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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4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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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8
추천
38
글자
11쪽

1-5

DUMMY

정 부장이 서울을 향해 푹 빠져 있다는 소문은 사실인가 보았다.

술 한 잔 마시는데도 서울 흉내를 내다니, 하는 생각을 하며 이신구는 새로 가져온 흰색 술병을 집어 들었다.


“한 잔 올리겠습니다.”

이신구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쳐 든 술병 앞에 정 부장은 한 손으로 든 술잔을 거만하게 내밀었다.

술잔의 2/3 정도를 채우고 술병을 내려놓은 이신구가 본인의 술잔을 다시 집어 들었다.


“부장님의 건강과 서울 진출의 성공을 바랍니다.”


이신구의 아부성 말에 정 부장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내가 곧 서울 올라갈 건데, 여기 목포를 맡길만한 녀석들이 없어. 신구 네가 내 밑으로 들어오면 내가 맘 편하게 서울 올라가겠는데, 어때 이제 그만 속 썩이고 우리 식구가 되어라.”

“고민할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


즉답을 회피하며 이신구는 술잔을 들어 정 부장을 향해 위로 살짝 올렸다가 내리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서 입에 대었다.

저녁도 먹지 않은 빈속이라 술이 독하게 느껴졌다.

제법 큰 술잔의 술을 한입에 털어 넣자, 식도를 따라 화끈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캬~ 우리 신구는 술도 화끈하게 마시는구나. 보기 좋다. 나도 젊었을 때는 너처럼 마셨는데 이제 쉽지가 않아.”


정 부장은 입술만 축인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부장님, 홍관이는....”


마음 급한 이신구가 먼저 김홍관을 화제에 올렸다.


“아, 그 새끼가 이번에 큰 사고를 쳤어. 야, 철구야, 이번 일이 어떻게 된 거라고?”


한 사내가 한 발짝 다가왔다.

낯이 익은 사내다.

박철구.

정 부장의 밑에 있는 부하들 중에 행동대장 격이었다.

거칠고 잔인하다는 소문이었다.

칼을 잘 쓴다고 들었지만, 소문으로만 들었다.


“이번에 공주에서 내려온 호구입니다. 저희 밑에 애들이 한 달여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개새...아니 홍관이가 홀랑 벗겨 먹어서, 호구가 공주로 짐 싸 들고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래....한 달이나 힘들게 작업한 호구를....쯧쯧쯧, 그래 손해가 얼마야?”

“저희가 작업하려던 목표가 작게는 1천만 원, 성공했으면 3천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헉! 1천만 원에 3천만 원이라니.....’


이신구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김홍관이 이전에 친 사고들은 몇십만 원, 몇백만 원짜리 사고였다.


‘제기랄....’


“신구야, 이거 어떻게 할래? 자잘한 일 해가지고는 이거 못 갚는다. 고집 피우지 말고 내 밑으로 들어오너라. 내가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주고, 앞으로 잘 키워 줄 테니까.”


정 부장은 느물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이신구에게 대답을 종용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김홍관을 그런 큰 호구가 끼어 있는 판에서 함께 카드를 돌리게 한 것이 의심스러웠지만, 따질 수는 없는 문제였다.

이신구가 거절한다면 정 부장이 김홍관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 부장보다도 잔인하다고 소문난 박철구가 김홍관에게 손댈지도 몰랐다.

이신구는 우선 김홍관의 안위가 궁금했다.


“부장님, 홍관이는 지금 어디에....?”

“철구야, 일단 그 새끼 데리고 와라. 얼굴이나 보자.”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야, 그 새끼 데려와.”


박철구의 말이 끝나자 두 녀석이 안쪽 방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에, 두 녀석이 김홍관의 양팔을 끌고 나왔다.

김홍관의 왼쪽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왼쪽 눈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턱을 타고 내려, 웃옷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이신구의 눈이 강렬해졌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며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신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홍관에게 다가갔다.

두 녀석이 김홍관을 이신구 앞에 내던졌다.


“홍관아...”

“형님....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속임수는 쓰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흑흑.”


피 흘리는 김홍관은 이신구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몸짓이었다.


“눈은? 눈은 어떻게 된 거야?”


김홍관의 얼굴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아내며 이신구가 물었다.


“저 새끼가 속임수를 쓴 게 틀림없는데, 자꾸 아니라고 해서 내가 주먹으로 한 대 때렸더니 그렇게 됐다. 눈알이 터져 버렸나 봐. 이제 병신 됐으니 카드 판에서 속임수는 못 쓸 거다. 큭큭큭.”


뒤에서 박철구가 조용히 대답했다.

박철구는 프로였다.

놈처럼 주먹 쓰며 살아온 놈이 이 정도로 때렸다는 건 고의라는 얘기였다.

실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실수는 중학생 애들이나 하는 거였다.


“에이...씨발.....”


이신구의 입에서 억누른 욕설이 흘러나왔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 박철구 저 새끼를 쳐 눕히고 싶었다.

하지만, 정 부장이 있었다.

게다가 김홍관은 병원에 데려가야 할 상태였다.

여기서 박철구 새끼를 쳐버리면, 앞일이 복잡했다.

이신구가 김홍관을 앉혀 두고 뒤돌아섰다.


“부장님, 홍관이 때문에 입은 피해는 제가 꼭 갚겠습니다. 일단 홍관이를 병원에 데려가....”

“이 새끼야, 네가 무슨 수로 그 돈을 다 갚을 건데? 그리고, 너를 뭘 믿고? 오늘부터 내 밑으로 들어와서 몸으로 때워, 새끼야!”


정 부장의 비웃음 섞인 말이었다.


“그래, 신구야, 이제 고집 그만 부리고 내 밑에서 일 배워라. 그러면 내가 오늘 일도 없던 일로 해주고, 앞으로도 잘 챙겨 줄 테니까.”


박철구도 느긋한 목소리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놈들은 내가 조직에 들어오라는 말을 안 들으니까, 보복으로 홍관이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거다. 일부러 말도 안 되는 빚을 지우고, 지들 밑으로 기어들어 와서 발바닥을 핥는 개처럼 살라는 거다.’


이신구의 눈에 힘이 점점 더해졌다.

참기가 힘들었다.


‘씨발. 여기서 싸우면 목포를 떠나야 할 텐데.’


이신구가 고개를 돌려 김홍관의 피 흐르는 왼쪽 눈을 쳐다봤다.

고개를 바로 했다.


“부장님, 철구 형님 제가 다른 일을 해서 꼭 갚겠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신구의 다부진 말에 정 부장이 이신구와 눈을 마주쳤다.

뱀 같은 눈길이 이신구의 눈을 꿰뚫을 듯이 쳐다봤다.

이신구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신구, 내 제안을 거절할 테냐?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너는 내 집을 떠나면 언젠가 내게 칼을 겨눌 놈이지. 내 주먹 인생에서 처음 보는 뛰어난 재능이 있던 놈이라 눈여겨보고 키우려고 했었는데,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정 부장이 이신구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말했다.

이신구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강렬한 눈빛이었다.

정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철구가 정 부장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철구야, 신구는 여기까지다. 처리해. 속임수 쓰던 저 녀석도 함께.”


두 사내의 삶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말을 냉혹하게 내던진 정 부장이 몸을 돌려 출입문을 향했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뒤따른 부하가 열어준 출입문 앞에서 정 부장이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렸다.


“신구야, 네 실력은 진짜였다. 진심으로 아까웠다.”


눈길을 한번 준 정 부장이 출입문 밖으로 나갔고, 곧 자동차 시동 걸리는 소리가 나고 이어서 멀어져갔다.


“이 새끼, 좋은 말로 할 때 들었어야지. 꼭 욕 처먹는 새끼들이 있다니까. 야, 도구 가져와.”


박철구가 부하에게 말하자, 녀석들이 실실 웃는 표정으로 칼을 챙겨왔다.


“저 새끼, 아킬레스건 하나 치우고 눈병신이랑 두 놈 다 병원 앞에 던져 놔라.”


박철구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일상처럼 내뱉었다.

이신구는 의아했다.

자신의 실력을 몇 번 보고, 들었을 텐데 평온하게 진행되는 대화들이 낯설었다.

씨발.

얼른 놈들을 때려눕히고 홍관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급했다.


“홍관아, 조금만 참아. 곧 병원에 데려다줄게.”

“크크크, 병원에는 우리가 데려다줄 거야, 새꺄~”


평소라면 이신구와 눈도 못 마주치던 조무래기들이 실실 웃는 게 더 이상했다.

이신구가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출입문이 열리며, 주차장에 서 있던 하와이안 셔츠의 두 사내가 김진관과 변장섭을 어깨로 받치고 들어왔다.

이신구의 눈동자가 커졌다.

김진관이는 그렇다 쳐도, 변장섭이는 예상 밖이었다.

어려서부터 이신구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맞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던 변장섭이었다.


‘하와이안 셔츠를 즐겨 입는 동네 양아치 수준의 놈들에게 당할 실력이 아닌데.....’


김진관과 변장섭의 발걸음은 정상이 아니었다.

부축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 혼자 걷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흐흐흐,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이 새끼들이, 골목길 싸움만 해봐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 아,무거워. 씨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사내가 힘들게 부축해 온 김진관과 변장섭을 김홍관의 옆에 패대기쳤다.


“신구형.....홍관아...이런 씨발.”


눈이 풀린 김진관의 입에서 혀 꼬부라진 소리가 나왔다.

약이다.

약을 마신 거다.

저 멀리서 풍문으로만 듣던 약을 먹이다니.

개새끼들.

건달인 줄 알았더니, 양아치였다.

그것도 생양아치였다.

이신구는 분했다.

화가 났다.

주먹 한두 대로 끝낼 일이 아니다.


“야, 이신구, 너는 왜 멀쩡하냐? 이거 보이냐? 몇 개인지 보여?”


하와이안 셔츠가 이신구의 앞에 손가락을 세 개 펴서 흔들며 물었다.

세 개? 두 개? 아니 네 개인가? 이런, 젠장.

이신구의 시야도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졸음이 쏟아져 왔다.

이런 나쁜 새끼들.


“형님, 신구 저 새끼랑, 저기 자빠져 있는 장섭이 새끼는 치워야 합니다. 평소에 주먹 좀 친다는 놈들이라 그냥 두면 시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박철구 뒤쪽의 누군가가 박철구에게 얘기하는 소리가 먼 산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정 부장 밑으로 들어간다고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괜찮았으려나. 아, 씨발. 외국에서 왔다는 그 사람은 돈도 많아 보이던데....당구장 빚도 갚고...다방에...식당...막걸리집 빚도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신애야, 여동생 신애도 만나야 하는데....’


이신구는 점차 몸에 힘이 빠져나감을 느끼고 있었다.


“잠든 호랑이 새끼는 무섭지 않아, 어차피 깨어나면 길가의 고양이 신세가 되어있을 테니. 얼릉 치우고 술이나 한 잔하러 가자.”


정신 차려야 하는데, 박철구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한다.

‘내가? 내가 고양이가 된다고? 박철구, 이 새끼 두고 보자. 내가 약 기운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형, 신구 형, 진관아, 장섭아....”


피 흘리는 홍관의 울부짖음도 멀어져 가고 있었다.

박철구의 목소리가 멀어져갈 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당신들 뭐여?”

“여긴 암나 들어오는 곳이 아닝께, 얼릉 가보소.”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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