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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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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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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6

DUMMY

겉으로 보기에 조영의 카드는 숫자 6을 받아서 스트레이트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같은 스트레이트라면 숫자가 높은, 배 나온 나 씨의 승리였다.

고민하던 나 씨는 계산이 끝났는지 호기롭게 외쳤다.


“삥 받고, 1천 받고, 레이즈 2천 더.”


배 나온 나 씨의 앞에 있던 블루칩들중 한 무더기가 테이블의 가운데로 자리를 옮겼다.

박영배와 곱슬머리 최는 카드를 덮었다.

기권한 것이었다.

빼빼한 박 씨가 칩을 만지작거렸다.


“워메, 무서버라잉~ 2천 받고 레이즈 3천 더!!“


빼빼한 박 씨가 큰소리로 레이즈를 외치며 블루칩을 쓸어 넣었다.

바닥에 오픈된 K원페어와 짝을 이루어줄 K 카드 중 한 장은 박영배가 오픈한 카드에 있었고, 또 다른 K 카드 한 장은 곱슬머리 최가 치워줬었다.


‘빼빼한 박 씨의 바닥에 오픈된 카드와 다른 플레이어들이 오픈한 카드를 종합해보면 K 풀하우스 가능성 없음. 풀하우스 가능성 10% 미만. 플러쉬(5장의 카드가 같은 무늬인 경우) 가능성은 꽤 높음.’


승부의 순간이었다.

추가 베팅을 하려던 순간, 박영배와 눈이 맞춰졌다.

녀석은 큰 판에 끼어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결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조영이 여기에서 추가적인 베팅을 한다면 배부른 나 씨가 기권할 가능성이 높았다.

기권한 카드의 내용은 볼 수 없다.

조영은 왠지 모르게 지금의 결과를 박영배에게 온전히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영이 블루칩을 밀어 넣으며 외쳤다.


“콜!”


결과는 조영의 예상대로였다.

배부른 나 씨는 높은 스트레이트였고, 빼빼한 박 씨는 플러쉬였다.

조영이 카드를 오픈하자 테이블 위에 무거운 한숨이 내쉬어졌다.

조영은 카드를 확인시켜준 후 테이블 중앙에 쌓여있는 칩들을 모두 앞으로 가져왔다.

박영배는 조영이 높은 풀하우스 카드를 완성한 상태에서 추가 베팅을 하지 않고 ‘콜’을 외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조영이 추가 베팅을 했더라면 나 씨와 박 씨 둘 중의 한 명은 따라왔을 것이고, 따라온 플레이어는 모든 돈을 잃고 테이블을 떠났을 텐데.

박영배의 의구심 어린 눈빛을 조영은 담배 연기를 내뿜는 것으로 마주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도 왜 거기서 베팅을 멈췄는지.’


조영 자신도 몰랐다.

다만 마음이 내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기세가 꺾인 나 씨와 박 씨는 이후 계속해서 밀렸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포커도 분위기를 타는 게임이었고, 배부른 나 씨가 곱슬머리 최의 스페이드 J로 시작되는 플러쉬에 장렬히 전사하고, 가장 먼저 전장을 이탈했다.

전사자를 만들어낸 전장은 계속해서 불타올랐다.

조영의 교묘한 공격과 어시스트에 힘입은 곱슬머리 최의 기관총 속사에 빼빼한 박 씨도 전장에서 패퇴했다.

이틀 전의 멤버들 셋이 남았다.

박영배와 곱슬머리 최, 그리고 조영이었다.

조영은 카드 교체와 휴식을 요청했다.

조영이 하우스 밖으로 나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이신구가 조용히 따라 나왔다.

이신구가 조영에게 담배를 건네주며 물었다.


“형님 아까 풀하우스 잡았을 때, 왜 끝내지 않고 ‘콜’만 하셨어요?”


어깨너머로 응원하던 이신구도 내심 그 장면이 궁금했나 보다.


“뚱뚱한 나 씨와 삐쩍 마른 박 씨가 돈을 더 가져다 바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배포가 작아서 큰 베팅에 약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거야.”


조영은 그 순간 마주쳤던 영배의 시선과 조영의 마음속에 잠시 지나갔던 생각에 관한 이야기는 배제하고 이신구에게 다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역시 참새는 그 뭐시냐 큰 새의 뜻을 알기가 어렵네요.”

“큰 새가 의미는 맞는데 그 속담에서는 봉황이다, 봉황! 우리 신구는 공부를 좀 더 해야겠구나. 하하하.”


조영과 이신구는 소소한 농담으로 긴장과 피로를 떨쳐내고 다시 하우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별빛이 가득해진 밤이었다.

셋만 남은 전장은 싱거워지는 듯했다.

곱슬머리 최는 조영의 입장에서는 아마추어였고, 박영배도 아직 여물지 못한 실력이었다.

조영이라는 강대국을 향해 연합전선을 펼쳐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소국인 박영배와 곱슬머리 최는 서로를 견제하며 전비를 낭비했고, 간혹 폭발하는 조영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곱슬머리 최가 1억 원이라는 값비싼 피를 흘리고 과다출혈로 전사했을 때, 박영배의 앞에는 겨우 10여 개 정도의 블루칩이 있을 뿐이었고, 테이블 위에 있는 대부분의 칩은 조영의 앞에 있었다.

박영배는 참패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러게, 동네에서 코 묻은 돈으로 놀던 녀석이 덤벼들기에는 강력한 전투이긴 했겠다.’


조영이 이신구에게 칩을 교환하고 게임비를 정산하라고 말하며 담배를 집어 들었을 때였다.

짱구가 다가왔다.


“김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오늘 대운을 얻으셨나 봅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신 덕분입니다. 심심치 않게 사례하겠습니다.”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던 나 사장님과 박 사장님께서 연이어서 2차전을 원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김 사장님 의견은 어떠신지······?”


짱구가 조영의 눈치를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2차전이요?”


조영이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게임 경과 시간은 세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며칠 후에나 입질이 오리라 생각했던 2차전 제안이 바로 오다니.

놈들이 생각보다 재력이 풍부하던가, 손 큰 스폰을 두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가비와 인원이 구성될까요?”


조영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짱구에게 물었다.


“나 사장님과 박 사장님은 제게 차용증을 쓰고, 칩을 빌리는 것으로 했습니다. 물론 승자에게는 제가 내일 은행이 문을 여는 대로 현금으로 드릴 것이고, 즉시 현금이 아닌 관계로 2차전의 수수료는 1%만 받겠습니다. 어떠십니까?”

“선수 셋만 참여하는 건가요?”

“글쎄요, 저기 최 사장님과 박영배에게는 제가 따로 물어보겠습니다. 음료 한 잔하면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짱구가 조영에게 말하고, 박영배와 곱슬머리 최가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

셋은 구석에서 한동안 대화를 나누더니 짱구가 조영에게로 돌아왔다.


“최 사장님과 영배도 동의했습니다. 일단 5억에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은, 지금 당장 현금화해 드리겠습니다. 만약 2차전에서도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제가 내일 아침 은행 문이 열리는 대로 현금화해서 건네 드리겠습니다. 제가 나름대로는 이 바닥에서 목에 힘주고 살아온 세월이 있습니다. 떼어먹힐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짱구가 호언장담했다.

결국, 조영은 짱구의 말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돈을 모두 잃은 네 명의 플레이어는 짱구와 각각의 차용증을 작성하고 지장을 찍었다.

차용증을 쓰면서 [신체포기각서]니 하는 용어들이 큰 소리로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그것은 조영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덧붙여서 조영과 짱구는 2차전 결과물의 칩은 내일 오전 중으로 현금화해준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각자 지장을 찍었다.


‘이번 게임이 끝나면 박영배는 20살 어린 나이로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지게 될 것이고, 박만돌, 그것이 당신에 대한 내 복수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30분간 휴식 후에 2차전을 시작하기로 했고, 조영은 내일 이후의 일을 생각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2차전은 화려했다.

상대를 어느 정도 파악한 플레이어들은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사정없이 화력을 쏟아부었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었다.

조영이 약간의 우세, 곱슬머리 최와, 배 나온 나 씨가 약간의 약세였다.

승부는 결국 한 방이었다.


조영 : 7포카드 ( 7 7 4) 7 7 8 10

배 나온 나 사장 : 9 풀하우스 ( 9 8 1) 9 9 8 Q

박영배 : A 플러쉬 ( A 4 J) J K 10 A

곱슬머리 최 : 빽스트레이트 ( 2 4 4 ) A 5 3 Q

빼빼한 박 : K 플러쉬 ( K 6 10 ) Q 10 9 K


초반은 조영의 분위기였다.

7트리플에서 시작한 조영은 4번째 카드로 7을 받았다.

포카드 완성이었다.

배 나온 나 씨가 9원페어를 바닥에 오픈한 상태로 게임이 시작되었고, 다들 기대하는 값이 큰 판이었다.

당연하게도 판은 과열되었다.

마지막 히든카드가 나누어지는 순간, 조영의 눈이 빠르게 판을 훑었다.


‘보자, A, K, Q, 10, 9, 8 모두 중복되어 오픈된 관계로 나보다 높은 포카드는 발생할 수 없다. 나보다 높은 카드의 가능성은 스트레이트 플러쉬. 어디 보자.’


조영은 빠른 눈썰미와 계산을 통해서, 어떠한 스트레이트 플러쉬도 만들어질 수 없는 판임을 확인했다.

이번 판은 100% 조영의 승리가 확정된 판이었다.


“히든 베팅하시기 바랍니다.”


딜러가 곧 처형하겠다는 선고를 내렸다.


“블루칩 10개”


배 나온 나 사장이 크게 외치며 블루칩을 던져 넣었다.


“블루칩 10개 받고, 레이즈 블루칩 20개 더.”


박영배가 판을 키웠다.

박영배의 베팅을 본 곱슬머리 최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물었다.


‘영배, 저 새끼가 마운틴인가? 설마, Q가 3장이나 나왔는데 마운틴이겠어?’

“콜”


곱슬머리 최가 블루칩 30개를 밀어 넣었다.


“끝을 봅시다. 블루 30 받고, 나머지 블루 50개 몽땅.”


빼빼한 박 씨가 흥분했는지, 손을 떨면서 블루칩을 모두 집어넣었다.

조영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관객을 위한 적절한 액션이 필요하다. 긴장한 시선들이 딸려왔다.


“콜”

“콜”

“콜”


뒤이은 순서인 배 나온 나 씨는 아쉬운 표정으로, 박영배는 의심 어린 시선을 갖은 채로 폭탄이 터지는 함정으로 뛰어들었다.


“에이, 씨벌, 내가 이 패를 가지고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네. 나는 다이.”


곱슬머리 최가 의외의 결정을 하면서 패를 덮었다.


“선수들 카드 오픈하세요”


딜러가 잡고 있던 길로틴의 손잡이를 놓아버렸다.

휘이익, 싹둑!

플레이어들의 목이 떨어졌다.

전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


하우스에서 격전을 치르고 이틀이 흘렀다.

황문달이 박만돌이 입원한 병실을 알려줬다.

조영은 꽃과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로 향했다.

이미 박만돌의 상세한 병세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었다.

박만돌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박만돌은 조만간 저승에서 조영의 할아버지를 만나 무릎 꿇고 사죄하게 될 것이다.

40년 만에 응어리진 한(恨)의 한 조각을 떨쳐낼 할아버지를 위한 꽃과 과일 바구니였다.

결코 환자 박만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병실은 1인실이었다.

주위 사람에게 돈을 쓰지 않는 구두쇠 박만돌이지만 본인의 죽음은 두려워하는 것인지, 호화로운 1인 병실과 실력 있는 의사를 구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7 포커 서열

1그룹 : 스트레이트 플러쉬 5장의 카드가 플러쉬와 스트레이트를 동시에 만족하는 상태

2그룹 : 포카드 4장의 카드가 같은 숫자를 이룬 상태

3그룹 : 풀하우스 트리플 + 원페어

4그룹 : 플러쉬 5장의 카드가 숫자와는 관계없이 같은 모양을 이룬 상태

5그룹 : 스트레이트 5장의 카드가 연속적인 숫자를 이룬 상태

6그룹 : 트리플 3장의 카드가 같은 숫자를 이룬 상태

7그룹 : 투페어 2개의 페어를 이룬 상태

8그룹 : 원페어 2장의 카드가 같은 숫자로 페어를 이룬 상태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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