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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6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4:59
조회
5,520
추천
47
글자
11쪽

1-2

DUMMY

"하하, 그래요? 부동산 투자는 언제든지 매력적인 품목이지요, 나중에 부동산 전문가라는 분을 소개해주시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지요.”


조영은 황문달의 너스레에 슬쩍 장단을 맞춰주었다.

앉자마자 바로 보고하지 않는 거로 봐서, 조급한 성격은 아니다.

하긴 이런 일에 조급한 성격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되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담배 하십니까? 제가 일하는 중에는 좀 많이 피우는 성격이라······.”


황문달이 건네주는 담배를 조영이 받아들자, 황문달은 조영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고 본인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며 올림픽에 관한 이야기, 내려오는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들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잠시 나누고 있을 때, 마담이 커피와 쌍화차를 가져왔다.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넣어 주려는 마담을 제지한 조영은 느긋하게 소파의 뒤에 기대어 앉았다.

이제 보고를 받을 시간이었다.

마담이 카운터로 돌아가자, 황문달은 품속에서 작은 수첩을 하나 꺼내 들었다.


“전화로 잠깐 말씀드린 대로, 말씀하신 그 친구는 목포에 있습니다. 원래 고향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죽교리라는 곳인데, 지금은 시내에 방을 하나 얻어서 동네 후배 3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직업은 없고, 동네에서 이런저런 작은 심부름을 하고 용돈 받아가며 생활하더군요. 보통 동네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도 건너편 당구장에 있습니다. 이름 이신구, 나이는 21살, 어릴 때부터 체격이 다부지고 몸이 날렵해서 많은 싸움을 했는데 깨진 적이 없더군요. 인덕이 좋아서인지, 주변의 평이 좋아서 감옥에 갈 정도로 크게 번진 싸움은 없었습니다. 목포에서 주먹깨나 쓴다는 조직에서 영입 제의가 왔었을 텐데, 아직은 특정한 조직에 가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잠깐 지켜본 바로는 조폭이 될 가능성이 90% 정도입니다. 물론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여동생이 한 명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원하신다면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배 타고 나가서 사고로 크게 다쳐서 오랜 투병 끝에 이신구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망했고, 어머니는 그로부터 1년 후에 사망했습니다. 이신구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가 동네 후배를 많이 때린 사건이 있었고, 이후 자퇴했습니다. 대신 여동생은 고등학교까지 뒷바라지했는데, 대학에까지 보내려는 생각이었던 듯싶습니다. 그러나, 여동생이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말다툼을 한 후에 돈 벌겠다고 서울로 올라가 버렸답니다. 그게 올봄입니다. 여동생이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이신구가 여기저기 일을 많이 했다는데, 여동생이 사라진 후에는 주로 술 먹고 다닙니다.”


황문달의 보고는 짧았지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꽤 괜찮아 보이는 실력이었다.

조영은 황문달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을 고려하면, 황문달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싶었다.

조영은 담배를 하나 꺼내 들며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8시 20분.

저녁 먹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다 싶고, 무엇보다 이신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조영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례금입니다. 일 처리가 만족스러워서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일인걸요. 이신구의 여동생은 어떻게 할까요? 행방을 계속 찾아볼까요?”


흰 봉투의 두툼함을 느끼며, 황문달은 살짝 봉투를 열어보았다.

초록색 1만 원권 지폐가 가득했다.

애초에 약속한 금액보다 훨씬 많음을 세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동생의 행방은 계속 알아봐 주세요, 제가 목포에 며칠 있을 예정이니 호텔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사례는 이번과 같은 금액으로 하지요.”


조영은 황문달에게 목포 가족 관광호텔의 객실 번호를 알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문달이 봉투를 안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따라 일어섰다.

TV에서는 올림픽 중계방송이 한창이었다.


“바로 저 앞에 보이는 당구장입니다.”


계단을 앞장서 올라온 황문달이 다방 앞 인도에 서서, 길 건너편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도로 건너 2층에 창문이 열린 당구장이 있었다.

둘은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낡은 점퍼를 입은 30대 초반의 인상 험악한 거구의 사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영이 빠르게 훑어보았다.


‘180 cm? 몸무게는 100 kg은 되겠는데? 웨이트를 많이 하는군.’


“박 과장, 인사해. 이번 일의 의뢰인이신 김조영 사장님이셔. 사장님, 저희 직원인 박상인 과장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상인이라고 합니다.”


다부진 몸매의 박상인이 김조영에게 고개를 까닥 인사했다.

시선을 많이 내리지 않고,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이었다.


“반갑습니다, 이번 일의 진행에 황 사장님 덕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악수하는 김조영의 뒤에서 황문달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동그랗게 표시를 한 후에, 엄지손가락을 우뚝 세웠다.

악수하는 박상인의 표정에 살짝 미소가 머금어지는 듯했다.


“올라가시지요, 이신구는 3시간째 당구 치고 있습니다.”


앞장서는 박상인과 황문달을 뒤따라서 조영은 지저분한 계단을 걸어 올랐다.

당구장의 내부는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일곱 개의 당구대 중 세 개에서 당구를 치는 사내들이 있었다.

역시나 이곳의 TV도 올림픽 중계방송이었다.

대한민국 전국의 TV가 같은 방송을 틀어놓았나?

당구장 가장 안쪽의 당구대에 세 명의 젊은 사내들이 입에 담배를 물고 게임 중이었다. 두 명은 170 cm 중반의 키였고, 한 명은 그보다 컸다.

거의 조영의 키에 근접해 보였다.

세 명 모두 몸이 단단해 보였다.


“아따, 빨리 쳐라잉, 씨발것아. 게임비 올라가는 소리 들린다.”

“아따, 형님 요번 판은 제가 다 이겨버렸으니까 주머니에서 돈이나 껴내쇼잉~”


옅은 사투리가 섞인 젊은 사내들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평소에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생활을 해 온 것이 느껴졌다.

황문달과 박상인은 입구 쪽 당구대로 가서 큐대를 만지작거리며, 사내들 쪽을 힐끔거렸다. 조영이 이신구와 일행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분이 이신구 씨입니까?”


사내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타지인으로 보이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조영이 다가서며 말을 걸자, 경계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큐대를 들고 막 공을 치려고 자세를 잡고 있던 중키의 사내가 동작을 멈추고, 주변을 훑어보더니 입구 쪽의 당구대에서 큐대를 고르고 있는 박상인과 황문달을 쳐다보았다.

예의 그 사내가 큐대를 오른손으로 세워 잡으며, 조영을 바라보았다.


“누구시오?”


다른 한 명의 사내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 넣으며, 벽에 기대어놓았던 큐대를 손에 잡으며 역시나 조영을 쳐다보았다.

궁금한 눈길로.

조영은 이신구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큐대를 들고 막 공을 치려던 사내와 담배를 끄고 큐대를 손에 잡은 사내가 좌, 우로 벌려 서듯이 지켜서는 사내.

약간 긴 데다가 다듬지를 않아서, 살짝 지저분해 보이는본 머리 스타일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서 있는 남자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왼손으로 옮겨 잡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내가 이신구입니다만, 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 우리가 어디서 봤었나요?”


좋은 자세였다.

빠르지 않은 어투에 자연스럽게 담배를 왼손으로 옮겨 잡는 모습으로 추측하건대, 이신구는 오른손잡이가 틀림없다.

오른손 주먹을 내뻗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조영은 양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며 다툴 의사가 없음을 표현했다.


“나는 이신구 씨를 만나기 위해 멀리에서 왔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이신구의 시선이 황문달과 박상인 쪽으로 향했다가, 조영에게로 움직였다.


“아, 저분들은 제 일행입니다. 이신구 씨를 찾는 데 도움을 준 분들이지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온 거니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영의 말에도 셋의 표정은 딱딱했다.

주먹질하며 여기저기 사고치고 다녔던 그들에게 낯선 사람은 항상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신구 요만은 누구시요?”

“어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괜찮다면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조영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냉정한 표정에서 나오는 미소는 어색했다.

평소에 미소 짓는 행동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조영은 쓰게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밥 먹는 건 소화가 잘 안 됩니다요, 무슨 일인지 여기서 말하면 안 되겠소? 내가 전화 올 것도 있어서 여기서 좀 더 죽쳐야 하는데....”


대화를 지켜보던 황문달이 옆으로 다가왔다.


“이신구씨, 여기 김 사장님은 이신구씨를 만나기 위해 외국에서 오신 분입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눠봐도 괜찮을 듯싶은데요?”


이신구가 황문달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외국이요? 내가 외국에 살 만한 아는 분들이 없는디....”


외국에서 본인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이신구는 경계심이 조금 옅어진 듯했다.

외국에서 찾아올 만큼 큰 사고를 친 것은 없었으니까.


“워메, 좋습니다, 까짓것 밑에 내려가서 커피 한 잔 마십시다. 이 건물 지하에 다방이 있습니다. 내려가 계시면 내가 후딱 손 닦고 내려가겠소.”


이신구가 큐대를 벽에 기대놓으며 말했다.

멀리서 찾아왔다는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뭔 대수일까.


“그러면 아래 다방에 내려가 있겠습니다.”


조영이 대답하고 현관으로 나섰다.

황문달과 박상인이 뒤를 따랐다.

이신구는 당구장 한쪽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카운터를 지나쳐 출입문을 향했다.


“오늘 당구비는? 1만 5천 원인디? 또, 외상이여?”


큰소리로 외치는 당구장 사장의 목소리가 계단을 타고 조영의 귓가에까지 들려왔다.

건물 밖에서 잠시 담배 한 대씩 피운 조영과 황문달은 곧이어 내려온 이신구의 뒤를 쫓아 지하 다방으로 들어섰다.

이 건물의 지하 다방도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담배 냄새가 그득했다.

손님은 없고, 마담으로 보이는 나이든 여자와 좀 더 어린 여자 둘이서 한쪽 테이블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여자들은 관심이 적을 듯한 종목이었다.

조영도 관심 없는 종목이었다.


“아고, 동생들 왔네? 오늘은 외상값 정리할 거지?”


손님 없는 다방의 마담이지만 이신구 일행을 반기기보다는 외상값이 먼저 생각나는 듯한 외침이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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