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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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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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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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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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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4장 40화

DUMMY

해가 지고 뜬 다음 날 아침. 외부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갖은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로 숨겨진 은신처에도 햇빛이 들었다.

날을 샌 리온은 별개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웬디는 드물게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레나드 또한,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 잠은 쪽잠으로 날을 보냈다.

우연히도 제일 늦게 일어난 칼리안은 서둘러 세 명의 안내를 준비하려 했으나, 이미 모두가 일어나 있었기에 칼리안은 놀라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네 사람은 전부 응접실에 모이게 되었다.


“그럼, 오늘 계획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응접실에 모인 리온과 레나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웬디와 칼리안은 묘하게 굳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전날 대화에 따르면 오늘은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행하는 날이다. 단순히 일이라면 웬디와 칼리안, 두 사람도 굳지는 않는다. 오히려 귀족인 웬디가 리온보다 원활하게 처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한 팀은 뒤쪽에서 활약하는 조직을 상대로 날뛰어야 하고, 다른 한 팀은 귀족들을 상대하며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저 늘어놓기만 해도 상당한 난제인 문제들은 오늘, 가드너 가문과 그 용병으로 있을 뿐인 네 사람이 해야 하는 일들이다.


“리온 씨. 리온 씨는 조직을 쫓으며 날뛴다. 그게 맞습니까?”


리온은 전날 간단한 회의에서 조직을 쫓는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이번에 쫓는 조직은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다. 일단, 국가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부터 조직의 세력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켈트란 평원을 지날 당시의 리온은 대수를 만났다. 그리고 대수를 노리는 소녀를 만났다. 그 소녀는 자신을 미아라고 밝혔다. 단순한 소녀라기에는 만난 장소도, 그 후로 대수가 사라진 경로도 짐작할 수 없었기에 당시 칸은 뒤에 조직이 있다고 단정 지었다.

힐튼으로 향했을 때도 리온은 세븐즈 가문을 습격한 조직과 만났다. 이는 이전에 리온과 레나드가 조직의 거점들을 무너뜨리며 증인을 붙잡은 게 계기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리온은 두 개의 조직과 연관이 있다. 구체성은 무엇 하나 없지만, 리온은 이번 조직을 파헤치다 보면 이전 조직의 정보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바이엘른 왕국에서 날뛴 조직의 크기를 보아, 최소한 앞선 두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렇기에 리온은 귀족보다 조직의 처리를 우선하기로 했다. 이전 상황에서는 조직을 뒷전으로 미루느라 완전히 놓쳤다. 리온은 이번 상황에서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고 결심했다.

칼리안은 리온이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하고, 레나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나드 씨는 귀족을 상대로 정보를 캐낸다. 맞습니까?”

“으음···. 리온이 저쪽으로 갔으니까. ···두 사람이 귀족을 상대하는 것도 곤란하잖아?”


레나드가 확신에 가까운 질문을 하자, 칼리안과 웬디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웬디는 귀족이다. 칼리안 또한, 웬디의 하나뿐인 하인으로 귀족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그런 두 사람이 귀족들을 상대로 움직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애초에, 지난번 탈출로 인해 겨우 사라진 추적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었다.

네 사람 중에서 그나마 가장 인상이 옅은 레나드가 귀족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다. 제국 출신인 레나드는 용병으로, 의뢰 내용상 잠입과 정보 수집 등. 다양한 일을 한 경험도 있다.

다시 한번 저마다의 역할을 확인한 칼리안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직과 거래를 한 귀족들의 수는 밝혀진 것만으로도 열 가문이 넘습니다. 향후, 늘어날 가문까지 하면 이미 왕국의 절반은 조직의 손아귀에 있다고 봐야합니다.”

“···상당하네.”

“···추태를 보였네요.”


조직과 거래를 맺은 종이는 명백한 증거로 삼기에는 애매하다. 그러나 조직과 해당 가문이 모종의 연관이 있음은 증명할 수 있다.

칼리안은 거래 종이를 바탕으로 레나드에게 귀족과 가문 저택의 위치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나드가 모든 가문을 들었을 때는 칼리안이 이야기한 것처럼, 왕국 귀족의 3할 정도를 설명한 후였다.

레나드는 생각 이상으로 귀찮은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웬디는 왕국의 추태를 보였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부끄러워했다.


“가장 가까운 위치의 귀족은 이쪽입니다. 다만···. 이 귀족은 상당히 계급이 높은 탓에, 경비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양입니다.”

“···귀찮아보이네. 다른 곳은 어디 없어?”

“다음으로 가까운 곳은 이쪽입니다. 계급은 하급 귀족입니다.”

“괜찮네. 리온, 나는 이쪽으로 다녀올게.”



칼리안에게 귀족 저택의 위치를 들은 레나드는 곧바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리온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레나드는 의문을 떠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리온은 현재, 골렘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골렘을 통해 얻는 정보는 전부 리온의 머릿속으로 전달된다. 일차적으로 마법으로 분류가 된다고는 해도,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정보는 방대하다.

풀어놓은 골렘의 수가 많은 탓에 얻는 정보 또한, 상당한 양이 된다. 그렇기에 리온은 잠시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 정보를 정리한 뒤에는 눈을 떳다.

응접실의 탁자에는 칼리안이 가져온 지도가 있다. 바이엘른 왕국의 전역을 나타내는 지도를 살핀 리온은 조금 전, 칼리안이 처음으로 가리켰던 저택을 다시 가리켰다.


“여기. 주인이 방금 떠났어.”

“예···? 그게, 정말입니까?”

“확실해.”


뜬금없이 말한 리온의 이야기에 칼리안은 놀라며 되물었다. 리온이 확실히 단언하자, 칼리안은 리온이 모종의 마법을 사용한 것이라 예상했다. 어느새 칼리안마저도 리온의 능력을 믿고,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레나드는 리온의 이야기를 듣고 어깨를 으쓱였다. 레나드가 어깨를 으쓱인 것은 단순히, 리온이 진심으로 나서면 일이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멀리서도 간단히 정보를 입수한 리온의 실력이라면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골렘으로 밀어붙이기만 해도, 귀족 대부분의 정보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리온은 두 가지 이유로 골렘을 직접 이용하지 않았다. 하나는 골렘을 이용하면, 리온의 실력이 확실하게 들킨다. 흔적이 지나치게 많이 남는 게 첫 번째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그저.


‘두 사람을 관찰하고 싶으니까.’


지난 저녁, 리온이 발견한 신기한 기술을 사용한 두 사람의 관찰을 하려는 것이다. 티아라 왕녀와 위즐리를 모르는 리온은 단순히 자신의 흥미를 끈 사람으로서 관찰 중이었다.

리온은 단순한 관찰만을 위해서 만든 골렘의 7할을 사용 중이다. 그 탓에 다른 일에 사용할 수 있는 골렘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레나드는 그저 리온의 정보를 믿기로 했다.


“그럼 이쪽으로 가야지.”


천연덕스럽게 목표를 바꾼 레나드는 말을 끝내고, 자리 옆에 두었던 총으로 시선을 돌렸다. 총은 체이스의 본체다. 체이스는 성장을 거친 뒤,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인간의 몸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체이스는 어제부터 총으로 변한 체다. 레나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았다. 리온이 문제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레나드의 목표는 정해졌지만, 리온의 목표는 정해지지 않았다.


“리온 씨. 조직을 쫓는다고 했습니다만, 무언가 정보는 있습니까?”

“없어.”

“그, 그렇습니까.”


골렘은 바이엘른 전역에 퍼져있지만, 지금은 7할의 골렘이 한 지역으로 몰린 상황이다. 나머지 3할의 골렘으로도 나름대로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 다만, 골렘은 어디까지나 볼 수 있을 뿐이다.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자연은 자연으로 보일 뿐. 지난번처럼 지하에 있는 거점은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리온은 정보가 없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지하를 파고 들어가는 골렘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반면, 칼리안은 리온이 당당히 정보가 없다는 것을 밝히자 당황했다. 조직을 추적하며, 뒤얽히기 위해서는 확실한 정보가 기본이다.

그러나 리온은 아무런 정보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칼리안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칼리안과 달리 웬디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온이 무언가를 준비한다고 예상했다.

리온은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전날 말한 조직을 쫓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스승님. 방법을 준비 중인건가요?”

“···그렇지. 뭐, 잘 될지는 몰라.”


웬디가 리온에게 묻자, 리온은 미묘하게 어색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러더니 응접실 밖을 향해 손짓을 몇 번 휘둘렀다.

그 모습에 웬디는 뒤늦게나마 에모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에모트는 리온이 탄생시킨 신종 키메라의 일종이다.

리온이 손짓하기를 잠시, 응접실 밖에서부터 날아온 에모트가 리온의 앞에서 몇 번 돌더니, 리온의 머리에 누웠다.

리온은 특별히 제지하지 않고, 에모트가 머리에 누운 상태로 웬디의 질문에 대답했다.


“에모트의 후각에 의지할 예정이야.”

“에모트의 후각, 인가요?”

“···그래.”


에모트는 단일 개체의 마수다. 마수는 보통 개체마다 지닌 고유의 마법이 있다. 이 마법은 개체에 새겨진 특유의 마법이기에, 다른 개체는 사용할 수 없다. 같은 종이라도 같은 마법은 없다. 리온 또한, 흉내내는 정도가 최대다.

보통의 마수라면 한 개체당 하나의 마법을 가진다. 그러나 에모트는 단일 개체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마법을 지녔다. 이는 에모트의 특이성에 비롯한 특성이다.

키메라로 변한 몸은 이윽고 영혼마저 침식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침식되기 전, 리온이 분리할 수 있는 영혼은 분리해 본래의 몸으로 바꾸었다. 영혼이 들어간 골렘은 온전한 그릇으로서, 리온이 조종하는 골렘과는 별개의 분류다.

반면, 에모트는 침식된 영혼으로 이루어진 존재다. 리온의 기술로도 분리할 수 없었기에, 리온은 차라리 영혼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그릇을 새로 만들었다.

다양한 영혼이 뒤섞여 하나로 만들어지도록, 특수 제작한 그릇은 에모트의 육체가 되었다. 지금은 영혼이 그릇에 대부분 안착한 덕분에 큰 문제는 없지만, 경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리고 밝혀진 에모트의 특징 중에는 다양한 마법이 있었다. 아직 성장중인지, 리온이 측정할 수 있는 에모트의 마법은 점차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에모트의 고유 마법을 사용하신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고유 마법. 그중에서도 리온이 눈여겨본 에모트의 마법은 잔향을 시각화하여, 시간을 넘어서 인지하는 마법이다. 이는 제아무리 리온이라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의 마법이다.

그렇기에 리온은 자신의 실력에 한숨을 내쉬며, 미묘하게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에모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웬디와 칼리안은 놀란 모습으로 에모트를 보았다.

지금은 리온의 머리에서 축 늘어진 채 하품을 하는 동물이다. 겉보기에도 애교가 많은 고양이 형태이지만, 리온의 말이 사실이라면 축적된 힘은 이 자리에서도 상당한 힘을 자랑하는 게 된다.

웬디와 칼리안은 에모트를 보는 시선에 미묘한 두려움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웬디만큼은 두려움과 귀여움이 공존했다.


“에모트는 아직 전 주인의 잔향을 기억하고 있어. 그걸 쫓을 생각이야.”

“그렇군요···. 저와 칼리안도 함께 하겠습니다.”

“응.”


명목상 회의를 끝마친 리온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는 어느덧 높이 올랐다. 은신처의 저택을 좌표로 확인해둔 리온은 저택의 밖으로 나왔다.

레나드 또한, 저택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위치를 파악한 뒤. 목표로 삼은 저택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리온 일행은 마차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연히 돌아다닐 수 없는 네 사람은 도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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