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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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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00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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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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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1쪽

1-7

DUMMY

이겨도 본전이요, 만약 진다면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었다.

정 부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강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다고 믿고,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박철구는 미리 술에 약을 탔다.

물론 정 부장에게는 사전에 보고했다.

천둥벌거숭이를 상대로 괜스레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영입을 제안하고 거절하면 치워버리겠노라고.

정 부장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것이 정 부장이 10여 년 넘게 탁 회장 밑에서 목포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나보다 강한 자, 혹은 가능성이 보이는 자들 중에서 내 밑에 들어오지 않을 놈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해 왔다.

내 몸을 위험에 두면서까지 싸우는 것은 조직의 아래쪽에 위치할 때의 자세이다.

지금은 그럴 위치가 아니었다.

박철구도 정 부장에게 그런 자세를 배워왔었다.


“평범하지 않은 놈들이군. 무슨 일로 왔나? 누가 보냈지?”


박철구는 대화를 택했다.

쓸 만한 녀석들은 서울에 올려보내고 없는 지금, 괜스레 일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

혹 서울의 반대파에서 보낸 해결사 놈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서울은 권력의 중심부이고, 그곳에서는 이곳 목포 시골과는 다른 방법들이 횡행한다고 들었다.

해결사를 상대의 본거지, 후방 보급기지에 침투시킬 수도 있을 터였다.


“나는 당신에게는 볼일이 없어. 여기 잠들어 있는 젊은 친구에게 볼일이 있지. 나와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마중 나온 거야.”


조영이 반말로 대답했음에도 박철구는 화내지 않았다.

방금 쓰러진 칼잡이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박철구가 서울로 올라갔을 때, 목포에 남겨놓을 전투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칼 들었을 때의 몇 가지 나쁜 습관만 손보면, 이신구와도 한판 붙여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쓰러졌다.

상대는 고수였다.

말로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신구? 이신구에게 이런 대단한 실력자가 후원자로 있는 줄은 몰랐군. 부산에서 왔나? 이신구를 스카우트하기로 한 건가? 재능이 좋은 녀석이긴 하지. ”

“무슨 얘긴지 모르겠군. 나는 조직에서 온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라. 나는 이신구와 그의 친구들만 데려가면 되는데, 문제가 있나?”

“이신구의 동생 중 한 녀석이 우리 사업에 큰 피해를 입혔어. 보통은 이신구가 대신 갚아줄 만큼의 일을 해줬었는데, 오늘은 이신구가 거절하는군. 우리는 피해를 복구할 때까지는 이신구를 내어줄 생각이 없어.”

“안타깝군. 내가 이신구를 데려가는 걸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싶은데?”


조영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사내들을 훑어보며 이야기하자, 박철구의 안색은 더욱 침중해졌다.


“좋아, 이신구와 계산하는 날이 꼭 오늘일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이신구는 우리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목포에서는. 아니, 이 나라에서 우리에게 빚지고 살기는 힘들지!”


박철구는 내심 속이 쓰렸지만, 상대는 강자였다.

정 부장에게 질책을 받기는 하겠으나, 서울에 올라간 녀석들 중 일부를 불러 내리면 이신구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음, 내가 아는 사람이 빚지고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군. 방금도 그 빚 중 일부를 갚아주고 오는 길인데 말이야. 오늘 입은 손해, 그러니까 이신구가 당신들에게 빚진 금액이 얼마지?”

“최소한 1천만 원이야. 이신구같이 어린 녀석들이 갚기에는 작지 않은 금액이지. 크크크 대신 보증이라도 설 텐가? 제법 실력이 있어 보이니, 몇 번 우리가 주는 일을 해주면 탕감될 수도 있겠군.”

“1천만 원이라, 음....그런 큰돈을 빚질 친구들 같지는 않았는데.”

“으으윽.....거...거짓...거짓말이에요. 내가 딴 돈은 50만 원도 안 된다구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피 흘리는 젊은 사내가 외쳤다.


“너, 사기꾼 새끼는 입 닥쳐. 어디서 끼어들어? 눈깔에 더해서 입도 찢어주랴?”


박철구가 김홍관에게 눈알을 부라렸다.


“당신네 셈법은 희한하군, 50만 원을 벌었다는 사람에게 1천만 원을 갚으라니. 이곳의 도박장의 룰은 그런 것인가?”


조영이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면서 의아함을 내비쳤다.


“저놈이 우리가 공들인 호구의 돈을 너무 아슬아슬한 패로 따는 바람에, 호구가 사기 아니냐고 이곳 하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제집으로 가버렸다. 우리가 그 호구 녀석에게 벌어들일 금액이 3천만 원이었다. 1천만 원이면 최소한의 수익금밖에 안 되는 금액이야.”

“하하하.....머릿속과 꿈속에서 벌고 싶은 돈을 만들어 놓고 그게 피해 금액이라고? 지나가던 세 살 먹은 아이도 웃을 계산법이군? 하지만, 이곳은 당신들의 구역이고 우선권이 있으니 절충을 하는 게 어떤가? 6백만 원 정도에서 합의를 보고 싶군. 나는 쓸데없는 피를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조영의 담담한 말에 박철구가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동안 담배 연기만이 빈 곳을 떠다녔다.


“어서 결정해, 6백만 원을 받고 오늘 일을 마무리할지, 나와 함께 한바탕 땀을 더 흘릴지를 말이야.”

“흥, 벌써 우리 애들이 흘린 피가 얼마인데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후려치잔 말인가? 네놈들이야말로 오늘 일의 대가를 계산할 준비를 해야 할 거다.”

“워워...진정하라고, 나와 내 일행은 공격에 대해 방어를 했을 뿐이고, 나는 내가 받은 만큼은 꼭 돌려주는 계산법으로 살아가거든. 그리고, 흘린 피는 내 손님 쪽이 훨씬 더 많이 흘리고 있군.”


조영이 아직도 피가 흐르는 김홍관을 바라보며 말하자, 박철구는 입맛이 썼다.

말로는 당하기 힘든 녀석이었다.


‘이대로 보내도 될까? 이신구가 걸리적거릴 텐데? 음....저 녀석을 조용히 제거해야 하나?’


박철구가 비릿한 웃음을 만들었다.


“좋다. 6백만 원을 다오. 내가 윗선에는 잘 말씀드려서 마무리하겠다. 대신, 이신구와 저 사기 도박꾼 녀석은 우리 구역에 다시는 오지 않는 조건이다. 어떠냐?”

“그걸 내가 장담할 수는 없군. 그건 이신구가 깨어나면 결정하겠지. 나는 오늘 이신구의 빚을 갚아줄 뿐이다.”


어깨를 으쓱하며 조영이 오른쪽 상의의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달러도 받겠지? 미국 달러가 거부되는 동네는 가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자, 1만 달러다. 거스름돈은 여기 바닥 핏자국 청소비로 써.“


조영이 던져준 봉투를 받은 박철구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달러라니?

그것도 1만 불이나 들고 다니다니?

암달러상인가?

사채업의 큰손 밑에서 일하나?

정체가 불분명한 놈이었다.

뭐 하는 놈이지?


“황 사장님, 여기 택시 한 대 부를 수 있을까요? 잠든 친구들을 옮기려면 택시가 있어야겠어요.”


조영의 말을 들은 황문달이 ‘택시 회사에 전화번호를 114에 물어야 하나?’ 하고 중얼거리며 박상인에게 시켜야겠다며 창고를 나섰다.


“으...으윽....”


약에 취한 이신구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약을 얼만큼 먹였길래 벌써 깨어나는 거지? 젊어서 체력이 좋은 건가?’


조영이 이신구에게 다가갔다.

이신구는 과음한 다음 날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에이 씨발, 다이다이로는 상대도 안 되는 것들이 약을 먹여....느그들은 다 죽었어. 내가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이신구 씨, 여기는 계산 끝났으니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서 갑시다. 눈을 다친 친구는 얼른 병원에 가야 합니다.”


조영이 이신구를 부축해 앉히며 말해줬다.


“아, 홍관이...홍관이 눈알....이런 씨불것들이 내 동생 눈깔을 저렇게 하다니 내가 그냥 둘 줄 알아?”


이신구가 소리소리 질러댔다.


“음, 이렇게 화를 내면 눈알 하나도 빚이라는 얘긴데......”


조영의 혼잣말에 봉투 안의 달러를 눈대중으로 세어보던 박철구는 흠칫 놀랐다.


‘마무리가 다 된 일인데, 이게 뭣이여?’


이신구는 조영을 잡고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박철구를 노려봤다.


“저기 홍관이 눈알, 철구 형님이 그런 것이요? 나도 형 눈알을 똑같이 만들어 줄 테니께~”


박철구는 비틀거리는 이신구를 한심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너는 딸라 부자 양반 덕에 목숨 건져서 나가는 줄 알아, 새끼야. 앞으로 내 눈앞에 다시 뜨이면 국물도 없으니 조용히 숨어 지내라.”


이신구는 박철구를 노려보며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었다.

조영은 그런 이신구를 바라봤다.


‘정말 싸울 생각인 건가? 저 몸으로? 지금?’


처지가 바뀌었다면 조영도 복수를 위해 움직였을 것이겠지만, 지금 이신구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이신구...씨, 복수.....를 위한 시간은 금방 갑니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신구는 고개를 돌려 조영과 눈을 마주쳤다.

조영이 고개를 살짝 가로로 흔들었다.


“이신구 씨,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때로는 인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두 남자의 눈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는 듯했다.

복수를 하고 싶은 남자와, 복수의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남자.


끼이익.


“택시가 대기 중입니다.”


황문달과 박상인이 현관문을 열고는 굴러다니는 각목으로 현관문을 받쳐 놓고 들어선 것은 그때였다.

두 사람의 등장에 조영과 이신구의 눈싸움은 끝이 났다.

황문달과 박상인이 김진관과 변장섭을 들쳐 매었다.

홍관과 이신구는 서로를 부축하며 걸었다.

병원으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김진관과 변장섭을 승용차 뒷좌석에 던져 넣고, 황문달은 조수석에 앉았다.

박상인이 운전대를 잡았다.


“황 사장님, 저 두 사람은 목포 가족 관광호텔에 방 잡아서 재우면 됩니다.”


말을 마친 조영은 택시의 조수석에 앉았다.

이신구는 김홍관과 서로 부축하며 택시의 뒷좌석에 앉았다.

택시 기사는 피 흘리는 김홍관을 쳐다보며 마뜩잖은 표정이었으나, 체격이 크고 인상 험악한 사내들 틈에서 입을 열지 못하는 눈치였다.


“요금은 3배로 드리지요, 안과가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주세요, 기사님.”


조영의 요금 3배라는 말에 택시 기사는 얼굴이 환해지며 얼른 기어를 변경하며 출발했다.

평범한 소시민인 택시기사에게 핏물을 닦아내는 대가로 요금 3배는 강렬한 유혹이었다.

택시 기사의 활약으로 병원에 빠르게 도착한 조영이 지갑을 열자, 응급실에서의 처치와 이어지는 응급 수술은 지체 없이 진행되었다.


조영은 병원 앞마당의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환자복을 입은 몇몇과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인근에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화제는 단연 올림픽이었다.

전 국민이 출전 선수고, 전 국민이 스포츠 전문가가 되어 버린 듯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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