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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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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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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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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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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go] 5장 3화

DUMMY

“돌아왔습니다!”


패트릭이 안내하기를 1시간.

그동안 리온 일행은 발하크 대사막을 지나며 온갖 현상을 목격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맹독, 용솟음치는 폭포, 불타는 대지, 얼어붙은 공기 덩어리, 폭발하는 전격 등.

그러나 그것들은 전부 멀리서 보였을 뿐. 리온 일행의 근처까지 다가온 것은 단 하나도 없다.


“···.”


그 모두가 패트릭의 길안내 덕분이다.

패트릭은 어째서인지 길을 걷다가, 도중 발걸음을 돌리거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리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발걸음을 돌리기 직전의 길은 얼어붙거나, 방향을 틀기 전의 길이 폭발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에 리온은 패트릭의 능력을 의심했으나.

패트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길을 걷다가 뒤늦게 떠올랐다는 듯 방향을 돌렸을 뿐이다.


“이상해.”

“네?”

“리온, 지금은 식당을 먼저 찾자. 배고파.”

“···알았어.”


리온은 패트릭의 행동에 모순과 이상성을 찾아 패트릭을 살피려 했으나, 베르의 이야기에 생각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대신, 패트릭을 주의할 인물로 정해뒀다. 동시에 패트릭의 동료인 곰과 늑대. 즉, 샐리와 윌리도 주의하기로 했다.

실제로 리온이 패트릭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낼 때마다 두 마리가 반응했기에, 리온은 적극적으로 패트릭을 관찰할 수 없었다.

일행이 페르나 왕국의 국경. 발하크 대사막과 가장 가까운 마을로 들어서자, 베르가 배고픔을 호소했다. 장장 5시간을 걷기만 했으니 지치는 것도 당연하다.

그에 리온이 식당을 찾으려 하자.


“식당을 찾으신다면, 제가 요리를 마련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갑작스레 패트릭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리온과 레나드는 패트릭의 반응에 고개를 기울이며 경계했다. 패트릭은 리온 일행을 위해 도움을 줄 이유가 없다. 애초에 발하크 대사막에서 구한 것으로 보수를 바래도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패트릭은 아무런 이유 없이 리온 일행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식사까지 대접한다는 모양이다.

명백히 이상함을 느낀 리온은 패트릭을 경계하여 조금 떨어지려, 입을 연 순간.


“좋아!”


베르가 먼저 대답해버렸다.

그에 리온이 시선을 향하자, 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올려 보였다.


“···하아.”


지나치게 태평하고 무방비한 베르의 모습에 리온은 물론, 레나드도 당황했다. 하지만 리온은 베르의 눈을 믿는다. 그렇기에, 이것저것 불만을 접어두고 패트릭의 제안을 따랐다.

패트릭은 베르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하자, 일행을 마을의 공터로 안내했다.


“제 요리는 조금 화려한 탓에, 건물에서 요리하는 건 힘들어요.”

“왕.”

“크르.”

“윌리, 샐리. 기다려. 너희 것도 함께해줄게.”


공터에 도착하기 전, 잠시 다른 길로 헤어졌던 샐리와 윌리는 각자 짐을 이끌고 나타났다. 짐은 전부 요리 도구로, 그중에는 커다란 솥도 존재했다.

요리 도구를 운반한 두 마리는 패트릭에게 애교를 보이더니, 요리를 요구했다. 그 모습에 패트릭은 요리를 약속하고, 조용히 체내 마력을 올렸다.

패트릭의 체내 마력이 오른 순간. 베르와 리온, 레나드는 즉각 깨달았다. 그러나 반응한 것은 리온과 레나드 뿐으로, 베르는 패트릭의 행동을 무시했다.

리온이 패트릭의 체내 마력 흐름을 파악하는 사이. 패트릭은 순식간에 마법을 구축했다. 리온이 뒤늦게 파악한 마법의 정체는.


- 우르르.

- 우르르르.


흙마법.

그걸 증명하듯 공터의 흙이 요동치더니, 리온의 허리 부근까지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레나드가 체이스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려는 찰나. 리온이 레나드를 멈춰 세웠다.

마법은 한순간에 끝났다. 그리고 마법이 끝난 자리에는 그저.


“의자?”


흙을 원재료로 다듬어진, 상당히 정교한 의자가 네 개. 베르와 리온, 레나드와 패트릭을 포함한 인원의 개수만큼 의자가 나타났다.

패트릭은 그후, 다시 한번 같은 마법을 사용하더니. 둥근 원형 식탁을 만들어 보였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태연한 패트릭의 목소리에 리온과 레나드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반면, 베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의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미 앉아 있었다.

그런 세 사람의 곁에 샐리와 윌리가 나타나 저마다의 자리에 앉았다. 어느덧 식탁 아래는 두 마리의 자리마저 마련된 상태로, 작은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편, 패트릭은 마법으로 식탁과 의자를 만든 후. 품속에 들고 다니던 식칼들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샐리와 윌리가 가져온 물건 중에는 갖은 주방 도구, 요리 도구가 섞여 있다. 그중에서 적절한 도구들을 선택한 패트릭은 순식간에 칼을 갈고, 어디선가 꺼낸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리온과 레나드, 베르는 저마다 감상을 남겼다.


“···마법은 아닌데.”

“요리사, 맞네.”

“맛있는 요리가 나오겠는걸.”


세 사람이 보는 패트릭은 그야말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보다 빨리 움직였다.

칼을 손질한다 싶었더니, 재료를 손질하고, 재료를 손질한다 싶었더니 불을 보고 있다. 불을 높인 후에는 순식간에 재료의 손질로, 요리의 밑 준비로, 그릇의 준비로.

패트릭 혼자만 시간이 배속으로 흐르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기를 불과 10분.


“완성됐습니다! 자, 각자 마음에 드는 요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부 처음 도전한 요리라서 맛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느덧 서른 개가 넘는 요리를 끝낸 패트릭이 접시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마법은 확실하게 아니다. 그러나 마법에 견줄 정도로 신속하고, 정확한 모습에 리온은 잠시 멍하니 패트릭을 바라봤다.

반면, 레나드와 베르는 패트릭이 옮기는 접시에 시선을 집중했다. 모양이 다른 접시마다 담긴 요리는 저마다 가지각색의 향을 내뿜으며 저 자신을 뽐내고 있다.

게다가 접시에 담긴 모양 또한 일품으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자극될 정도다.


“엄청난데···.”

- “······내 자리는 없군.”

“맛있겠다!”


고기 요리에선 육즙이, 채소 요리에선 신선한 광택이 날 정도로 정갈한 모습에 베르와 레나드는 음식을 앞두고 다소 흥분했다.

마침 기분 좋을 정도의 공백이 느껴지기 시작한 터라, 폭력적일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앞둔 두 사람에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아, 드셔도 됩니다.”


패트릭이 흔쾌히, 나머지 요리를 운반하던 중에 식사 허락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잘 먹겠습니다.”

“감사히 먹을게!”

“왕!”

“크르!”


두 사람과 두 마리는 저마다 인사를 남기며 요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리온은 여전히 패트릭의 모습을 살폈다. 패트릭은 요리할 때와 달리, 차근차근 요리 도구를 정리했다. 패트릭이 자리에 앉을 무렵에는 이미, 레나드와 베르가 절반 정도를 먹어 치운 후다.

패트릭이 자리에 앉자 그제야 자신들이 지나치게 먹었다는 것을 깨달은 레나드와 베르가 조금 눈치를 보려니.


“제 요리는 맛있나요?”

“맛있어! 엄청!”

“맛있네.”

“그럼 다행이네요. 마음껏 드셔주세요.”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두 사람에게 요리를 권했다.

패트릭의 모습을 살핀 리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패트릭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심하고, 자세히 노려보았다. 그런데도 패트릭의 행동에서 조금의 악의도 읽어내지 못했다.

패트릭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순수한 호의. 그리고 기쁨뿐이다. 기쁨이 어디에서 오는지조차 짐작한 리온은 한숨을 내쉰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타인을 돕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부류. 그게 패트릭의 정체다.


“아, 혹시 제 요리가 입에 안 맞나요?”


리온이 한숨을 내쉬며 요리를 먹지 않자, 패트릭이 당황한 모습으로 리온에게 물었다.

리온은 고개를 내저으며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패트릭은 안심한 듯 웃음을 지으며, 마찬가지로 요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식사 시간이 흐르기를 한참. 어느덧 접시 대부분이 바닥을 보이자, 눈치 빠른 패트릭이 후식을 꺼내 왔다.


“아, 그러고 보니. 이름을 말 안 했구나!”

“네? 아···. 그랬네요.”


한참 식사를 즐기던 베르가 뒤늦게 떠올랐다며 중얼거렸다. 그 이야기를 들은 레나드와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패트릭은 리온 일행에게 이름을 알려줬다. 그러나 리온 일행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요리까지 얻어먹은 상황에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크나큰 실례다. 그렇게 생각한 베르는 자신이 먼저 이름을 알렸다.


“나는 베르! 이쪽. 리온의 조력자야.”

“베르 씨라고 하는군요.”

“···레나드.”


베르의 분위기에 휩쓸린 레나드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간단하게 이름만 중얼거린 것이기에, 자칫 놓칠 수도 있는 목소리였으나.


“레나드 씨군요. 알겠습니다.”


패트릭은 이름을 놓치지 않았다.


“리온. 자기소개!”

“···이미 말했잖아.”


끝끝내 말하지 않는 리온에게 베르가 잔소리를 하며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리온은 한숨을 내쉬며 이름을 지적했다.

베르와 리온의 만담 같은 대화를 지켜본 패트릭은 웃음을 지으며 식탁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샐리와 윌리를 바라봤다.


“샐리. 윌리. 너희랑 비슷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가봐.”

“아니. 전혀.”

“아, 너무해?! 리온!”


조용히 중얼거린 패트릭의 말을 들은 리온은 곧장 반박했다. 그에 베르가 불평을 말하자.

패트릭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하하하하!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으신 모양이네요. ···그대로 연인이랑은 다른 분위기이니, 가족. 이려나요?”

“더 틀려.”

“···.”


패트릭의 어림짐작에 리온은 곧장 부정을 넣었다. 반면, 베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갑작스레 베르가 입을 다물자 리온이 의문을 느끼고, 베르에게 시선을 향하려던 순간.


“혹시, 여러분은 발하크 대사막에 가려는 이유가 뭔가요?”


예리한 패트릭의 질문에 리온은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패트릭의 시선은 조용하다. 여전히 호의와 따스함이 묻어나지만, 종류가 다르다.

지금 섞인 호의와 따스함은 경계에 걸친 것. 패트릭의 마음 먹기에 따라서 호의가 적의로 바뀌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에 레나드는 패트릭의 행동을 경계하고, 리온은 잠시 대답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설마. 보물을 노리고 향하시는 건가요?”


전혀 엉뚱한.

패트릭의 질문에 리온은 고개를 기울였다.


“어라? 아닌가요?”


리온이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보이자, 패트릭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 리온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기울였다.

리온과 패트릭. 둘 사이에 흐른 묘한 기류는 금방 깨졌다.


“푸하하하. 아하하하. 두 사람 모두. 자세히 이야기해야 알아듣지.”


베르만이 유일하게, 두 사람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정론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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