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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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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6
글자수 :
1,29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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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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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4

DUMMY

타고난 눈치에 풍족한 용돈의 위력을 빌린 박영배 학창시절의 도박 인생은 승승장구였고, 거칠 것이 없었다.

마지막 패를 쪼아대는 순간의 짜릿함과 이겨서 판돈을 긁어 모아올 때 부러워하는 시선들을 느끼며 박영배는 즐거웠다.

그곳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같은 놈팡이들이 적었다.

아니, 폭력을 돈으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도박판에서 배웠다.

박영배는 도박의 세계에서 살고 싶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라는 도박사들의 천국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카오라는 멀지 않은 곳에도 도박꾼들이 모여 산다는 소문을 들었다.

전직 원양어선 선원이었다는 허풍이 심한 아저씨를 도박판에서 만나, 외국에 있다는 카지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고등학생 때의 어느 날부터 박영배는 그런 도박장에서 칩을 베팅하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왔다.

돈을 모으면 외국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목포가 싫었고, 이 나라가 싫었다.

아버지도 없고, 할아버지도 없는 곳에서, 자신을 버린 엄마도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여기저기 고수라는 사람들의 일화에 귀를 기울이고 밤낮없이 게임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이제 목포에서는 김홍관이라는, 이신구 뒤를 따라다니는 쌍둥이를 제외하면 자신을 능가할 또래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제 목포에서는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떠날 시기와 방법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짱구의 연락을 받고 오면서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조영의 실력은 진짜였다.

지난 몇 년간 배운 것보다 조영과 이틀 동안 게임 하면서 느끼고 배운 바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영배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조영과 포커를 더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조영의 실력을 더 훔칠 시간이 필요했다.


‘돈은······. 어떻게든 되겠지. 씨발'


“어이, 영배, 야, 박영배. 너도 참가할 수 있는 거지? 할아버지 졸라 봐.”


곱슬머리 최가 딴생각에 빠진 박영배의 어깨를 치며 물어왔다.


“영배야, 박 회장님한테 배 한 척 운영해본다고 서류 달라고 해서 담보 잡아버려. 어렵지 않아. 박 회장님 도장만 잠깐 빌려오면 된다고.”

“네,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시간, 장소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박영배가 대답하자 곱슬머리 최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이, 서울 양반 어때요? 나랑 박영배 서울 양반까지 셋에다가 짱구가 나머지 둘은 맞춰서 데리고 올 거요. 우리 오래간만에 큰 판 한번 해봅시다.”


조영의 시선을 받은 짱구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추가 선수와 장소는 문제없다는 뜻이리라.


“좋아요,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신다니 모레 모이는 거로 하지요. 나는 그동안 세발낙지나 먹으며 기다리겠습니다.”


목포 세발낙지의 매력에 푹 빠진 조영이었다.

약속을 잡고 신구와 하우스를 나서는 조영의 눈이 웃고 있었다.


***


날씨가 화창했다.

가을 하늘 아래 푸른 바다는 짙은 색을 띠고 있었고, 구름은 높이 떠다니고 있었다.

조영은 천고마비라고 사자성어로만 들었던 한국의 가을 하늘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조영은 낚시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바다 한가운데에 조용히 떠 있는 낚싯배 위였다.

옆에는 황문달이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주머니가 많이 달린 조끼를 입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까 몇 마리 낚아 올린 녀석들로 점심에 매운탕 끓이면 되겠는데요?”


시선은 낚싯대의 끝에 두고 말을 이어가는 황문달이었다.


“박만돌은 올해 79세입니다. 나이에 비하면 정정한 편이지만, 최근에 심장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 때문에 수술이나 다른 방법은 어렵고,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면서 안정을 취하라는 지시를 의사가 했답니다. 몸을 사용하는 과격한 활동이나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무엇보다도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위험할 수 있다나요?”


황문달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왔다.


“박만돌은 젊어서부터 배를 타던 선원이었습니다. 김중근 씨라고 이곳의 지주였던 양반 밑에서 오랜 시간 뱃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48년 여순사건이 일어나고 어수선하던 시기에 김중근 씨 일가가 목포를 갑작스럽게 떠났습니다. 그리고, 박만돌은 김중근 씨가 소유하고 있던 배 한 척을 소유하게 됩니다. 그 경위는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40년이나 된 오래전 일이라서 당시를 기억하는 생존자들도 나이를 먹어서 기억력들이······. 흠흠.”


목이 마른지 옆에 있는 맥주캔을 잡아당긴 황문달이 한모금을 시원하게 마셨다.


“아무튼, 당시 마을 사람들도 정확한 경위는 모르는 듯했습니다. 박만돌은 이후 배 한 척으로 시작해서 부를 축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바닷가에서는 배 한 척 있으면 부자니까요. 고기 잡아서 판 돈으로 또 배를 사고, 늘린 배로 고기를 더 많이 잡고, 게다가 온 동네에 소문난 구두쇠였습니다. 20여 년 전에 마누라 죽을 때도 돈 아깝다고 큰 병원 가보라는 동네 의사의 말을 무시하면서 방치했다고 하고, 결국 부인은 사망했습니다. 물고기는 계속 잡히는데, 돈은 안 쓰니까 부자 되는 건 금방이었다더군요. 현재는 제법 규모 있는 배를 7척 가지고 있습니다. 선주들끼리 모이는 모임에서도 발언권이 세고, 마을 사람 대부분이 배를 타는 구조상 마을에서도 입김이 강합니다. 박만돌 집안이 손이 귀해서 아들이 3대 독자이고, 손자 박영배도 외아들입니다. 박만돌의 아들인 박춘삼은 현재 54세. 목포에 소문난 바람둥이에다 오입쟁이입니다.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박영배를 낳고 나서도,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며 구타를 일삼았습니다. 결국, 첫 번째 부인은 8년 전에 어린 아들을 두고 가출했습니다. 호적상 정리는 안 되어있는데, 그 이후에도 두 명의 여자와 동거하다가 헤어졌고, 요즘은 네 번째 여자와 목포 시내에서 동거 중입니다. 여자는 지역 미인대회 출신의 30살 젊은 여자이고 이름인 송춘례입니다. 물론 그 여자들과 동거하는 중에도 오입질은 계속되고 있었고, 요즘은 시내의 술집 여자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박만돌의 손자인 박영배는 올해 나이 20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목포대학교 공과대학 전산기공학과 1학년 재학 중입니다. 4대 독자라고 박만돌이 애지중지 키웠지만, 공부에는 별 뜻이 없어 보이고 도박에 흥미를 느껴 매일 도박판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동네 소문난 도박 중독자입니다. 박춘삼과 박영배의 사이는 매우 나쁩니다. 호적상으로만 부자지간일 뿐 남보다 못한 사이입니다. 박만돌과 박춘삼의 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박춘삼에게는 먹고살 정도의 돈만 쥐여주는 정도이고, 박만돌의 재산은 모두 박영배에게 갈 거라는 게 주변의 평입니다. 최근에 박만돌이 변호사를 만나서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변호사의 입을 여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라서 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첩도 꺼내지 않고, 바다를 향한 시선을 둔 채로 읊어대는 황문달이 믿음직해 보였다.

의뢰한 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했고, 머릿속에 담아두었다는 뜻이니까.


“수고하셨습니다, 돈은 많지만 불행······. 한 가족이군요. 황 사장님의 일 처리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조영이 황문달을 칭찬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하하하. 어이쿠 뭐가 왔는데요.”


황문달의 찌가 흔들렸다.

황문달이 흔들리는 찌를 보며 선장을 불렀다.


“선장님, 뭐가 왔어요. 와 보세요.”


의뢰에는 능력 있는 황문달이었지만, 낚시는 젬병이었다.

상어라도 한 마리 낚아 올리라는 의뢰를 해야 할까 하는 헛생각을 잠시 하게 되는 조영이었다.

황문달의 부름에 달려온 선장이 능숙하게 낚시를 조작하더니, 은빛 반짝이는 갈치를 건져 올렸다.


“이야~~요즘 목포 갈치가 제 철이라더니 살이 토실토실한데요?”


낚싯대에는 손도 안 댄 황문달이 반가워하는 모습에 조영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선장은 갓 잡은 갈치를 솜씨 좋게 회를 떠가지고 내왔다.

황문달이 소주 한 병과 종이컵을 들고 와서 자리를 잡았다.

쪼르륵.

황문달이 따라준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입에 넣은 갈치회는 고소했다.

쫄깃쫄깃한 식감은 구이로 먹을 때의 갈치와 비교할 수 없다며 황문달이 맛있게 먹었다.

처음 먹어 보는 한국 갈치회에 대한 조영의 첫인상도 나쁘지 않았다.


“황 사장님, 내가 의뢰할 일이 늘어날 것 같은데 직원을 좀 증원하시는 건 어떠세요?”

“네? 의리가 늘어난다고요?”


입안에 가득한 갈치회 때문에 황문달의 발음이 엇나갔다.


“천천히 드시면서 말씀하세요. 내가 한국에 자주 오게 될 거 같고, 이런저런 사업들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황 사장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싶어서요. 보수는 섭섭하지 않게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조영도 갈치회를 음미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이구···. 그것참.”


황문달이 그답지 않게 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전에 경찰에서 몸 담았다는 건 말씀드렸었죠? 불가피한 일 때문에 그만두고 나오면서 박상인이도 함께 나왔어요. 상인이는 제가 데리고, 기저귀 차는 것부터 가르치던 새끼 형사였습니다. 막상 데리고 나왔는데, 이게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나마, 전에 일하면서 알던 지인들 도움으로 꾸역꾸역 꾸려는 오고 있는데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사무실에 있는 경리랑 상인이 월급도 가끔 밀릴 때도 있고요, 아···. 이번에 김 사장님이 목돈 주셔서 밀린 월급 주고 회식도 한번 거하게 했습니다. 추석 뽀나스도 주고요. 하하. 감사합니다.“


황문달은 스스럼없이 본인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나갔다.

조영은 황문달이 큰 욕심 없이 소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제가 또, 사람을 불러놓고 월급도 못 주고 할 때는 마음이 너무 무겁더라고요. 이제 상인이 노총각 딱지도 떼어줘야 하고, 마음 쓰여서 딴 데라도 이직시켜줘야 하는 고민을 하던 중에 마지막 일거리라고 생각하면서 받은 게 김 사장님 의뢰였거든요.”


황문달이 소주잔을 집어 들었다.


“캬~~좋다. 김 사장님이 통 크게 계산해 주신 덕분에 한숨 돌리기는 했는데, 제가 이 업종에 잘 맞는지 자신이 없어서 이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황 사장님과 딱 맞는 업종에서 일하시는 것 같은데요?”


조영이 황문달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우리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는 건 어떻습니까? 내가 고정적으로 한 달에 5백만 원씩 드리고, 나머지는 건별로 필요한 추가 비용을 지급하지요. 인원을 증원하시면 고정비도 올려드리겠습니다.”

“네? 전속 계약이요? 5백만 원요?”


황문달은 횡재 맞은 표정이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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