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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 공사판

인연살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구선달
작품등록일 :
2012.09.01 22:09
최근연재일 :
2016.07.08 02:27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349,544
추천수 :
8,515
글자수 :
641,044

작성
11.11.12 09:44
조회
3,277
추천
86
글자
16쪽

인연살해 2부: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3

DUMMY

처형식 당일.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키체커는 혀를 찼다. 좋은 장소는 적도 아는 법이다. 죄다 선점 당해버렸다. 아실리의 부하들 중 똑똑한 놈이 하나쯤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첨탑마다 올라가 수기 신호를 서로 주고 받는 건달패들이 보였다. 키체커는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이 경우 대처 방법은 둘.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장소를 찾을 것, 또는 적의 장소를 빼앗을 것.

사냥꾼은 수기 신호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몇 가지 신호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처리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단속이 심하다. 북부 출신 거지가 맞아죽었단 이야기도 들었다. 누굴 찾는지는 자명하다. 키체커를 비롯해 도시 안으로 숨어든 빌의 부하들. 사실 키체커는 자신 외의 다른 인간들이 도시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진 못했다.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다. 시론이 빌을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행하지 않을 리가 없다. 들키는 것을 걱정한다면 키체커에게 섣불리 접근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늦는데.'

키체커는 광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엄청나게 붐볐다. 사람들은 하루 빨리 빌을 처형하고 싶어 했지만, 아실리와 시 참사회는 이례적일 정도로 시간을 질질 끌었다. 체면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북부의 왕이 될 젊은이의 눈치를 보는 것임에 분명했다.

'왕이 우릴 버린 건가?'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왕이 아무런 반응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빌과 그의 군신관계는 그렇게 끝나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머리카락처럼 많은 장병의 하나.

'그래도 빌은 선왕의 정예병이었건만.'

키체커는 쓰게 웃었다. 문제 없다. 병대만의 힘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은 익숙하다. 그는 정해진 보폭만큼 걷다 멈췄다. 북부재단 소유의 건물 벽이 오른쪽에 있었다. 물론 아실리의 패거리도 바보는 아니라서, 솜씨 좋은 도둑들을 고용해 이 건물을 몰래 뒤진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키체커의 사냥총을 찾지 못했다. 사냥총은 왼쪽 건물의 벽에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키체커는 벽을 잡아 뜯었다. 그는 낡은 천으로 싸놓은 세 자루의 총을 모두 꺼냈다.

도박의 날이다.


*

틸리는 빌의 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다는 사실이 우울했다. 마지막 날까지 그럴 듯한 탈출 기회는 오지 않았다. 정보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빌은 끊임 없이 중얼거렸다. 시론, 귀신늑대, 시다크, 왕. 그리고 더 있어. 뭔가 꼬였어.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왕, 시다크, 귀신늑대, 시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왕이 빌의 죽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시다크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다크? 빌은 시다크가 자신을 죽일 놈이라 확고하게 믿었다. 그리고 그가 귀신늑대와 만났다. 목적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 영물이 도시로 숨어들었다. 빌을 죽이려고.

"설명 안 되는 건 다 제하고, 남는 건 하나뿐이군요. 시다크가 끌어들인 귀신늑대와 아실리의 패거리가 정신 없이 싸울 때 우리 고참병들이 난입하는 것."

빌이 곧바로 답했다.

"아실리가 예상했어. 그러니까 그건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아졌어. 제길, 그저 귀신늑대의 행동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니!"

"단순하게 생각해도 실패할 확률이 3분지 2군요. 귀신늑대에게 물려 가거나, 처형대에서 죽거나. 대장, 전 어떻게 죽인답니까?"

빌은 직설적으로 답했다.

"저렴하게 처리하겠지."

틸리는 명언이라고 생각했다. 웃기진 않지만.

그때 지하실 문짝이 열렸다. 밖은 소란스러웠다. 그렇지만 간수의 발자국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뒤따라서 아실리의 작은 발걸음 소리도. 빌은 낮은 웃음소릴 흘렸다.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날 죽이라고 이렇게 모이는군."

자포자기한 웃음은 아니었다. 포기하지 못하는 자의 웃음소리에 가까웠다. 틸리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간수가 문을 열고 빌의 형틀과 이어놓은 사슬을 잡아 끌었다. 대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틸리는 악 쓰듯이 외쳤다.

"대장, 나가서 봅시다!


*

나가도 못 볼 것 같다는 것이 빌의 첫 감상이었다.

광장만 붐비는 것이 아니었다. 감옥부터 광장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리 넓지 않은 길이 사람들로 가득 차자, 관중들은 빌의 어깨를 칠 수 있을만큼 가까워졌다. 뒤따라오던 아실리가 곤혹스러워 할 정도였다. 쓰레기와 욕설이 마구잡이로 날아다녔다. 행렬은 구불구불한데다 짧지도 않은 길을 한참 동안 걸었기 때문에 빌은 순식간에 오물투성이가 되었다. "서커스 광대가 된 기분인데." 빌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귀찮고 잡다한 일들을 다 제치고, 빌이 형장에 올라서는 순간까지 북부 깡패가 난입하는 일은 없었다. 빌은 계단을 가능한 한 천천히 밟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이 안 보이게 들어찬 관중들, 무수히 늘어선 경비병들. 성문에서는 일일이 검문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형장 바로 앞에서 너무 설친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아 끌려가는 자도 있었다. 빌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젠 좀 실감나는군."

구조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빌이 뭔가 조금이라도 더 찾아보기도 전에, 우악스러운 집행인들이 빌을 억지로 무릎 꿇렸다. 형틀이 바닥에 고정되자 빌은 고개를 있는 힘껏 들어야 겨우 정면을 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현실감각이 쉽게 돌아오질 않았다. 백전노장의 그도 형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인 탓이었다. "진짜 죽는 건 아니겠지?"

그의 중얼거림은 욕설과 야유에 묻혔다. 아버지의 원수, 아들의 원수, 형제의 원수 등등. 빌은 짜증 끝에 마주 고함을 질렀다. "그놈들을 내가 다 죽였단 말이냐?" 그러나 그것 역시 묻혔다. 누구든지 빌에게 뭔가 하나쯤은 던지고 싶어했다. 아실리가 보였다. 그녀는 저 멀리 마련된 특별석에 시 참사회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마음을 놓고,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그건 빌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형틀은 무거웠고, 간부들이 처형 사흘 전부터 굶긴데다 조리돌림까지 했다. 그리고 희망은 없다. 빌은 없던 힘도 빠지는 것 같았다.

왜? 아실리와 이 빌어먹을 도시에는 조그만 빈틈도 없었단 말인가?

"굉장한 광경인데."

시다크가 특별석에 나타나며 꺼낸 말이었다. 아실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댁은 초대한 적 없는데요. 언제 입항한 거야?"

"너무 그러지 말라고. 자손 대대 즐길 이야깃거리를 보러 온 거라."

"빌의 죽음이 그리 즐거워요?"

아실리는 시다크가 여타 북부 전사들처럼, 첫 만남에서처럼 "당연하지!"란 뜻의 아주 거칠고 상스러운 어휘로 말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시다크는 실실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아실리는 그의 갑옷을 힐끗 보았다. 괴물늑대의 이빨자국이라던 구멍은 이미 없었다.

"구멍은 메꿨어요?"

"응? 뭐, 그렇지."

겉보기엔 새것처럼 그럴싸했다. 돈 좀 들었겠다. 아실리는 더 이상 군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시다크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아실리가 자리를 내준 것은 편히 구경하라는 것만이 아니었다. 용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북부인이 보여요?"

"몇 명 있군. 떠돌이랑 북부재단 사람들."

"북부재단 사람들은 제가 얼굴 다 알아요. 별 문제 없네요. 떠돌이들은 어때요?"

"네가 더 잘 알텐데. 검문했다며."

"네. 손칼보다 큰 무기를 가진 놈들은 없더군요. 하지만 모르잖아요? 혹시 아는 얼굴 있어요?"

"없어."

"흠. 키체커라는 사냥꾼은?"

"키체커? 역시 안 보이는데.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이렇게 깔끔한 거냐?"

아실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맞아. 이건 뭔가 이상해. 너무 깨끗하잖아? 그 깡패들이 그냥 대장을 포기할 리가 없는데? 아실리의 시선은 빌의 얼굴로 향했다. 멍한 표정이었다. 아실리는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잠깐만요!"

그때 빌과 아실리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낡은 옷을 입은 처녀가 군중들 속을 비집고 힘겹게 다가왔다. 그녀는 커다란 통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흥분한 군중들도 코를 싸매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나는 회백색 액체로 가득했다. 그 안에는 염소 다리뼈 같은 것도 들었다.

"이건 내 약혼자의 몫이다!"

갑자기 둘의 현실감각이 통째로, 한꺼번에 돌아왔다. 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빌은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처녀가 들고 온 회백색 액체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았다.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빌은 머리카락부터 수염 끝까지 그 오물을 뒤집어썼다. 쩍 벌렸던 입까지 역겨운 액체로 그득했다. 염소 다리뼈는 빌의 이마를 정통으로 때리곤 형장 바닥으로 굴렀다. 군중들 속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처녀도 웃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웃지 못했다.

"대체 뭐냐, 이거?"

빌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듣지 못할 질문이었다. 그러나 아실리는 입술 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처녀는 똑똑히 답했다. 그 소란 속에서도 영롱하게 들리는, 특이한 목소리였다.

"썩은 치즈랑 생선대가리랑 며칠 묻어 둔 염소뼈. 베이스는 북부 장로의 특제 비약. 어때?"

빌은 멍청한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해가 안 되기는 아실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안돼!"

그녀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광장이 조용해졌다.


*

갑자기 광장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텅텅 빈 배들과 사실상 방치된 짐짝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던 항구 관리는 드디어 빌의 목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 끝났다.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 듯이 치솟은 물가도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더 이상 항구로 어떤 북부 찌꺼기가 숨어들어올까 봐 벌벌 떨 필요도 없다. 대장의 목이 떨어졌는데 싸움을 계속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항구 관리의 생각은 일부만 맞았다. 더 이상 항구로 어떤 북부 찌꺼기가 숨어들어올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 북부 찌꺼기들은 숨어 들어오지 않았다.

노를 꺼내 있는 힘껏 젓는, 세 척의 군선이 지그하우스의 항구로 당당하게 쇄도해왔다.

"북부 수적이다! 미친 빌이다!"

항구관리가 기겁하여 장부를 내던지는 사이, 날다시피 달려온 배들은 모래톱에 선수를 들이밀며 뛰어올랐다. 제일 선두에 선 것은 부중대장 시론이었다. 그의 양소매는 잡아 뜯어져 있었고 근육은 양팔은 터질 것처럼 꿈틀거렸다. 입가에선 침이 질질 흘렀다. 병증과도 같은 그 모습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좀 진한데? 딱 좋아!"

뒤따라 내린 마누크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시론은 숨을 한껏 들이마쉬곤 소리쳤다.

"그럼! 좋지! 병대, 돌격!"

약에 취한 북부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울렸다.


*

빌이 일어섰다. 그리고 형장은 피바다가 되었다. 제일 먼저 죽은 건 형 집행인이었다. 그는 뒤돌아 도망치려다 빌이 던진 형틀에 머리를 맞았다. 머리가 찌그러지면서 그가 나동그라지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광전사 앞에 던져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빌은 염소 다리뼈를 손에 쥐고는 형장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곤 군중을 으깼다. 과장이 아니었다. 그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뼈다귀는 사람들의 머리통 높이에 딱 맞았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짓밟으며 도망치기 바빴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빌은 전혀 손속을 두지 않았다. 어린 아이도, 노인도, 여자도.

"저 여자가 대체 어떻게!"

아실리는 그 다음 말을 생략했다. 왜냐하면 그녀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철저히 막았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왔지? 약을 갖고 있었어. 빌의 병대와 협력을 했단 건가? 그때 항구 쪽에서 폭음이 울렸다. 그 폭음이 뜻하는 바는 단순했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시다크!"

아실리가 시다크를 소리 높여 불렀다. 그러나 시다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똑같이 묘한 웃음만 지어보였다.

"시다크! 빌을 막아요!"

시다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아실리가 다시 소리쳤다.

"시다크! 당장 빌을 막아요! 저 괴물을 막을 사람은 당신 밖에 없잖아요!"

"시다크라면 막겠지." 답변이 툭 떨어졌다.

"네?"

아실리는 경악해서 반문했다. 시다크는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 뵙겠소, 아가씨. 내 이름은 벤담이라네. 시다크의 쌍둥이 동생이지. 그러니까 시다크는 당신을 배신한 적 없어. 지금 이 도시에 없을 뿐."

"벤담?"

벤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실리는 기가 막혀서 뭔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마저 말할 수는 없었다. 벤담의 커다란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

5시간 전.

약속한 장소, 약속한 시간에서 흑선과 접선한 셀레스테는 유쾌하게 웃었다. 너무 단순한 비결이 그녀의 뒤통수를 때렸기 때문이었다. 시다크, 동서남북을 단 하루만에 주파하는 최고속의 사략수적. 불가능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가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사기네?"

농담이 아니었다. 그건 사기였다. 그녀 앞에 나타난 흑선은 시다크의 흑선이 아니었다. 덧붙여 선장은 시다크와 똑같이 생겼다. 인상적인 검은 수염은 물론이고 갑옷까지.

"쌍둥이, 속기사, 군종장로들과 그들의 밀알그릇. 기발하지? 정식으로 소개하겠네. 시다크의 동생인 벤담이라고 하네. 조금 늦게 나왔지. 아가씨가 검문을 몰래 통과하고 싶단 귀신늑대 맞으신가?"

"응. 맞아. 아실리가 당신네 배를 검문할 리는 없으니까. 정확히는 시다크의 배지만."

"명확해."

벤담이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정보를 공유하는 쌍둥이들이 세상을 상대로 벌인 대사기극. 어처구니 없는 진실이었기에 웃기기까지 했다.

"두 척을 한 척인 것처럼 속인 거야?"

"글쎄. 우린 고용주와 세상에게 배 숫자로 거짓말한 적은 없어. 우린 동시에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아. 나는 형에게 수익의 2할을 지불할 뿐이야. 이 경우엔 형이 내게 수고비를 좀 줘야 하지만."

"흠. 그래서, 가짜 시다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뭐지? 순전히 날 실어주기 위해서?"

"맞아. 형은 너한테 협박 받았지. 그리고 맹세를 해야 했어. 하지만 용병계약이란 것도 어길 순 없는 것이거든."

귀신늑대가 도시에서 난동을 부려 빌을 빼앗을 것이고, 용병대장이 그에 협조한다?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꼼수가 필요해진 것이다. 벤담은 지그하우스로부터 고용되지 않았으니까.

"뭐, 그냥 형이 미친 척하고 널 몰래 날라줘도 되는 일이었지만. 이거 기업비밀인데."

"와아, 뭔가 대단해! 당신들 진짜 약았어!"

셀레스테는 문득 시론이 이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다크가 귀신늑대를 몰래 도시로 들여보내는 것은 '계약위반'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빌의 곤란을 누구보다 원하며, 고용계약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는 인간이라면 셀레스테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지그하우스에 들여보내줄 것이다. 고용주 아실리야 엿 좀 먹겠지만. 그제야 셀레스테는 시론이 시다크도 속인다는 말을 완전히 이해했다.

셀레스테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나무판자를 딛어 승선했다. 벤담은 투구를 벗곤 기사가 숙녀에게 대하는 것처럼 정중히 인사했다.

"승선을 환영합니다, 아가씨. 쇼가 볼만하길 빌겠어."

귀신늑대는 깔깔 웃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기대해도 좋을 거야."


작가의말

글이 드럽게 안 풀린다아아아아아.
이 졸문을 매번 연재한담 등에서 추천해주시는 서래귀검님과 일몰왕님께 감사를.
인연살해 주인공 연령을 확 낮춰서 라노베로 개량해봅시다...라는 제안에 따라 뭔가 마개조 중입니다.
그래서 나온 게
ver.1: 셀레스테와 기타 조연들 그대로 다 등장. 빌의 연령만 낮아지면서 일부 설정만 수정. 엌. 존나 편하게 수정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이미 1부 내용은 다 까발려버렸다는 게 단점.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도 그대로!
ver.2: 인연살해를 전편 내지는 뒷배경 취급하고, 인연살해가 끝난 뒤의 이야기. 주인공이 빌의 양자이고 여주인공이 셀레스테의 동생. 엌.
근데 둘 다 뭔가 개막장이 되고 있어! 살려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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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78 수생균
    작성일
    11.11.12 09:51
    No. 1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화도 감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수면곰탱이
    작성일
    11.11.12 11:42
    No. 2

    ver1는 현재 빌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이거 뭐 셀레스터라던지 여성케릭터들과 너무 차이가 많다보니 독자가 기대하는 썸씽들이 불가능한게 문제...(빌이 너무 노인) 대충 30대정도로 하면 좀 여성케릭들이랑 치고박고만 하는게 아니라 썸씽도 챙길수있을듯?

    음 ver2는 현재 인연살해가 완결이 안나고 인연살해2(가칭)의 떡밥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가게되면 뭐...설정만 공유하는 다른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네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콤니노스
    작성일
    11.11.12 17:07
    No. 3

    헐 둘 다 뭔가 아닌데....그래도 선택하라면 첫번째 것.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터베
    작성일
    11.11.12 17:59
    No. 4

    ...이 다리뼈 에피소드 네타당한게 작년이던가...
    빌 연령을 30대 중반으로 잡고, 도망간 아들놈을 10대 중반에, 마을에 들렸던 롱쉽에 타고 도망나간걸로 하면 될지도?....
    빌의 배경은 좀 손봐줘야겠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xkus
    작성일
    11.11.12 21:31
    No. 5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루네오
    작성일
    11.11.12 23:27
    No. 6

    전 빌이 맘에 들기때문에 1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노스텔스
    작성일
    11.11.13 08:18
    No. 7

    저는그냥이게좋지만
    꼭 하라고한다면 버전1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일랜드
    작성일
    11.11.13 11:24
    No. 8

    저도 이게 좋은데....
    하지만 1번보다는 2번이 나은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문소
    작성일
    11.11.16 15:51
    No. 9

    잘 봤어요^^
    거침없이 정주행했네
    이런 수작이 있었다니~~
    건필하셔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다라다라
    작성일
    11.11.26 23:14
    No. 10

    아저씨들이 나오지 않는 인연살해는 인연살해가 아니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라라.
    작성일
    15.10.13 00:56
    No. 11

    개인의 재산을 지킬려고 타인을 희생 시킨 결과라고 해야 하나...
    여튼 재밌엉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Gayguy69..
    작성일
    17.09.18 10:30
    No. 12

    ver2로 가면 늑대와 향...아니 화약통이라도 되는 겁니까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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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5 +3 11.09.25 3,447 80 16쪽
24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4 +5 11.09.25 3,615 86 12쪽
23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3 +3 11.09.25 3,881 91 27쪽
22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2 +3 11.09.25 3,728 80 10쪽
21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1 +3 11.09.25 4,237 85 12쪽
20 인연살해: 미친 빌과 황금의 딸 - 서막 +4 11.09.25 4,103 86 5쪽
19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종막 +14 11.09.25 4,055 98 13쪽
18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7 +3 11.09.25 3,716 92 6쪽
17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6 +3 11.09.25 4,175 79 17쪽
16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5 +7 11.09.25 3,770 100 20쪽
15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4 +5 11.09.25 4,638 79 17쪽
14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3 +4 11.09.25 4,064 84 17쪽
13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2 +6 11.09.25 5,103 96 15쪽
12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1 +6 11.09.25 4,264 106 12쪽
11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10 +8 11.09.25 4,442 99 11쪽
10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9 +5 11.09.25 4,491 102 22쪽
9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8 +6 11.09.25 4,571 116 13쪽
8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7 +4 11.09.25 5,046 113 23쪽
7 인연살해: 미친 빌과 귀신늑대 - 6 +8 11.09.20 5,041 12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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