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9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5:45
조회
3,286
추천
34
글자
11쪽

1-12

DUMMY

목포집.

테이블 위에 각종 낙지 요리와 흔적들이 쌓여있었다.

옆 테이블에 올려놓은 빈 소주병도 두 병 올려져 있었다.

오래간만에 모두가 모여 앉았다.

조영과 이신구, 퇴원한 김홍관과 김진관 쌍둥이 형제에 변장섭까지 다섯 명은 킬킬거리며 건배를 외쳤다.


“다시 한번 건배~ 목포 도박판을 정복하실 조영 큰형님을 위하여~”


왼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김홍관이 술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어느새 그들은 조영을 큰 형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신구가 입에서 침을 튀기며 오늘 조영의 활약상을 적당한 과장을 섞어서 떠들었다.


“홍관이는 퇴원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냐?”


조영의 걱정에 김홍관이 큰소리쳤다.


“적당히 마시고 있는 겁니다. 적당히. 하하하.”

“형님, 내일 영배 새끼를 만나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놈이 어려서부터 눈치가 빨라서 타이밍을 잘 잡습니다. 딱히 기술을 쓰는 건 아닌데, 촉이 좋아요. 뻥카도 잘 치고요.”

“홍관이 너와 비교하면 어때?”


조영이 묻자 김홍관이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호각세입니다. 승률도 비슷하고요. 눈치는 영배 그놈이 저보다 낫고요, 계산은 비슷하고. 체력은 제가 낫습니다.”

“체력?”

“영배 그놈이 좀 골골대는 놈이라, 담배 연기 오래 맡고 있으면 체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판단력도 둔해지지요. 장기전이 지한테 불리한 걸 알고 있어서, 주로 초반 공략을 좋아합니다. 게임이 안 풀려서 담배를 물기 시작하면 더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좋은 정보군. 열 받으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담배를 피우면 체력이 떨어진다 이거지? 참고하마.”

“형님, 뭐하면 제가 대신 상대할까요? 제법 팽팽하게 붙을 수는 있는데요.”

“아니다, 이건 내 일이야. 내가 풀어야 할 매듭 중의 하나다. 누군가가 대신해줄 성질이 아니야. 응원이나 해라.”


진지한 조영의 답변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자, 김진관이 말머리를 돌렸다.


“큰 형님, 지난번에 신구 형님 통해서 주신 돈은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니 가게 수리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술 마시라고 준 돈으로 집에 보태줬나 보았다.

밝게 웃으며 감사를 표하는 김진관에게 조영도 마주 웃어주었다.


“영배 그 새끼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바람을 많이 피웠어요. 온 동네에 소문이 짜했거든요. 손버릇도 안 좋고요. 국민 학교 때부터 주변 아이들이 놀려대기도 하고, 집에 가봐야 아버지 얼굴 보기 힘든 날이 더 많았을 겁니다. 게다가 아버지라는 작자가 가끔 집에 와서 어머니를 두들겨 패곤 했어요. 그 때문에, 영배 그 새끼는 조용히 찌그러져서 지내는 존재감 없는 녀석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주는 돈으로 주변 아이들에게 먹을 거 사주면서 편을 만드는 정도였죠. 꼬맹이들이야 맛있는 거 사주면 좋아하니까요. 그러다가 국민학교 졸업할 무렵에 영배 어머니가 집을 나갔어요. 그 이후부터 애새끼가 변하더라구요. 담배와 짤짤이를 시작으로, 온갖 도박판을 기웃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새끼가 뒤끝이 있어요. 잔머리도 빠르게 굴리고요. 지가 손해 보거나 피해 입었다고 생각하면 잊지 않고 있다가 꼭 뒤통수를 칩니다. 신구 형님도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그 새끼 예전에 신구 형님한테 두들겨 맞은 거 잊지 않고 있을 겁니다.”


김진관의 말이었다.

이신구나 김홍관과는 다른 면에서 박영배를 지켜본 생각이니 참고할만했다.

이신구는 코웃음을 쳤다.


“박영배 그 새끼는 안 돼, 백 년이 지나도 나한테는 한주먹감이다.”

“신구 형님, 진관이 얘기 허투루 들으시면 안 돼요. 진관이 말이 맞습니다. 도박판에서의 빚도 잊어버리지 않는 놈이에요. 영배가 주먹으로는 형님한테 안 되겠지만, 다른 야비한 방법을 쓸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실 이번에 제가 당한 것도 영배 그 새끼가 뒤에서 야료를 부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해요.”

“그 새끼가? 에이, 그 새끼가 깡패를 움직일 만한 능력이 된다고 생각해? 설마?”


김홍관의 의심스럽다는 말에 김진관이 반대를 표했다.


“아니야, 이번에 내가 병원에 누워있으며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기억이 났는데, 정 부장이 노랭이 박 영감 집에 드나드는 걸 몇 번 본 기억이 있어.”


박 영감과 정 부장이 연결되어 있다면, 박영배와의 거래도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김홍관의 추측이었다.

그러나, 더는 덧붙여질 만한 이야기들이 없었으므로 박영배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지켜보자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앞으로 뭐 하면서 살고 싶으냐?”


낙지볶음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조영이 물었다.


“글쎄요, 저는 눈도 하나 없어졌고, 어머니 일이나 도와 드려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아직 별다른 생각이 없어요.”


김홍관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쌍둥이의 어머니는 동네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신다고 했었다.


“저는 신구 형님 따라다니는 재미로 살아왔는데요, 앞으로도 그러려고요. 저는 재미나게 사는 게 제일 좋은데, 신구 형님 옆에 있으면 항상 재미있거든요···. 크크크.”


김진관은 과장된 몸짓으로 이신구를 향해 두 손을 떠받드는 시늉을 했다.


“저는 당분간 큰 형님을 도와서 예전 일들을 마무리하는데 한 손 거들고 싶습니다.”


이신구의 대답까지 나왔지만, 변장섭은 별다른 얘기 없이 소주잔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여럿의 시선이 느껴지자 변장섭이 어깨를 으쓱하며 짧게 말했다.


“신구 형님 오른쪽이 제 자리입니다.”

“하하하, 신구가 좋은 동생들을 뒀구나. 나는 이번 일을 마치고 나면 싱가포르에 다녀와야 한다. 그쪽에 벌려놓은 일들이 있어서. 이후의 일은 차자 생각해 보도록 하자.”


식당 한편에 있는 TV에서는 여전히 올림픽 관련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진행자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남자 선수들의 병역면제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한국의 남자들은 모두 군대를 가야한다고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 조영이 별 생각 없이 물었다.


“아, 그런데 너희들은 군대는 다녀왔냐?”


조영의 말에 여럿은 말없이 소주잔을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군 미필자에게 군대 다녀왔냐는 이야기는 엄청난 압박이었다.


***


1988년 9월 30일 금요일.

초저녁에 조영은 이신구와 함께 짱구의 포커하우스에 와 있었다.

어제 봤던 나이든 문 씨와 곱슬머리 최, 그리고 한이라는 사내가 카드를 돌리고 있었으나, 테이블에 동전과 1천 원권 지폐만 몇 장 오가고 있는걸 보니 조영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듯싶었다.


“어서 오시오, 서울 양반. 신구도 왔구나?”


어제 준 수고비가 마음에 들었는지 짱구의 인사는 한결 반가움을 표하고 있었다.


“어제 멤버들에다가 오늘은 동네 고수 한 명이 추가되었는데, 괜찮으시겠소, 서울 양반?”

“돈만 들고 오면 장인어른이라도 상관없는 거지. 하하. 이쪽으로 오시오, 서울 양반.”


곱슬머리 최가 조영보다 먼저 짱구에게 대꾸하며, 조영에게 손을 들었다.

조영은 눈인사를 건네며 준비된 테이블에 앉았다.

그때, 화장실에 다녀오는지 담배를 입에 물고 젖은 손을 바지에 문지르는 앳된 얼굴의 사내가 테이블로 다가와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사내의 자리에는 만 원권이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박영배입니다, 실력이 좋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신구 형님도 오래간만입니다.”


박영배가 이신구에게도 인사했지만, 이신구는 고개를 까닥였을 뿐이었다.

말도 섞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박영배의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태국에서 종종 보던 코브라가 연상되었다.

저런 눈을 가진 자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조영이 가볍게 인사를 받았다.


“서울에서 온 김이요. 젊은 분이 고수 이시라니, 재미난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오.”


이신구가 들고 온 가방에서 만 원권 뭉텅이를 꺼내어 조영의 앞에 올려놓았다.


“자자, 도박판에서 입으로 대화할 게 뭐가 있소. 오고 가는 현금 속에 우정을 싹틔우면 될 것을. 규칙은 어제와 동일합니다.”


곱슬머리 최가 재촉하며 게임은 시작되었다.

게임은 두 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나이 많은 문 씨, 한 씨, 최 씨가 돈을 모두 잃었고 대부분의 현금이 박영배의 앞에 쌓여있었다.

조영은 차비 정도나 조금 딴 정도였다.

역시 들었던 대로 박영배의 공격적인 베팅이 판을 일찍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젊은 분이 실력이 좋으시군. 서울을 떠나서도 탁월한 실력자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요. 고수와 대결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내 삶을 자극하거든, 하하하.”


조영이 박영배의 승리를 축하하며 말을 건넸다.


“내일은 판돈을 조금 더 키워서 승부해보는게 어때요? 아무래도 포커는 쌓이는 돈만큼 짜릿해지는 맛이 있지 않소?”

“좋습니다. 저도 오늘 많이 배웠는데, 내일은 수업료를 올리는 것도 좋지요. 좋은 수업은 값비싸지는 게 당연하지요.”


조영의 슬쩍 찌르는 말에 박영배가 흐릿하게 웃으며 답했다.

박영배는 요즘 백 원짜리 포커는 흥미가 떨어지고 있었다.

큰 금액의 판에 참여할 때 맛보는 짜릿함에 중독되어갈수록 적은 금액의 판은 흥미가 떨어졌다.

그러나, 목포에서는 큰 판이 자주 벌어지지 않았었는데 이신구가 데려온 저놈은 돈도 많은 것 같았고 실력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이신구가 함께 왔기 때문에 승부욕을 넘어서는, 본인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감정이 계속 올라왔다.

박영배는 중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이신구에게 두들겨 맞은 그 날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라는 놈팽이가 어머니를 때리는 걸 보고 자랐다.

폭력은 무서웠다.

그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잊히지 않고 온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었다.

천성적으로 체력이 약한 탓에 주먹으로 복수할 수는 없겠지만, 주먹이 아닌 다른 방법도 많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었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신구. 그리고 아버지.

노골적인 박영배의 시선에도 이신구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에게 박영배는 언제나 한주먹감이었다.

두려움이 생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박영배의 눈빛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배야, 새끼야. 네 눈빛에 속 좁은 거 다 비친다. 옛날 일을 잊지 않는 건 좋은데, 눈빛 감추는 연습을 더 해라. 카드 친다는 새끼가 그렇게 다 보여서야 되겠냐? 간다~”


이신구가 박영배의 어깨를 툭툭 치며 한마디 하고는 조영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박영배의 시선은 이신구의 뒤통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 씨펄, 내일은 얼마나 준비해서 와야 하는 거야?”


곱슬머리 최의 혼잣말이 박영배의 귀에 들어왔다.


‘그래, 내일은 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1-18 +1 20.03.25 3,119 32 11쪽
17 1-17 +1 20.03.25 3,098 34 11쪽
16 1-16 +1 20.03.25 3,143 34 11쪽
15 1-15 +1 20.03.25 3,160 35 11쪽
14 1-14 +1 20.03.25 3,168 34 11쪽
13 1-13 +1 20.03.25 3,252 32 11쪽
» 1-12 +1 20.03.25 3,287 34 11쪽
11 1-11 +1 20.03.25 3,431 39 11쪽
10 1-10 +1 20.03.25 3,570 38 11쪽
9 1-9 +1 20.03.25 3,730 39 11쪽
8 1-8 +2 20.03.25 3,889 38 11쪽
7 1-7 +1 20.03.25 3,941 40 11쪽
6 1-6 +1 20.03.25 4,051 37 11쪽
5 1-5 +1 20.03.25 4,198 38 11쪽
4 1-4 +1 20.03.25 4,495 39 11쪽
3 1-3 +1 20.03.25 4,889 47 11쪽
2 1-2 20.03.25 5,520 47 11쪽
1 1-1 +2 20.03.25 8,373 4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