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79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6:01
조회
3,159
추천
35
글자
11쪽

1-15

DUMMY

“그렇게만 해주시면 저야 좋습니다만, 아니 좋습니다. 그럼 직원을 더 확보해야겠군요. 전에 일하던 쪽 출신의 능력 있는 후배들이 제법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황 사장님께서 함께 해주시면 내가 편해서 그렇습니다. 내가 회사에 연락해서 계약서를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계약금으로 5천만 원 정도를 드릴까 하는데 어떠세요?”

“계약금씩이나요? 아이고, 주시면 주시는 대로 감사하지요. 제가 통장에 돈이 마르는 날까지 김 사장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


계약금의 금액에 놀란 황문달이 과장된 몸짓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하하하, 쑥스럽게 왜 이러십니까? 자, 갈치회 싱싱할 때 어서 드세요.”


조영은 이로써 한국에서 뜻대로 움직여줄 손발을 하나 확보했다.

갈치회가 더 고소해졌다.

멀리에서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는 목포 앞바다에서였다.


***


1988년 10월 3일 월요일.

짱구의 포커하우스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오늘의 빅 게임을 위해서 자잘한 판돈의 플레이어들은 출입을 차단했다.

평소보다 고급지면서 편한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되었다.

원탁 테이블에는 5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각각의 의자 오른쪽에는 개인용 다탁이 놓여 있었으며, 다탁 위에는 음료와 재떨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담배들이 올려져 있었다.

플레이어 각자의 테이블 위에는 여러 색깔의 카지노 칩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짱구가 외부에서 임차해온 나이 지긋한 전문 딜러도 준비하고 있었다.

딜러는 단순한 검은색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딜러의 옆 테이블에는 많은 카드가 쌓여있었다.

플레이어 중의 누구라도 요청하는 순간, 기존의 게임에 사용되던 카드는 폐기되고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007 검은색 가방을 든 이신구를 거느리고 조영이 입장했을 때 다른 네 명의 선수는 모두 테이블이 아닌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고, 그중 처음 보는 얼굴의 둘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표정이 좋아 보이십니다. 하하하.”


짱구가 점잖게 인사했고, 조영의 신호를 받은 이신구가 007 가방을 짱구에게 건네주었다.

짱구의 부하가 가방을 열어서 100장씩 묶여있는 은행의 돈다발을 꺼내어 지폐계수기로 확인했다.

1만 원짜리 묶음은 모두 은행의 흰색 띠지로 묶여있었고, 은행 담당 직원의 간이도장과 계수한 일자를 나타내는 일부인이 찍혀 있었지만, 짱구의 직원들은 묶음을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해서 혹시라도 중간에 돈이 아닌 종이가 끼워져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지폐계수기를 이용해서 각각의 묶음이 100장씩 정확하게 되어있음을 확인했다.

짱구 측에서 돈을 확인하는 동안, 조영은 건네주는 커피를 받아 마시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곱슬머리 최가 손을 흔들었고, 박영배와는 찌릿한 눈빛 교환이 인사였다.

짱구가 조영을 소파 쪽으로 데리고 가서, 새로운 사내들과 인사시켜줬다.


“인사들 하시죠, 이쪽은 오늘 참가하실 서울에서 오신 김 사장님이십니다. 이쪽은 광주에서 활동하시는 나 사장님과 여수에서 오신 박 사장님이십니다. 먼저 오신 네 분의 참가비는 저희 직원들이 모두 확인했습니다. 이상 없이 1억 원씩 가지고 오셨습니다.”


흘러나온 배를 주체할 수 없는 큰 체격의 나 씨는 후덕한 인상의 50대로 보였다.

관록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에 반해 여수에서 왔다는 박 씨는 삐쩍 마른 몸매에 날카로운 인상에 짧은 머리를 기름 발라 올백으로 넘긴 중년이었다.

조영과 두 사람은 까닥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사장님, 금액은 이상 없습니다.”


짱구의 부하 직원이 다가와서 짱구에게 보고했다.


“네, 이로써 다섯 분 모두의 참가비를 확인했습니다. 돈은 저희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칩과 교환해드리겠습니다. 교환 수수료는 3%입니다. 이제 테이블로 이동하셔서 게임을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칩 교환비가 3%라면, 짱구는 오늘 게임을 주최하고 참가 선수 1인당 300만 원씩 무려

1,500만 원의 순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오늘 대접이 지난번과 달라질 만했다.

다섯 명의 선수는 수수료 3%는 어차피 본인 돈에서 나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들 자신만만했다.

다섯 명의 선수들이 테이블로 이동했다.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자리 배치도 제비뽑기를 했다.

조영의 왼쪽으로 배가 나온 나 씨, 박영배, 곱슬머리 최, 딜러, 빼빼 마른 박 씨의 순서였다.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앞에 놓여 있는 칩은 3종류입니다. 하얀색 칩은 개당 1만 원, 빨간색 칩은 개당 10만 원, 그리고 파란색 칩은 개당 1백만 원입니다. 각 플레이어분의 앞에는 모두 1억 원에 해당하는 칩을 세팅해 드렸습니다. 종목은 세븐 카드 스터드(Seven-card stud) 이며 좀 더 빠른 진행을 위해 처음에 4장의 카드를 받은 후에 1장을 버리고 시작하는 초이스 게임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베팅은 각 4, 5, 6구는 기존 베팅금액의 절반까지 베팅하는 하프 베팅이며 마지막 7구에서는 베팅 제한 없는 프리 베팅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딜러가 직업의식으로 설명하는 동안, 선수들은 담배를 물거나 술을 한 모금 마시거나 본인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있었다.

눈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칩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조영은 희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1920년대 초 뉴욕 증시가 불타오르고 있던 시절이었다. 뉴욕 증권사에는 주식 시세를 체크하고, 다양한 증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많은 리포터들이 있을 때였어. 그중 한 리포터가 많은 주식 종목 중에서 몇몇 주식들만이 1주당 200달러도 넘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된 거야. 그가 ‘회사에 들어가서 특별히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저런 [블루칩] 같은 주식들에 관한 기사를 써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실제 기사를 썼는데 그때부터 블루칩이라는 용어가 주식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우량주로 쓰이게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단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야. 당시 미국의 카지노에서는 하얀색 칩이 개당 1달러, 빨간색 칩이 5달러였고, 파란색 칩은 25달러로 무척 높은 가치로 사용되고 있었거든. 파란색 칩에 가장 높은 가치가 매겨진 데는 유럽에서 왕가나 귀족을 상징하는 색깔이 파란색인 것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그럴듯해 보이지. 영어에서 [blue blood]가 [귀족의 혈통]을 의미하는 것은 알고 있니?]


조영에게 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카지노 게임을 알려준 스승이었던 스탠리 호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활동했었던 딜러 겸 겜블러였었다.

어린 조영은 혹독한 가르침의 중간 중간에 스탠리 호가 해주는 여러 가지 옛날이야기들이 좋았다.

마치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누워서 이야기를 듣는 손자의 느낌이었달까?

덕분에 호 사부가 알려준 에피소드들은 조영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딸그락. 딸그락.

조영은 오른손에 블루칩 두 개를 넣고 부딪히는 소리를 좋아했다.

블루칩을 손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나에게도 [blue blood]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치기 어린 감상이 들기도 하는 그런 소소한 순간들을 조영은 좋아했다.


‘후훗, 그때는 왜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을까?’


잠시 상념에 빠졌던 조영은 이신구의 부름에 현실로 돌아왔다.


“형님, 형님! 게임 시작합니다.”


잠시 과거를 회상했던 조영은 그때부터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이”


곱슬머리 최가 카드를 덮으며 딜러에게 카드 교체를 요구했다.

이번 판은 배가 나온 나 씨가 먹었다.


“아이, 쓰벌. 오늘 게임 더럽게 안 풀리네. 카드 바꿉시다. 이번 카드는 잉크 냄새가 마음에 안 들었어. 5분만 쉽시다. 화장실도 다녀와야겠네.”

“다들 동의하십니까?”


딜러가 플레이어들의 의사를 물었다.

박영배는 말이 없었고, 배가 나온 나 씨는 이번 판에 먹은 칩을 정리하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다.

빼빼한 박 씨는 담배를 하나 물며, 화장실에 간다고 일어났다.

조영은 딜러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테이블을 바라봤다.

곱슬머리 최가 블루칩을 조금 잃었고, 배 나온 나 씨와 빼빼한 박 씨가 그 블루칩을 가져갔다.

박영배와 조영은 흰색과 빨간색 칩이 몇 개 나가고 들어왔는데 블루칩은 처음과 변동이 없었다.

한 시간은 탐색전에 가까웠다.

서로의 성향과 실력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조영이 보기에 곱슬머리 최의 실력이 가장 딸렸고, 배 나온 나 씨가 경험 많은 고수였다.

빼빼한 박 씨는 한 방을 숨기고 있는 듯했고, 박영배는 실력은 있으나 경험이 부족해 보였다.

게임 재개 후 30분여가 흘러갔을 때 조영에게 기회가 왔다.

조영이 하트와 클로버 7원페어(같은 숫자가 2장인 상태, 즉 하트 7과 클로버 7을 가졌다는 의미)를 손에 들고 시작한 게임이었다.

과감하게 처음에 받은 4장의 카드 중에 스페이드 1을 버리고, 3을 택했다.

클로버 3을 오픈하고 4번째 카드를 받았다.

클로버 4.

5번째 카드는 다이아몬드 5.

6번째 카드는 스페이드 7이었다.

6구에 7트리플(똑같은 숫자의 카드가 3장인 상태).

다른 플레이어들도 손에 들고 있는 카드들이 좋은지 중간에 기권하는 사람이 없었다.


“삥”


오픈 카드로 K 원 페어를 펼쳐놓은 빼빼한 박 씨가 흰색 칩 하나를 던지며 베팅했다.


“삥 받고, 레이즈”


조영이 흰색 칩 하나에 블루칩 하나를 던져 넣었다.


“삥 받고, 1백 받고, 레이즈 5백 더.”


배 나온 나 씨가 호기롭게 블루칩 6개와 흰색 칩 1개를 던져 넣었다.

박영배는 고민한 후에 ‘콜’을 외쳤다.

곱슬머리 최도 ‘콜’을 외쳤다.

테이블의 가운데에는 블루칩 수십 개를 포함한 색색의 칩들이 뒤섞여 있었다.


“히든 카드입니다.”


딜러가 7번째 카드를 현재 가장 순위가 높은 빼빼한 박 씨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카드를 전달해주었다.

조영의 히든카드는 하트 4였다.

풀하우스(5장의 카드 중 3장은 같은 숫자인 트리플 + 나머지 2장도 또 다른 같은 숫자인 원 페어인 경우)가 완성된 것으로 7포커 게임에서는 매우 높은 위치였다.


“삥”


히든카드를 확인한 빼빼한 박 씨가 흰색 칩을 던져 넣었다.


“삥 받고 레이즈 블루칩 10개.”


조영이 흰색 칩 하나를 던진 후에 블루칩 10개를 집어넣자, 다음 차례인 배 나온 나 씨가 긴장했다.

배 나온 나 씨는 바닥에 10, J, Q, K를 펼쳐놓고 있었다.

높은 스트레이트(5장 카드의 숫자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기다리는 모양새인데, 낮은 스트레이트인 조영이 강한 베팅을 하자 계산이 복잡해진 모양이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1-18 +1 20.03.25 3,119 32 11쪽
17 1-17 +1 20.03.25 3,098 34 11쪽
16 1-16 +1 20.03.25 3,143 34 11쪽
» 1-15 +1 20.03.25 3,160 35 11쪽
14 1-14 +1 20.03.25 3,167 34 11쪽
13 1-13 +1 20.03.25 3,252 32 11쪽
12 1-12 +1 20.03.25 3,286 34 11쪽
11 1-11 +1 20.03.25 3,431 39 11쪽
10 1-10 +1 20.03.25 3,570 38 11쪽
9 1-9 +1 20.03.25 3,730 39 11쪽
8 1-8 +2 20.03.25 3,889 38 11쪽
7 1-7 +1 20.03.25 3,941 40 11쪽
6 1-6 +1 20.03.25 4,051 37 11쪽
5 1-5 +1 20.03.25 4,198 38 11쪽
4 1-4 +1 20.03.25 4,495 39 11쪽
3 1-3 +1 20.03.25 4,889 47 11쪽
2 1-2 20.03.25 5,520 47 11쪽
1 1-1 +2 20.03.25 8,373 4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