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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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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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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0

DUMMY

황문달의 입이 귀에 걸렸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의 환한 미소와 닮았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제 말씀하신 변호사 말입니다. 이종구라고 유능한 민법 전문가가 있습니다. 전직 부장판사 출신인데 일 처리가 깔끔합니다. 여기 연락처입니다. 제가 언질을 주었으니 편할 때 전화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서울 올라가는 대로 연락해 보지요.”


조영은 황문달이 건네주는 메모지를 챙겨 넣었다.

황문달에게 일을 지시한 조영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올라가기 전에 1층 원무과에서 김홍관의 현재까지의 병원비와 앞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포함한 금액을 여유 있게 수납하였다.

영수증을 발행하는 원무과 직원의 친절은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민답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였다.

병실은 2인실이었지만,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가 엊그제 퇴원해서 지금은 김홍관 혼자 쓰고 있다고 했다.

김홍관은 왼쪽 눈에 안대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었고, 김진관과 이신구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병실에 들어서는 조영을 보고 김홍관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일어날 필요 없어요,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지요.”


환자를 만류하며 조영은 들고 온 음료수와 과일 바구니를 김진관에게 건네주었다.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진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꾸벅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형님, 모두 제가 아끼는 동생들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쪽은 김진관, 여기 환자는 김홍관 둘이 쌍둥이입니다. 너희도 인사해, 김조영 형님이셔. 집안의 형님뻘 되신다.”


이신구의 소개로 조영과 쌍둥이들은 인사를 나누었다.


“신구의 아우들이라고 하니, 나도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하지. 괜찮겠지?”

“네!”

“물론입니다, 형님.”


쌍둥이라 그런지 대답도 거의 동시에 나왔다.


“둘이 쌍둥이라서 저도 가끔 헛갈렸는데, 이제 애꾸와 멀쩡한 놈으로 구별이 되니 형님은 헷갈리지는 않으시겠습니다.”


이신구의 썰렁한 농담에 셋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다친 곳은?”

“시신경을 심하게 다쳐서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답니다. 다행히 다른 부위는 단순 타박상에 가까워서 눈만 나으면 퇴원할 수 있답니다.”


김홍관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다행히 형님 덕분에 병원으로 일찍 옮겼으니 망정이지, 과다출혈로 위험할 뻔했다고 담당 의사가 그러더군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김진관의 대답에는 뭔가 비장한 느낌이 들었다.


“놈들이 동네 양아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방심했었습니다. 술에 약을 타는 양아치 짓을 하다니······.”


이신구는 아직 분기가 빠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 홍관이가 카드놀이에 재능이 있다고?”


조영이 화제를 전환하고자 카드 이야기를 꺼냈다.


“변변치 않습니다. 어깨너머로 익힌 실력이라. 그저 동네에서나 통하는 수준입니다.”


김홍관의 대답이었다.


“아닙니다, 형님. 홍관이가 제 동생이기는 하지만, 정말 카드 하나는 끝내주게 합니다. 마음먹고 해서 잃은 적이 없어요. 어제도 놈들이 괜한 트집을 잡은 게 틀림없습니다.”


김진관의 끼어드는 말에 김홍관이 버럭했다.


“내가 5분 먼저 태어났는데, 누가 형이야? 저 새끼는 평생을 저렇게 우기네.”

“어제 신구 네가 박만돌의 손자를 도박판에서 때려줬다고 했는데, 그놈이 도박을 좋아해?”


조영이 신구에게 물었다.


“박영배 그 새끼가 카드는 허벌나게 좋아합니다. 집에 돈 좀 있다고 돈질하는 도박을 좋아합니다. 실력으로는 홍관이한테 상대도 안 됩니다.”


대답은 김진관의 입에서 나왔다.


“그래? 요즘도 도박해?”

“박영배 그놈은 도박, 그놈 애비인 박춘삼은 계집질로 이 동네에서 유명합니다. 구두쇠 박 영감이 모은 재산을 영배하고 그 애비가 다 날려먹고 있죠.”

“그렇단 말이지....모양새가 바른 집안은 아닌가 보군.”


조영은 모종의 계획을 구상해보았다.


“나는 일이 있어서 며칠 서울을 다녀와야겠다. 홍관이 병원비는 계산해놓았으니까, 일 벌이지 말고 얌전하게 치료에 전념하고 있도록 해.”


병원 현관까지 뒤따라 나온 신구에게 당부하며 조영은 택시에 올랐다.


* * *


1988년 9월 19일 월요일.

조영은 서초동의 한 커피숍에서 중년의 신사와 마주 앉아 있었다.

황문달이 소개한 이종구 변호사였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싱가포르와 동남아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올림픽도 볼 겸 해서 한국에 들어와 봤더니 경제 상황이 좋아 보이는군요. 내가 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 지어서 이쪽에서도 일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젊은 분이 능력이 좋으시군요. 제가 속한 T 법무법인은 국내 굴지의 대표적인 로펌입니다. [K&J] 로펌보다는 못하지만, 규모도 상당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기업 관련한 소송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황문달 소장님께는 과거 판사 시절에 신세 진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연락이 와서 다소 놀랐습니다. 그분이 부탁이나 사람 소개를 잘 안 하는 성격이시거든요.”

“내가 유능한 분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앞으로 변호사님과 좋은 관계로 일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초면에 실례입니다만, 저희 로펌의 수임료가 꽤 합니다. 황 소장님과의 관계가 있어서 개인적인 일은 도움을 드릴 수 있지만, 기업 설립이라던가 하는 건들은 로펌에 보고를 해야 하는 처지라서 금액적인 부분은 제가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싱가포르 법률 부문 파트너는 Future Law Asia 社입니다. 비용적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종구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과거 판사 시절 인연이 있던 황문달이 처음 하는 부탁이라 나온 자리였지만, 상대가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이라 큰일이 맡겨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개인적인 법률 조언을 조금 해주면 되려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젊은 청년 김조영의 입에서 ‘Future Law Asia 社’가 나왔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다는 현지 로펌이었다.

지난번 홍콩에서 참석한 세미나에서 만난, 홍콩 변호사가 아주 칭찬하던 로펌이었다.

이종구는 눈앞의 젊은이에게 좀 더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FLA 로펌에 대한 소문은 바람결에 몇 번 들었습니다. 아주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로펌이라고 들었는데, 그곳에서 법률 자문을 받으신다니 저희 로펌에서도 VIP로 모셔야 할 듯합니다. 하하하”


어느 나라나 상위권에 랭크된 로펌일수록 능력이 좋고, 비례해서 수임료가 비싸다.

더구나 기업 관련 소송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연계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금융이 발달한 싱가포르는 금융소송도 자주 일어난다고 세미나에서 들었었다.

이종구 변호사는 젊은 김조영과의 인연이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조영은 이종구 변호사에게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하였고, 정식 계약은 T 로펌을 조만간 방문해서 체결하기로 하였다.


이후 한 주일간 조영은 몹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황문달은 인맥의 보고였다.

어떤 과거를 보냈는지가 궁금해질 정도로 각 분야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조영은 황문달을 통해서 부동산 중개업자, 회계사, 세무사, 금융권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하였다.

대다수가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었다.

황문달의 사람 보는 안목이 대단함이 느껴졌다.


* * *


1988년 9월 28일 수요일.

목포로 다시 내려온 조영은 지난번 묵었던 호텔에 방을 잡았다.

전망 좋은 방의 테이블에는 검은색 007가방이 두 개 올려져 있었다.

가방 안에는 1만 원권이 각각 100장으로 묶인 묶음이 100개 들어있었다.

현금으로 1억 원이었다.

싱가포르 법률 자문 파트너인 FLA 社는 유능했다.

그들은 싱가포르에서 마카오, 홍콩을 거치는 루트를 통해서 조영의 손에 원화 2억 원을 전달해주었다.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조영과 상관없었다.

과정은 알아서 하고, 결과를 제공 받기 위해서 적지 않은 금액을 자문료로 지급하고 있었으니까.

대한민국이 국가의 사활을 걸다시피 한 올림픽 기간이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개인 관광객의 자격으로 입국한 조영이 현금 2억 원을 마련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런 번거로운 일을 처리해주는 것이 FLA 社의 일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는 강남의 은마 아파트 매매가가 5천만 원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었으니, 2억 원은 한국에서 적지 않은 금액일 터였다.

이 돈이 할아버지의 삶을 회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었다.


띵동.

조영이 문을 열어주자 이신구가 밝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서울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습니까?”

“응, 덕분에. 추석 명절은 잘 보냈어?”


엊그제 주말은 추석이었다.

조영도 대한민국 추석의 길 막힘이 심하다는 사전 정보를 들었던 때문에 추석 연휴가 끝난 어젯밤에서나 서울에서 출발했다.


“저같이 사고무친 혼자인 놈에게 명절이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부모님 산소에 소주 한 잔 올려드리고, 동생들이랑 술 마셨습니다. 홍관이 퇴원한 기념으로요.”

“그래, 언제 날 잡아서 네 부모님 산소에 나도 가서 인사드려야겠구나.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제가 잘 들여다보질 않았더니 풀이 무성해서 이번에 벌초만 2시간 걸려서 했어요. 하하하.”

“그래, 부모님 산소는 어디에 모셨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모두 고향 산자락에 모셨는데, 추석에 가서 들으니 그 산도 주인이 곧 바뀔 거라고 산소 이장하라고 마을 이장님을 통해서 들었어요. 이제 화장해야 할 것 같아요.”


이신구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화장하지 말고, 부모님 산소가 있는 산을 사도록 해.”

“네? 제가 지금은 형편이······.”


조영의 말에 이신구가 말끝을 흐렸다.

그도 형편이 어려워서 부모님 유해를 화장시킬 생각을 하니 착잡한 듯했다.


“돈은 내가 마련해 줄 테니 산을 사고, 산소도 번듯하게 손보도록 해. 마침 너에게 줄 것도 있어서 불렀으니까.”


조영이 테이블 위의 검은색 007가방을 손짓했다.


“열어 봐, 하나는 네 거야. 추석 선물이라고 생각해. 한국에서는 추석 명절에 집안 어른들이 선물로 새 옷도 사주고 그런다며? 내가 가족은 아니지만 형이니까, 형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하하하, 감사합니다. 추석 선물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것 같은데요.”


이신구는 정말로 처음 받아 보는 명절 선물인지 설레는 표정이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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