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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못하는 야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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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언(至言)
작품등록일 :
2024.06.17 18: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9:46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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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0
추천수 :
203
글자수 :
98,784

작성
24.07.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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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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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3쪽

평가 훈련 (1)

DUMMY

#1


발상의 시작은 금강불괴 특전에 대한 나비의 주장에서였다.


“그러니까, 실제로 내 몸이 거뜬히 버티니까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지?”

“맞당. 그래서 좋은 특전인 거양!”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고? 확실하게?”

“그렇대둥.”


내가 훈련을 양껏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성장 때문이다.

그런데 나비의 말대로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무슨 교통사고라도 당하지 않으면 상관없당. 오히려 열심히 운동하면 전보다 더 커질 거양.”


키는 유전적 요인이 대부분이다.

내가 따로 성장에 도움 되는 운동을 할 것도 아니니,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골격은 조금 다르다. 이 역시 유전적 요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마찬가지.

다만 내가 어떤 운동을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성장의 여지가 더 존재한다.

일반적인 활동량을 기준으론 그 차이가 미미하겠으나, 금강불괴 특전의 힘으로 정신 나간 훈련량을 소화한다면?

지금이나, 이전 생과는 조금 달라진 체형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좋은 쪽으로.


“그렇단 말이지.”


나는 훈련 첫날부터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끄아아아-!”


훈련 강도를 대놓고 높였다.


“흐으읍!”


고중량 저반복?

저중량 고반복?

그런 거 없다.

이제부터 내 웨이트는 고중량 고반복으로 간다.

물론 나름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

하지만 그 선이라는 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지라.


“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지나가다 나를 발견한 투수코치가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메이저리그의 팀 코치는 선수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개인 훈련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마이너리그도 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내 훈련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강도가 높았던 모양이다.


“늘 이렇게 해왔거든요.”


나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말하면 코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열일곱 살 애송이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메이저리그다.


“······ 그렇군. 뭐, 자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그나마 루키, 혹은 로우 싱글A 리그의 경우에는 코치 입김이 조금 더 셀 순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내 나의 고강도 훈련은 난관에 부딪혔다.


“루키, 자세가 꽤 좋은데?”


한창 봉을 등에 얹고 들어 올리고 있는데, 칼 롤리가 내 훈련에 끼어들었다.

그는 내 봉 한쪽에 15kg 원판이 두 개씩 끼워진 걸 보고는 기겁했다.


“이거 몇 키로야······ 헤엑? 80kg?”


놀라긴 이른데.

야구선수가 60kg을 초과하는 무게를 칠 이유는 없다.

심지어 팀 내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근육이 많은 칼 롤리여도 마찬가지다.

근력 강화라는,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고중량 훈련을 선택한다.


“이렇게 빡세게 들다가 다치면 네 손해야. 너만 손해가 아니라 팀도 마이너스라고.”


나는 다시 한번 무적의 논리를 사용했다.


“늘 이렇게 해왔어요.”

“그래도······.”


이쪽은 선배다.

그래서 조언에 좀 더 진심이다.

나에 대한 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

이대로는 훈련이 중단되게 생겼다.

나는 봉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아, 롤리.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응?”

“제가 시범경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요? 기회가 한 번이라도 올지 너무 궁금해요.”


사실 안 궁금하다.

분명 한 번쯤은 등판할 거다.

거기서 보여주는 모습이 나라는 선수를 평가하는 데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겠지.

물론 거기서 아무리 잘한들, 갑자기 내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재되긴 어렵다. 그냥 내가 실전에서 어떤 놈인지를 확인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쨌든, 이 질문은 선배의 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화제 돌리기였다.


“글쎄- 경험은 쌓아야 하니까 한 번은 올라가겠지. 아마 그때는 포수도 내가 아닐 확률이 높아.”

“왜요?”

“우리 팜 포수 중에 아주 유망한 녀석이 하나 있거든. 네 훈련 태도가 좋다면, 오히려 그 친구와 짝을 맞출 확률이 커.”


누군지 단번에 감이 왔다.


‘포드구나.’


2021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2순위 출신 포수.

해리 포드!

사실 이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에게 무슨 증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또한 반가운 이름이기도 했다.


‘이 녀석 미래도 매번 바뀌곤 했지.’


내가 팀의 미래를 휘저으며 생긴 격류에 자주 휘말리던 놈이다.

왜냐고?

이 팀엔 지구를 넘어 리그 넘버원 포수라고도 불리는 주전 포수가 자리 잡고 있으니까.

칼 롤리를 팀이 붙잡은 회차에는 트레이드 카드로 쓰이거나, 포지션을 변경하여 빅 리그로 올라오곤 했다.

롤리가 팀을 떠나면?

그대로 주전 포수 자리를 물려받을 선수다.


“안 그래도 오늘 그 친구랑 훈련하기로 했거든. 곧 올 텐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롤리! 잘 지냈죠?”

“포드! 방금까지 네 이야기 하고 있었어. 오랜만이야!”


둘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내 핸리 포드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구······.”

“300만 달러입니다.”

“아! 킴이군요! 처음이네요. 반가워요.”


계약금 많이 받으니까 편하네.

팀에 나를 소개할 때 가장 확실한 수식어가 붙어준다.

백만 달러라고 소개한다면 좀 애매할 텐데, 삼백만 달러는 확실히 임팩트가 다르다.

어쨌든.

둘을 같이 세워 놓으니 차이점이 확 눈에 들어온다.

한쪽은 신장이 191cm.

다른 한쪽은 178cm.

아주 그냥 설레는 키 차이가 따로 없다.

체격에서 알 수 있듯, 두 선수는 포지션만 같지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칼 롤리가 압도적인 공격력과 안정감으로 홈 플레이트를 지키는 선수인 데 반해.

핸리 포드는 뛰어난 순발력, 민첩성으로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는 포수다. 여기에 두뇌도 뛰어나서 같은 팀으로 두면 마음이 안정되는 선수였다.

마치 작은 거인 같은 느낌.

롤리가 팀에 잔류했을 때, 포지션 변경 이야기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포지션도 곧잘 해낼 스타일이었거든.


“핸리 포드입니다, 매리너스 팜에서 포수로 뛰는 중이죠. 잉글랜드 국가대표이기도 하고요. 곧 이 덩치 선배를 제치고 주전 포수가 될 몸이기도 합니다.”

“어쭈?”

“하하- 농담, 농담!”


포드는 발음이 특이하다.

나는 처음에 영어 사투리 느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영국식 영어를 쓰는 거였다.

듣기로는 부모님 두 분이 전부 영국인이란다.


“자- 둘이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킴, 혹시 오늘은 공 던질 생각 없어? 이 녀석한테 네 공을 한번 보여주고 싶은데.”


오늘은 어렵다.

이미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다.


“음- 공은 아무리 일러도 사흘 뒤에나 던질 거 같아요.”

“왜? 오늘이야 그렇다 쳐도, 내일이나 모레는?”


곧바로 되묻는 칼 롤리.

투수들은 못 던져서 안달 난 족속이다. 이처럼 빼는 경우는 보통 안 좋은 시그널인 경우가 많다. 그 빅데이터가 발동한 거겠지.

물론 나를 걱정할 필욘 없다.


“당분간 웨이트나 좀 하려고요. 보시다시피.”


롤리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살핀다.

물론 내 태연자약한 표정에서는 어떤 것도 읽을 수 없을 거다.


“흠, 그래. 다음 주에나 보자고.”


그때는 던지기 싫어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투수진을 평가하기 시작하는 타이밍이거든.

코치진의 참관 아래 공을 던져 기량을 검증하는 때가 온다.


“좋아요.”


나는 이미 한 번 공을 던졌다.

지켜본 사람은 두 명뿐이지만, 그 두 명이 하필 팀의 주전 포수와 배터리 코치였다.

그래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사람은 다 안다.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을 터라.

다음 평가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목표다.

이미 퍼진 소문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를 향한 팀의 기대 역시 폭발적으로 오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연출을 위해서는 내가 좀 더 치밀하게 연습하고 준비해야겠지.


“저 너무 많이 쉰 거 같아요. 이만 등 근육도 혼내주러 가볼게요. 두 분 반가웠어요.”

“아,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 고생해.”

“롤리, 우리도 슬슬 시작해요.”

“오케이!”


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훈련을 마저 이어갔다.


“끄으으읍! 후읍! 하아-”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진다.

롤리처럼 대놓고 접근하지 못할 뿐이지, 내 훈련 방식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동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무거운 기구 운동을 오랜 시간 소화했다.


“미친놈 아니야?”

“팀에 제정신 아닌 놈이 하나 더 들어왔군.”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무게 자체가 막 어마어마하진 않다. 다른 선수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퍼포먼스다.

그러나 훈련의 강도는 둘째 치고, 양이 남달랐다.

나는 계속 한계치의 퍼포먼스를 쥐어짜기 위해 노력했다.


‘죽겠다, 죽겠어.’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래서 재능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회귀를 네 번 거친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재능이 모자란 선수는 어차피 올라가지도 못한다.

그리고 올라갈 재능을 갖춘 선수들 사이에서는, 결국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해지더라.

내가 지켜보니까, 진짜 한계를 쥐어짜서 성장하는 선수는 몇 없더라고.

좀 꼰대 같은 마인드긴 한데, 사실이 그렇다.

물론 부상 위험도 있고, 실전을 대비한 체력 안배도 당연히 해야 한다. 그것 역시 프로의 덕목이다.

그러나 성장이 더 필요할 때는 훈련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거짓말.’

“뭐가?”

‘그냥 내 특전 믿고 막 훈련하는 거 아니냥!’


무슨 소리.

나는 늘 열심히 했다.

물론 지금은 특전 덕에 리스크가 훨씬 더 적어졌다. 덕분에 한참 높은 강도의 훈련을 계속 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금강불괴 특전이 없을 때도, 나는 매번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3, 4회차에서는 더더욱 그 경향이 강했다.

내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한 선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더라고.

그런데 여기에 특전이 더해지자 주변의 시선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유, 나도 무게 좀 올려볼까?”

“열심히 하자! 열심히!”


실전도 마찬가지다.

내 위치가 불안정하다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럴 줄 아는 선수는 제 이름을 어떻게든 남기더라고.

그들 중 대부분이 부상으로 커리어를 마감하며 코칭스태프의 혹사 논란이 불거지곤 하지만, 글쎄.

다칠 정도로 노력하지 않았다면 데뷔조차 못 했을 선수라고 생각해 봐라.

어차피 이놈의 팀은 평범한 방식으로 절대 우승할 수 없다.

그러니 다들 한 발이라도 더 뛰고, 헌신적인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현재 나는 팀에 어떠한 영향력도 없는 선수다.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열심히만 하면 돼. 열심히만.’


다 같이 죽어보자고.



#2


사흘이 지났다.

그사이 팀의 분위기가 바뀌는 등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있는 곳 주변은 확실하게 변했다.


“끄으으읍!”

“하아앗!”


헬스장 여기저기서 비명과 기합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잡담을 나누는 선수는 없다.

나는 고작 사흘 만에 팀 헬스장을 신성한 장소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스! 해냈다!”

“퍼펙트!”


나 역시 달라졌다.

금강불괴는 사기 특전이 맞았다.

다음날이 걱정될 정도로 몸을 혹사해도, 아침에 사소한 근육통 하나 없더라.

푹 자고 일어나면 새 몸으로 교체된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 막상 기구를 들면 한층 가벼워지는 게, 의도했던 근력의 성장 속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게 팀에서 별명이 붙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미친개 왔다.”

“어휴······ 쟤는 안 쉬나?”

“그러니까 미친개지.”


어째 팀 내 별명이 괴이한 것밖에 없다.

삼백만 달러.

미친개.

미친개는 칼 롤리가 지어준 별명이었다.

다 죽어가는 꼴로도 절대 훈련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고, 사람이 제정신이면 그럴 수가 없다면서 말이다.

마음에 드는 별명은 아니다.


‘좀 더 멋있는 별명을 붙여주면 덧나나.’


아무래도 롤리는 창의력이 좀 많이 부족한 거 같다.


“오늘은 가볍게 몸만 풀 거예요.”

“당연히 그래야지. 공 던져야 하는데.”

“그래도 완전히 미치지는 않았구나?”


이 기간 나는 팀원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은 각 마이너 팀이나 매리너스 로스터 등으로 찢어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다 같은 팀이다.

그리고 나는 매리너스 투수진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존재였다.


“난 오늘만 애타게 기다렸어.”

“네가? 왜?”

“삼백만 달러짜리 미친개가 어떤 공 던지는지 보고 싶어서.”

“아······.”


어쨌든.

오늘은 투수진 평가일이다.

나도 내 퍼포먼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네트 스로와 섀도 피칭으로 벨런스를 잡아놓긴 했지만, 실제 볼 퍼포먼스가 어떨지는 나조차도 장담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잘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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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범 경기 (1) NEW +1 13시간 전 161 9 14쪽
16 평가 훈련 (2) +1 24.07.03 236 11 14쪽
» 평가 훈련 (1) +2 24.07.02 307 10 13쪽
14 스프링캠프 (3) (수정) +1 24.07.01 365 10 12쪽
13 스프링캠프 (2) +1 24.06.30 386 13 14쪽
12 스프링캠프 (1) 24.06.29 433 10 12쪽
11 입단 기자회견 (2) +1 24.06.28 461 14 12쪽
10 입단 기자회견 (1) 24.06.27 508 11 14쪽
9 쇼케이스 (5) 24.06.26 542 15 12쪽
8 쇼케이스 (4) 24.06.25 519 12 13쪽
7 쇼케이스 (3) 24.06.24 525 13 12쪽
6 쇼케이스 (2) 24.06.23 549 13 12쪽
5 쇼케이스 (1) 24.06.22 573 12 12쪽
4 양민 학살 (3) 24.06.21 609 11 13쪽
3 양민 학살 (2) 24.06.20 653 14 13쪽
2 양민 학살 (1) +1 24.06.19 701 13 12쪽
1 네 번째 회귀 24.06.18 802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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