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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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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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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작성
21.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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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4장 33화

DUMMY

그 방은 드물게도 커튼이 펼쳐져 있었다.

외부의 빛을 완전히 막은 방은 어렴풋한 윤곽이 보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방 중앙에 있는 작은 촛불로 인한 빛이었다.

윤곽으로 보아하니, 방의 전체적인 크기는 넓다.

놓인 가구라고는 선반과 소파. 커튼 가까이에 있는 책상이 전부다.

집무실로 보이는 방. 그런 방에는 현재,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진심인가?”

“뭐, 믿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이쪽은 알아서 하도록 할 테니.”


상석에 앉은 이가 묻자, 옆쪽에 앉은 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상석에 앉은 이는 정장과도 비슷한 옷이었지만, 옆쪽에 앉은 이는 윤곽만 보더라도 기묘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쓴 괴물. 그런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상석에 앉은 이는 그에 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믿겠다. 그대들은 거짓을 하지 않으니.”

“···그렇지. 도련님도 잘 아시네.”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이는 상석에 있는 이를 향해 도련님이라 비꼬았다. 도련님이라 불린 이는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도련님이라 불린 이는 하나의 종이를 건넸다.


“이건?”

“다음 내용이다.”

“흠···. 벌써 다음 물건이 필요한가?”

“그래. 이번에는 이전보다 많이 필요하다.”


어둠밖에 없는 방. 겨우 윤곽이 보이는 방에서 종이를 받아든 이는 태연하게 종이를 읽었다. 도련님이라 불린 이는 그 모습을 보고도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본론을 이야기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이 정도의 일은 놀랄 것도 아니다.


“크흐흐, 도련님도 중독이네.”

“···그래서, 다음 물건은 언제 오지?”

“아···. 아마 이틀 후가 되려나?”

“뭐?!”


기묘한 분위기의 이가 비웃듯이 말하자, 상석에 앉은 이가 놀라며 되물었다.

상석에 앉은 이는 조금 전까지 차분하던 분위기를 잊은 듯 캐묻듯이 물었다.

기묘한 분위기의 이는 그런 이의 모습을 관찰하듯 시선만 보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묘한 분위기의 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상석에 앉은 이는 더욱 조바심을 내듯 한쪽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석에 앉은 이는 자신의 조바심을 깨닫지 못한 눈치였다. 기묘한 분위기의 이는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두 사람 사이에 초조함과 긴박함이 뒤섞인 묘한 기류가 흘렀다.


“‘까마귀’.”


묘한 기류를 먼저 흐트러뜨린 것은 상석에 앉은 이다.

상석에 앉은 이는 기묘한 분위기의 이를 까마귀라고 불렀다.

그러자 기묘한 분위기의 이가 조금. 아주 조금 반응을 보였다.


“도련님. 말은 조심하자고.”

“그렇군···. 그대는 ‘까마귀’라 불리는 모양이야.”

“···이봐. 내 말이 들리지 않았나?”

“미안하군. 그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신기했을 뿐이네.”


상석에 앉은 이는 까마귀를 보며 웃었다.

어렴풋한 윤곽이 전부인 방. 그 방안에서 본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까마귀는 상석에 앉은 이의 얼굴이 보이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갈게. 도련님은 알아서 해.”


까마귀는 상석에 앉은 이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이내 인기척이 사라졌다.

상석에 앉은 이는 갑작스레 인기척이 사라져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몸을 기대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상석에 앉은 이는 한참 그렇게 시간을 보내더니, 잠시 후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똑똑.


“끝났다.”


방의 유일한 문으로 향한 그는 문을 두드리며 방 너머에 정보를 전했다.

방 너머에 존재하는 인기척은 없었지만, 그는 그걸로 만족했다.

그리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방에 있는 책상과 의자에 앉았다.

집무실의 자리로 보이는 자리에 앉은 그는 한 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 드르륵.

- 촤악.


방에 있는 모든 커튼이 마음대로 움직이며 접히기 시작했다.

방의 커튼이 접히고, 창밖의 빛이 방으로 들어오자. 방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어렴풋한 윤곽만 보이던 그의 모습은 찬란한 금빛의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였다.

외모 또한 나쁘지 않았으며, 옷새무새는 상당한 수준이다.

어지간한 귀족보다 뛰어난 옷을 입은 그는 한참을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리버스’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뭐, 곧 내 차지가 될 예정이란 건가.”


스스로 중얼거리며 웃음을 지은 남자는 이야기가 끝났다는 듯이 심호흡했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꾼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들어와라!”


-+-


- 통통.


마부석에 있던 칼리안은 마차를 향해 두 번 두드렸다. 이는 마차 내부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다음 목적지가 가깝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칼리안이 이끄는 마차의 다음 목적지는 왕도다.

마부석의 신호를 받은 두 사람은 마차의 창 부분을 열며 밖을 확인했다. 리온의 경우는 탐지 마법으로 한참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지만, 웬디의 경우는 직접 보는 것 이외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

왕도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형태이기에 멀리서도 웅장한 위용이 엿보이는 도시다. 바이엘른 왕국에서 제일 번창하고, 번영한 도시답게 왕도의 활기는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돌아왔군요!”

“웬디 아가씨. 아직 운행 중이므로, 조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고 있답니다!”


귀족인 웬디에게 왕도는 집이다. 왕도를 떠난 여행 일정에, 절대 간단하진 않은 일들을 겪은 웬디는 왕도가 가까워지자 신이 났다.

마차를 운행하던 칼리안은 웬디가 혹시라도 다칠까봐 걱정했으나, 한껏 들뜬 웬디를 멈추기엔 부족했다. 리온은 칼리안만큼 과보호가 아니었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한껏 들뜬 웬디를 막은 것은 칼리안도, 리온도 아니었다. 마차 내부에서 웬디와 리온의 곁을 돌아다니던 에모트였다.


“캬앙!”

“아, 안 된답니다. 여기는 위험해요.”


한참 들뜬 웬디는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밖을 확인했다. 그런 웬디의 모습에 에모트도 마찬가지로 몸을 내던지려 했으나, 에모트의 모습을 본 웬디가 양팔을 벌리면서 에모트의 도약을 받아냈다.

에모트는 다소 불만스러운 눈치였으나, 웬디의 품속에서 구르며 불만을 풀기 시작했다. 웬디는 에모트의 모습에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칼리안은 에모트 덕분에 웬디가 얌전해진 것에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자리에 앉은 웬디는 에모트를 쓰다듬으면서 리온을 마주 보았다. 웬디와 칼리안, 리온이 향한 목적지에서 왕도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마차 여행은 일주일을 넘는 긴 여행이 되었다.

그 사이에 리온과 웬디는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고, 웬디에겐 리온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키메라를 쫓던 시기에는 리온의 마법을 이해하고, 왕도로 돌아오던 때에는 리온의 성격을 이해했다. 덕분에 웬디와 리온의 대화는 생각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스승님, 레나드 씨를 데리고 저희 저택에 오시는 건 어떨까요?”

“···일단, 레나드를 회수하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동행하도록 할게요.”


레나드는 아직 왕도에서 범죄자의 신분으로 감옥에 갇혀있었다. 다만, 리온이 마법으로 귀족의 방 못지않은 정도로 개조하긴 했다. 덕분에 레나드는 감옥에 있어도 편히 지낼 수 있었지만, 제아무리 편한 곳이라도 갇힌 상태로는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다.

왕도로 돌아온 리온은 우선 레나드를 회수하기로 했다. 리온과 레나드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충분히 모았다. 애초에 두 사람은 잡힐 이유가 없음에도 국경을 넘기 위해 잡힌 것이다. 감옥을 탈출하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리온은 정당한 방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확실한 증거도 있고, 귀족인 웬디의 지원도 있다. 굳이 도망자 신분이 될 필요는 없었다.

웬디 또한 레나드의 일을 알고 있기에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의 마차는 왕도를 향해 나아갔고, 손쉽게 관문을 지났다. 마차가 귀족의 문양이 들어간 것과 당주인 웬디가 있었기에 손쉽게 지날 수 있었다.


“웬디 아가씨. 어디로 향하시겠습니까?”

“스승님의 동료를 풀어드릴 겁니다. 감옥으로 가요.”

“알겠습니다.”


왕도로 들어선 마차는 큰 도로를 따라서 나아갔다. 귀족의 문양을 본 시민들은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한참이나 떨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차는 조금의 걸림도 없이 감옥에 도착했다.

왕도의 감옥은 다른 도시에 비해 작다. 바이엘른 왕국은 범죄자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죄목이 확실한 범죄자는 타국보다 강도 높은 처벌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왕도에서는 범죄자의 처분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다.

레나드와 리온이 감옥에 갇힌 것은 죄목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두 사람의 죄목이 누명일지라도 확실했다면, 확실하게 처분을 받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은 그 전에 감옥을 탈출할 수 있다.


“무슨 용무입니까?”


감옥의 관문에서 마차를 멈추자, 입구를 지키는 병사가 칼리안에게 물었다. 존댓말을 하는 이유는 마차에 귀족의 문양이 있기 때문이다. 귀족의 사용인은 귀족의 물건으로 취급한다. 그중에서도 전속, 가신이 된다면 귀족 가문의 식솔이라 불리며. 가족이나 다름없는 취급이다.

그렇기에 병사는 칼리안을 상대할 때에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칼리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병사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칼리안은 태연하게 병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죄수의 사면 건으로 왔습니다. 지난 사건으로 국경에서 잡힌 죄수의 무죄 증거를 찾았습니다. 증거를 제출하려 하니, 길을 터 주십시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곧바로 확인 하겠습니다.”


병사의 딱딱한 태도에 칼리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중요 거점을 지키는 병사로서 당연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온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마차에서 내렸다.


“『은신』.”


에모트에 정신이 팔린 웬디의 시선을 피해 마차에서 내린 리온은 곧장 자신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리온의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리온의 모습은 사라졌다.

완전히 투명해진 리온은 그 후로도 몇 가지 마법을 연달아 사용했다.


“『마력 은폐』, 『차음』.”


마법을 사용하는 마력을 숨기는 마법과 소리의 전달을 막는 마법을 이어서 사용한 리온은 존재감마저 희박해졌다. 리온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만족했다.

칼리안은 병사를 기다리느라, 웬디는 에모트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리온이 사라진 것을 깨닫지 못했다. 두 사람이 리온을 깨닫지 못하니, 다른 병사들과 방범 장치가 리온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리온은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는 왕도의 감옥을 태연한 발걸음으로 제집인 마냥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구역을 관찰하고, 때로는 탐지 마법과 골렘을 병용하여 구조를 전부 살핀 리온은 지하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하에 있네.’


탐지 마법으로 레나드의 위치를 확인한 리온은 곧장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도중에 잠금이 걸린 문들도 상당수 나왔지만, 리온이 문을 열자 걸림 하나 없이 열리기 바빴다.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리온은 레나드를 찾았다. 그러나 리온이 레나드를 찾는 것보다 빠르게 리온을 찾아낸 인물이 있었다.


“이제 끝났어?”

“끝났어. 가자.”


리온이 계단에서 내려온 후, 이미 예상하였다는 듯이 레나드가 말을 걸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놀랄 만도 하지만, 리온은 자연스럽게 레나드의 질문에 대답했다.

레나드는 역시나 하는 감상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레나드가 나타난 장소는 쇠창살 너머가 아니다. 쇠창살이 있는 감옥의 반대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복도의 천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리온은 레나드의 위치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레나드를 자세히 살핀 리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레나드의 몸 어디에서도 체이스의 본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체이스는 레나드와 영혼적인 연결이 된 상태다. 그 연결을 쫓으면 체이스를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리온은 레나드가 체이스와 멀리 떨어진 상태를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

체이스는 리온이 만들어낸 인공 영혼이다. 게다가 체이스와 영혼적인 연결이 된 상태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체이스의 본체는 단순한 물건이다. 자칫 일반인에 손에 들어간다면, 체이스와 레나드 두 사람 모두 위험해진다.

그렇기에 리온은 레나드에게 한소리를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리온이 말하는 것보다 먼저.


“아버님을 뵙습니다.”


리온의 뒤편.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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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go] 4장 32화 21.08.09 24 1 13쪽
205 [Ego] 4장 31화 21.08.06 22 1 13쪽
204 [Ego] 4장 30화 21.08.05 2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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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Ego] 4장 28화 21.08.03 29 1 14쪽
201 [Ego] 4장 27화 21.08.02 2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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