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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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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07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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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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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

DUMMY

창고로 들어서는 조영과 황문달을 발견한 사내들이 중구난방으로 소리쳐댔다.

조영은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 소파. 플라스틱 의자.

테이블 위에는 양주병과 하얀 도자기의 술병.

한쪽 눈에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사내.

사내 근처에 주저앉은 이신구.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내들.

사내들 몇은 각목을 들고 있었고, 사시미 칼을 들고 있는 사내도 있었다.

사내들의 눈길이 일순간 출입문을 향했다.


“휴우~~”


황문달의 한숨이 달려 나왔다.

박상인은 운전석에서 대기 중이었다.

차에는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로.

차량을 대기시켜 놓은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얼마나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많은 피를 흘리는 것은 사람에게 좋지 않았다.

조영은 ‘응급실 있는 병원이 얼마나 가까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 피를 흘리는 사람은 많이 다친듯한데, 얼른 병원에 가야 할 거요. 피 흘리다 잘못돼서 죽으면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인생에 빨간 줄 가고 남은 인생 피곤해지는 건 순간이요.”


전직 경찰이었다는 황문달의 입에서 직업적인 멘트가 흘러나왔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도 직업적이었다.


“뭐시여, 당신 짭새여?”

“우리가 알아서 할랑게, 싸게싸게 돌아나가소.”


입구에 가까이 있던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두 사내가 껄렁한 자세로 조영과 황문달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경찰이....아니게 됐지만, 여러 젊은이들을 위한 나이 든 사람의 인생 충고요. 여럿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들고 한 사람을 다치게 하면 특수폭행죄로 가중처벌 받을 수 있어요. 그거 몰라요?”


황문달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젊은 사내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놈 혹시 관내에 새로 온 짭새는 아니지?”


박철구가 옆에 선 부하들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박철구의 눈에도 황문달에게서는 강력계 형사의 냄새가 풍겨왔다.

그러나 얼굴은 낯설었다.


“처음 보는 놈입니다, 형님.”


경찰서 관리를 주로 하는 부하가 옆에서 작게 대답했다.


“김 사장님, 이거 오늘 잔여 업무 수고비를 넉넉하게 챙겨 주셔야겠는데요?”


황문달은 여럿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전혀 긴장하는 빛이 없었다.


“물론입니다. 상황으로 보건대, 사례금은 따블로 드려야 할 듯합니다.”


맞장구치는 조영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고, 황문달은 그런 조영의 태도에 눈을 반짝였다.

역시 보통의 사내가 아니었다.


“쓰벌것들이 가라니께 말을 안 들어!”

“매를 벌어요, 매를.”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1명이 진부한 대사를 내뱉으며 오른 주먹을 날렸다.

황문달은 왼쪽으로 한 발짝 움직여 가볍게 주먹을 피해낸 후 뻗어진 팔을 잡아채어 몸통 뒤로 돌리며, 무릎으로 하와이안 셔츠의 오금을 쳤다.

하와이안 셔츠는 순간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쓰러졌고, 그의 오른팔은 몸통 뒤로 돌아가서 황문달의 억센 손에 잡혀 있었다.


“아악~~~”


비명을 지르는 놈을 제압한 상태로 허리춤으로 손이 갔던 황문달은 본인의 허리에 늘상 있던 익숙한 물건이 없자 계면쩍은 웃음을 지었다.

황문달은 일어서며 하와이안 셔츠의 허벅지를 강하게 걷어찼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사내는 과하게 비명을 지르며 떼구루루 굴러서 자리를 피했다.

그냥 헛바람이나 잡고 인상이나 쓰는 양아치였다.

한 놈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남은 한 녀석은 엉거주춤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뭐해, 새꺄~ 빨리 내쫓아버려!”


뒤쪽에 서 있던 놈들 중 한 놈이 외치자, 녀석은 눈을 찔끔 감고 오른 주먹을 날려 왔다.

눈까지 감는 녀석이라니.

황문달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유도의 업어치기 기술로 녀석을 맨바닥에 메쳐버렸다.

놈은 비명을 지르며 역시나 떼구루루 굴러서 옆으로 도망쳤다.

조영은 말없이 황문달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생각보다 날렵한 솜씨였다.

나이에 비해 자세가 좋은 것은 많은 경험에서 오는 여유인가?

조영이 보기에 전직 경찰일 때의 모습이 일견 상상이 되었다.

직업적으로 저런 양아치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황문달은 왜 경찰을 그만두었을까?

천직이었을 듯싶은데.

조영이 잠시 딴생각을 하는 동안, 박철구와 놈들은 일순 당황했다.

경찰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황문달의 자세도 그렇고, 전혀 긴장하지 않은 채로 노려보는 조영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동네에서는 떼로 몰려다니고, 거친 언행만으로도 눈을 마주치는 자들이 없었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저 두 사람은 뭐지?


“황 사장님, 실력이 좋으시네요. 저 앞에 쓰레기들도 마저 치워주시면 오늘 사례는 따따블로 하죠.”


조영의 말에 황문달은 좋아해야 하는 건지, 당황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각목을 들고, 칼을 든 사내들이 있고, 방금은 주먹을 휘두르는 2명을 전직 강력계 형사가 순식간에 제압했는데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조영에 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외국에서 온 돈 많은 교포 2세가 헤어진 집안 피붙이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번 의뢰가 점점 꼬여가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 카폰 청구금액이 떠올랐다.

따따블이면 한동안 카폰 청구서에 대한 고민도 줄어들 것이고, 마누라의 바가지도 정겨워질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현장에 복귀한 듯한 즐거움도 잠시 생겨났다.

보아하니, 서울 것들처럼 닳고 닳은 녀석들도 아닌 듯싶고, 무리의 가운데에 냉정한 인상의 저 녀석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손 볼 수 있을 것도 싶었다.


“피 흘리는 환자를 위해서 조금만 서두르시지요.”


조영이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무리 중 각목을 든 녀석 둘이 나섰다.

황문달은 시선을 좌우로 훑었다.

왼쪽에 굴러다니는 각목을 하나 손에 잡았다.

오래간만에 잡는 녀석의 촉감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젊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이려나.


“어?”


황문달이 각목을 집어 들자 다가오던 두 녀석이 당황하며 엇 소리를 내뱉었다.

병신들, 네놈들은 무기를 들었는데 나는 빈주먹으로 싸우냐?

내가 시라소니야?

왼쪽 녀석이 각목을 머리 위로 들고 내리치는 순간, 황문달이 몸을 왼쪽으로 빼며 놈의 오른쪽 허리를 강타했다.


“헉”


놈은 각목을 다시 휘두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허리춤을 잡고 물러났다.

다른 한 녀석은 각목을 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초짜였다.

하긴 하우스에서 호구들 겁이나 주고 했겠지, 언제 피 튀기는 전쟁을 치러봤겄냐, 느그들이. 놈들을 비웃으며 황문달이 공격에 나섰다.

각목을 휘두르자 놈이 각목으로 막았지만, 힘이 부족했는지 각목은 놈의 손에서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황문달은 거침없이 오른발을 들어 놈의 가슴팍을 걷어차 버렸다.

놈이 가슴을 움켜쥐며 뒤로 쓰러졌다.

쫓아가서 각목을 한 번 더 휘두르려던 황문달은 멈칫했다.

민간인이다.

여기서 한 대 더 때렸다가, 녀석이 진단서 끊어서 오면 특수폭행죄가 될 수 있었다.

방금 전이야 놈들이 먼저 무기 들고 달려들었으니까, 부득불 정당방위를 우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음....합의금이 많이 들 수도 있으니 너는 패스.’


순식간에 동생들 넷을 처리하는 황문달을 보며 박철구는 당황했다.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물론 인상이 푸근하지는 않았지만, 황문달을 보며 오늘 일진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먼저 올려보낸 선발대 놈들이 아쉬워졌다.

실력자들은 모두 대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인원에 포함시킨 게 한 달여 전이었다.

남아있는 놈들은 머릿수 정도나 채우는 실력들이었다.

조영은 이신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황문달이 각목을 들고 바로 옆에 있었다.


“어쩔 수 없지, 피를 보더라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치워라.”


박철구가 얕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자 옆에 사시미 칼을 든 녀석과 언제 집어 들었는지 쇠파이프를 든 녀석이 함께 나섰다.

황문달은 긴장했다.

아무리 강력계 형사 출신인 그라도 칼 든 녀석은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칼 든 녀석의 눈빛을 보니, 초짜가 아니었다.

몇 번은 사람 몸에다 칼을 대본 녀석이었다.

저런 녀석들은 찌르는 순간을 피하지 않는다.

일반인의 우발적인 칼로 찌르기나, 초짜 양아치들의 칼부림과 달리 저런 눈빛의 놈들은 당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 보면서도 칼을 찌를 수 있는 놈들이다.

위험의 경고가 울렸다.

게다가 조영은 빈손이었다.


‘각목이라도 든 내가 칼을 맡아야 하나? 쇠파이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황문달이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쇠파이프가 휘둘러져 왔다.

칼 든 놈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옆에서 휘둘러져 오는 쇠파이프를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피했다.

놈은 왼손잡이였다.

쇠파이프가 원상태로 돌아가기 전에 재빠르게 놈의 품으로 달려들며 무릎으로 놈의 낭심을 올려 찼다.

놈이 당황하며 뒤로 피하려 했으나, 살짝 맞는 정도는 피할 수 없었고 얕은 신음을 흘리는 놈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한때 날리던 영등포 황소의 주먹을 맞은 녀석은 침을 흘리며 쓰러졌다.

조영 쪽을 바라보았다.

조영은 여전한 자세로 박철구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조영에게 달려들었던 칼 든 녀석이 혼자 새우처럼 구부정한 자세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칼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저렇게 빨리? 설마?

어떤 상황인지 황문달은 아직 가늠하지 못했다.


박철구는 조금씩 흥분되었다.

행동대장에 오르면서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일이 적어졌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라면서 숱한 싸움을 통해 이 자리에 올라왔다.

7년 전에 지금 모시는 정 부장에게 깨진 것 외에는 1:1 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다.

정 부장은 워낙 별천지의 사람이었다.

군 특수부대에서 익혔다는 특수한 무술들은 일반 싸움꾼들이 대들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정만용 부장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조직원들을 이끌어왔다.

요즘 이신구라는 핏덩어리가 날뛰고 있었고, 정 부장이 이신구를 눈독 들이고 있다는 얘기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정만용 부장은 회장님을 따라서 곧 서울로 올라갈 것이라고 이야기했었고, 박철구가 자신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왔었다.

이신구는 목포 정도나 맡겨놓을 녀석이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서울로 올라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이신구를 그냥 두고 가자니 목포에 남겨놓을 녀석들 중에 이신구를 제어할 만한 인재가 없었다.

이신구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미 서울에 선발대로 올려보낸 실력자들 중 하나를 불러 내리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그렇다고 이신구를 그냥 두고 간다면, 분명 조직에 해를 끼칠 놈이었다.

그렇지만 정 부장 앞에서 핏덩어리 이신구와 치고받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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