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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살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구선달
작품등록일 :
2012.09.01 22:09
최근연재일 :
2016.07.08 02:27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349,538
추천수 :
8,515
글자수 :
641,044

작성
11.11.26 16:48
조회
3,324
추천
94
글자
7쪽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종막

DUMMY

북부의 겨울은 매섭지만, 그렇다고 여름이 서늘한 것도 아니다.

찌르는 듯한 햇살을 피해 아실리는 떡갈나무 그늘 아래 드러누워 시간을 보냈다. 몇몇 하인과 함께 미친 빌의 병대에 끌려온 지 몇 달. 그녀가 빌의 임시 주둔지에서 할 일은 없었다.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특별한 일도 없었다. 어떤 상태 안 좋은 병사 하나가 그녀에게 손을 대려다가 빌의 주먹을 맞아 졸도한 것 빼고는.

셀레스테는 병대가 다른 도시에 입항했을 때야 찾아왔다. 그녀는 시론의 뺨따귀를 호쾌하게 후려갈겨서 빌을 포함한 모두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시론 또한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그녀를 그냥 죽여버리려고 했지만, 빌은 시론을 단 한마디로 진정시켰다. "그녀가 옳다." 사실 빈약한 계획이 진행되는 내내 빌이 정말 죽을 뻔한 일이 많았는데다, 마무리는 더욱 허술했던 터라 반론하기 어려웠다. 시론은 "어쨌든 성공했잖아."라면서 항의했지만. 셀레스테는 결국 빌과 시론의 지갑을 비워버린 다음에야 화를 풀었다. "원한도 이걸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라던 빌의 말은 처참하게 씹혔다.

시다크와 그의 쌍둥이 동생 벤담은 지그하우스에 접근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다시 저 머나먼 땅으로 달려가버렸다. 모두의 예상대로, 흑선이 사실은 두 척이란 사실이 까발려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까지 그 형제의 장난질에 속은 모든 고객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지만, 여전히 신출귀몰한 그들을 완전히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지그하우스는 뷔독의 수중에 완전히 떨어졌다. 동부 기병대와 연맹 용병대의 무자비한 약탈과 학살은 지그하우스로 하여금 뷔독에게 저항할 여력을 완전히 빼앗아버렸다. 뷔독은 다시 여력을 회복한 패거리와 아실리의 재산을 이용해 권력을 휘둘렀다.

소동이 끝난 후 빌과 뷔독은 담판을 지었다. 빌은 더 이상 지그하우스에 있고 싶지 않았고, 계약을 그만 끝내길 원했다. 뷔독은 미친 빌을 더 이상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일부러 계약 종료에 대해서는 말을 꺼렸다. 밀린 월급과 성과급 등을 온전히 지불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피해를 들먹이는 그의 반응을 본 빌은 대신 아실리의 신변을 요구했다. 그녀의 몸값이 임금 대신이었다. 올바른 후임자 노릇을 계속하려면 언젠가 뷔독은 아실리의 몸값을 내야 한다는 논리였다. 뷔독은 순순히 동의했다. 그리고 빌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아실리를 도시 밖으로 빼돌렸다.

아실리는 뷔독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떠올리곤 이를 갈았다. 뷔독은 빌에게 그녀의 몸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었다. 시늉만 할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가 죽거나 어딘가로 팔려나가면, 재산을 마음대로 쓸 것이다. 그렇기에 빌이 아실리를 구속하는 것도, 북부로 데려가버리는 것도 묵인했다.

그녀가 보기에, 이제 빌의 선택은 하나였다. 아실리를 사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아실리는 먼저 동서 파롤의 왕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빌은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거죠?"

아실리는 옆에 앉아 있던 빌에게 질문했다. 도끼날을 갈던 빌은 코웃음을 쳤다.

"왕의 곁에 돌아가기 싫어서."

"왜요?"

"벤담이 그러는데, 왕이 내게 맡길 일이 있다더군. 뭔진 몰라도 귀찮은 일이 분명해. 그래서 안 돌아가는 거다. 좀 늦게 가도 상관은 없겠지."

"그럼 절 왕에게 팔 수도 없잖아요?"

"흠. 서 파롤의 젊은 왕은 미남이지. 호색한이기도 하고. 관심 있냐?"

"쟁쟁한 미녀들이 드글거리는 왕의 하렘 속에서 그를 휘어잡아 내 권리를 되찾으라고요? 무슨 삼류 소설도 아니고."

"정략결혼에서 15년이면 별로 많은 차이도 아니지. 진지하게 고려해봐라."

아실리는 고개를 홱홱 저었다.

"왕의 앞에 내려다 놓기만 해봐요. 당신 인생부터 꼬이게 만들 테니."

"그럴 줄 알았다. 하긴, 너 같은 폭탄을 왕의 곁에 갖다놓는 건 일종의 반역죄지."

"그건 또 무슨 뜻이야, 이 망할 해적아!"

빌은 숫돌을 내려놓고는 도끼날을 살펴보았다. 얇고 날카로운 날. 마지막으로 자루 속의 뇌관 꼭지와 격발도구를 살펴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도시에 도전한 정신병자."

아실리는 그 말에 빌을 돌아보았다.

"그게 내 별명이었지. 이젠 한 도시를 정복한 정신병자가 되었더군. 지그하우스는 전의 그 도시보다 작지만, 어쨌거나 내가 한 일은 아닌데."

"그렇지만 당신의 이름을 내걸고 한 짓이었죠. 뷔독이나 시론이 아니라."

"흠. 칭찬이냐?"

"미친 놈."

빌은 아실리의 날카로운 반응에 피식 웃어버렸다.

"뷔독이 너 교육 좀 시키라고 했는데, 석달 동안 독기만 더 늘었구나."

"누가 누굴 교육시켜요? 그 망할 인간이 진짜 교육이 필요한 인간이에요."

"동감이다. 그래서 하나 생각해봤는데 말이다."

"뭔데요?"

빌은 날씨가 참 좋다는 투로 말했다.

"너 생일 지났지?"

아실리는 잠시 다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연상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빌이 설명을 덧붙였다.

"내 별명을 진짜로 만들고 싶다."

그제야 그의 말을 이해한 아실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뷔독을 친다고요? 당신이? 나를 도와서?"

"그가 돈을 안 내면 네가 내야지. 생일 지났잖냐."

"계약 위반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면, 도시를 떠날 때부터 뷔독은 내 고용주가 아니었어. 이젠 불량채무자일 뿐이지. 그리고 너는 올해 생일 때부터 성인으로 간주되니까, 상회의 권리는 물론 그 부채를 갚을 의무도 가질 수 있어."

아실리는 입을 쩍 벌렸다.

"지그하우스는 지금 텅텅 비어 있다. 민병대는 와해되었고, 연맹 용병대도 계약 만료되어서 철수했어. 동부 기병대도 더 이상 유지할 비용이 없어서 떠났다. 뷔독도 용병대에 돈 쓰긴 싫은가 보더구나."

"어, 그럼……."

"시다크도 너와 아직 계약 해지 안 되었다. 그놈도 올 거야. 돈 받아야 되니까."

"야, 이 악당들아! 결국 돈이 목적이지?"

끝내 아실리가 비명처럼 소리치자 빌은 다시 웃어버렸다. 씩씩거리는 그녀를 보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의 딸이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지. 그래, 어쩔 거냐? 여기서 왕의 하렘에 들어가길 기다릴래, 아니면 우릴 사서 도시로 돌아갈래?"

아실리는 일어섰다. 그는 빌을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사죠. 산다고요. 살 테니까, 웃지 마!"

아실리는 소리를 빽 지른 다음, 이젠 그녀의 것이 된 상선대로 긴 금발을 휘날리며 뛰어갔다. 출항 준비! 무기를 들어! 빌은 그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녀가 시론과 마누크에게 명령을 내리는 광경과 그들이 당황하는 모습까지. 그리곤 뒤를 돌아보았다. 떡갈나무 숲 속에 늘어선 귀신늑대의 그림자를 향해 빌이 말했다.

"넌 오지 마."

그 순간, 커다란 앞발로 걷어찬 흙더미가 빌의 얼굴로 쏟아졌다.


작가의말

아싸, 2부 끝!
이제 3부 시작하고, 차기작 좀 써야겠습니다!

+ 선작 200 돌파! 작가는 추천과 댓글을 먹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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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인연살해 3부: 미친 빌과 졸업논문 - 서막 +12 11.12.03 3,262 84 10쪽
»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종막 +17 11.11.26 3,325 94 7쪽
34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4 +13 11.11.19 3,256 90 20쪽
33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3 +12 11.11.12 3,277 86 16쪽
32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2 +7 11.11.05 3,332 79 17쪽
31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1 +11 11.10.09 3,406 98 19쪽
30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0 +8 11.10.01 3,476 91 26쪽
29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9 +8 11.09.25 3,575 84 19쪽
28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8 (복구 완료!) +3 11.09.25 3,368 77 12쪽
27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7 +1 11.09.25 3,330 73 18쪽
26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6 +2 11.09.25 3,517 78 22쪽
25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5 +3 11.09.25 3,447 80 16쪽
24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4 +5 11.09.25 3,615 86 12쪽
23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3 +3 11.09.25 3,881 91 27쪽
22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2 +3 11.09.25 3,727 80 10쪽
21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 +3 11.09.25 4,237 85 12쪽
20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서막 +4 11.09.25 4,103 86 5쪽
19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종막 +14 11.09.25 4,055 98 13쪽
18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7 +3 11.09.25 3,716 92 6쪽
17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6 +3 11.09.25 4,175 79 17쪽
16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5 +7 11.09.25 3,770 100 20쪽
15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4 +5 11.09.25 4,638 79 17쪽
14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3 +4 11.09.25 4,063 84 17쪽
13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2 +6 11.09.25 5,103 96 15쪽
12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1 +6 11.09.25 4,264 106 12쪽
11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0 +8 11.09.25 4,442 99 11쪽
10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9 +5 11.09.25 4,491 102 22쪽
9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8 +6 11.09.25 4,571 116 13쪽
8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7 +4 11.09.25 5,046 113 23쪽
7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6 +8 11.09.20 5,041 12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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