군. 이번엔 또 무슨 일을 저질렀소?”

“박 실장님도 그렇고 왜 저한테 그러세요?”

“3층에 인수 군의 마력이 진하게 남았다는 보고가 들어왔소. 테마 전쟁이 일어날 정도의 환경 변화였소.”

“으음······그건, 제가 그런 게 맞는데요, 그런데 그, 의도하고 한 게 아니라요! 테마 전쟁이란 거 저는 진짜 몰랐어요!”

“알고 있소. 인수 군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았겠소. 내가 궁금한 것은, 저 도깨비가 인수 군을 찾고 있으니, 필시 저 도깨비도 3층에서 왔다는 말일 텐데. 대체 3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오?”

“어어, 지금 그거 태평하게 떠들고 있어도 돼요?”

“그야~이런.”

“내~게!!! 강~!!! 같! 은!!! 평화~!!내~게!!!”



어우 씨, 진짜 노래 부르면서 오네. 무서워.


어, 어쨌거나. 다른 탑험가들을 펑펑 날려버리며 달려오는 저 도깨비는 여전히 내가 목표인 듯하다.


아니 그런데, 조금 전의 그 뜨라스 토끼는 어디로 갔담? 도깨비의 방망이를 쳐낼 정도면 꽤 강한 거 아니야? 이렇게 빨리 나를 찾아오나? 못 막은 거야?


아! 아니네! 지금 저기 바로 앞에 피투성이! 얻어맞았구나?! 강한 줄 알았는데!


으으음! 으으음! 오케이! 나도 가세한다! 영희야 도와줘!



“바니바니!”



영역의 문이 조금 열리고, 그 안에서 우르르! 토끼들이!



“어?”

“어머~귀엽다~!”



그냥, 토끼가 아니라, 어리고 작은 토끼 수인들이다. 뭐지? 난 이런 거 영역에 넣은 기억이 없는데? 무슨 일이야 이거?


게다가, 이놈들 하나 같이 손에 혈요석으로 만든 무기를 들고 있잖아? 뭐지? 진짜 뭐지? 뭔데? 나, 나 혼란스러워······!



“어, 어어! 어쨌든! 돌격!”

“삑!”

“힉! 소리도 나잖아!”

“살아있으니까 소리야 나겠지!”

“징그러워!”

“무슨 그런 말을 하니? 귀여운데!”

“토끼 귀 때! 징그럽단 말이야!”

“아하, 그게 문제구나?”



으, 으으, 어쨌거나. 지금은 도움이 되겠지. 뭔가 애기들 전장으로 내보내는 느낌과 징그러운 몬스터를 쫓아내는 느낌이 동시에 들어서 이것도 또 혼란스럽긴 하다만.


바니바니로 열린 내 작은 영역의 문의 안에서는 처음엔 수인들이 우르르 나오는가 싶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바로 원래의 그 작은 토끼와 섞여서 나오기 시작했다.


흠, 그런 건가. 수인은 수량에 제한이 있는 건가? 어디서 지금 찍어내고 있나? 내 영역에 얼떨결에 들어오게 된 그 전쟁 토끼가 지금 실시간으로 생산 중인가?



“호오! 영역!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것일 줄이야! 하하! 볼 때마다 참 새롭소 인수군!”

“······아! 뛰어난 마법사에게는 보인다고 했지 참······!”

“내가 마법사는 아니지만, 바로 그렇소! 마력에 예민한 자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소. 감추는 법은 꽤 간단하오. 외부로 상시 마력을 배출하는 것이오. 할 수 있겠소?”

“마력 낭비는 제 주특기입니다!”

“그건 지양하시오.”

“아, 네.”



어쨌거나! 바니바니로도 솔직히 뭐 크게 의미가 있겠는가!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도깨비는 토끼를 보자마자 부모님의 원수라도 본 것마냥 서럽게 분노의 외침을 울부짖더니 토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저런, 당신도 토끼에게 호되게 당했구나. 당신이 그렇게 되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몰라도, 토끼에 대한 혐오감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는 감사해.



“! 지금이다! 공격해! 놈이 토끼들에게 신경이 팔렸다!”

“그런데 저건 어디서 난 거야?!”

“몰라! 소환수 뭐 그런 거겠지!”

“그런데 어떤 놈이 소환수를 저렇게 어리게······취향 한번 더럽네.”



아, 아니야! 아니야아!!!


어쨌거나. 기회가 생겼다. 이렇게 됐으니 소예 형님에게 이거저거 물어보자.



“형님, 마력 컨트롤 관련으로 뭐 하나, 둘, 여러 개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그럼! 얼마든지 하시오! 우리 길드의 소중한 자산! 내 하찮은 지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제가 가진 기술 중에 폭혈이라고, 이렇게, 피주머니를 만들고 안의 압력을 높인 다음에 구멍을 내서 피를 쏘아내는 기술이 있거든요?”

“? 왜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하는 것이오? 그냥 마력을 압축해서 쏘면 되는 것 아니오?”

“그걸 제가 못해서요!”

“아, 그렇소? 음. 하긴, 전사직은 도통 그런 섬세한 컨트롤에 젬병이지. 피, 그래. 인수 군의 그것은 혈종술이 맞소? 마력으로 피를 만들고, 그 피를 조종하여 싸우는.”

“네네!”

“본인이 직접 피를 강하게 쏘아내지는 못하는 것이오?”

“네! 그래서 압력을 높이는 게 안돼서 영역 문 열어 놓고 피 쏟아붓거든요!”

“참 당당하시오! 허허! 그럼, 영역의 문을 두 개 여는 연습을 해보시오. 그럼 다음엔 셋, 넷, 늘리면서 문을 작게 여는 방법을 익히시오.”

“문을, 두 개······작게······오!”



그런 방법이!! 구멍이 늘어나면 쏟아지는 피도 늘어나겠지!


바로 실천해보자!



“열려라! 피의 세계!”

“으음! 꽤나 보기 힘든 영역이오!”



영역을 숨기려면 항시 마력을 방출해라! 라는 가르침도 있었지. 오늘은 배우는 게 많다! 철수나 영희는 거의 ‘싸우면서 배워!’ 수준이라 빡센데!


영역의 문을 손바닥으로 가져온다. 사람 하나 정도는 가볍게 들어갈 정도로 넓은 구멍이라 꽤 크다. 일단, 문의 크기를 줄인다. 으음! 이건 잘 된다! 압축은 안 되면서! 젠장!


그리고, 문을 하나 더 연다! 오오! 쉽다! 아! 그러네! 가만 생각해보니 바니바니 자체가 영역의 문을 여는 기술인데 이거 영역 기술이랑 같이 쓰잖아! 맞네! 재능 있었네 나!


하나, 둘, 셋, 넷! 작은 영역의 문에서는 꽤 강한 수압으로 피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이걸, 두 손의 위에 얹은 다음에! 손을! 겹친!


팡!



“하하! 수압에 비해 힘이 약하시오!”

“으음······.”

“원래 피 주머니에 한다고 하지 않으셨소? 피주머니 만들고 하시오!”

“아 그러네.”

“그리고 또 하나! 짤주머니를 짜는 이미지도 괜찮을 것 같소. 이미지로 힘들다면, 실제로 팔을 이렇게 꽉 잡고 힘을 주며 아래로 쓸어내려 보시오. 마력 조종은 의외로 이미지가 중요하오.”

“오!”



좋아! 피주머니를 만들고! 그걸 손으로!


꽈드득!


와아! 순식간이다! 순식간에 피주머니가 가득 차고 압력이 높아진다! 이, 이거라면! 이거라면 평소의 폭혈보다 수배는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어!


좋아! 이거에! 바니바니에 피를 주입해서 터트리는 것까지 병행한다!


펑펑펑펑!!



“으아아! 토끼들이 터진다!”

“으엑! 피 냄새! 뭐야 이게!”

“죽어서 부활하고 싶은 놈 아니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 강하다!”



나를 경악의 눈으로 돌아보는 토끼 수인들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준비 완료! 캬아! 5분이나 걸리던 일을 이렇게 순식간에!!!


강혈로 육체를 강화! 피주머니를 오른손의 손바닥에 두고! 도깨비를 조준! 이미 여러 탑험가들에게 얻어맞아 만신창이네! 그러면 치사하게 막타 치는 건가? 으음~뭐 어때!


팔꿈치 아래를 꽉 잡고! 짤 주머니를 이미지······! 힘을 주면서 쓸어 내리면서! 손목으로 가져가면, 서!! 으음! 어째서지?! 손을 내리기 어렵다! 무거워! 주사기 입구 틀어 막고 막대를 밀어내는 느낌이야!


끝까지! 할 수 있는 만큼 밀어내고!! 피주머니에 구멍을!


쉭!!


구멍을 뚫는 순간 어마어마한 수압으로 피가 터졌고, 그 수압에 오히려 내가 밀려 주체가 안돼 급하게 손을 하늘로 향했다. 사람들 맞으면 큰일 나!



“오호! 진짜 되는 것이오? 그게?! 허허! 참 대단하시오!”

“어? 저 성공했어요? 수압에 밀려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랬소? 위험했구려! 어쨌거나, 고생했소! 저기 보시오!”



소예 형님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날카로운 무언가에 갈라져서 두 개로 쪼개진 도깨비의 머리가 보였다. 덜렁덜렁 거리는 것이, 시민들이 봤으면 기절도 했겠다.



“야호! 죽였다!”

“와이 씨! 이거 보상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거?!”

“탑 밖에서도 공헌도에 따른 보상이라니······! 우리들의 정부에는 신이 산다!!”



역시, 탑험가들은 그저 신났지.



“야호!!”



나도 신났지! 이히히! 폭혈이 새로운 경지에 닿았다고!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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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화 24.04.14 10 0 13쪽
84 83화 24.04.13 11 0 12쪽
83 82화 24.04.11 8 0 13쪽
82 81화 24.04.10 10 0 13쪽
81 80화 24.04.09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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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화 24.04.06 11 0 13쪽
78 77화 24.04.04 8 0 13쪽
77 76화 24.04.03 10 0 13쪽
76 75화 24.04.02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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