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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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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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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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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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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4장 57화

DUMMY

리온의 목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진다. 휑한 공간에 울려 퍼진 목소리는 충분할 정도로 울리고, 멍한 웬디의 귓가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웬디의 눈에 의지가 깃들었다.


“저, 정말. 볼 수 있어요? 다시 칼리안을 볼 수 있어요?”

“···.”


웬디는 리온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매달리듯 물었다. 마지막 동아줄. 리온이라면 가능할 거라는 희망, 리온이라도 가능할 리 없다는 절망. 그 속에서 리온의 말이 사실이었으면 하는 간전함.

다양한 감정의 뒤섞인 웬디의 시선을 마주한 리온은 자신의 안일함으로 웬디를 상처입힌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했다.

그렇기에, 리온은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기로 했다.


“가능해.”

“그럼!”

“하지만.”


리온이 칼리안을 되살리는 방법. 사람을 되살리는 방법이다.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과는 일선을 긋는 방법이다.

대수의 경우는 존재를 변환한 것. 칸의 경우는 존재를 고정한 것. 체이스의 경우는 발현. 그리고 프레이야의 경우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영혼을 옮긴 것이다.

지금 칼리안의 경우는 그 어떤 상황도 아니다. 이미 완전히 죽어버린 칼리안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영혼도 몸과의 연결을 끊고, 어딘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공간에 칼리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칼리안이었던 육체만 남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리온은 웬디의 의지를 확실하게 물었다. 모든 사실을 밝히면서 웬디에게 물어본 것이다.


“칼리안을 되살린다고 하더라도, 칼리안이 아닐지도 몰라.”

“···네?”


영혼이 이미 몸을 떠났다. 영혼은 온전한 개체. 기억을 기록하는 공간이 없다. 기억은 오롯이 육체에 남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온이 영혼을 되돌려 칼리안을 살리더라도, 그게 칼리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영혼만 같은 타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리온은 웬디에게 물었다. 그런데도 칼리안을 되살리고 싶은 것인지. 그저, 영혼을 부르고 싶은 것인지.


“···.”


웬디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하여 입을 다물었다. 되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을, 웬디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칼리안. 그렇다면 그건 칼리안일까. 리온의 이야기처럼 영혼만 같은 타인이 아닐까.

한순간에 다양한 생각을 떠올린 웬디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죽은 칼리안.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놔주는 게 올바른 정답인가.

그러나 이내 웬디는 한 기억을 떠올렸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의 기억.


- “아가씨.”

- “잊지 마십시오.”

- “저는 언제나, 어떤 상황이 되어서도. 아가씨의 집사입니다.”

- “설령 제가 죽더라도, 저는 아가씨의 집사입니다.”

- “제 영혼에 맹세하겠습니다.”


전란의 시기는 웬디가 어릴 적에 일어났다. 가드너 가문은 전란에 휩쓸려, 큰 피해를 보았다. 당시에 칼리안은 아직 집사가 아니었다. 칼리안이 집사가 되기로 한 것은 가드너 가문의 생존자가 단 한 사람이 되었을 무렵.

우연히,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한 장례식에서 칼리안이 웬디를 보았기에. 웬디가 칼리안을 보았기에. 서로가 서로를 발견한 그 장소에서, 칼리안은 웬디의 집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영혼에 건 맹세.


“···부탁해요.”


그렇기에, 이번에는 웬디가 칼리안을 믿기로 했다.

칼리안은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웬디, 자신의 곁을 지켜온 집사. 그 집사의 맹세다.

설령 칼리안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웬디가 기억한다.


“···알았어.”


웬디의 각오를 엿본 리온은 영혼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칼리안이 지닌 영혼의 형태는 이미 기억한 상태다. 남은 것은 끌어들일 뿐.

그러나.


‘마법 도구가 공명하고 있어.’


칼리안이 사용했었던 마법 도구들이 리온의 영혼 마법에 공명하기 시작했다. 마법 도구는 마법을 품은 도구. 세계의 이치를 담은 물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명하는 마법 도구를 본 리온은 한순간 떠오른 가설을 이론으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마법 도구는 세계의 이치를 담은 물건. 그렇다면, 마법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나마 세계의 이치와 맞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이치는 무수히 많은 정보를 담는다. 그것은 사용자의 정보, 세계의 변화, 그리고 기억. 다만, 일시적으로 맞닿는 특징으로 담기는 기억은 한정적이다.

한정적이지만.


‘이 정도나 있으면···. 혹시.’


리온이 칼리안에게 나누어 준 마법 도구는 수천에 달한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수천의 마법 도구를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많아도 수십. 그러나 칼리안은 신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수천의 마법 도구를 전부 사용했다.

그 말인즉슨, 수천의 마법 도구가 칼리안의 기억을 머금고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 사용자인 칼리안 이후로 그 누구도 마법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론을 정립한 리온은 마법의 구성을 바꾸기 시작했다. 대상을 칼리안의 육체와 영혼에서, 마법 도구를 포함한 마법으로.

술식의 구성이 바뀌자, 마법은 순식간에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큭.”


마법의 구성이 지하실을 넘어 산맥을 집어삼킬 정도로 비대해지고, 비대해진 구성은 막대한 양의 마력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마력을 빼앗긴 리온은 삐걱거리는 영혼에 각혈했다.

그러나 절대 마법을 멈추지 않는다. 마법을 멈추면 불러낸 영혼이 떠나며, 리온의 마력에 영향을 미친 마법 도구가 변질된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게다가.


‘실수를 바로잡는다.’


리온은 자신의 실수를 두고 볼 성격이 아니다.


“『되감아, 돌아와라』.”


마법의 구성을 끝낸 리온은 천천히. 마법을 작동하기 시작했다. 영혼 마법과 마법 도구가 뒤섞인 마법.

막대한 마력이 리온의 몸을 통해 발산되어, 리온의 몸을 뒤흔든다. 발산된 마력은 구성을 따라서 하나의 마법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세계의 법칙을 덮어쓴다.


“『----』.”


마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말.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리온에게서 발산되던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마법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밝게 빛나 주변을 물들였다.

주변을 물들인 빛은 어느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육체를 구성하듯 작은 형태. 사람의 육체와 비슷한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 빛은 인간과는 다른, 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띈 형태다.

웬디가 그에 눈길을 빼앗긴 순간. 다음 순간에는 빛이 폭발했다.


- 번쩍.


섬광.

순식간에 주변이 새하얗게, 푸르게 물든 직후.

남은 잔광은 이번에야말로 사람의 몸을 구성하기 시작하더니, 익숙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은 남성의 것. 즉, 칼리안의 육체다.


“칼리안···!”


시야가 돌아온 순간, 웬디가 가장 먼저 칼리안의 모습을 발견했다. 칼리안은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잠이 든 것처럼 편안한 숨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 모습에 웬디는 안도하며, 칼리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칼리안은 편안한 숨소리를 내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리며 조그맣게 눈을 떴다.


“아.”


웬디는 리온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칼리안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사실에 웬디는 잠시 걸음을 멈춰, 칼리안에게서 떨어진 장소에 섰다.

반면, 칼리안은 몸을 일으키더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칼리안이 웬디를 발견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얽힌 순간.

그 시간은 영원과도 같았으며, 찰나와도 같았다.

침묵과 긴장.

경계와 기대.

이런저런 감정이 뒤섞인 시선을 보내기를 한참.

웬디가 긴장하여, 칼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웬디 아가씨.”

“···!!”


분명, 웬디를 불렀다.

그 사실에 웬디는 이 이상 참지 못하고, 칼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칼리안!! 칼리안. 칼리안, 칼리안. 칼리안!!”

“예, 여기 있습니다, 웬디 아가씨.”


마치 아이가 부모를 찾듯, 웬디는 계속해서 칼리안을 불렀다.

칼리안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칼리안은 어떻게 자신이 살아 있는지.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웬디 아가씨.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응? 어떤거? 괜찮아, 물어봐.”

“···저는 어떻게 살아 있는 겁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칼리안은 되살아났다.

죽었다가 살아난 상황이다. 그러나 웬디는 그에 관한 설명을 할 자신이 없었다. 칼리안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도, 칼리안이 움직이는 이유도, 웬디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리온이 무언가 마법으로 칼리안을 되살려냈다. 그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웬디는 리온을 찾았다.


“그건, 스승님이. ···. ···스승님?”


그러나.

리온의 모습은 연구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돌무더기와 먼지로 자욱한 공간. 그 어디에서도 리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주변을 둘러본 칼리안의 시야에서도 리온을 찾지 못하고, 의문을 떠올린 순간.


“아~ 아~ 결국 무리했네.”


리온과는 다른, 전혀 다른 목소리가 웬디와 칼리안의 귓가에 날아들었다.


-+-


한참 군대를 뒤쫓던 레나드와 체이스는 자신들을 찾는 자그마한 기척을 깨달았다.

두 사람의 위치는 왕도 근처의 언덕. 그 아래에 군대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레나드와 체이스도 비슷한 시기에 휴식을 취한 것이다.

그 사이 두 사람에게 접근한 자그마한 기척은 곧장 레나드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컁!”

“···에모트?”


작은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긴 생물. 에모트가 레나드의 품속으로 달려들자, 그 모습을 본 체이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반면, 레나드는 리온 곁에 있어야 할 에모트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의문을 보였다.

그러나 레나드의 의문은 금방 사라졌다. 에모트에게 묶인 종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에모트를 전서구로 사용한 건가.”

“캬앙!”


에모트는 레나드의 말을 긍정하듯 품속에서 울었다. 레나드는 에모트를 한 번 쓰다듬고는 종이를 풀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읽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내용이냐.”

“···리온의 말인데, 어떻게 할까. 따를까?”

“아버님의 말씀을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레나드가 펼친 내용. 그 내용을 확인한 체이스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지의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리온이 전한 편지에는 티아라 왕녀를 호위하라는 것. 동시에 길 안내를 위한 골렘이 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군대를 쫓던 레나드와 체이스로서는 황당한 내용이지만, 체이스는 이미 골렘을 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엿본 레나드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리온에게 휘둘리기만 하네.”

“위대한 아버님의 아래다. 당연히 따라야 할 뿐이지.”


레나드의 중얼거림에 체이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 중얼거리며, 이내 교묘하게 숨어있는 골렘을 찾았다.

체이스가 찾은 골렘을 발견한 레나드는 군대의 모습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몇몇 인물의 기척을 기억해두었다.


“저것들은 나중에 귀찮아질 가능성이 크니까.”

“잔챙이다. 신경 쓰지 마라.”

“그래, 그래. 가자.”

“컁!”


레나드가 마킹을 끝내자. 체이스와 에모트는 서로 골렘을 향해 먼저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레나드는 어쩐지 체이스와 에모트가 닮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형 동생이라 봐도 되겠는데.’


레나드는 상당히 평화로운 생각을 하며, 티아라 왕녀의 호위를 수행하기 위해 골렘의 안내를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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