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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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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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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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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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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4장 22화

DUMMY

숲을 뒤흔든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칼리안과 웬디가 이상을 알아차린 순간에는 이미 상황이 급격하게 바뀐 후였다.

단 한 차례 울린 굉음. 그 직후 날아든 화살, 그 화살은 칼리안과 리온을 향했다. 그러나 화살은 공중에서 멈췄다. 리온이 전투를 예상한 순간부터 사용한 마법의 효과다.

주변에서 예고도 없이 날아온 화살에 칼리안은 당황하며 시선을 돌렸다. 조금의 살기도 없이 날아든 공격이다. 화살의 궤도는 분명히 머리와 심장, 적은 리온 일행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다.


“감사합니다.”

“마차를 지켜.”

“···알겠습니다.”


단순히 날아든 화살에도 반응하지 못한 칼리안은 리온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만일 화살이 일반적인 화살이라면 칼리안도 반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날아든 화살은 살기도 없었을뿐더러, 조그마한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마술 도구를 이용한 화살이다.

주변은 이미 적으로 가득하다. 그 위치를 모르는 칼리안은 마차와 웬디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물며 적들 사이로 나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눈앞에서 태산과도 같은 존재감의 괴물, 키메라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키메라와 단독으로 상대하면 모르지만, 지금은 주변이 적이다. 주변을 견제하며 싸우는 건 칼리안에게도 힘든 일이다.

반면, 리온은 주변을 견제할 필요가 없다. 조금 전 날아온 화살 정도로는 리온에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마차를 부탁할게.”

“예. 무운을.”


칼리안은 앞으로 걸어 나가는 리온을 향해 잠시 고개를 숙였다. 리온의 실력을 인정하기에 적을 맡기는 데 걱정하지는 않았다.

한걸음 내디딘 리온은 이미 칼리안과 웬디를 잊었다. 웬디에겐 골렘을 건네주었다. 칼리안의 실력은 리온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남은 건 눈앞의 적들이다.


“기지, 는 아닌가.”


리온은 주변을 살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리온을 향해 형형색색의 빛들이 날아들었다.


- 쾅.

- 펑.

- 콰직.


충격음에 폭발음, 마지막으로는 파쇄음.

리온을 향해 날아든 빛들은 저마다의 효과를 나타내며 사라졌다. 빛들은 마법이다. 적이 날린 마법을 고스란히 마주한 리온은 어느새 연기에 가려졌다.

평범하게 생각해서 마법에 맞은 인간이 멀쩡할 리 없다. 그러나 리온은 한참 전에 마법을 펼쳐두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리온에게 상처하나 줄 수 없을 정도의 견고한 마법이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리온은 연기를 날려버리며 멀쩡한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열두 명.”


- ···!


리온의 중얼거림을 들은 적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금전 공격에서 사용된 마법은 열 개다. 그것도 몇 명은 인원수와 위치를 속이기 위해서 눈속임마저 섞었다. 다른 인원은 자신들의 위치를 속이는 마법과 은폐의 마법을 사용 중이다.

그런데 리온은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서 적들의 위치와 수를 파악했다. 리온의 범상치 않은 실력을 본 적들은 곧장 비장의 수를 이용하기로 했다.


“크르아------!”


비장의 수, 키메라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명령에 고함을 내지르며 일어났다.

거대한 덩치가 일어서자 주변에 들어선 거목보다도 큰 덩치를 자랑했다. 키메라가 일어난 것만으로 주변 나무가 쓰러지는 등, 갖은 피해가 일어났다.

그런 덩치를 앞둔 리온은 냉정히 키메라의 구조를 살폈다. 연구자인 리온에게 키메라는 극상의 소재에 불과한 탓이다.


“마수의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가 들어갔네.”

“크라아---!”


- 콰앙.


키메라는 냉정히 자신을 관찰하는 리온을 향해 기괴하게 비틀린 손을 내려찍었다. 그저 손을 내리쳤을 뿐이다. 그러나 키메라의 중량과 힘으로 내리쳐진 바닥은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주변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칼리안은 한순간 리온을 걱정했다. 제아무리 마법을 막아낸 리온이라도 단순한 중량에 의한 공격은 막기 어려우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적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리온의 죽음을 예상한 적들은 키메라에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크라라라---!”


마차를 부수라는 명령을 받은 키메라는 고통과 분노에 가득 찬 소리를 내뿜으면서도 마차를 향했다. 커다란 덩치인 키메라는 걷는 것만으로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충격을 전했다.

칼리안은 웬디의 안전을 떠올리고 후퇴를 생각했다. 그러나 칼리안이 움직이는 것보다 먼저 움직인 이가 있었다.


“힘도 상당한 수준이네. 그래도, 그쪽은 아니야. 『멈춰』.”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키메라는 걷던 자세 그대로 멈췄다. 불안정한 자세에서 멈춘 키메라는 순식간에 넘어졌다.


- 쿠구궁.


넘어지는 충격으로 숲 전체가 지진에 휩싸이며 한순간 대지가 요동쳤다. 하지만 적들은 그런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키메라가 리온의 목소리에 멈춘 것이 원인이다.

본래 그들이 만든 키메라는 조종할 수 없다. 완벽한 지배도 불가능하다. 그 탓에 그들은 키메라를 유도하기로 했다.

키메라는 태어난 순간부터 주변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그 폭력을 그들의 힘으로 유도한 게 조종의 경위다. 그마저도 키메라의 머리에 갖은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를 사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리온은 아무런 도구도 없이, 그저 목소리만으로 키메라를 멈춰 세웠다. 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역시, 생각 이상으로 힘이 강하네. 마물 소재도 섞여 있어서 그런가?”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리온은 말만으로 멈춘 게 아니다. 리온의 주특기는 마법이다. 당연히 마법으로 키메라를 멈춘 것이다. 다만, 평범한 마법은 아니다.

리온의 말을 방아쇠 삼아서 주변에 대기하던 골렘들이 대신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골렘에 새겨진 마술 회로를 통해 발사된 마법은 구속. 구속 효과를 지닌 마법을 맞은 키메라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멈췄다.

영혼 마법의 부작용으로 영혼이 일그러진 리온은 마법을 사용하는 자체가 부담이다. 간단한 마법이라면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키메라 정도의 거구를 멈추는 마법이 된다면 상당한 부담이다.

그 부담을 줄이고자 리온이 생각해낸 것이 골렘의 존재다. 골렘은 만드는 이의 기술에 따라서 다양한 행동이 가능하다.

리온이 만든 골렘은 시험작에 불과했지만, 이미 키메라를 상대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죽여라!”


키메라가 쓰러진 모습을 멍하니 보던 적들은 정신 차렸다. 키메라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쓰러진 탓이다.

겨우 정신을 차린 적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숨어 있는 것만으로는 리온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에 자신들의 위치와 수를 알고 있는 상대다. 정보가 새어나간 것인지, 조사를 끝낸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최소한 리온 일행을 전원 처리해야만 했다.

모습을 나타낸 적들은 숲에서 은신하기 위해 초록 색의 망토를 뒤집고 있었다. 저마다 비슷비슷한 체격의 이들은 전원 남성이다. 게다가 체내 마력도 뛰어난 수준이다.

리온은 모습을 나타낸 이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모습을 감춘 상태로는 위치와 수를 먼저 파악했다. 골렘을 이용하면 숲 곳곳에 생긴 위화감을 파악하기는 쉽다. 그러나 리온 자신이 아니면 은신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것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리온은 적들이 모습을 나타낸 게 수월했다. 마음놓고 적들의 장비와 모습을 살핀 리온은 미묘한 점을 깨달았다.


“마력이 전부 같네.”


나타난 구성원들의 마력이 전부 같다. 체내 마력은 일반적으로 다 다르다. 사람이 성장하며 늘어나는 이도 있고, 노력과 훈련으로 늘린 사람도 있다. 생활 환경에 따라서 성장 폭도 다르다.

즉, 체내 마력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모습을 나타낸 구성원들의 체내 마력량은 완전히 일치했다.

리온은 한 가지 예상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뱉었다.


“몸에 손을 댄 거려나.”


키메라는 생물의 집합체다. 마수와 마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엮은 생물이 키메라다. 그 탓에 곳곳에 붕괴의 전조가 엿보였다. 그런 시술을 인간의 몸에 행한 것이다.

분명, 인공적으로 강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힘은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한다. 그 전에 목숨이 다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이들도 명이 다하기까지 몇 년이 남지도 않았다.

리온은 눈앞의 이들을 보며 다소 우울해졌다. 적들이 무엇을 이유로 몸에 손을 댄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리온과 비슷한 행동을 했다.

리온은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끝에, 영혼 마법을 찾았다. 그들과 리온의 차이는 그저, 영혼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가. 그 차이가 전부다.


“쯧···.”


내심 피어오르는 감정을 날린 리온은 눈앞의 이들을 무력화하기로 했다.

쓰러뜨리는 건 쉽다. 리온이 몇 번 마법을 날리면 충분하다. 그러나 무력화는 다르다. 리온은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기는 싫었다.

단순한 고집이다.


“『타올라라, 끝으로, 비산하여 폭발해라』!”

“『삼키고, 삼키고, 삼켜라. 악마여』!”

“『베어 갈라라, 찢어 죽여라, 조금의 흔적도 없이, 바람이여, 적을 지워버려라』!”


리온을 처리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낸 이들은 저마다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긴 영창이 필요하다. 마법의 구조로 인해, 말로써 마력과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만, 리온은 영창이 필요 없다.


“『숲이여, 침묵하라』.”


리온이 간단하게 말을 끝맺은 순간, 숲은 침묵했다.

결과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

“···!!”


영창을 외우던 이들이 전원 입을 다물었다. 정확히는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리온이 주변 숲을 대상으로 소리를 지운 탓이다.

리온이 발동한 마법은 숲을 한 구역으로 삼은 마법이다. 마법의 범위를 숲 전체로 삼은 이유는 내부에 기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창은 소리다. 소리가 없어지면 영창은 외울 수 없다. 동시에 영창을 외울 수 없다면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당연한 상식이다. 리온과 같은 무영창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마법사는 이것만으로도 무력화할 수 있다.

리온은 주변을 살피고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 이상으로 적들이 쉽게 포기했기 때문이다.


“포기한 모양이네.”


자신의 주변과 마차의 소리만 되돌린 리온은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 후웅.


“···인간의 형태마저 포기한 건가.”


순식간에 접근한 공격, 그 공격을 회피한 리온은 다가온 남자를 향해 모멸감 어린 시선을 향했다.

남자의 양팔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다. 마수의 팔처럼 털과 발톱, 비늘로 뒤덮인 팔은 명백히 이형의 것이다. 리온은 연구자로서, 마법사로서, 타락한 그들에게 혐오를 품었다.

단순한 연구라면 인간의 형태를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 체내 마력의 균일화와 같은 연구가 그렇다. 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팔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군데군데 이형의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명백히 단순한 연구를 넘어선 것이다. 그저, 인간을 넘는 힘을 탐욕스럽게 욕망한 탓에 일어난 일이다.

눈앞의 이들은 기회가 오지 않은 연구자들이 아니다. 매우 흔한 힘에 도취하여 타락한 인간들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리온은 내심 적을 향한 적의와 혐오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리온의 기분이 바뀌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점차 인간의 형태를 넘어 이형의 존재로 변모했다.


“···!”

“···!!”

“···!!”


리온이 펼친 마법은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의미가 없는 듯했다.

구성원들은 전원 제각각 다른 이형의 존재로 변모했다. 이미 그들은 인간조차 아닌, 괴물에 불과하다. 리온은 그들을 처분하기로 했다.

괴물들은 전원 마수와 마물이 섞인 모습이다. 즉, 마법뿐만 아니라 접근전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리온의 예상을 증명하듯 괴물들은 순식간에 리온에게 접근했다. 속도가 가히 신속을 넘은 찰나에 이른다. 리온이 마법을 중얼거리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러나.


- 챙.


“···쓰기 싫었는데.”


어느새 검을 뽑은 것인지, 청백의 도신을 반짝이는 검. 『칼라드볼그』를 겨눈 리온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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