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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7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5:04
조회
4,889
추천
47
글자
11쪽

1-3

DUMMY

“아따, 누님 오늘 더 이뻐지셨네. 오늘은 손님들 모시고 왔으니까, 점잖게 커피 주시오~”


이신구는 너스레를 떨며 마담에게 손을 흔들며 가운데 쪽의 테이블로 향했다.

이신구의 일행 중 키 작은 사내가 젊은 아가씨의 손을 잡으며 엉덩이 쪽으로 손이 향하자, 아가씨는 질색하며 몸을 빼내어 카운터로 도망쳤다.

마담은 이신구와 일행 뒤따라 들어오는 3명을 발견하고는 얼굴 가득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장님들, 어서 오세요~ 얘, 김양아, 여기 주문받아라.”


황문달과 박상일은 다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조영은 이신구가 있는 테이블의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어머, 사장님들 일행 아니셨어요? 모두 따로 앉으시게?”


김양이라고 불린 아가씨가 물잔을 올린 쟁반을 들고 오며 떠들었지만, 신경 쓰는 사내는 오직 한 명, 들어올 때 손으로 먼저 김양을 더듬던 키 작은 사내뿐이었다.

이신구와 당구 치던 사내 둘이 한 테이블을 따로 앉으니, 남자 여섯이 세 개의 테이블을 차지해 버렸다.

김양과 마담이 정신없이 오가며 주문을 받았다.


“자, 이제 말씀해보시죠~ 멀리서 날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이신구가 담배를 하나 물고 불을 붙이며 말했다.

조영은 소파 등받이에 푹 기대지 않고 금방이라도 일어날 수 있게 자리 잡는 이신구와, 한 테이블 건너에 앉아 있는 황문달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 키 작은 사내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상대가 위협적이라면 바로 뛰쳐 일어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이신구와, 황문달 쪽을 경계하는 키 작은 사내 모두 자잘한 싸움을 많이 해서인지 낯선 이에게 아직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단면이었다.

하긴, 배움이 얕고 반듯한 직업이 없이 동네에서 주먹질하며 자란 사내들이란 비슷할 수 있겠지.

마치 깊은 산속의 동물들처럼 긴장을 풀면 안 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내들이라니...

잠시 떠오르는 생각에 조영이 멈칫하다 정면을 바라보니, 이신구가 담배를 피우며 빤히 조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님 함자가 천자 구자, 이천구 님이 맞지요? 할아버님은 중자 구자, 이중구 님이시고?”


조영의 말에 이신구가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아따, 우리 집안을 싹 조사해 부리셨소? 애시당초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렇다 치고, 할아버지까지? 당신, 뉘쇼? 경찰은 아닌 듯하고... .뭐 무슨 간첩 잡는 뭐 그런 데서 나오셨소? 돌아가신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빨갱이 뭐 그런 거는 아니라고 다 밝혀졌는데 무슨 일입니까? 나는 그딴 거 아무것도 모릅니다.“


‘음...이신구의 아버지와 조부가 빨갱이 혐의를 받았었나? 그로 인해 무슨 고초를 겪었던 것인가?’

조영은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은 차차 이야기를 통해 서로 알아가면 될 것이었다.


“아닙니다, 나의 선친과 이신구 씨 아버님이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선친께서 남긴 말씀을 따라서 이신구 씨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울 아버지가 외국에 아는 분이 없었을 텐데....물고기나 잡으시다가 돌아가신 양반이....”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선친께서 이신구씨 집안에 큰 은혜를 입었다고 하셨습니다. 해서 자식 된 도리로 갑작스럽지만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김조영이라고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왔습니다. 저기 계신 분들은 이신구 씨를 찾는 것을 내가 부탁드렸던 분들입니다. 해를 끼치거나 할 분들은 아니니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영이 눈짓으로 황문달을 가리키며 말했고, 이신구도 흘깃 황문달 쪽을 쳐다보았으나 곧 시선을 돌려서 조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돌아가신 윗분들끼리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딱히 들은 바가 없고 참 거시기합니다.”

“상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걸리겠으나, 얘기 나누면 기억나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선친의 말씀대로 이신구씨와 가족 분들께, 예전에 선친께서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 왔습니다. 혹 내가 도와드릴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싱가포르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형편도 괜찮습니다.”


커피를 가져온 마담은 둘이 얘기 나누는 중에, 경.제.적.인 부분만 들었나 보다.

마담이 설탕 뚜껑을 열면서 한마디 던졌다.


“신구야, 오늘 외상값 좀 정리해 줄 거지? 꽤 많이 쌓였다.”

“아따, 누님은 지금 손님 앞에 계시는데 왜 또 그러시요? 그것은 곧 해드린다니까. 그러잖아도 이따가 홍관이가 돈 가지고 올 거요.”


이신구가 마담의 외상값 얘기에 멋쩍어했다.


“홍관이 또 노름하러 갔어? 젊은 애가 일을 해야지, 맨날 노름만 한다니..?”


마담의 통박에도 이신구는 웃어 넘겼다.


“그 놈 재주가 그쪽이니까 그렇지요. 하하~”


‘홍관? 이신구의 무리 중 한 명인가 보군. 도박을 즐겨 하는?’.


이신구의 커피에 설탕을 넣고 커피를 저어준 마담은 김조영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조영은 설탕과 프림은 넣지 않았다.

조영은 아무것도 넣지 않는 그냥 커피가 좋았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보세요~ 다방입니다. 네...잠시만요~”


다방 카운터에서 전화를 받은 김양이 이신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신구 오빠, 전화~”


이신구는 잠시 김조영을 쳐다본 후 카운터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라, 전화 바꿨습니다....누구요? 에? 홍관이요? 지금요? 알겠습니다.”


통화 뒷부분에서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잠시 통화를 마치고,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신구가 계면쩍은 표정으로 조영에게 다가왔다.


“저, 죄송하게 됐습니다....거시기...아는 동상한테 조금 문제가 생겨서 잠시 다녀와야겠습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죄송해서....제가 금방 올 테니까 좀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옆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이신구의 일행들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저그 진관아, 장섭아 가자~ 홍관이가 사고를 쳤나부다~”


이신구는 조영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계단으로 향했고, 이신구의 일행 2명도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신구의 뒤를 따랐다.

황문달과 박상인은 당황한 눈빛으로 다방을 나서는 세 명의 사내 뒷모습을 보다가, 조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조영도 조금 허탈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게 찾은 집안의 인연자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려던 순간에 이런 일이라니.

다방을 나서던 이신구의 긴장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조영이 이쪽을 쳐다보는 황문달과 박상인에게 손을 들었다.

둘이 일어나서 조영의 테이블로 옮겨왔다.


“어차피 이신구를 기다려야 하니, 그동안 잠시 일 이야기를 나누지요.”

“네, 그러시지요.”

“아까 잠시 이야기했던 이신구의 여동생을 찾는 일은 계속 진행해 주세요. 그리고, 이신구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동네 사람들 입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고 싶군요. 이신구와 함께 있던 친구들도 포함해서요.”

“알겠습니다, 이신구가 살던 동네에 노인들을 통하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제법 있을 겁니다. 함께 있던 친구들도 동네 친구들이라 함께 알아보면 됩니다.”

“황 사장님이 아까 말씀하시던 부동산 전문가분도 소개받고 싶습니다.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리고.....법조계에도 소개해줄 만하신 분들이 있으실까요?”

“저희 사장님께서 유능한 강력반 형사 출신입니다. 형사 사건 쪽으로 유능한 변호사님들을 제법 알고 계십니다.”


박상인이 나서서 양념을 뿌린 답변을 했다.


“아, 전직 경찰이시군요....어쩐지 사람 소재 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주신다 싶으셨습니다. 내용을 보고해 주시는 것도 공무원 출신이라 그러신지 좋았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부끄럽습니다, 크게 내세울 만한 과거가 아니라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를 일단 연결해주시고, 민사 쪽으로 유능한 변호사도 알아봐 주십시오. 비용보다는 능력 위주로 찾아봐 주시면 됩니다. 내가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해볼까 싶은데, 이곳은 처음 와보는 거라 아는 분들이 없습니다. 황 사장님 소개로 좋은 분들을 만나 뵙고 싶네요.”

“젊은 사장님이 사업 능력이 출중하신가 봅니다. 비용에 제한이 없다면 능력 있는 분들은 많으니 제가 이른 시일 안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나를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 사례는 별도로 하겠습니다.”

“도움이라시면······?”

“이신구 씨를 뒤따라 가봐야겠습니다. 내가 느낌이 좋지 않을 때는 꼭 눈으로 확인하는 성격이라서요.”


조영이 이신구를 언급하자, 황문달의 눈가에 잠시 망설임이 스쳐 갔다.

황문달의 왼쪽에 앉은 박상인이 오른 무릎으로 황문달의 왼 무릎을 툭툭 치며 신호를 주었다.

일거리 없던 요즘 큰 건수의 냄새를 맡은 박상인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 돈에 둔한 사장님만 믿어서는 내일모레 은행 이자 내기도 빠듯했다.


“물론입니다. 저희야 고객님이 원하시는 일이 있으시면 무조건 도와드려야지요. 게다가 보수도 후하게 주시는 젊은 김 사장님 같은 고객님의 부탁이면 제법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박상인의 신호를 받은 황문달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뭐 별일이야 있겠습니까만, 도움이 된다면 저희가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이곳의 지리도 낯설고 한국 사회 전반적인 상황에 아는 바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험한 일까지야 생기겠습니까, 치안이 좋은 나라에사 올림픽이라는 잔치 중인데요. 하하하.”


조영도 험한 일이 생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대화로, 나아가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잖은 상황들이 좋다.

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은 속도가 빠를 수 있으나, 선호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영은 카운터로 가서 커피값을 계산하며 마담에게 물었다.


“이신구 씨의 외상값이 모두 얼마인가요?”

”한 삼십 몇만 원 돼요. 장부를 봐야 하는데....“


카운터 아래쪽 서랍을 열고 뒤적거리는 마담을 조영은 제지했다.


“그냥 두세요, 이거 받으시죠.”


조영이 흰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50만 원입니다. 남는 건 이신구씨가 앞으로 마실 커피값 미리 드리는 거로 하죠.”


마담은 횡재한 표정이었다.

어젯밤에 돼지꿈이라도 꾸었으려나?


“충, 충분해요. 앞으로도 신구 오면 잘 챙겨 줄게요, 호호호.”


옆에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쳐다보는 김양에게 조영이 물었다.


“아까 이신구 씨가 받은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요?”


김양은 마담의 눈치를 봤다.

조영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몇 장 꺼내어 카운터에 올려 놓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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